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블랙버드를 안다. 블랙버드를 쓴 작가는 내가 잘 알고지내는 분이다. 주영길.
아니, 30년 가까이 알고지낸 이 형님(내가 작가를 부르는 말)을 잘 알고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일로 느꼈다. 아닌것 같다.
영길형님이 책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는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다. 이책이 출간된후 내게 이책을 선물하기 직전에야 말씀을 하셨다.
비행을 하며, 식사를 하며, 같이 술자리를 하는 시간에도 '글라이더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고 있어'라는 말을 들어본적 없었다.
환갑이 다되어 정년을 곧 앞둔 우리 영길형님! 구리빛얼굴색과 선명하게 주름진 이마로 항상 어디서든 형님이셨던, 영길형님! 정말 동생들이 본받을 형님이셨던것 같다.
'블랙버드'는 글라이더를 사랑하는 세남녀의 스토리로 글라이더의 아름다움을 간접적으로 글로 표현한 책이다. 오색빛깔 형형색색 선명한 색상으로 물들인 캐노피로 저 파란하늘에 '비행'이라는 그림을 그린다. 패러글라이더의 기초지식과 작가의 애착,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같이 나누고 싶은 아름다움과 자유의 경이로움을 글로 표현한, 세계에서 유일한 책일 것이다.
`96년 패러글라이더(이후 패러라 함.)를 처음 접했고, 그 이후 패러를 다루는 여러책들을 보고 읽었다. 하지만, 패러글라이더만을 소재로한 소설을 접하긴 처음이다. 아니 있다 하더라도 이렇게 패러인의 마음을 글자 한귀한귀에 잘 표현한 책은 없을것 이다.
과거, 이수열교수의 '119패러'라는 책을 교습서로 접한적이 있다. 군복무를 마치고 '유니콘(여수대학교 패러글라이더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던 시절, 글라이더의 이론정립을 위해 수십번 읽어왔던 책이다. 초등생 '전과'처럼 꽤 두툼한 분량과 빼곡한 글과 사진들로 비행을 위한 기체의 구조와 원리, 그리고 패러글라이더의 특징과 비행규칙 등 활공인으로서 알아야 할 지식을 전달하기위해 공군사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시던 '이수열 교수님'이 쓴 책이였다. 아주 어렴풋하게 기억나지만(2000년에 나는 이책을 통해 비행이론을 배웠음) 베르누이의 법칙부터 열기류 생성특성 등등 당시의 비행기초 지식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었던 교습서로 기억한다.
블랙버드는 동재, 성민이라는 두 청년의 글라이더에 대한 동경과 애착으로 시작해서 영미라는 아름다운 아가씨의 등장으로 흔들리는 우정을 거쳐 영미 소천의 아픔을 승화시키는 동재와 성민의 글라이더에 대한 열정을 그려내 이야기이다.
블랙버드, 스카이웨이, 검다기 등등 단락 단락마다의 소제목에 대한 궁금증으로 책에 몰입하게 되었고, 술술 읽어져 나갔다.
글귀 한자 한자마다 작가의 환경과 진심이 읽혀지는 책이였다. 영길형님을 20여년간 접하면서 이분의 생활, 생각들을 많이 공유하곤 했다. 또한 여수라는 같은 지역에서 한때 열심히 저 하늘을 같이 동경하던 나로서 어느정도 그분이 말한 이야기를 남들보다는 조금은 더 이해할수 있어 나는 이책이 영길형님의 영혼이 담겨진 책이라는 생각에 확신이 든다.
이 책의 배경은 누가 봐도 작가가 생활하는 여수다. 책에서 한번도 여수라는 단어가 나오지안 않는다. 하지만 광주를 거쳐 서울을 간다던가, 바닷가 잔디밭에서 글라이더를 연습하고, 익숙해지면 저수지에서 이착륙연습을 하고^^. 전국어디에도 여기말고 이런 지역은 없을것이다^^.
또한 글라이더를 사랑하는 사내들은 죄다 긴 머리와 가끔은 머리카락을 뒤로묶는 꽁지머리를 해야한다. 글라이더를 잘타는 사람은 외모가 준수하거나 늘씬하고 피부가 좋아서는 절대 안된다. 여수에서 글라이더를 접한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책은 중간중간에 나오는 어색한 글귀, 그리고 뒤끝이 늘어지는 전~라도의 표현들, 이런 작가 외면의 배경과 함께 스토리 전반에서 느껴지는 비행에 대한 작가의 열정과 성취욕을 글로 표현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패러글라이더로서 반드시 알아야할 기본지식들과 패러글라이더로 비행해 본 사람들만이 느낄수 있는 대자연의 선물을 글로 잘 표현한 책이다. 작가를 오래 접하고 글라이더를 함께한 사람이라면 이책이 작가의 진심어린 영혼이 담겨있다는 것에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패러글라이더이다. 나는 동재, 성민과 다르게 아마추어 패러글라이더 이다.
