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준의 포스트잇] [1] 옴진리교와 북한
이응준 시인·소설가
입력 2023.04.25. 03:00
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는 사람을 ‘영적 인간’과 ‘동물 인간’으로 나눴다. 옴진리교의 최종 목표는 동물인간들을 절멸시켜 인간 종(種)을 재설정하는 거였다. 정부를 전복한 뒤 진리국(眞理國)이라는 유토피아를 수립하려 했다. 그들은 테러를 위한 군용 헬기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1995년 3월 20일 오전 8시 즈음, 도쿄 지하철에 청산가리 500배 독성의 ‘사린(sarin) 가스’를 살포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 참사의 피해자와 가해자 인터뷰를 1997년 ‘언더그라운드’, 1998년 ‘약속된 장소에서’로 출간했을 때 나는 평소 몽롱한 소설을 쓰던 그가 왜 이런 일을 했을까 싶었다. 그는 1990년 중의원 총선거에 대거 출마한 옴진리교 신자들이 괴상한 가면을 쓴 채 춤추는 걸 보고는 책임감을 느꼈고, 그런 그들을 양산한 ‘일본 사회’를 알기 위해 저 두 권의 작업을 하게 됐다고 한다.
사회가 혼돈에 빠지면, ‘어떤 소설가’는 비평가로 전환한다. 소설로 쓰기에는 시급하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하루키를 이해한다. 그의 책임감이, 일본 제국주의가 군부(軍部)의 일탈일 뿐이었다는 변명을 비판하며 파시즘의 본질을 탐색한 마루야마 마사오 같은 지식인의 책임감과 같다고 믿기 때문이다. 둘은 공히 자신이 속한 곳이 ‘병들었다’고 여겼던 것이다. 진실은 사실의 내부에 있다.
마찬가지로, 나는 왜 한국의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사회학자들이 주사파와 (자신이 그렇다는 것조차 자각 못 하는) 그 ‘우호 대중’에 대해 분석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옴진리교는 덩치로나 그 어둠으로나 북한에 댈 게 아니다. 나치가 유대인에게 하던 짓을 동포에게 하고 있는 강제수용소를 모르는 척하고, 아사하라는 수천 번 환생해도 못 따라갈 수령님을 추앙하는 자가 국회의원이 되는 데 무감한 것은 핵탄두가 사린 가스보다 무서워할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치적 거짓에 중독됐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는 저들에 대한 정신 병리 분석 결과를 널리 공유함으로써 치유돼야한다.
유럽형 사회민주 정당의 발아와 성장을 가로막는 것도 보수 정당이 아니라 주사파와 북한이다. 또한 통일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는 경제 문제나 북한 출신 사회주의 인간형과의 불화 같은 독일형(獨逸型)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통일 뒤 2500만 ‘인민’은 ‘사교 국가(邪敎國家)’에 당한 ‘정신적 외상(trauma)’에 시달릴 것이고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 지금 통일부 안에 당장 설치해야 하는 게 이런 연구 파트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처한 정치적 거짓과 사교적(邪敎的)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때로 역사는 자연재해처럼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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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자
2023.04.25 06:09:04
이 땅에 유토피아를 만들고, 하늘에 있어야 제격인 하나님의 나라를 이땅에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모하고 심지어는 위선적일 뿐이다. 가짜 메시아들이 만들어지고, 절대적인 무오류성과 선함을 주장하고, 이견 있는 자들은 박해하고. 폭력으로 정권 잡아 그 폭력 맛을 잊지 못하고 구성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종교가 위력이 떨어지면 자기들이 종교가 되고 절대자가 되어 세상에 군림한다. 주사파는 자기들 권력과 이익을 위해 절대 종교를 만들어 대한민국과 그 구성원들을 지배하려고 한, 가장 최신의 신흥종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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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과옥조
2023.04.25 06:56:26
머 그리 복잡한가? 대만과 한반도는 청일전쟁 때 일본에 빼앗긴 토지였고 지금은 미국이 강점하고 있다는 뛔국 때문에 주사파도 김일성 왕조도 빌어먹는 공산당 알바중이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미국의 혈맹으로 번영한다. 한반도 남쪽은 동북아에 진주한 미국의 항공모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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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배
2023.04.25 07:19:48
유토피아는 꿈속에나 있는 법. 이데올로기는 항상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된다. 인간사 끝없는 숙제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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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곡
2023.04.25 09:13:36
주사파의 허울과 그 위험성을 알리는 소설이 나왔으면 좋겠다. 조지 오웰을 1984, 동물농장 처럼... 대한민국 사회는 우리의 자유를 좀먹는 퇴행적 주사파 세력들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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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면성실 다람쥐
2023.04.25 09:23:33
분단된 한반도에서나마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가는 대한민국에서도 이 지경인데, 학자들이 심리적으로도 통일 이후를 대비할 필요가 있음은 옳은 말씀이다. 시간이 약이란 말은 한반도가 처한 현실에 들어맞지 않는 소리다. 김일성이란 사교에 강간당한 민족의 트라우마는 통일 후에도 상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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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샬라
