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5.
- 김대중 정권 신용카드·부동산 부양 부작용으로 盧 정권 후유증 앓아
- 나랏돈 쓰는 '소득 주도 성장론' 차기 정권에 부담 주는 일 없어야
1998년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은 전년에 발생한 외환 위기 극복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는 "외환 위기는 6·25 이후 최대 국난"이라고 규정하고 미국 재무부와 IMF·세계은행이 만들어준 경제 재건 계획을 충실히 이행했다. 고통스러운 금융·기업 구조 조정이 진행됐다.
김 대통령은 'IMF 조기 졸업'을 꿈꾸었다. 그러려면 경기가 살아나야 했다. 그러나 2000년 들어 미국 IT 거품이 붕괴했다. 국내 주가도 폭락했다. 2001년에는 9·11 사태까지 겹쳐 세계 경제가 나빴다. 김 대통령은 두 가지 경기 부양책을 썼다. 신용카드 사용을 확대하고 부동산 경기에 군불을 땠다. 금융회사들은 소득도 없는 대학생들을 길거리에서 붙잡아 신용카드를 쥐여줬다. 국민은 집값 10%만 내면 대출을 받아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빚으로 지은 집은 오래가지 못했다. 후유증은 2003년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고스란히 넘어갔다. 대학생들은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 신용 불량자가 됐다. 1998년 160만명이었던 신용불량자는 2003년 4월 300만명을 넘어섰다. 2002년 7.4%였던 경제성장률도 2003년 2.9%로 추락했다. 다행히 외환 위기 악몽이 절절해 카드 사태는 금융 위기로 번지기 전에 수습됐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전임자의 '신용카드 계산서'를 처리하느라 1년 6개월 동안 시달려야 했다. 또 김 대통령이 시작한 부동산 부양책은 노 대통령을 임기 내내 괴롭혔다. 후유증의 원인은 뭘까. 전문가들은 'IMF 조기 졸업'에 대한 집착과 당시 세계 경제 흐름에 맞지 않던 '부채 주도 성장론'을 꼽는다.
부채는 이자를 감당할 수만 있다면 경제성장의 활력소이다. 하지만 소득이 없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대재앙이 된다.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후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에서 일자리 추경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를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 주도 성장론'은 정부가 개인들에게 일자리나 생활 보조금을 지원해 소득을 늘림으로써 경제성장을 하겠다는 이론이다. 공무원 채용 확대,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추경 편성이 모두 이런 맥락이다. 성장 정책의 재원은 어디에서 나올까. 국민 세금이다. 이번 추경에서는 전임 정부가 저인망으로 세금을 끌어모은 덕택에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했지만, 앞으로 돈이 더 필요하면 정부가 빚을 내게 된다. 그러나 공공 일자리가 늘어난 반면,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아 유지 비용이 점점 커지면? 기업들이 자동화에 주력해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면? 조세 저항이 발생하면? '소득 주도 성장론'은 '정부 부채 주도 성장론'으로 바뀐다. 국가 재정이 담보이기 때문에 기업·개인 부채보다 판돈이 더 크다.
일자리 창출은 경제정책의 최고 목표이지만 방향은 글로벌 추세에 맞아야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자리 확대에 목숨을 걸지만 공무원 일자리는 늘리지 않는다. "공무원은 농민들이 과일이나 채소를 키우는 방법을 간섭하고 심지어 개 사료 영양분까지 맘대로 정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베 일본 총리도 기업의 일자리 나누기를 장려하면서 기간제 근로자 사용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모두 민간 부문의 고용·창업이 초점이다. 그러니 최상의 일자리 정책은 기술·산업 변화를 예견해 민간의 근로 인력을 선제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지금 해외에서는 순풍이 불어오고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경제는 이 바람을 잘 타면 순항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일자리와 복지가 아니라, 일자리와 경제 역동성이 손을 맞잡고 가야 한다. 돛을 잘못 달면 후임자 허리가 휘어진다.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조선일보
첫댓글 ... 2017.06.15 10:26:03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고 해서 세제, 교육, 수혜를 받는 공무원이 철밥통 된 지 오래다. 대통령이 세금으로 철밥통을 늘리는데 그를 지지하는 대다수 젊은 엘리트들이 철밥통에 매달리는 것은 당연하다. 관료가 흥하면 나라는 망한다, 역사는 항상 정직하다. 내 배 채우자고 곳간 거덜나는지 모르고 후세들 깡통차게 만드는 못난 조상으로 남을 것은 자명하다... -> 조선일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