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휴…”
고은의 길게 늘어뜨린 한숨은 낡은 흥신소 사무실, 사실은 집이었던 곳을 깊게 채웠다. 고은은 억울했다. 그렇게 발 빠져라 자신들의 전단지를 돌리고 명함을 곳곳에 흩뿌렸음에도 사람이 한명도 없을 수가 있는걸까. 다들 아무문제 없이 잘 살고 있는건가, 정말로?
“ 아이, 정말 너무하네 “
아주 간단한 거라도 좋으니 빨리 의뢰가 들어와야 할텐데, 바짝 타들어가는 입술만 잘근 씹던 고은이는 에라 모르겠다 하며 소파에 누워 눈을 감았다. 복잡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따뜻해진 날씨의 햇볕이 소파를 비추며 고은의 이마를 잔잔히 쓸어주었다. 봄 햇살이 쓰다듬는 간질거림에 고은의 표정이 점차 풀어지며 새근새근 숨소리만이 고르게 들렸다.
-
무언가 자신의 몸에 닿는 느낌에 고은이 눈을 살며시 떴다. 그러자 보이는 도기의 얼굴 그리고 그의 손에 들려있는 담요에 고은은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몸을 일으켰다.
”…아저씨 왔어요? “
”자고 있길래“
몸을 일으켜 소파에 앉은 고은의 몸에 담요를 마저 덮어주며 도기는 소파 앞에 놓인 테이블에 편의점에서 사온 음식들을 꺼내놓았다. 매일 먹던 삼각김밥, 컵라면.. 근데,
“ 전 진라면 매운맛인데… ”
“ … 맞다 ”
신라면 두 컵을 꺼내들던 도기는 고은의 말에 흠칫하더니 조심스레 컵라면을 다시 내려놓았다.
“ 어떻게 맨날 까먹어요? ”
“ 미안, 헷갈리네 자꾸 ”
“ 아니, 진짜 경찰이었던 거 맞아요? 지금이야 없지만 나중에 의뢰들어오면 어떡할라구요! ”
“ 알았어, 어? 이게 뭐지? ”
잔뜩 비죽거리던 고은이 말에 도기는 장난스레 웃으며 봉지 끝에 진라면 매운맛 컵라면을 꺼내 고은 앞에 올려두었다.
” 엥? 뭐예요?
“…장난 ”
“ 아 진짜 뭐예요 사람 이상하게 만들고 진짜 ”
마치 이런 고은의 모습에 보고싶어서란 듯 씩씩거리는 고은을 바라보며 자연스레 웃어보는 김도기였다. 부엌으로 가 주전자에 물을 끓이며 도기가 입을 열었다.
“ 삼각김밥 먼저 먹고 있어 ”
“ 아저씨 것도 까놓을게요 ”
고은이 자연스럽게 삼각김밥 봉지를 까던 그 때,
‘ 똑똑’
“ ….? ”
낯선 노크 소리에 도기와 고은의 눈이 동시에 마주쳤다.
“ 잘못들은 거 아니죠?”
고은의 질문에 답하기도 전, 또다시 ‘똑똑’ 하는 소리에 도기는 곧바로 문을 향해 뛰어가 문을 열자, 자신들이 뿌린 전단지와 함께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할아버지가 서있었다.
“ 어떻게 오셨나요? ”
도기의 물음에 할아버지는 살짝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 …여기가 그 의뢰인지 뭔지 해결한다는 곳 아니여? ”
드디어 찾아온 첫 손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