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몇몇이서 개인 산행할때 추성동
마을에서 하룻저녁을 머물지 안했는가~
기대가 앞서기보단 설레임이 한아름~
도착해보니 예전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고 마을 또한 정비가
잘되어 있고 도로하며 주변 상가도 역시~!!
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대낮에는 밖에 나가기가
두려울 정도로 햇볕이 따갑고 무덥다. 무더운 날씨에
올 여름 견디기가 힘겹다. 이럴 때 가장 반가운 곳은 시원한 계곡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높은 산 지리산에는 수많은 계곡이 있다.
지리산 수많은 계곡 중에서도 칠선계곡은 가장 깊고 원시적인 계곡이다.
지리산 칠선계곡은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손꼽힌다.지리산 주능선에서 북쪽으로
흘러내린 물줄기는 남원군 산내면에서 뱀사골과 달궁계곡을,
함양군 마천면에서 백무동계곡 광대골과 칠선계곡 국골 어름터계곡을 이룬다.
지리산 깊숙한 곳에 뿌리를 둔 여러 계곡은 하나로 합쳐져 엄천강이라는
이름으로 흐르다가 산청에서 경호강에 합류된다. 엄천강을 건너 추성리로
방향을 튼다. 추성리는 칠선계곡을 통해 천왕봉에 오르는 등산로 초입이다.
칠선교를 지나자 펜션들이 많다. 추성리 펜션지대를 지나면 보도블럭이
깔린 임도가 고갯마루까지 이어진다. 두지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에서부터는
산속 오솔길을 따라가야 한다. 오솔길로 들어서니 깊은 골짜기를
이룬 칠선계곡이 바라보인다. 마을사람들이 다니는 길이라 오솔길은
걷기 좋게 잘 정비돼 있다.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니 두지동마을이 나온다.
마을까지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두지동은 깊은 산속에 숨어있는
별천지 같은 곳이다. 마을 주변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피어 두지동의
여름을 화사하게 해준다. 마을 앞 커다란 호두나무 그늘 아래에
쉼터가 마련돼 있어 칠선계곡을 등산하는 사람들이 잠시 숨을 고르고
출발하곤 한다.
두지동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칠선계곡에 놓인 칠선교라는 이름을 가진 출렁다리를 건넌다.
출렁다리 아래에는 옥빛을 띤 소가 이끼 낀 바위와 함께 칠선계곡의
신비경을 예고해준다. 쉼 없이 흘러가는 물소리 새소리,
매미소리와 함께 화음을 맞춘다. 첫 번째 출렁다리를 지나
한동안 계곡과 약간 떨어진 산비탈을 따라 걷는다. 대부분의 나무가
활엽수로 이뤄진 숲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다.
가파른 산길을 지나고 나니 선녀탕이 기다리고 있다.
선녀탕에는 일곱 선녀와 곰의 전설이 얽혀 있다.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즐기던 일곱 선녀의 옷을 훔친 곰은 옷을 바위틈 나뭇가지에
숨겨 놓는다는 걸 잘못해 사향노루의 뿔에 걸쳐 놓았다
(전설과 달리 사향노루는 뿔이 없다).
선녀들이 옷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본 사향노루는 자기 뿔에 걸려 있던
옷을 선녀들에게 가져다줬다. 이리하여 선녀들은 옷을 입고 무사히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하늘나라로 올라간 선녀들은 자신들에게
은혜를 베푼 사향노루는 칠선계곡에서 살게 해 주고 곰은 이웃에 있는
국골로 내쫓았다는~
선녀탕은 높지 않은 폭포수를 끌어들여 옥빛의 길쭉한 탕을 이뤘다.
선녀탕을 감싸고 있는 활엽수 잎들이 햇빛에 비취어 물위에 수채화가
그려졌다. 작은 폭포를 감싸고 있는 바위들은 세월이라고 하는
조각가가 빚은 아기자기하고 자연스러운 석조물들이다.
선녀탕과 연결된 두 개의 폭포 위쪽에 옥녀탕이 자리하고 있다.
옥빛을 띤 옥녀탕은 칠선계곡에서 가장 물빛이 아름답다.
선녀탕보다 넓은 탕과 비스듬한 반석을 타고 내려오는
10m 가까운 와폭이 나의 발길을 붙잡는다. 계곡을 이룬 바위는
비스듬히 누운 반석이 있는가 하면 둥글고 커다란 바위도 많다.
표면이 잘 다듬어진 바위와 함께 이끼 낀 바위가 원시성을 느끼게 해준다.
아기자기하면서도 거침없는 멋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계곡답다.
깔끔한 화강암은 물살이 굽이치면서 깎이고 깎여 유연한 곡선을 이루고
급격하게 깎인 바위에는 폭포가 만들어졌다. 맑은 계곡물은 거대한
바위를 만나면 돌아서 가고, 작은 돌은 적시며 흘러간다.
자연은 억지로 꾸미지 않아 담백하다. 이런 자연 속에 동화될 때 인간은
행복감을 느낀다. 칠선계곡은 발길 닿는 곳마다 비경이고 선경이다.
녹음 우거진 진초록은 물속에도 잠겨있고, 울창한 숲길은 터널을 이룬다.
계곡 옆 숲길을 걷다보면 물소리가 더위를 잊게 해준다. 계류가 연주하는
자연음악에 발맞춰 걷다 보니 어느덧 비선담에 도착해 있다. 비선담은
일곱 선녀가 선녀탕에서 목욕을 즐기다가 하늘나라로 올라간 담(潭)이다.
비선담을 지나 5분 정도 더 올라가면 출입이 통제되는 반환점에 이른다.
반환점 근처에서도 잘 다듬어진 반석을 넘어 하얀 물 구슬이 굴러 떨어지는
폭포수와 옥빛 소가 선경을 이루고 있다. 티 없이 맑은 물을 바라보며
때 묻은 마음을 정화한다. 이무더운 삼복날씨에 소름이 끼칠정도로 차가운
맑은물에 마음과 몸을 녹여본다,
천왕봉 북쪽 골짜기에서 시작된 칠선계곡은 7개 폭포와 33개 소(沼)가
줄줄이 이어진다. 이는 공식적으로 이름을 얻은 폭포와 소의 숫자일 뿐
사람들의 혼을 빼앗는 폭포와 소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칠선계곡은
올라갈수록 골이 깊고 험해지지만 그 만큼 신비롭고 원시성이 넘친다.
칠선계곡은 지리산 아흔아홉 골짜기 중 가장 깊고 장엄하다.
이제 오던 길을 따라 되돌아간다. 비선담을 지나 옥녀탕 반석에 앉아
옥빛 물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햇살에 비췬 옥녀탕 물빛이 진주보다 영롱하다.
비스듬히 누운 바위를 타고 쏟아지는 와폭이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