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민법상 배우자의 상속순위는 어떨까요?
(대법원 2023. 3. 23.자 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우리 민법 제1000조는 다음과 같이 원칙적인 상속순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1.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2.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3.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그런데 배우자의 상속순위에 대해서는 제1003조에서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이 있으면 그들과 함께 공동상속인이 되고,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이 있으면 그들과 함께 공동상속인이 되며, 위 직계비속과 직계존속이 모두 없으면 단독상속인이 된다."라고 규정합니다.
종래 위와 같은 배우자의 상속순위와 관련하여 한정상속승인을 함에 있어서 혼란이 있었으나, 최근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이를 깔끔하게 정리하였습니다. 사례를 들어봅니다.
[사례] 甲(남편)과 乙(아내)은 법률상 부부이고, 슬하에 아들 丙과 딸 丁이 있으며, 丙에게는 A라는 라는 아들과 B라는 딸이 있습니다. 그런데 채무초과상태였던 甲이 갑자기 사망하여 상속이 개시되었습니다. 이에 丙과 丁은 상속포기신청을 하였고, 배우자 乙은 한정상속승인신청을 하였습니다. 위와 같이 피상속인 甲의 배우자 乙과 자녀인 丙과 丁 중에서 자녀들 丙과 丁 모두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 배우자 乙이 단독상속인이 되는지?
종래 대법원은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되므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으로 상속인이 되고, 피상속인의 손자녀와 직계존속이 존재하지 아니하면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인이 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4885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위 사례의 경우 乙과 丙의 자녀들인 A와 B가 공동상속인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종래에는 위와 같은 대물림을 회피하기 위하여 여러 변호사사무실이나 법무사사무실에서는 한정상속승인사건을 피상속인의 자녀들인 丙과 丁 중에서 1명과 배우자 을1이 함께 한정상속승인신청을 하고, 나머지 자녀는 상속포기를 하는 방식으로 처리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올해 3월에 전원합의체에서 다음과 같이 종래의 관행을 종식시키는 획기적인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대법원 2023. 3. 23.자 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1) 우리 민법은 제정 당시부터 배우자 상속을 혈족 상속과 구분되는 특별한 상속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상속에 관한 구 관습도 배우자가 일정한 경우에 단독상속인이 되었을 뿐 배우자 상속과 혈족 상속을 특별히 구분하지 않았다. 위와 같은 입법 연혁에 비추어 보면, 구 관습이 적용될 때는 물론이고 제정 민법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배우자는 상속인 중 한 사람이고 다른 혈족 상속인과 법률상 지위에서 차이가 없다.
(2) 민법 제1000조부터 제1043조까지 각각의 조문에서 규정하는 ‘상속인’은 모두 동일한 의미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민법 제1043조의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 역시 민법 제1000조 제2항의 ‘상속인이 수인인 때’와 동일한 의미로서 같은 항의 ‘공동상속인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공동상속인에 배우자도 당연히 포함되며, 민법 제1043조에 따라 상속포기자의 상속분이 귀속되는 ‘다른 상속인’에도 배우자가 포함된다.
이에 따라 공동상속인인 배우자와 여러 명의 자녀들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의 법률효과를 본다. 공동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일부만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민법 제1043조에 따라 상속포기자인 자녀의 상속분이 배우자와 상속을 포기하지 않은 다른 자녀에게 귀속된다. 이와 동일하게 공동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민법 제1043조에 따라 상속을 포기한 자녀의 상속분은 남아 있는 ‘다른 상속인’인 배우자에게 귀속되고, 따라서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 이에 비하여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모두 상속을 포기한 경우 민법 제1043조는 적용되지 않는다. 민법 제1043조는 공동상속인 중 일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만 규율하고 있음이 문언상 명백하기 때문이다.
(3) 특히 상속의 포기는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중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의 상속(이하 ‘채무상속’이라 한다)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상속을 포기한 피상속인의 자녀들은 피상속인의 채무가 자신은 물론 자신의 자녀에게도 승계되는 효과를 원천적으로 막을 목적으로 상속을 포기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상속을 포기한 피상속인의 자녀들이 자신은 피상속인의 채무 승계에서 벗어나고 그 대가로 자신의 자녀들, 즉 피상속인의 손자녀들에게 상속채무를 승계시키려는 의사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였다는 이유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보는 것은 위와 같은 당사자들의 기대나 의사에 반하고 사회 일반의 법감정에도 반한다.
(4) 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48852 판결(이하 ‘종래 판례’라 한다)에 따라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상속인이 되었더라도 그 이후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다시 적법하게 상속을 포기함에 따라 결과적으로는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는 실무례가 많이 발견된다. 결국 공동상속인들의 의사에 따라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으로 남게 되는 동일한 결과가 되지만,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에게 별도로 상속포기 재판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상속채권자와 상속인들 모두에게 불필요한 분쟁을 증가시키며 무용한 절차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결과가 되었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해석함으로써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확정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에 의하면, 위 사례의 경우, 배우자 乙이 단독상속인이 되는 것입니다.
위 대법원 결정 때문에 상속포기를 하는 상속인의 경우에 자신의 자녀들에게 피상속인의 채무가 대물림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함으로써 한정상속승인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상당히 용이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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