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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와 메르스 확산
정형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들어가며.
5월 20일 첫번째 확인환자를 시작으로 한국의 언론을 수놓은 ‘메르스(중동중증호흡기질환, 이하 메르스)’는 7월을 넘어서는 이전 같은 관심의 대상에서는 벗어난 듯 하다. 6월 초중순의 대중공포도 잊혀졌고, 언론에서 다루는 기사들도 거의 없다. 실제로 충격만큼이나 소위 ‘메르스 피로도’라고 불리는 현상도 존재한다.
암튼 메르스와 관련된 논의들이 한동안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학교들은 휴교를 하고, 국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출퇴근을 하였다. 놀이공원은 한가한 회전목마의 홀로 놀이터였고, 거리는 한산하였다. 사실 메르스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이나, 한국의 잘못된 의료제도 보다 이제 경제적 타격과 경제회복 이야기가 다시 솔솔찮게 나온다. 실제로 ‘메르스 피로도’는 경제회복 담론으로 연결되고 있다.
결국 처음의 초점은 치사율 높은 감염병의 확산이었지만, 이제는 감염병 확대가 일으킨 경제적 타격이 주된 관심사로 변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관광경기의 급격한 하락, 그리고 병의원의 경제적 어려움, 지역 상공인들의 어려움이 부각되었다. 그리고 정부도 이에 발맞추어 경제적 지원을 어떻게 할지를 논의하고, 8월초에는 한술 더떠 각종 규제완화를 재차 천명했다.
그런데, 사실 아직도 메르스 바이러스가 완전히 치료되거나, 백신이 개발된 건 아닐뿐더러, 동양의 작은 나라에 왜 중동의 바이러스가 이렇게 퍼졌는지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한 건 더더욱 아니다. 감염질환의 확산에 따른 경제적 효과만이 주된 논의가 되기에는 아직 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관련해서 논의해야 할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정부가 8월초 추진을 언급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국제의료지원특별법’등은 메르스 사태를 일으킨 규제완화의 연장선상이란 점에서, 현 정부는 반성이 없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향후 제2, 제3의 메르스사태를 불러일으킬 원흉이라는 점에서 정말 문제가 된다.
메르스와 공공의료.
메르스와 같은 감염질환이 발생시, 일반 민간병원은 수익성등의 이유로 기피하거나 제대로 예방, 치료, 격리 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공공의료기관이 필요하다. 공공의료기관은 대략적으로 최소 전체병상의 30%이상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한국의 현실은 10%가 안된다.
암튼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대부분의 환자치료와 격리를 공공의료기관에서 수행하였다. 약 80여명의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삼성서울병원의 폭발적 환자 발생과 전원의 어려움으로 치료했던 점을 제외하면, 국가지정병상이 천안 단국대병원을 제외하고 치료는 국립중앙의료원, 서울대병원, 서울의료원 등등의 공공의료기관이 전담하였다.
서울지역에서는 고위험 격리자 및 확진전 격리자를 서울서북병원등의 공공의료기관에서 수행하였다. 서울시 서북병원에서 확진되어 치료병원으로 옮겨진 환자만 12명에 이른다.
삼성서울병원은 단 하나의 격리병상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공공의료기관은 국가지정격리병상을 보유한 곳등을 포함하여, 감염병 격리 음압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수치도 매우 낮은 것으로 향후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6월말이 되어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받던 메르스확진자들도 삼성서울병원의 진료재게와 치료미비로 인해 전부 공공의료기관으로 전원했다. 국내 굴지의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확진자 치료에서도 마지막까지 얼굴을 구겼다.
한국의 공공의료기관 추이
표) 2008-2013 연도별 공공보건의료기관 현황
표에서 보다시피 한국의 공공의료기관은 이제 기관수로 5%대 병상수로는 9%대이다. 공공의료기관 병상수가 대학병원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늘어났지만, 민간의료기관 병상의 폭발적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런 기형적 공급구조는 한국의 모든 의료체계를 영리추구중심체계와 치료중심체계로 바꾸어놓았다. 특히 2003년 집권한 노무현정부(참여정부)가 자신의 공약사항인 공공의료기관 30% 확충을 손바닥뒤집듯이 어기면서, 공공의료기관 확충의 희망은 사라진 듯 보인다.
