|
하모닉 테크놀리지 사는 우리에게 알려진지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케이블 회사이다. 전문 케이블 생산 회사답게 다양한 제품군을 소개하고 있는데, 스피커 케이블, 인터 커넥터 케이블, 디지털 케이블, 파워 케이블, 포노 케이블, 비디오 케이블 등 오디오/비디오 기기에 사용되는 대부분 분야의 케이블을 생산하고 있다. 필자는 동사의 케이블에 대한 기술적 특성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케이블에 사용되고 있는 선재에 있다고 본다. 이 선재는 6N(99.9997%)의 단결정(OCC)구조를 갖는 구리와 7N(99.99997%)의 고 순도 은이라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이와 유사한 개념의 구조(LCOFC)와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순도가 높다. 그리고 현재 대부분 하이엔드 케이블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일반 6N 동선은 단결정체가 아니다. 그러면 단결정체의 선제가 왜 좋은가? 신호가 선재의 내부를 지나갈 때 결정수가 많을수록 신호가 흐르는 방향으로 장벽이 생기고 비틀림 현상(왜곡)이 발생하는데, 결과적으로 미세한 정보가 변형되고 위상의 불일치, 소리의 착색이 일어난다고 한다. 실제로 이 회사의 케이블을 들어보면 매우 자연스럽고 에너지가 있다. 순은 선을 사용한 고급품에서도, 은 특유한 개성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잘 다듬어져 있다. 음장은 투명하고 맑은데도 지나치게 차거나, 열기가 있거나 하지 않고, 적절한 온기를 띄고 있다. 소리의 착색이 없다는 증거이다. 이 회사 케이블은 하급 제품까지 공통된 음질 특성과 일정이상의 수준을 보여주는데, 이는 가격 대비 효과가 매우 높다는 뜻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선재의 효과가 음질에 가장 큰 작용을 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최근에 발표한 MAGIC 시리즈는 동사의 선재 및 제작 기술을 총 동원하여, 철저한 기획아래 제작되었다하는데, 필자에게는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주었던 케이블이었다.
1. 인터 커넥터 케이블
신기술을 표방하고 있는 케이블일수록, 앰프나 스피커의 특성에 대하여 지나치게 민감 반응하여, 매칭이나 선호도에서 극명하게 달라지는 경향이 많은데, 하모닉 테크놀리지의 인터 커넥터 케이블들은 중역이 부드럽고 충실하게 표현되기 때문에 그러한 성향이 비교적 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밸런스 타입의 케이블들은 모델에 따라 추구하는 음색이 조금씩 다른데, 나름대로 충분한 존재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기본적인 음질 특성이 본인의 시스템에 맞는다면, 가격이나 성능 면에서 볼 때 누구에게나 쉽게 권하고 싶은 케이블들이다. 한편 밸런스 타입 케이블들은 언밸런스 타입의 경우보다, 음색이 비교적 통일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에 의한 성능의 차이가 언밸런스의 경우보다 두더러 진다. 일반적으로 동일한 모델에서 밸런스 타입과 언밸런스 타입과의 기본적인 소리 성향은, 대부분 서로가 동일한 선재(밸런스 전송이 가능한 구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유사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선재를 사용함에 따라, 밸런스 타입과 언밸런스 타입의 내부 선재의 활용 방식에서 차이가 나고, 또한 앰프의 밸런스 증폭의 회로 형태나 성능에 따라 음질이 민감하게 변할 수 있다. 하모닉 테크놀리지의 제품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차이점은 일반적으로 밸런스 타입과 언밸런스 타입의 소리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밸런스 타입은 언밸런스에 비하여, 에너지가 있으며, 음장이 확대되고, 세부의 질감 표현력이 증가한다. 반면에 선도가 있으면서 정리된 느낌을 주는 고ㆍ중역대의 표현 능력은, 사소한 차이지만 언밸런스 타입이 좋다고 느꼈다.
