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전시] 이상미 개인전 '민자, Voilà!'...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내적 메시지를 전하는 공예가 아닌 예술가
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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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là!, 엄마 민자가 딸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 캔버스에 박제화되는 거짓말, 거짓 행동,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느끼는 좌절 [리뷰] 민자, Voilà! 의 의미...‘민자’는 누굴까? |
[미술여행=윤장섭 기자]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갑자기 별세한 엄마를 위해 딸, 이상미가 준비한 엄마를 향한 써프라이즈Surprise 전시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에 위치한 갤러리 그림손에서 열린다.
오는 11월 8일(수)부터 11월 14일(화)까지 인사동(갤러리 그림손)에서 개최되는 이상미 개인전 '민자, Voilà!'展은 민자의 누리지 못한 아름다운 시절에 대한 딸, 이상미 작가의 마지막 선물이다.
◈ ‘Voilà!, 엄마 민자가 딸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
사진=이상미 작가
낯선 단어‘Voilà!는 프랑스어로 “짜잔, 여기를 보세요~!” 혹은 “봤지!”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청자에게 화자가 스스로 한 일에 대해 자랑하고 인정받고 싶은 감정, 즐겁게 놀라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다. 즉, 이 전시는 작가가 자신의 엄마가 어이없게 놓아버린 엄마가 누려야 할 아름답고 안타까운 시간을 기리며 딸, 이상미가 준비한 엄마를 향한 써프라이즈Surprise 선물이며 이 개인전의 동기이다.
11월 8일(수)부터 11월 14일(화)까지 인사동(갤러리 그림손)에서 개최되는 이상미 개인전 '민자, Voilà!'展은 민자의 누리지 못한 아름다운 시절에 대한 딸, 이상미 작가의 마지막 선물이다.
이상미의 개인전 <민자, Voilà!>는 엄마의 영원한 부재와 유언의 의미에 대해 끊임 없이 오고 가는 생각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이상미’를 구성한 모든 것에 의문을 가지고 세세히 짚어가며 진짜 ‘자기다움’에 대한 성찰의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그것은 또 엄마 민자가 딸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기도 하다.
작가가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특별하게 시간과 품을 들인 거즈와 캔버스 위 아크릴 채색으로 사실적인 묘사를 한 작품 <에덴의 저편>은 3개의 작품으로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의 작품을 ‘이전’과 ‘이후’로 나누면, ‘과’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전작과 앞으로 제작할 작품을 연결도 하고 구별도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또, 작품 <그곳, 원초적 자리>는 2개의 작품으로 작가가 몰입해 밤새 작업에 열중하다 새벽에 피곤함으로 몽롱해진 눈이 발견한 생명성 그리고 그 근원지에서 반전의 기쁨을 느끼고 진행 중이던 작품을 뜯어내 다시 작업한 작품으로 자신의 개인전에서 관객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으로 이 두 작품을 꼽았다.