그러나 계속 살펴보겠지만, 공공의료기관 확충 없이는 한국의료체계의 건전화 및 국민건강에 이바지 할 수 없다. 공공의료기관의 기능이 가진 역할은 단순히 국외 고위험성 감염병등을 치료하는 역할만은 아니기 떄문이다.
공공의료의 역할
공공의료는 실제로 여러가지 기능을 하고 있으며, 의료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하다. 이명박정부 들어서는 노골적으로 공공의료의 기능을 취약계층이나 의료 소외계층을 진료하는 선별적 의미로 국한시키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공공의료의 중요한 기능은 실제로는 표준진료(적정진료비)를 결정하는 부분이다. (–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임)
공공의료기관이 있는 지역이 없는 지역보다 평균의료비가 낮다는 결과(일산의 경우)도 이미 나와있고, 비보험 검사의 경우 공공의료기관이 민간의료기관보다 낮다는 것은 여러 차례 밝혀졌다. 단순히 진료비만의 차이가 아니라, 진료의 빈도, 치료의 수준등의 적정화를 누가 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공공의료가 필요한 첫번째 이유는 바로 진료적정화이다. 진료의 표준을 공공이 만들지 못하고, 이것이 민간으로 넘어간다면, 그때는 이윤동기에 의해 진료중 일부는 과잉 진료가 되고, 일부는 도리어 과소진료가 되게 된다.
1) 표준진료
대표적으로 한국의 경우 여러가지 이유(민간의료기관 비율, 지불제도, 의료기관 이용패턴등)의 영향을 받겠지만, 갑상선 암 검사나 갑상선 수술, 척추수술등은 선진국에 비해서 빈도가 너무 높다.
반면 결핵과 같은 예방 및 치료의 추적관찰이 집단적으로 필요한 질병의 경우는 민간의료기관에서는 외면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결핵환자는 대표적으로 오래동안 치료해야 되지만, 돈이 없고 가난한 환자가 많고, 특별한 검사나 시술이 없어 수익성이 없는 환자군이다.
그림) 민간과 공공의 결핵등록자 수[1]
결핵환자들에 대한 2002년 연구를 보면 제주도 민간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의 치료 성공률은 민간병원급은 63.3%, 민간의원급은 38.5%에 불과한 것으로 되어 있다[2] 또한 2002년 결핵연구원에서 민간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결핵 환자들의 치료 성공률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8개 대학병원과의 시범사업을 하였다. 등록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결핵연구원과 보건소에서 환자에게 보건 교육, 상담, 수약 관리를 제공한 사업에서 치료 성공률이 91.6%에 달하였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의 71.8%보다 월등한 향상을 나타냈다.[3] 즉 공공의료기관이 연계되어 결핵환자를 관리한 경우와 민간에 위탁한 경우는 치료성공률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즉 결핵환자와 같은 경우 민간의료기관의 의료적 접근은 많이 부족하고, 그 간극은 공공의료기관이 메워주어야만 한다.
즉 공공의료기관이 표준진료를 하는 표준진료 기관이 되어야 한다.
2) 필수 의료 대비
다음으로 앞서 보았듯이 두번째는 필수의료대비 부분이다. 크게 보면 재난적 상황에 대한 대응과 감염병등을 들 수 있다. 신종플루가 한국에서 유행했을 때는 작은 예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에서 2011년 후쿠시마 핵사고가 터졌을 때, 후쿠시마 지역 주민들을 진료하고 이주시키는데 참여한 것은 모두 일본의 공공의료기관이었다. 뿐만 아니라 외국 어디에도 국가적 재난이나 자연 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병상을 유지하는 것은 상식이다. 만약 이런 공공병상의 기능을 민간병상이 대신하게 하려면 많은 비용과 수고가 필요하다. 소방서와 같은 재난대비 시설을 민영화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로 최소한의 공공의료가 필요한 근거이다. 우리는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이러한 필요를 목도하였다.
