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르 곤충기 완역본을 읽어보기로 했다. 1권과 2권은 주로 벌에 대한 내용인데 얼마나 열심히 상세하게 관찰을 하는지 존경스럽다. 옮긴이는 김진일 님은 농담과 잡담이 많은 그의 책을 되도록이면 그대로 모두 번역하고자 했다고 썼다.
파브르 곤충기 / 장 알리파브르 지음/김진일 옮김 /이원규 사진/정수일 그림 현암사
파브르곤충기 1권
4. 본능론 61쪽,
송충이는 몸의 한 마디가 마비되어도 옆 마디를 지배하는 신경중추는 별도로 독립해 있다. 따라서 그 마디가 마비되어도 다른 마디들은 마비되지 않아, 모든 마디를 다로 따로 수술해야 한 개체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 나나니는 최고로 훌륭한 생리학자가 명령을 내려야 할 만큼 복잡한 수술을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혼자서 척척 해낸다. 다시 말해서 나나니는 몸의 제1체절부터 제9체절까지 9번의 침을 따로따로 놓는다. 머리는 아직 살아서 움직이므로 운반하다 풀에 걸릴 수 있어서 이빨로 머리를 깨물어 놓는다. 그러나 독침을 놓지는 않는다. 혹시라도 뇌신경을 쏘는 날이면 송충이가 죽을 수도 있으니 피한다.
5. 호리병벌 86쪽.
아주 흔하고 널리 분포한 애호리병벌은 받침대의 성질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담벼락이나 비죽한 돌 위나 절반즘 닫힌 덧창문의 안족 나무에도 지을 뿐 아니라, 관목 나뭇가지나 마른 풀줄기에 공중가옥을 짓기도 한다.... 흙을 긁어 침을 섞어 반죽하는데, 반죽은 곧 굳어서 물에 적셔도 풀어지지 않는다.
6. 감탕벌 112쪽.
감탕벌은 5월말쯤 시작해서 6월 한달 동안 부지런히 일한다. 흙속으로 깊이 몇 센티, 지름은 자신의 몸통보다 조금 넓은 구멍을 파 들어가며, 밖에는 속이 빈 대롱을 세워 놓는다. 대롱은 구멍 입구와 수평이다가 직각으로 꺾여 아래로 이어진다. 구멍이 깊어질수록 거기서 파낸 흙이 많아서 그것으로 건설한 대롱도 더 길어진다. 대롱은 빛이 새어 들도록 허술하게 만들거나 격자무늬처럼 난든다. 마치 룩은 흙으로 만든 구불구불한 줄기 모양이 되는데, 사이사이에 틈새가 있어서 어떤 특수기술을 이용한 것처럼 보인다. 두개의 이빨은 제법 단단한 물건도 자를 만큼 편리한 도구다. 그들이 파내야할 흙은 말라야 하기에 너무 단단해서 거의 돌이다.
입에서 한두방울의 물을 흙에 떨어트리면 순식간에 빨아들인다. 곧 부드러운 죽처럼 되며, 그것을 이빨로 긁어모은다. 한쌍의 앞발로 열매를 뭉친다.
114쪽. 모래와 흙이 섞인 석회진흙땅에 구멍을 뚫는 것은 그 목적이 분명하므로 의심할 게 없다. 분명히 식량과 알을 넣기 위함이다. 그러나 왜 대롱을 만드는지는 잘 몰랐었는데, 벌의 작업을 계속 관찰하다 마치 미장이가 벽을 쌓으려고 돌들을 제자리에 얹는 것과 같은 일임을 알았다. 파낸 구멍 전체를 새끼들의 주택으로 쓰는 것도 아니다. 그중 일부면 충분했다. 한편 햇볕이 흙 포면은 쪼일 때 새끼들이 더위를 이용하지 못할 만큼 무작정 깊이 파낼 수는 없다. 게다가 너무 깊은 구멍에서 새끼륻ㄹ이 살게 해서도 안된다. 벌은 비워야 할 공간의 넓이를 잘 알고 그만큼을 비운다. 나머지는 모두 틀어막아야 하는데, 이때는 구멍 밖에 꺼내 놓았던 흙더미를 다시 가져다 막는다. 그녀는 이 흙을 손이 닿는 곳에 준비해두려고 굴뚝을 만들었던 것이다. 한번 식량을 넣고 알을 낳으면 대롱 끝을 적셔서 잘라 낸 덩이를 계속 안으로 들이는 것이 보인다. 구멍이 가득 찰 때까지 작업이 계속된다.
