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를 하다보면 가족간의 갈등이 비극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보곤 한다.
자식들 불화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시어머니의 이야기이다.
대전에 사는 50대 초반의 며느리가 찾아왔다.
"스님, 아들이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인데 작년에 떨어지고 올해 또 보는데 합격 할까요?"
"열심히 준비하면 노력한만큼 성과가 있겠지요. 아드님이 집중은 잘 하나요?"
"그게, 여자친구도 만나는것 같고... 어딘가모르게 안정이 안돼보여요. 그래서 다니는 절에서 합격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고, 여기 오는 길에도 비구니스님 절이 있길래 들러서 물어봤더니 불공을 열심히 올리면 될거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말했다.
"보살님, 엄마가 불안하면 아드님이 더 공부가 안됩니다. 그리고 부처님께 내 아들만 합격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다른 누군가는 떨어지는데 그런 이기적인 기도를 부처님이 들어주실리가 있겠어요?
기도를 하더라도 '아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세요' 라거나 '시험볼 때 실수하지 말고 제 실력을 다 발휘하게 해주세요' 해야죠."
"이번에는 꼭 붙어야 하는데.. 또 떨어지면 애가 힘들어할까봐 걱정돼서 그랬습니다. 가끔 집에 와도 얼굴이 밝지가 않아요."
"집안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사연을 들어보니 2년 전에 시어머니가 농약을 먹고 자살한 뒤로 애가 좀 힘들어하는 것 같다며 집에도 잘 안오고 금방 가버린다고 했다.
경찰인 남편을 만나 시집을 와서 보니 시골집은 대가족이었다. 시부모님은 열심히 농사지어 돈을 벌면 땅을 사셨다. 그 결과 동네에서는 먹고 살만 한 집이었는데 형제들이 많은게 문제였다.
시부모님이 연로해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불화가 생긴 것이다. 큰아주버님네는 부모님을 모신다는 조건으로 제일 많이 가져가놓고는 형님이 아프다는 핑계로 명절에나 얼굴을 비칠뿐이었다.
명절에 가족이 모이면 아들3, 딸2인 형제들이 꼭 싸웠다. 큰오빠는 그럴수 있느냐, 아버지 어머니가 큰오빠 가르치려고 제일 고생했고 결혼할때 아파트도 장만해주지 않았느냐, 모시기로 했으면 모셔야지 새언니는 어쩜 그러냐.. 이런식이었다.
결국 큰시아주버님은 집에 아예 안왔다.
명절이면 집안 분위기가 썰렁했고 시어머니는 그런 집구석을 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졌다. 제일 믿고 의지하던 장남이 며느리 잘못 얻어 물려준 땅도 팔아먹은데다 오지도 않기 때문이었다.
성격이 불같았던 시어머니는 분을 참지 못하고 창고에 있던 농약을 먹고 자살했다.
참 비극적인 가족사였다.
시어머니가 그렇게 돌아가시니 홀로 남겨진 시아버지가 문제였다. 남편은 아버지가 살면 얼마나 사시겠냐며 자기네가 모시자고 했고 몇 년만 고생하자는 생각에 시댁으로 들어갔다.
"한번은 요, 부엌에서 밥을 하고 있는데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저보고 고생한다며 안아주시는 거에요. 가끔 귀신의 존재를 느끼기는 하지만 그때는 속으로 많이 놀랐어요."
"아무래도 시어머니가 집안에 계신것 같네요. 남편분과 상의하셔서 천도 날을 잡아 보세요. 그리고 할머니가 손주사랑이 남달랐다고 하셨는데 손주도 참석하도록 하시구요."
천도 날이 잡히고 집에 방문하니 간단한 제사상이 차려지고 큼지막한 시어머니 사진이 놓여 있었다.
남편은 이런 것을 믿지 않지만 부인의 강력한 권유로 마지못해 앉아 있었다.
사진속 시어머니는 고집스러워 보였다.