3) 미충족 의료 해결
마지막으로 극빈자들처럼 일반 민간병원에서는 돈이 되지 않고, 본인부담금을 내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진료하고 돌보는 것이 공공병원의 역할이다. 즉 미충족 의료를 해결하는 역할이다. 이 부분은 앞서 보았듯이 결핵환자와 같이 민간의료기관에서 외면하는 환자들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가난하고 소외된 환자들을 돌보는 기능이다. 물론 이 역시 중요하다. 응급실, 중환자실과 같은 돈은 되지 않지만 꼭 필요하고, 민간병원에서 기피하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 감염격리병실이 부족할 때, 이를 충족시키는 것도 필요한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핵심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취약계층을 진료하고 돌보는 것은 국가의료보장체계의 문제이기도 하며, 단순히 공공병원만의 기능으로 한정하기에는 도리어 부적합 할 수도 있다.
가난한 사람들, 노숙자들, 무연고자들만 진료하는 병원을 만든다면, 그 병원의 질과 기능은 어떻게 담보될 수 있겠는가? 일상적인 진료 기능중 이러한 취약계층 진료부분을 더욱 강화하는 차원에서 공공의료를 이해하는 것이 합당한 이유다.
공공의료의 성격
그렇다면 앞서 보았던 적정진료, 재난대비 의료체계, 취약계층지원 같은 요소들을 하기 위한 공공의료의 성격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 일부는 공공의료의 역할은 민간병원 특히 비영리법인 병원이 하면 된다는 의견을 피력하곤 한다. 이는 그러나 몇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의료의 ‘공공재’로의 역할을 책임진다는 것과 수행하는 것은 다른 개념이다. 간혹 미래사회를 다룬 영화를 보면 소방서, 경찰등을 민영화한 사회가 나온다. 이런 미래사회의 모습은 아주 재앙적으로 묘사된다. 마찬가지로 의료의 ‘공공재’ 성격은 공공이 소유한 병원과 의료기관이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이런 기관의 소유과 구성이 모두 공공 주도여야만이 이러한 성격에 부합하기 옳다. 1980년대 이후 공공서비스 영역의 비효율성, 관료주의, 비합리성을 이유로 공공영역이 많은 부분민영화 되었다. 또한 그러한 논의에서 소유구조 보다는 집행 및 논의구조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소유문제는 민간에 두더라도, 공공성을 갖추면 된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되었다.
참고로 의료는 공공성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민간의료기관도 개인병원이나 의원을 제외하면 비영리법인이 운영하는 것이 전세계적으로 일반적이다. 따라서 공공의료는 공공소유의 기관으로써의 역할이 있고, 소유는 민간이 하더라도 공익적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법인 병원은 따로 생각하는 것이 맞다. 마치 소유관계에서 운영의 비민주성이 비롯된다고 보는 것은 실제 개인이 소유한 민간의료기관에서 더할 수 있다. 이것은 별개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특히 취약계층 진료와 같은 한정된 기능에만 의미를 둘 경우 이런 혼동은 더욱 심해진다.
적정진료와 재난진료등은 적자가 나더라도 의료서비스로써 국가가 수행해야 할 역할이다.