가. PRECISION
(RCA) 음장의 펼쳐짐은 동 가격 대 케이블에 비하여 넓은 편이며, 전반적으로 부드러우면서 시원한 소리를 들려준다. 특히 가늘며, 가볍게 나오는 고역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바이올린의 고역이 섬세하며 순하게 뻗는다. 여성의 성악은 청초하고 애수가 긷든 느낌을 잘 표현하는데, 이는 섬세하며 나긋나긋한 고역의 특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대 편성에서는 홀톤이 상쾌하게 뻗고, 악기의 표현이 정교한 편이다. 단지 상급 모델과 비교 할 때, 소리의 질감과 스테이지의 두께 감에서는 다소 부족한 듯하다.
(XLR) 언밸런스 타입보다는 음의 중심이 다소 내려가 있어 안정감이 있다. 그리고 음의 선도보다 질감의 표현 능력이 늘어난 느낌이다. 언밸런스 타입에서는 상급 모델과는 다르게 고역의 싱싱한 표현 능력에 독특한 매력이 있었지만, 여기에서는 그러한 특성은 희박해지고, 주니어 모델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즉 상급 모델에 비하여 해상도 및 정보량의 표현과 소리의 선도에서 차이가 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가격 대 성능 비는 높고, 또한 경질이고 거친 소스를 부드럽고 음악적으로 다듬어 주는 능력은 뛰어나다.
나. TRUTH-LINK
(RCA) PRECISION에 비하여 소리의 중심이 조금 가라앉아 있는 느낌인데, 차분함과 동시에 전반적으로 에너지가 더 실려 있다. 또한 탄탄한 저역에 제동력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중역대의 표현 능력이 증가하여 악기나 육성의 질감을 잘 표현해 낸다. 고역은 소리의 끝이 둥글게 마무리되어 정돈된 느낌이다. 그러므로 바이올린의 두께와 고유한 색깔의 표현이 좋다. 여성 성악에서는 청초하고 애처로운 느낌보다는, 가수의 호소력 있는 창법과 매력을 잘 표현하여 준다. 이러한 성격의 소리는 전반적으로 음상의 크기를 다소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이 제품에서는 전체적인 스케일도 같이 증가시키므로, 스테이지 감에서는 별로 나무랄 곳이 없다.
(XRL) 중역대를 중심으로 전 대역이 부드러우면서 에너지가 실려 있는 음이다. 그러므로 음악의 풍요로움과 저력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성악에서는 가수 배후에 전개되는 따뜻한 공기 감이 진하게 배어온다. 오케스트라에서 음장은 크고 저역은 부드럽고 묵직하다. 자세히 들어보면 대역은 초저역과 초고역까지 충분히 뻗고 있으나, 지나치게 밝거나 어두워지는 일없이 적정한 조도를 유지한다. 하모닉스라는 브랜드가 암시하듯, 음악의 조화로운 표현능력은 이 회사 제품의 공통적인 특징이며, 그 중에서 이 제품은 그 표준적인 성격이 될만하다.
다. SIL-WAY MK2
(RCA) PRECISION과 TRUTH-LINK의 장점을 함께 보는 듯 한 느낌이다. 즉 PRECISION의 시원하고 나긋나긋한 감과 TRUTH-LINK의 차분하고 질감 있는 소리의 두께 감을 적절히 브랜딩(blending)해 놓아, 분명히 한수 위의 소리를 들려준다. 오케스트라에서는 음 하나 하나를 존재감 있게 표현하고 있으나, 서로가 유기적으로 녹아드는 느낌이 강하다. 전체적으로 정보량이 증가하며, 내부는 섬세하고 음장이 한층 투명하다. 여 성악도 애절하면서 매력적인 목소리의 표현이 좋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저역의 제동력과 윤곽의 표현 부분에서는 TRUTH-LINK의 성향이 조금 더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운 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은 매칭 되는 앰프나 스피커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XRL) TRUTH-LINK (XRL)에 비하면 전대역에 대한 중역의 지배력이 덜한 대신, 가닥 추림이 좋아지고, 한층 투명한 소리가 된다. 이로 인하여 고ㆍ저 역의 정보가 상대적으로 충실하게 변모하고, 더욱 넓고 평탄하게 전개되는 오케스트라를 들을 수 있다. 하이파이적인 성향이지만, 모든 대역에서 들려주는 소리의 표현은 알차다. 특히 바이올린의 고역이 거칠지 않고 매끄러우며, 홀톤을 동반한 초 고역대의 여운을 무리 없이 들려준다. 저역의 밀도와 탄력감도 뛰어나서 튜티에서 충실한 에너지감이 돋보인다. 내부적으로는 각 악기의 음색을 잘 표현할 뿐만 아니라, 특히 악기간의 조화를 표현하는 능력이 훌륭하다.