하지만 20여년 패러글라이더를 통해 바람과 창공을 즐기다 보니 이 책에서 자주 표현되는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형용하기 힘든 성스러움을 느낄수 있다고 본다.
패러는 무동력 활공기체이다. 기름한방울, 소음하나 없이 오롯이 사람의 땀과 직감으로 하늘을 날아다닌다. 천천히 떨어지는 것도 나는 것이라고 한다면, 패러글라이더는 절대 나는 것이 하니다. 날아서 '다닌다', 사람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까지.
소리가 없이 오로지 귀와 피부로 바람을 느낄수 있는 기체는 글라이더 뿐이다. 새와 함께 사람이 하늘을 날수 있는 장비는 유일하다.
글라이딩을 하다보면 간혹 매나 까마귀, 까치가 와서 비행을 함께한다. 어쩔때는 내기라도 하듯 더 강한 열기류를 찾아 헤메곤 한다. 물론 그놈들이 나보다 훨씬 뛰어나 더 높이 더 빨리 솓구친다. 그래도 난 기분나쁘진 않다. 원래 그놈들은 그러니까.
그래서 나는 아마추어이고, 성민과 동재는 프로인지도 모르겠다.
하늘을 날다보면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최근 드론이라는 장비가 많이 보급되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지상세계의 느낌을 많이들 공유하곤 한다. 하지만 20여년 전만해도 그렇지 않았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땅에 대한 느낌은 오로지 비행을 하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였다. 헬기, 비행기 등등 엔진을 이용해 잠깐 하늘을 날아 찍은 사진으로 대자연의 느낌을 오롯이 전달하지는 못했다. 찍은 사진 또한 종이로된 평면에 그쳤음으로.
요즘에는 드론과 3차원 입체그래픽 등등 많은 기술발전으로 사람의 느낌을 공유하는 기회가 많이 늘어 난것 같다. 하지만 20년전에는 글라이더만이 오로지 느낄수 있는 고유의 느낌이 있었다. 그것이 비행이다.
산을 오르는 땀, 이륙직전의 두려움, 땅을 박차고 일어나는 자신감, 양손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자유, 형형색색 물들어진 삼천리강산의 비단풍경, 산을 부슬부슬 올라가는 저 바람, 그리고 한번씩 쳐주는 알지못하는 뜨거운 느낌. 이것이 패러글라이딩 이다.
에델부터 진, 최근에는 스카이워크, 오존까지.
세이버, 반디트, 오아시스, 카이언4, 델타3. 나를 산능선에서 하늘로 안내해준 기체들의 기종.
대학때 부모님께 거짓말하고 산, 첫 중고 글라이더부터 처음으로 산 까실까실한 새 글라이더의 생각.
저수지, 망마공원, 마래산, 장수리뒷산, 안심산, 구봉산(?), 땅을 박차고 일어서게 해준 여수 여기저기 산들.
사면상승풍을 따라 산꼭대기 위보다 높이 올랐던 내모습. 그리고 다시 이륙했던 곳으로 내려온 그때 등등... 많은 것들이 생각난다.
하지만 아직도 동재와 성민이 이루어낸 사면상승풍의 정확한 느낌. 코어를 잡아 들어가는 집념. 지리산을 넘나드는 대담함. 아직 못다이룬 것에대한 것들이 나를 계속 비행으로 안내한다.
10여년전 허리가 부러져 1년여를 고생했다. 아직도 요추234번에서 나사볼트를 빼내고 소독하던중 흘러내리는피에 석여들어간 알콜소독약의 등 뒤느낌이 기억난다. 기절직전의 눈물이나던.
하지만 아직도 난 비행을 즐기곤 한다. 두번다시 그러지 말란법은 없다. 하지만 그러지 않게 하기위해 마음을 붙잡고 또 붙잡는다.
글라이더는 눈으로 즐길수 있지만 손으로 조종하는 것이 아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다.
글라이더는 바람으로 이륙해서 사람의 마음으로 타는 것이 무동력 활공 패러글라이더다.
나는 영원히 글라이더로 하늘을 즐기고 싶다.
"영길형님!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환갑에 즈음한 지금도 열심히 열기류를 찾아다니는 형님을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