따라서 공공의료의 기본 전제는 공공의 소유한다는 점이 흔들린다면 앞서 보았던 여러가지 기능의 혼동도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즉 공공의료는 일단 기본전제로 국가소유를 뜻하는 것이다. 그리고 ‘소유와 운영의 책임자로써의 국가’의 가치가 훼손된다면 공공의료의 가치도 훼손될 수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본 공공의료에서의 시사점
1) 위험정보 공개 거부 – 정부의 비밀주의
이번 사태에서 보면 5월 20일 1번째 환자의 확진 이후에 거쳐간 모든 병의원을 비밀에 붙였다. 이 때문에 수많은 환자들이 퍼지는 상황을 국민들과 환자들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였다. 여기다가 5월 29일 (혹은 늦어도 30일) 14번 환자가 확진되었을 때 이미 27~29일의 응급실 및 외래 환자 및 보호자, 방문자들이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었다. 이들을 모두 찾아 격리하는 일이 가능하려면 병원명을 알리고 이 날 삼성병원을 방문했던 사람들을 지역의 병원을 방문하면 이들을 격리하도록 했어야 했다. 또한 삼성병원 환자들 및 방문자들의 자진신고를 받고 행정력을 동원하여 추적을 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평택성모병원 공개를 환자가 모두 퍼지고 나서인 6월 5일에 했고 삼성서울병원은 6월 7일에야 했다. 평택성모병원에서의 실수를 반복한 것이고, 정부의 ‘비밀주의’가 이번 확산의 근본적 토대가 됨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런 정부의 비밀주의는 사실 민간의료기관의 수익성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공공의료확충이야 말로 감염병의 위험정보를 공개하고, 확산을 저지할 토대였을 것이다.
2) 공공의료기관 및 공공의료체계 부족
비교적 초기 환자가 아직 30여명 규모일 때부터 이미 국가중앙병원급의 국가지정 격리병상부터 시작하여 음압격리병상 자체가 모자랐다. 그 격리병상부터도 1인 병실로 되어있지 않아 실제 수용가능인원은 50여명에도 못 미쳤고, 사실 감염환자가 더 발생했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국가지정 격리병실이나 음압병실 등은 건축비용이나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 민간의료기관에서 이를 보유한 병원은 빅 5병원 중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이 유일했다. 이 때문에 초기부터 메르스 환자들과 의심환자들은 전국의 격리병실로 흩어져야 했고, 이는 국민들의 불안과 치료의 비효율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다 앞서 보았듯이 민간병원의 수익을 걱정해야 했고, 또 민간병원은 방역조치에 필수적인 역학조사 조차 방해를 했다.(삼성서울병원). 이 모든 것이 공공병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한 국가의 공중보건체계가 민간의료기관에 의존한 결과이다.
3) 의료민영화와 연속된 규제완화
이번 정부의 ‘비밀주의’는 재차 이야기 하지만 경제적 이해 때문이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6월 24일 메르스가 발생한 병원명을 처음부터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병원에 안 찾아가고, (병원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서 “병원이 신고 하지 않거나 환자거부를 하는 현상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6월 1일부터 6월 7일까지, 다시 말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메르스의 초동대응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한 후 관련대응을 지시한 때부터 병원명을 공개한 6월 7일까지의 기간 동안 병원명이 공개되지 않은 것도 의료산업의 피해를 고려한 처사였다.(특히 삼성서울병원)
박근혜 정부는 작년 병원 부대사업으로 수영장, 헬스클럽, 온천장, 쇼핑몰, 심지어 호텔까지 허용하는 병원 부대사업 확대 시행령 입법을 강행했다. 병원에 쇼핑몰, 호텔이 들어선다면 감염예방은 아예 가능하지 않다. 병원은 치료공간이 아니라 돈을 버는 공간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이번 메르스 사태의 근본원인 중 하나임은 수많은 문제들이 알려주고 있다.
이를 강화하는 것이 의료민영화 정책들이었다. 이런 의료민영화 정책은 원래 공공의료기관이 중심이라면 가능하지 않다. 민간의료기관이 경쟁하고, 돈을 벌게 하면서 생긴 기현상이다.
최근에는 제주도에서의 영리법인병원 설립을 위해 기존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현재도 중국 녹지기업의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2010년에는 병원인증평가제도 조차 민영화되었는데, 이명박 정부는 감염관리등의 병원 평가업무를 ‘자율규제’의 명분으로 국가업무에서 민간기관으로 . 이전하여, 감염관리를 국가기관의 업무에서 제외시켰다. 이 또한 민간의료기관의 자율규제를 구실로 만든것으로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공적평가가 존재하는 외국과 비교된다.