라. MAGIC LINK ONE
(RCA) 청명하면서도 소리 질감의 표현력이 매우 좋다. 소리에 에너지가 있으며, 저역의 제동력이 잘 살아난다. 전 대역을 통틀어 나대는 구석이 없고, 매우 잘 정돈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대편성 오케스트라에서는 한층 확대된 투명한 공간 속에 세부 악기들의 민첩한 움직임을 잘 표현하고, 분해능 또한 일품이다. 이러한 성향은 하이엔드 케이블의 공통된 성질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기에 그치지 않고, 아름다운 색채감과 선율의 흐름을 덤으로 선사하기 때문에 무엇을 들어도 매우 음악적이다. 이는 악음끼리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 악음과 배음의 구조가 치밀하게 구분되어 울리기 때문에, 어떤 경우든 유려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표현에 애매함이 없다. 매우 우수한 케이블이다.
2. 스피커 케이블
필자는 케이블의 특성을 가장 민감하게 나타내는 장소가 스피커 케이블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매칭의 장점과 단점을 어느 부분보다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소스 측이나 프리 측의 매칭은 연관되는 기기 들간의 매칭이 당연히 우선시 된다고 생각하기가 쉬우나, 최종 소리의 결과는 스피커의 음으로 판단하여야 하기 때문에, 파워 앰프 및 스피커와의 상성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역으로 스피커 케이블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다. 하모닉 테크놀리지의 스피커 케이블은 기본적으로 동사의 다른 케이블과 그 특성이 유사하다. 즉 중역이 충실하다는 점이다. 모든 대역이 중역을 중심으로 해서 차근차근 아래위로 펼쳐 보이는 느낌인데, 이러한 중역의 재현 방식은 케이블의 급수에 따라 차이가 난다. 처음에는 필자의 안드라에 연결하여 보았다. 고역의 표현은 나무랄 곳이 없었으나, 저역과 중역에서는 안드라의 음질 컨셉트와 비슷한 관계로 MAGIC-TM을 제외하고 잘 맞지 않은 것 같아 한동안 고심하였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일까? HJ 편집부에서 리뷰용으로 밀레오네 티노레가 도착하였기에, 이 케이블들을 물려본 결과, 예상대로 좋은 매칭이었다. 다소 모범적이고 지적인 경향이 있는 티노레에서 감성적이고 풍요로운 음악성이 추가된다. 그러나 티노레에 필자의 킴버 셀렉트를 연결하여 보면, 서로의 지성이 부딪혀 더욱 냉정해진다. 결과적으로 정확한 평론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액세서리와 시스템들이 추가로 필요한지를 새삼 떠오르게 하는 시간들이었다.
가. PRO-11 PLUS
역시 중역대가 충실하다. 이로 인하여 악기의 질감은 물론이고, 저역의 탄력과 에너지 감이 배가된다. 바이올린에서는 연주자가 진지하게 활을 긋는 표정이 잘 그려지고, 색채감도 풍부하다. 오케스트라에서는 음장이 넓은 편이나 초저역이 잘 뻗지 않는다. 충실하고 에너지 있는 중역 때문에 재즈에서의 리듬감과 실체 감이 뛰어나며, 여성 성악의 경우 음상이 다소 앞으로 다가오는 느낌도 드는데, 다정한 분위기를 즐기는 애호가에게 잘 맞을 듯. 광대한 음장의 표현이나 섬세한 음의 표정 등에서 상급 모델에 비하여 부족한 듯하다.