117쪽.
알은 천장에서 드리워졌다. 아주 짧은 섬유를 천장에 고정시키고 그 끛의 공중에 알을 매달아 놓았다. 아래쪽 끝은 먹이가 쌓인 마루의 위쪽 2mm근처에 있다. 방이 경사졌을 때는 공중에 매달린 알의 축이 그만큼 기울어져 바닥과 직각이 되지는 않았다.
124쪽.
감탕벌은 식량을 쌓는 방법도 첫 먹이부터 마지막 꼭지까지 모두 차례가 정해져 있다. 아직 먹이에 손대지 않았거나 이제 막 먹기 시작한 방에서는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다. 알이나 갓 부화한 벌레가 머문 식당은 완전히 빈 공간이다. 가장 먼저 먹힐 서너마리는 그와 얼마큼의 거리로 떨어져 있다. 다시 말해서 아전지대가 마련된 것. 먹이를 먹기 시작하는 가장 위험한 시기에 무슨 일이 생기면 구명 밧줄이 도피의 장을 열어준다. 다음은 먹기 행렬이 계속된다. 어린 벌레가 자라서 좀 강해지면 식량 더미를 멋대로 쑤시고 다니지 않고 약한 자부터 강한 자의 차레로 먹는다. 눈앞에 보이는 한 마리의 고리모양을 식당 가운데의 약간 옆으로 끌어내서 뜯어먹는다. 그러면 다른 녀석들의 방해를 받을 염려가 없다. 그렇게 한마리씩 모조리 먹는다.
125쪽.
가장 오랫동안 굶어서 거의 죽어가는 녀석부터 먹는다. 방안의 가장 깊은 것에 처음것을 넣고 나중에 잡힌 녀석이 입구쪽에 놓인다. 잡혀온 먹이가 살아서 움직이다 자리를 바꿀 것에 대비해, 어미는 식량창고를 좁은 원통처럼 만들어, 잡혀온 녀석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10. 곤충심리에 대하여. 193쪽.
나는 바라밍 부는 날이든 안 부는 날이든 무성한 숲 속의 그늘이든 비바람을 맞는 곳이든 벌은 수분이 없고 영양가가 높은 고기만 골라 가는 것을 보았다. 머리, 배, 다리, 날개는 뗴어머리고, 가슴만 애벌레에게 주려고 남기는 것을 여러번 보았다.
12.대모벌 242쪽.
곤충을 조금이라도 다뤄보았다면 대모벌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낡은 담벼락 밑이나 인적이 드문 오솔길의 비탈 아래 또는 가을걷이 후 밑동이 시든 덤불 따위로, 거미가 줄을 칠 만한 곳이면 어디든 대모벌이 있다. 날개를 등에 세우고는 한참 분주한 듯 붕붕거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나, 약간 날아올랐다가 또다시 이리저리 질끔 찔끔 뛰어다니는 것을 보았다. 이 모습이 바로 사냥감을 찾아다니는 대모벌의 행동. 대모벌은 새끼를 거미로 기른다. 한편 거미는 그물에 걸린 곤충이 자신에게 적당한 크기면 모두 먹잇감이다. 벌이 독침을 가졌다면 거미는 2개의 독니를 가졌고, 더러는 거미가 힘이 더 셀 때도 있다..... 무기의 위력, 강도, 기타 전투 방법 등을 고려하여 양자의 힘을 저울질해 보면, 강자는 아무래도 거미쪽으로 기울 것 같지만 승리자는 항상 대모벌이다. 대모벌은 조심성이 많아 거미집에 접근하지 않지만 집이 반 것을 알면 접근한다. 다른 곤충은 거미줄이 몸에 달라붙지만, 대모벌을 그런 줄들이 뒤엉킨 그물의 함정 위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잎을 싸서 알집을 만든 거미와 벌은 집 안과 밖을 돌며 종횡무진하며 쫓는다(작가는 결과를 보지 못함).
