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건우보다 하루 더 살게 해달라는 소망만으로는 이 현실을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건우가 안정적으로 치료받기 어렵습니다. 남들처럼 학교에서 배울 수도 없습니다. 특수학교도 갈 수 없습니다. 이렇게 건우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고, 건우를 업고 가기는 점점 힘들어 집니다.
건우가 사고로 장애인이 된지 5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여전히 입으로는 먹지 못하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곳은 하나도 없습니다. 건우에게 매일 똑같은 음식에 한 움큼의 약을 주사기로 넣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더운 여름 새벽, 건우가 땀과 똥오줌으로 범벅이 되어 그저 힘만 주는 있는 모습을 보면 미안할 뿐입니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가래가 목에 걸려 파래진 얼굴을 보면서도 이젠 차분하게 산소를 공급해주고 썩션을 해줍니다. 언제부턴가 건우를 안고 이동하는 것이 힘들지만 그래도 아직은 괜찮습니다. 건우는 24시간 엄마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엄마를 통해 세상을 보고 느끼고, 경험합니다.
건우는 재활치료를 받습니다. 하지만 건우의 재활은 골반이 빠지고, 목이 돌아가고, 어깨가 틀어지는 것을 막고 육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입니다. 졸려도 피곤해도, 열이 나도 가야합니다. 아파서 다른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재활병원 치료가 대기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아들아 제발 아파도 연휴나 금요일에 아파다오.. ’건우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닌데 어처구니 없는 바램을 갖기도 합니다.
건우동생을 임신했을 때, 건우가 대전에서 다닐 수 있는 재활병원이 없었습니다. 대전충청에 단 하나뿐인 낮병동을 다니려고 대기를 해두었지만 언제 차례가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일주일에 한두 번 있는 대학병원 외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외래로 다닐 수 있다 해도, 건우의 체력 상태로는 무리였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서울에 있는 재활병원 입원생활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면역력이 약한 건우에게 타지의 재활병원생활이 무리였는지, 7일중 5일은 열이 났고, 새벽 종합병원 응급실에 구급차로 이동해 응급실에서 밤을 세는 것도 수차례.. 이런 입원 생활을 계속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당장 숨이라도 편하게 쉬기 위해 재활이 필요한 아들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임신 중 재활병원 생활을 하면서 산부인과 진료는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그저 건강하게 커주겠지 하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몸이 무거워 질수록 건우와 함께하는 병원침대생활은 버거워지고, 결국 32주에 조기 진통이 와 재활병원 옆 산부인과에 저 또한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산할 수 있으니 5주를 누워만 있어야 하는 상황. 산부인과가 바로 옆에 없었더라면, 내가 그 때 산부인과를 가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만으로도 아찔합니다. 그 날 저녁 타지의 산부인과 분만실에 누워 눈물을 삼키며 불안에 떨어야만 했습니다. 제발 선우야 나오지 말아라. 참아라 제발... 아 건우는 어떻게 하나...
이것이 우리가족만의 상황일까요? 많은 엄마들이 임신한 상태에서도 아이의 재활을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아 다닙니다. 그러다 정말 조산으로 아이가 태어나기도 하지요. 조산의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엄마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많은 임신한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병원생활을 하고 있으며, 가족들과는 생이별의 생활을 하고 있고. 그런 과정에서 가정이 해체되기도 합니다.
오늘도 건우를 안고 치료실로 향합니다. 우리에게는 다른 생활의 여지가 없는 상황입니다. 날이 좋은 날이나, 특별한 날 데리고 소풍이라도 한번 가고 싶지만 그조차도 우리에게는 쉽지 않습니다. 내년이면 건우가 8살이 됩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건우는 학교를 갈 수 없는 아이로 마음을 접었지만, 당연히 보내야 할 학교를 우리 건우는 못 간다고 생각하니 이또한 마음이 먹먹합니다. 보통 아이들처럼 학교를 가고 ...친구들도 만나고, 소풍도 가는 일상을 누리게 해야 하는데.
'아들아. 미안하다... 어제 너를 안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너의 표정이 정말 다 알아듣는 것 같더라. 엄마가 네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해, 엄마마저도 너를 장애인이라는 단어로 너의 생각과 표현들을 가두어 두는 것은 아닌지... 여름날, 시원한 물 한 모금 너의 목으로 들이켰으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선우가 밥 먹는 모습만 봐도 좋아서 깔깔대는 너의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마음이 아리기도 하다. 울 건우도 선우가 좋아하는 문어과자(자갈치) 먹어봤으면, 좋아하던 메론과일 먹어봤으면 좋겠다.'
생애 주기별로 필요로 하는 것들은 너무나도 많지만, 우리 건우가 치료받고, 교육받고,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만은 누리게 하고 싶습니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집에 머물러 있는 것을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엄마인 저조차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불편함을 그냥 그렇게 받아 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봅니다. 말하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한다고, 아이의 배워야 할 많은 삶들을 몽땅 빼앗아 가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아이들도 어울려 놀고 싶고, 다니고 싶고, 아픈 곳은 빠르게 치료 받고, 또 배우고 싶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장애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합니다. 건우가 사고로 장애인이 되고 일년동안 극심한 좌절감과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한없이 땅밑으로 꺼져 들어갔습니다. 눈을 들어 세상을 직시했을 때쯤 아이가 치료받을 만한 곳도 앞으로의 삶도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들에 관한 모든 것을 부모들이 찾아보고, 알아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상황. 아이를 돌보기에도 버거운 상황에 사회현실마저 어렵다는 것이 더 절망적이게 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왜 우리 집에만 이러한 일들이 생겨났을까요? 두려움과 막막함을 털어 놓을 사람도 없습니다. 오로지 부모와 아이가 그 어두운 터널들을 지나가야합니다.
어느 새 우리 가족 모두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건우 가족과 함께 하시렵니까?
대전충청권역 재활센터에 소아낮병동 개설로 건우가 안정적 치료를 받게 해 주세요.
건우도 다닐 수 있는 병원학교를 만들어 주세요.
2014.1.14
건우엄마 올림
첫댓글 네, 건우 가족과 함께 할께요 ^^
시율이네 가족도 같이 갑니다~
수희네도 함께 합니다.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예요
토닥토닥 든든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