나. PRO-9 PLUS
소리 투명성과 음장의 크기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는데, 중역대가 그다지 나서지 않아 음장은 좌우로 넓게 펼쳐진다. 초고역과 초저역의 표현력이 증가하지만 소리의 중심이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절대로 신경질적인 표현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대편성 오케스트라는 다이내믹하면서도 세부의 정보를 침착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재즈는 세련되고 화려하게 들리는 편인데, 신속하고 강렬한 어택감은 PRO-11 PLUS에 비해서 부족한 듯하다. 그러나 필자는 이쪽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PRO-11의 바이어 와이어링 버전인데, 하아파이적인 성향이 강하고 섬세한 고역과 밀어붙이는 듯이 에너지 있는 저역이 매우 잘 조화된 우수한 케이블이다.
다. MAGIC-TM
바이어 와이어 링용과 플러스마이너스용이 각각 분리된 총 8가닥의 케이블이다. 이 회사의 케이블이든, 다른 회사의 하이엔드 케이블이든 간에, 필자의 안드라와 가장 좋은 매칭을 보여주었던 몇 안 되는 케이블 중의 하나였다. 그렇다면, 혹시 이 MAGIC 케이블은 동사의 케이블들과 서로 다른 음질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실제로 들어보면 분명히 하모닉 테크놀리지의 공통된 음질 특성을 보이고 있는데, 매칭의 장점 부분이 잘 부각된 소리라 할 수 있겠다. 먼저 음장이 넓고 깊숙하다. 뿐만 아니라, 연주의 분위기를 매우 실감 있게 들려주데, 예를 들면 바이올린과 첼로의 연주에서, 일상적으로는 바이올린 소리가 어떻고 첼로 소리가 어떠하다는 느낌만 주어지는데, 여기에서는 두 연주자가 교감되어 한음, 한음을 서로가 대화를 하듯 진지하고 정성스럽게 연주하는 상황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제품을 평하면서 호들갑스러운 표현은 대도록 삼가는 편인데, 이번에는 어쩐지 적합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두 개의 선율이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대편성 오케스트라에서는 광 대역이면서 어느 한군데에도 소홀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꾸민 흔적이 없이 자연스러우며, 소리의 품위가 매우 높다. 또한 현대적인 성능은 필자의 킴버 셀렉트와 버금갈 정도로 지적인 표현에도 능숙하다. 아무튼 소리의 질(質)에 대하여 다시금 깨우쳐준 훌륭한 케이블이다.
