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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극 킹조지섬에 있는 세종과학기지. 남극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공기가 깨끗해 멀리 떨어진 곳도 상당히 가깝게 느껴진다. 바다 너머로 보이는 불빛은 러시아의 벨링스하우젠기지와 칠레의 프레이기지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 남극 과학기지 물자수송로
- 칠레 푼타아레나스 흥망성쇠
- 극지시대 앞두고 타산지석
- 1970년대 원양어선 타고 연구
- 1988년 남극에 첫 기지 건설
- 2009년 쇄빙선 아라온호 취항
- 북극항로처럼 국민적 관심 기대
오는 12일 남극 테라노바만에 남극 제2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를 준공하면 우리나라는 극지 진출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세계 12번째로 남북극에 동시 과학기지를 세운 데 이어 세계 16번째로 남극에 2개 이상의 과학기지(하계 기지 포함)를 운영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한다. 이로써 남극 2곳, 북극 1곳 등 극지 과학기지는 모두 3곳으로 늘어난다.
장보고기지는 고위도에서만 가능한 오로라 관찰, 고층대기학, 빙하학, 광물학 같은 연구가 가능해 전략적 중요성이 한층 높아진 남극에서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극지연구소는 5일 "남극권의 변두리인 남위 62도에 자리 잡은 세종기지는 이런 연구를 하기에 한계가 있어 남극 제2기지를 건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남극 제2기지 건설로 우리나라에서 세종과학기지까지 거리는 1만7240㎞로 머나멀지만, 극지에 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지난해 9월 해양수산부가 북극항로 시범운항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북극항로가 열리면 부산이 입지 조건상 최대 수헤자가 될 것으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이어 장보고과학기지 준공으로 남·북극 이른바 극지가 오지에서 기회의 땅으로 바뀌고 있다.
■칠레 푼타아레나스를 타산지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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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은 북극 스발바드 군도에 있는 다산과학기지의 현판이며 오른쪽에 프랑스 라보기지 현판이 붙어 있다. 한국과 프랑스는 한 건물을 반으로 나눠 사용한다. |
남북극으로 진출하는 출발점이 되는 부산은 극지 연구와 관련 산업의 전진 기지가 될 유리한 조건을 갖춘 만큼 미리 대비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마젤란해협과 지구의 땅끝 도시 칠레 푼타아레나스의 부침은 북극항로 시대를 앞둔 부산에 시사점을 준다. 남아메리카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푼타아레나스는 남극과 가장 가까운 곳이어서 남극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지정학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
모험가 마젤란이 1520년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마젤란해협을 발견하면서 푼타아레나스는 마젤란해협의 중심항으로 크게 번성했다. 그러나 1914년 파나마운하가 개통되면서 마젤란해협과 푼타아레나스의 영화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다가 지하자원과 수산자원의 보고로 꼽히는 남극에 과학기지를 건설하려는 선진국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푼타아레나스는 예전만 못하지만 남극 과학기지의 물자수송로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남북극을 취재한 박수현 국제신문 사진부장은 "중세 이후 세계사는 항로 개척의 역사로 볼 수 있다. 머지않아 열리게 될 북극항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부산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산자원 확보서 과학기지 3곳으로
우리나라가 남극에 관심을 둔 건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극에 자원이 많을 것으로 여기고 원양어선을 남극으로 보내 크릴을 잡도록 하면서부터. 원양어선인 남북호는 1978년 국립수산진흥원 수산연구원들을 태우고 남극해로 출항해 석 달 만에 크릴 507t을 잡았다.
한국해양소년단연맹 윤석순 총재 등 지도자들은 1985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설득해 남극관측탐험대를 꾸렸다. 당시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과 현대 정주영 회장이 탐험을 지원했다. 등정반은 혹한과 고산증, 불면증을 극복하고 세계 6번째로 빈슨 매시프(4897m) 등반에 성공했다. 탐험반은 킹조지섬에서 기지 후보지를 물색했다. 남극탐험대의 활동에 고무된 정부는 남극조약 가입을 추진해 1986년 11월 세계에서 33번째로 가입했다. 내친김에 정부는 남극 기지 건설에 들어갔다. 1987년 3월 한국과학기술원 부설 해양연구소에 극지연구실이 신설됐다. 1988년 2월 남극 세종과학기지를, 2002년 북극 스발바드 군도에 임대 형식으로 다산과학기지를 세웠다 .
세종기지 건설 이후 결빙해역에서 얼음을 깨고 항해와 연구를 할 수 있는 쇄빙연구선을 보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쇄빙선을 빌리기도 쉽지 않고 임대료도 만만찮았다. 2003년 12월 세종기지에서 전재규(당시 27세) 대원이 숨지는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쇄빙선 아라온호를 2009년 11월 건조해 취항했다.