2023.04.25 09:20:09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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尙德
2023.04.25 08:13:03
한반도 북쪽은 기독교에서 파생, 변질된 사이비 이단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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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2023.04.25 09:54:50
북쪽이 사이비 집단이 된건 맞는데,,기독교에서 파생되었다니 ,,발언의 저의가 의심된다
바람부리
2023.04.25 10:29:36
소설가나 시인들도 사회주의 좌파에 물들었기 때문에 그런 소설이 나올 수가 없는 것 아닐까 그래서 시인 김지하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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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없네
2023.04.25 09:47:25
박헌영이가 수류탄 1만 개로 서울불바다를 남로당에 지시한지 70여년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사상을 위해 그 이외에 자들은 모두 죽여야한다고 생각하는 광신도일 뿐이지요. 아무리 사상의 자유라지만 이런 위험천만한 사상은 인류의 평화와 인권을 위해 금기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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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만
2023.04.25 10:17:40
작가님의 글을 오랫동안 즐겨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좋은 이야기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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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블랙잭
2023.04.25 12:01:01
명사설이다. 북괴는 말려죽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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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2023.04.25 11:57:03
전쟁 등으로 사회와 삶의 불안감이 급증. 살고자 하는 국가적 노력 중에 운동권 주사파가 나타남. 국민 스스로 판단을 잘 해야 하는 일이 많아지는데 법적 국가적 처리가 따르지 못하기 때문. 일본이 50년대에 공산당을 척결하며 안정 번영해 선진국 진입. 우리도 비슷한데 아직 척결해야 할 요소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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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두리
2023.04.25 12:36:36
와우!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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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남자
2023.04.25 11:07:59
대한민국에 정말 김일성 일가를 숭배하는 주사파가 있는 것일까? 80~90년대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 중에는 있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도 그럴까? 젊은 시절에는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보는 안목도 달라진다. 북한은 한반도 역사상 가장 강한 독재왕국이라는 것을 누가 모를까? 정말 그런 북한을 추종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신병자이다. 오히려 80~90년대의 주사파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의심스럽다. 그리고 나쁜 놈을 대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북한과 같은 나쁜 놈은 때린다고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박근혜도 김정일을 만난 것이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에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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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進韓國
2023.04.25 14:42:16
이응준 작가가 날카로운 지적을 해주었다. 왜 사회학자,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가 주사파와 그의 동조자들을 분석하지 않는지 묻는 말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내가 보면 자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로 대한민국은 이만큼 발전했고 잘 살고 있다. 반면에 북한은 한국의 60년대 수준에 정체되어 있다. 그런데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게, 부자 나라 한국에 살면서 거지 나라 북한을 동경하는 인간들이 수백만 명이 된다는 사실이다. 아니 천만 명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모두 그런 인간들이니까 말이다. 나는 정말로 이 현상이 죽어도 이해가 안 된다. 내가 아무리 국힘이 바모 멍청이 집단이어도 우파인 이유다. 나는 민주당이 종북 좌파이기 때문에 죽어도 좌파가 될 수 없다. 만약에 민주당이 종북 좌파를 버리고 그냥 유럽식 사회주의나 미국식 진보주의로 변화한다면 민주당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니 현재 민주당은 종북 좌파 벌갱이 집단이므로 절대로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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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더박
2023.04.25 09:18:10
그럼,조선일보는 조두순 신문이냐?폐간운동하겠다고?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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