3. 디지털 케이블
하모닉 테크놀리지의 디지털 케이블은 현재까지 최고급 등급인 MAGIC-TM-DIGITAL
-ONE을 비롯하여, 그 아래로 CYBER-LINK-PLATINUM, CYBER-LINK-SILVER, CYBER-LINK-COPPER가 생산되고 있다. 이번에는 MAGIC-TM-DIGITAL-ONE을 제외한 나머지 세 제품에 대하여 시청하였다. 디지털 케이블의 성능은 정확한 인피던스 매칭과 디지털 신호에 영향을 주는 선재의 진동 및 외부로부터의 전자파 방지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전적으로 신호의 정확한 재생만을 목표로 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러한 점은 선재의 특성이나 특이한 구조를 이용하여 적당히 음질의 변화를 시도하는 아날로그 케이블의 제작 컨셉트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필자의 경우, 기존 케이블 제작회사에서 이러한 마인드가 없이 적당히 만든 디지털 케이블보다는, 고성능 산업용 통신케이블을 활용하여 정확하게 임피던스 매칭 시킨 디지털 케이블에서 더 좋은 결과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하모닉 테크놀리지의 디지털 케이블에 관한 자료를 살펴보면, 신호가 선재의 분자 결정 구조를 통과할 때 발생하는 신호의 비틀림 현상, 정밀한 임피던스 매칭, 선재의 진동, RFI, EMF의 영향 등 다양한 전송 장애 요인들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그 대책 마련에 고심하였던 점들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를 직접 들어보았을 때, 필자는 그러한 기술적 사양이 아니더라도, 이 회사가 디지털 전송의 특성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케이블 회사 중의 하나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
가. CYBER-LINK-COPPER
하모닉 테크놀리지의 공통된 특성인 넓은 음장과 부드럽고도 조화로운 소리의 표현을 장기로 하고 있다. 중역이 포근하여 성악이나 현악기의 소리가 풍부하고 매력적이다. 대역 밸런스는 중립적이며, 저역은 묵직하고 탄력 감이 있다. 바이올린의 까칠한 고역을 적당히 순화시켜 듣기 편하게 해주는데, 상급 모델에 비하면 고역의 해상도가 떨어지고 소리가 다소 두터운 편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재생음의 가치는 우수한 편이므로, 이와 반대적 성향의 시스템에서는 의외로 적은 비용으로 만족할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나. CYBER-LINK-SILVER
CYBER-LINK-COPPER와는 반대로 하이파이의 특성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고역의 정보량이 증가하고, 중고역이 투명해지는데, 이 회사 특유의 포근한 느낌은 여전하다. 음상의 두께는 CYBER-LINK-COPPER에 비하여 샤프해 지지만, 바이올린에서는 윤기와 촉촉한 질감은 잘 살아난다. 오케스트라에서는 훨씬 넓어진 음장 속에 악기의 표정이 세세하게 그려지는데, 전 대역에서 해상도가 증가하고, 총주에서의 저역은 경쾌하고 힘이 있다. 전반적으로 아래위가 늘어난 하이파이 조의 음질로 별로 탓할 곳이 없는 우수한 케이블이다.
다. CYBER-LINK-PLATINUM
아스라하게 사라지는 홀톤을 수반한 공간감과 자연스러운 묘사가 일품이다. 초고역과 초저역이 무한대로 뻗고 있으나, CYBER-LINK-SILVER처럼 하이파이를 듣는 느낌이 덜한 것은 무슨 이유일까? 먼저 연주의 무대가 크고, 공간이 후련해지는데, 음상의 에지를 강조하지 않고, 그 경계가 자연스럽다. 그러므로 오케스트라에서는 해상력과 윤곽만이 아닌, 소리 자체의 생명력으로 악기의 표정을 세세히 그려내는데, 지나치지 않은 음상의 두께 감과 더불어 연주의 실체감을 그대로 들려준다. 여러 장르의 음악에서,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소감은 실음을 듣는 듯 한 느낌이 강하며, 꾸밈이나 강조함이 없는 소리는 레퍼런스 적이다. 가격이나 성능으로 볼 때 훌륭한 케이블이다.