오는 12일 남극 장보고기지 준공식이 강창희 국회의장,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김예동 극지연구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 정부 부처간 '극지 주도권' 경쟁 치열
- 해수부, 연내 극지정보센터 구축
- KMI, 연구센터 신설·정보센터 눈독
- 극지硏 미래부행 추진, 산자부도 들썩
- 국무총리실 산하 협업기구 예정
극지정책·연구와 관련, 정부 내에서도 '극지 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한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극지 관련 주무부처는 해양수산부. 해수부 해양개발과는 산하 극지자원계 인력 2명이 이 업무를 담당한다. 직제가 개편돼 2명이 추가된다. 해양개발과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인력 1명과 부설 극지연구소 1명이 파견 나와 있다.
정부 부처 간 협업을 위해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극지활동진흥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를 둘 예정이다. 주무부처는 해수부가 되고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이 이 위원회에 참여한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는 극지연구를 순수과학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 측면을 강조하며 극지 주도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해수부는 올해 내에 극지정보센터를 구축한다. 홈페이지 형태의 시스템으로 극지 관련 조약, 국제회의 정보, 극지연구 등에 관한 활동 등이 담긴다.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MI는 최근 신설한 극지정책연구센터(미래전략연구본부 산하) 내에 해수부의 극지정보센터를 운영하기를 희망한다. KMI 극지정책연구센터의 주요 업무는 ▷극지 중장기 정책·전략개발 ▷국제협력 ▷북극이사회 등의 정책지원 ▷동북아 협력정책 개발연구 ▷극지 정보수집 ▷극지 과학기술·정책의 융·복합 연구다. 12명의 인력이 배치됐다.
극지연구소가 자연과학 위주의 연구를 한다면 KMI 극지정책연구센터는 정부의 정책 수립에 관한 싱크탱크 및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예정이다.
한편 극지연구소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발의한 극지활동진흥법안을 통과시켜 인천에 영구 잔류하고 해양과기원에서 독립한 뒤 미래창조과학부행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극지 진출 약사 | 1978년 12월~1979년 3월 | 남북수산(주) 남북호(선장 이우기)와 국립수신진흥원(현 국립수산과학원) 조사단 남극해 크릴 시범 사업 | 1985년 3월 |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 가입 | 1985년 11~12월 | 한국해양소년단연맹 한국남극관측탐험대 등정반(대장 허욱) 빈슨 매시프 등정, 탐험반(대장 홍석하) 킹조지섬에서 기지 후보지 물색 및 수중 탐사 | 1986년 11월 | 남극조약 가입(세계 33번째) | 1988년 2월 | 남극 킹조지섬에 세종과학기지 준공 | 1989년 10월 | 남극조약협의당사국 지위 획득(세계 23번째) | 1990년 7월 | 남극연구과학위원회(SCAR) 정회원국 가입(세계 22번째) | 2002년 4월 | 스발바드 군도에 다산과학기지 운영 | 2009년 11월 | 우리나리 최초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취항 | 2008년 11월 | 북극이사회 임시 옵서버 가입 | 2013년 5월 | 북극이사회 정식 옵서버 진출 | 2013년 9월 | 북극항로 시범운항 | 2014년 2월 | 남극 테라노바만에 장보고과학기지 준공 예정 | ※극지연구소, 해양수산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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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극 세종과학기지 | 준공 | 1988년 2월 17일 | 위치 | 남쉐틀랜드 군도 킹조지섬(남위 62도13분, 서경 58도47분) | 규모 | 4318㎡(연구동 본관동 숙소동 발전동 등) | 운영방식 | 월동연구대 상주 근무(연 17명 안팎), 하계연구대(100명) | 특징 | 세계 18번째로 상주기지 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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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극 다산과학기지 | 개소 | 2002년 4월 29일 | 위치 | 스발바드 군도 니알슨(북위 78분55분, 동경 11도56분) | 규모 | 216㎡ 임대 | 운영방식 | 비상주(위탁관리, 하계연구대 연 60명) | 특징 | 세계 12번째로 북극 과학기지 건설, 세계 8번째로 남·북극 과학기지 동시 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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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 준공 예정 | 2014년 2월 12일 | 위치 | 테라노바만 케이프 뫼비우스곶 (남위 74도37분, 동경 164도12분) | 규모 | 4232㎡ | 운영방식 | 월동연구대 상주 근무(연 15명), 하계연구대(60명) | 총사업비 | 1067억 원 | 특징 | 세계 16번째로 남극에 2개 이상 과학기지(하계 기지 포함) 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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