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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구 55보급창 너머로 북항 자성대부두가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31일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부산국제금융센터 63층에서 바라본 55보급창(점선)과 재개발이 한창인 북항 전경이다. 서순용 선임기자·전민철 기자 |
- 유사시 미군 병력·물자 들어올 항구
- 재개발로 벌써 하역능력 60% 상실
- 부산항대교도 수면 위로 60m 불과
- 입출항 걸림돌…피폭 땐 작전 어려워
- 부산역 연계 철도 노선마저 사라져
- 신항으로 옮기는 게 현실적 대안
부산항 북항은 화물항이자 군사항이다. 여객·1~4·중앙·자성대·7·우암·8·신감만·감만·신선대부두를 통칭한다. 한미 '작전계획 5027'에 따르면 유사시 미군과 5개 항모전단 함정 160여 척이 북항으로 들어온다. 매년 3월 열리는 '키 리졸브(Key Resolve) 훈련'에 참가하는 미군 군함과 장비도 북항으로 입항한다. 군부두인 북항 8부두 주변에 미군 55보급창과 육군제2보급단 국군항만운영단이 자리잡은 이유도 물자 보급을 위해서다.
55보급창 이전 논의는 부산항대교 건설이 확정된 2004년 수면 위로 부상했다. 부산 남구 용당동과 영도구 봉래동을 잇는 부산항대교는 북항의 해상출입구에 건설됐다. 군사 전문가들은 "부산항대교가 파괴되면 군함과 보급선의 입출항이 어렵다"는 우려를 수차례 제기했다. 부산항대교를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 군함의 높이도 수면 위 60m에 불과하다. 지금도 16만t급 이상 크루즈선은 굴뚝 꼭대기가 부산항대교 상판에 걸려 북항 입항이 불가능하다. 부산시는 지난해 3월 국방부와 '전시 병력·군수물자 수송 문제점 개선 간담회'를 가졌으나 해법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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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항재개발 조감도. 출입구에 위치한 부산항대교로 인해 군사작전이 어렵다. |
북항 재개발 사업은 55보급창과 국군보급부대의 존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9년 5월 북항 1단계 공사가 착공하면서 북항의 60% 이상이 항구 기능을 상실했다. 중앙·1~4부두는 이미 사라졌거나 곧 사라진다. 그 자리에 해양·업무·관광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북항이 처리하는 컨테이너 하역 능력도 2007년 한 해 1200만 TEU에서 634만 TEU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북항 1~4부두에 도착한 병력과 장비를 부산역과 부산진역으로 수송하는 연계 철도 노선도 사라졌다. 지금은 북항 재개발에서 제외된 신선대·감만부두에서 연결되는 우암선만 남아 있다.
더구나 2020년 자성대부두를 중심으로 한 북항 2단계 공사가 착공한다. 또 7·우암·8부두는 해양산업클러스터로 변신할 예정이다. 앞으로 북항의 화물 하역 기능이 더 위축되면 한미 보급부대의 운영도 타격을 받게 된다.
국회·국방부와 주한 미군도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있다.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은 지난해 2월 19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부산항 북항의 군사기능에 대해 질의했다.
-유기준 : 미군 양륙항만인 부산항에서 매년 한미 키 리졸브 훈련이 실시된다. (유사시) 부산항과 김해공항을 통해 미군 69만 명이 들어온다. 화물항인 북항이 관광·문화 기능 중심으로 재개발되면 화물 양륙이 안된다. 어떤 대책을 갖고 있나.
▶김관진 : 상세한 보고는 받지 못했으나 문제점은 알고 있다. 북항과 양륙공항인 김해공항이 18㎞ 떨어져 있어 신속한 운행(대처)도 어렵다. 부산시와 (양륙항만 이전을) 토의하겠다.
-유기준 : 양륙항을 북항에서 신항(부산 강서구와 경남 진해 일대)으로 옮기면 간단히 해결된다. (북항을 양륙항만으로 지정한) 작전계획 5027도 변경해야 하는 것 아닌가.
▶김관진 : 잘 지적해 주셨다. (부산시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
유 의원은 지난 2월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됐다. 김 장관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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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서병수 시장과 스테판 미 육군 준장의 면담. |
부산시도 국방부와 주한미군을 상대로 55보급창 이전을 꾸준히 타진하고 있다. 2004년에는 55보급창 부지를 공원으로 활용한다는 기본방침을 확정하고 2011년 '2030 공원녹지기본계획'에 반영하기도 했다. 서병수 부산시장도 지난 3월 미8군 사령부 19지원사령관인 스테판 E. 파먼 육군 준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항 재개발과 함께 부산역 철도시설 재배치 계획이 이뤄지면 북항의 화물하역 기능 상실로 유사시 군 작전수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55보급창 이전과 양륙 항만의 변경을 요구했다. 스테판 준장은 당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배석자들이 전했다.
부산발전연구원 김경수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신선대·감만부두까지 신항으로 이전하면 북항의 군사항 기능은 완전히 사라진다. 지금부터 최우선 과제로 55보급창과 군수부대 이전을 국방부·해양수산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군 부대는 그대로 있고 북항 기능만 신항으로 이전하면 병력과 수송물자의 이원화로 유사시 긴급 대처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부산시는 북항·부산역·55보급창 일대를 모두 포함하는 '북항 주변지역 종합개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있다.
# 닮은꼴 사례 인천 방위사령부의 교훈
- 인천대교 문제로 이전 추진했지만, 주민반발·비용 문제로 수년째 갈등
군 부대 이전을 둘러싼 인천시와 국방부의 갈등은 55보급창 이전을 추진 중인 부산시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사례다.
2009년 10월 인천국제공항(영종도)과 송도를 연결하는 인천대교가 개통했다. 전문가들은 인천대교가 파괴되면 수중에 잔해가 쌓여 해군 인천해역방위사령부(이하 인방사) 함정의 항로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는 국방부·국토교통부·해양경찰청과 인방사를 인천대교 밖으로 이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해군이 2010년 10월 용역을 통해 이전 후보지를 조사한 결과 송도국제도시 끝자락에 건설 중인 인천신항이나 무의도가 적합지로 선정됐다. 이전 비용은 4800억(인천신항)~6300억 원(무의도).
그러나 무의도 주민들은 "무의도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돼 재산권 행사가 제한된 상태에서 인방사까지 이전하면 재산권 행사가 더욱 제한될 수 있다"며 반대했다. 송도국제도시 주민들 역시 "인천신항 주변에 한국가스공사 액화천연가스(LNG) 인수기지 저장시설이 있기 때문에 해군기지가 이전하면 유사시 피폭이 우려된다"고 들고 일어나 후보지 선정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여기에 인천시와 국방부가 이전비용 분담을 놓고 팽팽히 맞서면서 방위사령부 이전은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국방부는 이전 비용 전액을 인천시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0조 원이 넘는 부채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인천시는 인방사 부지(22만8000㎡)의 재산가치를 초과하는 이전비를 모두 부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방사 이전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자 국민권익위원회가 중재에 나섰으나 성과가 없다.
김종철 부산시 도시계획실장은 "군 부대 이전은 외교·안보는 물론 민원까지 고려해야 해 장기간이 소요된다"며 "55보급창 이전은 국방부·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산시가 막대한 재정 투입은 물론 이전 후보지까지 물색해야 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