4. 파워 케이블
음악 재생에는 신호의 질뿐만 아니라, 전기의 질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요즘 각 종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와 스위칭 회로 및 컴퓨터, 엘리베이터 등에 이르기까지, 이미 일상 생활에 가까워져 버린 곳으로부터 타고 들어오는, 각종 고주파신호가 60Hz전원의 질을 계속 더럽히고 있다. 최근 뉴스에서는 우리 나라가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반시설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고, 어떤 연구소에서는 220V 상용 전원 선로를 활용한 초고속 통신 기술을 연구 추진 중이라 하니, 과연 정보 통신 최강국으로 전진해가자는 국가적 명분 속에, 대중성도 없고, 부가가치도 없으면서, 국내 외환고만 축내는 오디오 매니아들의 입장은 이미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추세 속에, 필자도 군말 없이 차폐트랜스와 전원 케이블을 활용하여 대세의 흐름에 착하게 순종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오디오용 전원은 충분한 전력을 신속히 끌어드린다는 초기의 개념에서 발전하여, 내외 부로부터 유입되는 불필요한 주파수를 가능한 한 커트 시키고, 깨끗한 정현파로 다시 복원시킨다는 적극적인 사고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이다. 하모닉 테크놀리지의 파워 케이블은 지금까지 최상급 MAGIC TM 시리즈와 PRO-AC11 CL-3가 소개되어 있다. MAGIC TM은 6N의 순수한 은선을 플라스와 마이너스측에, 그리고 단결정 고순도 동을 그라운드에 사용하고, RFI의 장애를 완벽히 차단하기 위하여 2중 구조의 실드를 채택하고 있다. 한편 PRO-AC11 CL-3는 고순도 단결정체 동을 사용하고 있으며, 내부 구조는 MAGIC TM과 유사하나 굵기가 가늘다. 이 두 선재 모두 호피스탈 그레이드인 IEC 플러그와 커넥터를 사용하고 있는데, 시청 제품은 117V 형이라 별도의 어텝터가 필요했던 점이 아쉬웠다.
가. PRO-AC11 CL-3
와디아 2000에 연결하자마자 거대한 스케일 감에 놀랐다. 처음에는 앰프의 출력이 늘어난 듯 거대한 음장이 마구 날뛴다. 1시간 정도 지나자 음장이 차분해지고 악기들이 제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데, 전체적으로 음 하나 하나에 에너지가 있다. 직접음이 강조된 느낌이라서, 고역이 곱게 빠지지 않는 느낌이다. 에이징이 다소 필요할 듯, 음장은 열려있고 투명하며, 악기들의 세부적 묘사와 그들간에 느껴지는 유기적인 표현이 바람직하다. 필자의 리스닝 룸의 크기를 압도하려는 듯한 스케일 감은 좋으나, 너무 남성적으로 치우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오디오 리서치 LS25 MK2에 연결하여, 필자의 케이블과 비교하였을 때에는 PRO-AC11 CL-3의 이러한 특성이 도리어 장점으로 작용하는 듯 하였다. 여성의 성악도 요염하면서 표정이 더욱 섬세해지고, 악기의 질감 또한 발군이다. 오케스트라의 투명한 공간감과 튜티에서의 에너지감이 매우 잘 표현되는데, 특히 타악기에서의 타격음이 선명하면서 여운의 끝이 잘 살아난다. 가격으로 보나 성능으로 보나, 매우 잘 맞는 조합이라 할 수 있겠다. 프리앰프 앰프나 파워앰프에 사용하기에 적당한 케이블이다.
나. MAGIC TM
와디아 2000에 연결하면서, 케이블의 굵기에 지레 겁을 먹었다. 그러나 PRO-AC11 CL-3의 경우와는 딴판이다. 물론 음장과 스케일 감은 큰데, 매우 자연스럽다. 예상 밖의 표현에 한동안 멍하니 소리만 들었다. 흔히 굵은 케이블에서 나타나기 쉬운, 앞으로 내밀 듯한 강력한 파워감 대신에, 소리가 아래위로 확산되어, 큰 음량에서도 거대한 무대를 바라보는 듯 듣기에 편하다. 심벌의 스틱 음이나 기타 줄에 손가락 스치는 소리 등 미세한 음도 선명하게 표현한다. 대편성에서는 거대한 돔형 공간에서 듣는 듯, 라이브 감과 잔향의 표현이 그럴싸하게 느껴진다. PRO-AC11 CL-3에 비하여 직접음과 간접음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므로 악기의 울림이나 무대의 여운이 풍부해, 실제 연주장소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음상은 도리어 샤프해 지고, 음장은 광대역으로 변하는데, 이러한 경향은 사용 앰프 및 위치를 바꾸어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 주었다. 다양한 컴포넌트에 사용해도 좋을 우수한 케이블이다.