끝으로 메르스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중동지역의 의료수출이나 의료관광은 장려되었지만 정작 중동지역의 감염병 예방에는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없었고 공항이나 항만에서의 메르스에 대한 건강상태질문서(징구)조차 폐지했다. 의료관광, 의료세계화는 국내의료체계를 와해시키고, 의료의 돈벌이를 부추기는 행위로 감염질환확산의 배경이 되었고, 이는 민간중심 한국의료체계하에서 재생산되었다.
4) 간병을 개인에게 맞긴 문제
세계보건기구는 한국의 간병문화를 이번의 폭발적인 감염병 전파를 불러온 원인의 하나로 지목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간병은 문화라기 보다는 강요된 문화이다. OECD 평균 1/3의 간호인력으로서는 간병은 병원이 하는 일이 아니라 가족이 돌아가면서 맡아야 하는 일이 되어 왔다. 또는 간병인을 고용해도 이는 큰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간병인도 병원의 직원이 아니어서 제대로된 감염질환의 관리가 되지 못했다. 그나마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간병서비스를 공적으로 제공하는 무료간병실 및 간병보험(포괄간호서비스, 보호자 없는 병원 등등)은 공공병원에서 우선 시범사업을 하면서 확대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간병서비스를 건강보험의 영역에 포괄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이를 전혀 실현하려 하지 않고 있다. 앞서 본대로 간병서비스를 공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고, 병원 내원객(문병, 가족 간병객등등)을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공적 간병서비스의 제공을 위해서도 공공병원 확대는 사활적이다.
5) 공중방역체계의 불충분
정부는 1번째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에서 최소한의 역학조사와 대응만을 하고, 이후의 평택성모병원의 폐원까지 대부분의 결정은 모두 해당병원에 맡겨두었다. 특히, 정부는 삼성서울병원의 방치와 방역조치를 삼성에게 맡겨둔 5월 29일부터 6월 3,4일까지의 기간에 삼성병원을 통제하기는 커녕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정부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전면적 역학조사를 하지 못했고 감염병의 전국적 전파를 결국 방조했다. 물론 삼성서울병원이 정부의 역학조사를 방해했을 수도 있으나 한국의 정부는 삼성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이고, 삼성서울병원은 비영리법인으로 공익사회기업이다. 공익사회기업의 관리는 정부의 역할임은 물론이다.
물론 삼성서울병원에도 면죄부를 줄 수는 없지만, 한국의 공중방역체계는 의료산업화 및 기업병원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경우다. 이를 역학조사관 몇 명의 충원이나 감질병관리본부 강화, 감염병 전문병원만으로 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공공의료기관의 획기적 확충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6) 감염질환 1인실화 및 건강보험 적용
한국의 병원들의 병원감염 관리가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은 병상에서는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 병상 과잉의 국가이지만 정작 필요한 격리병상은 절대 부족한 것이 드러났다. 최소한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감염병동의 별도공간화와 감염병실의 1인실화 및 건강보험 적용일 것이다. 현재 1인 감염병실은 매우 한정된 질병에서만 건강보험 적용이 되고 있고, 이 범위의 확대가 필요하다. 이런 개혁은 민간병원의 자본비용을 보존해 주는 방식으로는 효율적이지 않고, 한계가 많다. 공공의료기관이 이를 선도하여, 민간의료기관이 따라가게 하고, 감염질환 1인실화를 할 수 있을 만큼 공공의료기관에 투자하는 것이 옳다.
7) 응급실 체계를 공공화 해야 할 필요성.