나는 사진을 살펴보고 난 후 눈을 감고 의식의 일치를 이루었다. 시어머니의 의식상태가 전해오는 순간 나는 몹시 고통스러웠다.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통증과 함께 독이 온몸에 퍼지면서 머리가 깨지듯 아파왔기 때문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농약이 얼마나 독한지 알았다.
'와.. 이런 고통속에서 죽어가는구나...!"
독이 온 몸에 퍼지면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
식구들의 고함소리,
119의 부산한 움직임,
차츰 아득해지는 의식들 속에서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뒤섞여 올라왔다.
그랬다. 시어머니는 죽는 순간까지 독약보다 강한 분노가 온 몸을 불태우고 있었다.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도 모질수가 있을까..'
천도를 하기에 앞서 나는 시어머니의
죽어서도 가라앉지 않은 분노를 잠재워야 했다.
그래서 에너지를 보내 감싼다음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분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자 나는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아드님과 며느님이 어머님을 위해서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저는 며느님의 부탁으로 온 스님입니다."
말하면서 시어머니를 보니 아들에게 마음이 가 있었다. 보는 시선에서 사랑이 묻어났기에 아들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지금 어머님이 그렇게 돌아가시고 아드님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책하는 마음도 많고 그때문에 아버님을 모시고 살려고 들어온 겁니다.
며느님도 90살이 넘은 시아버지를 위해 애쓰는거 잘 아시잖아요. 화장실에 똥을 싸면 여기저기 다 튀어있다는데 그것도 치우고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런 말을 하는 와중에도 아들이 눈에 밟히는게 느껴졌다. 아들을 곁에서 지켜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었다.
"아드님은 낼모레면 경찰 정년퇴임 합니다. 걱정마세요. 옆에 할머니가 사랑하는 손주 보이시죠? 손주도 경찰이 되려고 시험을 준비중인데 쉽지 않다네요."
손주를 인식하자 인자한 할머니의 마음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어요. 그런데도 이 집에 남아서 안떠나시면 자식들이 일이 안풀려요. 할머니의 불같은 성질이 일어날때마다 다 힘들어해요.
보세요. 손주도 마음이 붕 떠서 책상에 앉아있지를 못하잖아요. 아드님도 손주가 꼭 경찰되기를 바라는데 이번에 떨어지면 내년이 세 번째에요."
손주의 앞날에 방해가 된다는 말에 할머니의 마음이 약해지고 있었다. 그 틈을 타 나는
"할머니가 생전의 분하고 억울함에 사로잡혀 있으면 남은 가족들이 다 불행해져요. 자식들은 자식들의 인생이 있는데 할머니가 관여할수록 분란만 생겼고 이런 사단까지 벌어졌잖아요.
다 큰 자식들은 알아서 잘 살라고 하세요. 할머니는 누구보다 열심히 사셨고 피땀으로 일군 농토도 남들이 부러워했으니 할만큼 하셨어요."
이야기를 듣던 할머니는 자신의 삶을 회상하는듯 했다. 그러면서 자부심이 들었다. 내 가슴에도 자부심이 일었다.
"이제 미련을 버리세요.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집안을 이만큼 일으키셨으니 고단한 삶 그만 내려놓으시고 제가 말씀 드리는데로 하세요."
그렇게 해서 애착을 여의고 사후세계에 적응하도록 도와드렸다.
사람의 마음은 때론 독약보다 더 독하다.
비극은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데서 온다.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 부족하다.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몸을 함부로 하기도 하고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은 외면한다.
너무나 이기적이다.
죽어서 더욱 고통을 받는다면 아무도 자살하지 않을 것이다.
자살은 하지 말아야 한다.
계룡산 약선사에서
명상스님 ( 010 - 3658 - 9517 )
* 가족이 꿈에 자주 나타나거나 사고로 돌아가신 분이 있어 천도가 필요한 분들은 연락주세요.
준비할거는 생전의 사진 몇장과 차 한잔 올리면 됩니다.
천도비용은 알아서 불전에 올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