5. 시청을 마치면서
지루할 만큼 긴 기간 동안의 작업이었다. 리뷰 기간은 올 1월부터 시작되어 4월초에야 겨우 마무리되었다. 처음, HJ 편집부에서 본 기사의 취지와 함께 제품을 보내 왔는데, 최상급과 그 차순위 제품이 모두 빠져 있었다. 수입상에서 현재 재고가 있는 제품을 중심으로 선정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하였다. 사정이 그렇다 하더라도, 한 회사 제품의 집중 리뷰 기사에서 No1과 No2가 빠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부득부득 우겨도 보고, 사정도 해가면서, 먼저 배달 된 제품부터 시청을 시작하되, 상급 제품들이 재수입되는 시간까지 원고 마감을 연기하기로 하였다. 어쨌거나 오디오가 거실에 있으니, 포장을 벗겨 그 장소에 대충 풀어놓기는 하였는데, 요즘 신세대 케이블들은 왜 그리도 굵은지, 또 왜 그리도 한결 같이 뱀껍질 모양을 하고 있는지. . . 그 일 때문에 한 이웃에서 “누구네 아저씨는 뱀가지고 잘 놀더라 . . .!” 라는 농담 때문에 집사람까지 놀림을 받은 적이 있었다. 어찌되었거나, 2월 중순에 수입된다는 나머지 케이블이 3월중에야 필자의 집에 도착되었는데, 수입상 측에서 자기들이 만족할 때까지 밤낮으로 부지런히 에이징을 시키느라, 배달이 지연된 것 같았다. 수입상의 정성은 고마웠지만, 덕분에 필자는 새로운 케이블을 포함하여, 전 제품을 처음부터 다시 시청해야만 했다. 꽤 오랫동안의 시간적 겝(gap)으로 인하여, 먼저 시청한 제품들의 인상이 다음 제품들에게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청에 사용된 음반은, 평소에 필자가 연주의 특성이나 선율의 흐름 등을 거의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자주 들었던 곡 중에서 몇 가지를 선정하였다. 이 음반들은 소위 명반이나 레퍼런스로 불리는 것들은 아니지만, 케이블의 특성을 체크하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세 달간에 걸쳐 시행된 이번 집중 시청은 신생 케이블 메이커인 하모닉 테크놀리지의 제품 철학과 특성을 독자들에게 충분히 소개 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음은 물론이고, 평소 필자의 케이블에 관한 인식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 시청에 사용된 CD )
1. VIVALDI: 12 SONATE PER VIOLINO OP.2
- CANTUS C9608/9
2. RUSSIAN FOLK MUSIC
- CLAVES CD 50-9624
3. CHOPIN : CELLO WALTZES VOL.1
- CHANNEL CLASSICS CCS 16298
4. PATRICA BARBER : CAFE BLUE
- PREMONITION RECORDS PREM-737-2
5. KENNY DREW RECOLLECTIONS 3
- TIMELESS CD SJP 333
6. BERLIOZ : SYMPHONIE FANTASTIQUE, OP. 14
- REFERENCE RECORDINGS PR-11 CD
( 리뷰에 사용된 기기 )
1. CD 트랜스 포트 : 와디아 20
2. D/A 컨버터 : 와디아 2000
3. 프리 앰프 : 그리폰 소나타 알레그로
오디오 리서치 LS25 MK2
4. 파워 앰프 : 오디오 리서치 VTM200
5. 스피커 : 이글스톤 웍스 안드라
보체디비나 밀레니오 티노레
6. 케이블 : 와디아 ST LINK DIGITAL
킴버 KCTG XLR(D/A와 프리)
카다스 골든크로스 XLR(프리와 파워)
킴버 셀렉트 3033(스피커)
카다스 골든크로스 파워(D/A)
7. 기타 악세사리 :
코시드 3000KW 차폐트렌스(디지털용)
심포지움 롤러 블럭 (CD 트랜스 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