이번에 드러났듯이 한국의 응급실은 사실상 응급환자를 받는 곳이 아니라 대형병원의 입원통로임이 드러났다. 대형 기업병원들은 응급실을 자신이 수용할 병상보다 크게 만들고, 응급실을 입원실처럼 활용하였다. 또한 이 응급실은 감염질환자 및 가족들은 물론 문병객까지 상존하는 ‘시장통’이었다. 이는 일부 병원 응급실의 과밀화를 촉진하는 의료전달체계의 문제점 뿐 아니라 현재의 응급의료체계 및 대형병원 응급실이 가진 문제점 등 다양한 요인들이 배경이었다. 따라서 응급실이 더 이상 감염질환 확산의 토대가 되는 ‘시장통’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민간의료기관 중심의 응급의료체계를 견제할 최소한의 전달체계가 필요하다. 여기에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은 필수이다.
8) 주치의제 도입
한국의 병원쇼핑은 문화가 아니라 강요된 것이다. 한국의 의료전달체계는 무정부 상태라고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아무도 환자들의 병력이나, 가족력등 정보를 제대로 취득하기가 힘들다. 이는 환자들을 고객을 바라보게 하는 의료산업화 정책과 의료광고등이 가속화 시킨 것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주치의 제도가 없는데 기인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공공병원 강화와 의료민영화 정책의 중단이 우선 되어야 한다. 주치의제도는 공공의료체계 강화와 함꼐 해야 한다.
보론) 의료는 왜 공공재인가?
이제 이러한 공공병원의 역할을 살펴보면 좀더 광범한 문제에서는 결국 의료가 왜 공공재여야 하는지를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료가 공공재이냐, 아니냐는 경제학적 논리로 논의할 사항은 아니다. 실제로 단순하게 보면 사람의 목숨, 건강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느 가치여야 한다는 기본 입장과 철학이 ‘의료가 공공재’라는 주장의 밑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좀더 살펴보면 중요한 지점이 있다.
첫째. 의료는 정보비대칭성이 강하다. 환자들이 수많은 의학지식과 임상경험을 가지고 있기는 불가능하고 이 때문에 올바른 판단과 대응을 시장경쟁에서 이루기는 힘들다. 과학지식 그중에서도 사람의 건강과 목숨을 담보하는 의료지식의 정보불균형은 한국에서 ‘황우석사태’ 같은 곳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건강을 되찾고 싶은 환자들은 의사들의 한마디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가갈 수도 있다. 때문에 의료의 정보비대칭성은 의료를 공공영역에 두는 것이 옳고 정의롭다는 입장에 근거가 된다.
둘째. 의료의 시장실패이다. 역사적으로 유럽과 세계 여러나라에서 의료를 시장에 방치할 경우 국민들의 건강수준이 낮아지는 것을 목격하였다. 이 때문에 국민건강보험이나 국가의료체계등의 방식으로 아니면 최소한의 보험제도라도 도입하여 의료의 시장실패를 막으려고 한 것이다. 지금 의료체계가 가장 시장에 노출되어 있는 미국의 의료개혁이 미국 정치권의 화두중 하나다. 왜 그러한가? 다름아닌 의료는 시장에 맞기면 실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는 공공재로써 기능할 때 그 기능이 온전히 유지될 수 있다.
셋째. 의료는 기회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필수재이다. 피부미용이나 일부 성형을 제외한다면 사실 의료이용은 아프기 때문에 하게 된다. 즉 의료는 자신의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만 하는 서비스다. 의료서비스는 인간의 생리학적 상태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부분으로 사회를 운영하는데도 꼭 필요한 서비스이다. 따라서 필수재가 공공재의 성격을 띄지 않는다면 배분과 접근성이 왜곡되어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되며, 의료가 공공재인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1] 한국의 결핵 실태 및 관리체계, 의사협회저널 2006
[2] 제주도의 페결핵환자 통계 조사, 대한결핵의학회지 2002.
[3] Kim HJ, Bai GH, Kang MK, Kim SJ, Lee JK, et al. An intervention trial of a public-private collaboration model for improving treatment outcomes of tuberculosis patients in the private sector in Korea. Int J Tuberc Lung Dis 2005; 9(Suppl 1): S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