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야근하고 잠시 눈을 붙인 뒤 나른한 몸을 뒤척이다가 오랜만에 자전거에 올랐다. 체육공원에 이어진 벚꽃은 이미 만개해 있고, 구읍 벚꽃 길은 이제 꽃망울을 맺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성급한 놈은 벌써 예쁜 자태를 뽐내며 지나가는 발걸음과 시선을 사로잡는다. 교동저수지에 월척의 입질을 기다리는 태공들도 보이고 얼마 달리지 않아서 등줄기에 땀이 차고 숨이 차오른다.
향수30리의 첫 번째 코스인 금강변을 내리달리니 상쾌한 봄바람 물바람 꽃바람에 페달에 가속이 더한다. 도로 확장공사로 좁고 험한 언덕길을 넘어 장계유원지를 이르자 멋진 신세계 표지판이 손님을 맞는다. 옛날의 북적대던 인파는 간곳없고 간혹 산책하는 연인들이 보인다. 장계대교를 달릴 때는 강위를 나는 듯 하는 기분이다. 강둑 산기슭엔 고대 사람들이 금강변에서 고기 잡으며 소박하게 살았던 흔적이라도 발견된 듯 발굴현장이 있고 그 옆에는 새로운 다리 건설의 현장이 분주하다. 자동차 타고 가면 휙 지나가 안 보이는 이런 것까지 한눈에 들어와 자전거 여행은 참 좋은 것 같다.
인포 삼거리를 지나 안남 고갯마루에서 코레일 녹색길 자전거 행렬과 조우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열차를 이용해 향수 100리를 찾은 형형색색의 자전거 대열을 형성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달린다. 나는 옥천에 살고 있음을 자랑스러워하며 어느새 향수100리 옥천 홍보 대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들녘에는 농사준비에 한참인 부지런한 농부들의 일손이 바쁘고, 종미리 부근에는 상수도관 매설공사로 불편함에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갔지만 지친 다리를 쉬기에는 좋았다. 주말 외지에서 오는 많은 손님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
종미리 강변의 라이딩 코스는 정말 산과 강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수백 대의 자전거 행렬의 질주는 경이롭기까지 했다.
1시간여를 달린 후라 페달이 점점 무거웠는데 무리 속에서 달리니 힘들여 구르지 않아도 절로 날아가는 듯 했다. 철새들이 긴 여행을 할 때는 젊고 힘이 센 리더가 선두에 서서 길을 리드한다고 한다. 뒤에 있는 다른 동료들은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고 힘을 덜 들이면서 먼 거리를 여행한다고 한다. 그 이론적인 사실을 직접 체험해보니 황홀하기까지 했다.
나는 지금까지 나 홀로 라이딩만 해야 했기에 그와 같은 체험은 처음이었다. 아하, 그렇구나 우리가 사는 세상 나 혼자라면 너무나도 힘든 길이다. 나보다 먼저 길을 개척한 선구자들이 있었고 함께 하는 우리의 이웃과 형제와 동역자가 있었기에 어쩌면 이 힘든 길도 지치지 않고 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 앞에 많은 걱정거리와 태산 같은 장애가 있을 지라도 우리 함께 힘과 지혜를 모으면 능히 이길 수 있으리라. 심야에 거리를 청소하는 아저씨들, 휴일에도 각자의 위치에서 일하는 분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간과 열정을 다해 몸과 마음을 바쳐 애쓰는 일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모아본다.
힘겹게 올라가는 언덕이 있으면 가벼운 내리막길이 있고 굽은 길이 있으면 곧은길도 있다. 태고의 신비가 흘러간 듯한 비포장 길을 달려 잘 가꾸어진 강변길에 새하얗게 피어 매실 꽃의 배웅을 뒤로하고힘차게 달렸다. 몸도 마음도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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