244쪽.
대모벌에 물린 거미는 꼼짝 않는다. 가끔 앞다리끝이 조금 떨리는 것뿐. 8월 2일부터 9월 20일까지 7주동안이나 이 희생물을 상자안에 두었는데, 그동안 본래의 신선함 그대로 유지했고 살아있을 때처럼 부드러웠다. 불가사의하다.
13. 나무딸기의 주민들
263쪽. 가시투성이로 자신을 방어하던 나무딸기 줄기에 가족의 둥지를 지으려고 찾아드는 벌 무리가 대단히 많다. 말라버린 줄기는 수액으로 습할 염려가 없어서 벌들에게는 아주 위생적인 주책이다. 속질은 연해서 작업이 쉽고 폭도 넓어서 둥지가 넉넉하니 더욱 좋다. 베인 자리는 벌이 갉아 내기 쉽고, 이런 층이 계속 나타나서 둘레의 단단한 목질부까지 파낼 필요도 없다. 꿀을 모으는 녀석들, 사냥하는 녀석들 등의 많은 벌 종류가 이 마른 줄기에 둥지를 튼다.
종류)1. 꿀수집벌(뿔가위벌, 가위벌류, 어리꿀벌류 2. 사냥벌(검정꼬마구멍벌, 고려어리나나니, 대모벌 3. 기생벌(숙주)(밑들이벌, 배벌, 4. 딱정벌레(삼치뿔가위벌의 기생충인 적갈색황가뢰) |
목록의 어느 종은 굴에 칸을 막아 여러층으로 나누고 각 층을 각각의 애벌레 방으로 이용한다. 한편 힘도 도구도 없는 녀석들은 다른 벌의 애벌레가 살다가 버린 헌 둥지를 이용한다. 우선 낡은 오두막을 수리하고 번데기나 고치의 껍질 부스러기를 굴 밖으로 버린다. 마지막으로 진흙덩이나 침으로 반죽한 시멘트로 새로 칸막이를 한다.
268쪽.
겨울은 애벌레가 방안의 먹이를 다 먹고 이미 지은 고치속에 들어앉았을 때이다. 겨울에 세로로 쪼개본다.
파브로곤충기 2
2. 소똥구리의 사육 56쪽.
경단은 닥치는 대로 끌어 모은 혼합물일 뿐, 재료가 잘 골라진 것은 아니다. 먼저, 안쪽 층은 애벌레를 살찌워야 하는 가장 양질의 재료를 주의 깊게 가려내서 만든다. 바깥층은 거친 재료로 만들어졌고, 먹이로 쓰이지는 않고 다만 보호용 껍질의 역할.
알이 놓인 아기방을 중심으로 한층, 한층 배열하는데, 바깥층일수록 덜 부드럽고 영양가도 적은 재료의 준서로 배열, 각 층마다 꼭 붙여서 단단하게 굳혀 놓는다. 제일 바깥층은 섬유질의 실로 가죽끈처럼 튼튼하게 짠다.
58쪽.
알이 든 경단은 식단이 점점 바뀌도록 만드러졌다. 이제 알에서 막 깨어나 연약한 애벌레는 방안 벽에 발라놓은 질 좋은 죽을 핥아먹는다. 양은 아주 적어도 영양가는 매우 높은 강장제. 처음에는 가녀린 아기가 맛있고 만족스럽게 먹는 죽, 젖을 뗄 무렵에는 말랑말랑하게 반죽한 죽, 다음은 되게 반죽한 층. 마지막 층은 거칠고 두껍지만 애벌레를 건간한 곤충으로 키우기에 아주 좋다. 먹이는 실컷 먹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공급된다. 애벌레가 벽을 갉아먹고 자랄수록 방안은 점점 넓어진다. 마침내 벽은 3MM두께가 된다. 이때 경단은 단단한 껍질만 남게 되고 변태가 일어나게 된다.
