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 시인의 ‘하남역’을 읽고
하남역 / 김진
인적이 없어진 여름 한낮
어등산 아래의 간이역은
지나는 소나기로
계절이 내려앉는다
또록한 눈망울들이
발 아래에 가 닿으면
레일은 온통 폭죽이 된다
순간을 태우는 불꽃처럼
길게 펼쳐지는 환희,
단번에 냉수를 들이킨 듯
턱밑까지 차오르던
숨이 멎는다
가슴이 뚫린다
*하남역(河南驛)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산정동에 있는 호남선 철도역. 인근 하남산업단지 내에 있는 GS칼텍스 저유고로 수송하는 유류 화물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
언어적인 감각이 탁월하다. ‘지나가는 소나기로/ 계절이 내려앉는다’, ‘순간을 태우는 불꽃처럼 길게 펼쳐지는 환희’등이 표현은 추상적 감각과 사물이 만나는 지점을 잘 앉혔다. 시인은 이곳에서 소나기를 만나고 가슴이 뚫리는 경험을 떠올린다. 비 온 뒤의 상쾌함이란 이런 것일까.
하남역 / 김진
소나기가 간이역을 지나가요
또록한 눈망울들이 하남하남 흘러 가을로 가면
발아래에는 여름이 우두커니 서 있어요
우산을 펼쳐요
폭죽처럼
불꽃처럼
터지는 한낮의 환희
발랄해진 발걸음이 스텝을 밟아요
나는 흘러흘러 어디로 갈까요
어디든 좋아요
단번에 냉수 들이킨 듯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 같은 당신이 있는 곳이면
춤추는 나비가 하남하남 간이역을 지나가요
*광주광역시 광산구 산정동에 있는 호남선 철도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