3. 비단벌레 사냥꾼 노래기벌
76쪽.
식량 보존법에 관한 한, 벌의 사용법은 사람의 방법과 비고도 안될 만큼 훌륭하다. 우리는 식료품을 소금에 절이거나, 매캐한 연기로 훈제를 하거나 양철통에 넣어 밀폐시킨다. 하지만 이런 것들과 싱싱한 것과는 다르다. 기름에 절인 정어리통조림, 네덜란드 청어 훈제품, 소금과 햇볕에 말린 대구, 이런 것들을 팔딱팔딱 뛰는 생선과 비교할 수 있는가? 게다가 짐승 고기는 더욱 문제다. 절이거나 훈제하지 않으면 며칠만 지나도 단 한 조각조차 먹을 방법이 없다. 노래기가 사냥한 비단벌레는 모든 관절이 부드럽고 몸 안팍의 모든 장기가 처음 잡았을 때처럼 신선하다. 이 먹을 거리는 시체처럼 움직이지 못할 뿐, 살아있는 상태 그대로다.
5. 암살의 명수들 102쪽.
노래기벌이 바구미종류나 비단벌레종류를 먹는 이유는, 신경절이 한곳에 몰려 있어 한방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
바구미는 세개의 가슴신경절이 한 곳으로 아주 가깝게 몰렸는데, 특히 뒤쪽의 2개는 서로 합쳐졌다. 비단벌레 역시 첫째 바로 뒤에 둘째와 셋째 신경절이 모여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었다. 딱정벌레를 먹잇가으로 하는 ㅇ8종의 노래기벌은 모두 비단벌레나 바구미만 사냥할 뿐, 다른 종류는 사절. 둘은 겉모습이 전혀 다른데 왜 먹이로 하는지 이유는 이것.
107쪽.
노래기벌들이 특정 딱정벌레만 선택하여 먹이로 하는 이유는 최고로 박식한 생리학과 가장 상세한 해부학이 알려 준 내용과 부합.
6. 노랑조롱박벌 115쪽.
왕노래기벌은 깊고 튼튼하며 반영구적인 집을 마련하여 대대손손 자손에게 물려주며 매년 더 크게 확장한다. 그러나 조롱박벌은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이 없다. 그래서 모든 일을 제손으로 빨리 해치워야 한다. 이들의 집은 마치 오늘 하루만 사는 것 처럼 허술하게 모래집에 짓는다. 피난처조차 물려받지 못한 새끼들은, 다행히도 자기 스스로 만든다. 얇은 고치만 걸친 노래기벌의 애벌레보다 훨씬 고급인 서너겹짜리 방수복을 입는다.
8. 애벌레와 번데기 132쪽.
조롱박벌의 알에서 깨어난 약충이 마비된 귀뚜라미의 체액을 먹는다. 만일 귀뚜라미가 고통을 느낀다면 아직 살아있으므로 떨면서 약충을 떨쳐낼텐데 꼼짝도 않는다. 어미가 침으로 찌른 곳은 가슴이며, 그곳은 건드리거나 바늘로 찔러도 통증을 못 느낀다. 알은 바로 그곳에 낳으며, 막 태어난 새끼가 처음 먹기 시작하는 곳도 바로 거기다. 귀뚜라미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므로 반응하지 않는다. 애벌레가 좀더 자라서 먹는 면적이 넓어지면 감각이 남아있는 부분까지 먹을 것이고, 희생자도 버둥거리겠지만, 이미 애벌레는 충분히 자랐고, 귀뚜라미는 혼수상태가 깊어졌다.
11. 본능의 과학
180쪽.
먹이곤충의 더듬이는 벌이 잡고 끄는 밧줄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뺏기지 않는다.
239쪽. 혹바구미
성충 상태로 땅속에서 월동한 대체들이 4월말경에 발견된다. 성충은 칡잎과 어린순을 갉아먹다 위험을 느끼면 땅에 떨어져 죽은 모습으로 다리를 오므리고 있다.
진실로 감탄할 만한 이야기들이 많고 주로 벌에 관한 상세한 내용들이라 다시 정독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