사진: 이상미_1. 에덴의 저쪽_바람__거즈 & 캔버스 위 아크릴_116.8x91.0cm_2022~2023
사진: 이상미_그곳, 원초적 자리 I_전선, 코일, 한지, 거즈 & 캔버스 위 아크릴, 162.2x130.3cm_2023
◈ 캔버스에 박제화되는 거짓말, 거짓 행동,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느끼는 좌절
이상미는 작업하는 것을 멈춘 시기는 없으나 발표는 미루는 편이었다. 최근에 열정적으로 기획전과 그룹전에 참가하면서 동료 작가들, 관객들과 소통의 기회를 많이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 발표한 작품들 가운데 ‘바람’이 소재인 <바람으로 만든 집> 연작들, <질주_Stop and smell the roses> 연작들 그리고 ‘절벽’이 소재인 작품들 <춤추는 절벽>, <탈주의 선>, <뒤집어 살기> <100층짜리 집_그림으로 들어 간 세상>, <지하 그리고 창 밖> 등 작가가 명명한 작품들의 제목에서 유추해 보면 작가에게는 ‘시간성’보다 ‘장소’성이 유의미한 것 같다. 그 ‘장소’가 작가에게 불러일으키는 감정들, 기억들, 사건들이 자신을 성찰하는 화두를 끌어내는 곳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사진: 이상미_바람으로 지은 집_정서의 찌꺼기들_실, 거즈 & 캔버스 위 아크릴_60.0x60.0cm_2021
사진: 이상미_춤추는 절벽_양모, 거즈 & 캔버스 위 아크릴_90.9x72.7cm_2022
작가 자신의 몸에 각인된 거짓말 거기서 비롯된 거짓 행동, 그런 자신을 회피하거나 합리화하는 상황,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느끼는 좌절을 자신의 재료에 담아 캔버스에 박제화 시키는 것 같다. 더 이상 그 곳으로 되돌아가지 않기 위해서……
이상미 작가가 준비한 작품들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성찰의 결과가 우리들의 삶 혹은 그 삶이 가져온 문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며 동병상련(同病相憐) 혹은 공감의 여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또 이 개인전을 통해 이상미 작가는 작품을 보는 관객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관객만의 메시지를 담아 가기를 원한다고 했으며 그래서 작품에 관객이 담아갈 공백을 두었다고 했다.
공예라는 장르에 속한 섬유 예술가에서 출발하여 거즈와 양모 사용의 빈도가 높으며 실과 바늘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만들고 관객에게 내적 이미지를 선명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작가 이상미는 최근에 자신이 주로 다루던 재료에서 벗어나 다양한 재료에 대한 탐구와 타 장르의 기법 차용 등 자신의 작품을 구현하는 지평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새롭게 발견하는 자아와 친해지고 행복해하는 작가의 여정에 초대된 관객들과 축제를 벌이길 원하는 작가 이상미의 바램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작가의 고백>
이상미 작가
민자! 나의 어머니
2년 전 갑자기 먼 여행을 떠나셨다. 모든 공간과 시간은 그녀의 부재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 삶에 현전(現前)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과 미소, 웃음과 눈물, 사람을 마주하고 매사를 결정하는 방식, 그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음을 보았다. 나는 그녀와 동일한 유전자, 똑같은 가치, 유사한 습관을 가진 채 살고 있다. 똑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나의 길을 가고 있었다. 나는 민자인 것이다. 브알라, 민자!
이런 인식과 느낌 안에서 2023 '민자, 브알라!' 전시를 준비했다. 민자의 소멸을 경험한 나는 이대로 살 수 없었다. 나의생각, 정체성, 젠더, 위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나라는 존재, 나의 인식, 학습된 유전자의 본능, 주입된 정보와 경험으로 구성된 나로 살 수 없었다.
그녀는 내 안에 나와 함께 현존한다. 하지만 이제 나는 다른 나로, 나다운 나로 살아가고 있다. 이런 모든 생각들을 조형언어로 표현을 하였다. 알고 있는 것들의 형상을 던저버리고, 알고 있던 개념들을 변형시켰다. 구체적인 묘사를 없애자 숲은 바람이 되고, 절벽은 대지로 변했다. 표현하는 재료의 성질도 버렸다. 거즈의 부드러움을 버리고 딱딱하고 거친 질감을 포용하고, 양털은 자유로운 엉킴의 부자재가 되었다. 실, 전선, 한지, 거즈, 양모 등 복합재료를 사용했다. 이들 재료는 나를 표현하고, 이들 재료는 나를 통해 자신들의 정서와 감각을 드러내었다.
이미지의 출발은 절벽이다. 상식적인 절벽을 버리고 솟구쳐 오르는 절벽, 폭포, 방 안의 구멍, 빌딩의 절벽과 협곡 등 다양한 설정을 하였다. 그리고 절벽으로부터 탈주하고 그 위에서 춤추고 비상하는 이미지를 담았다.
그간의 작업 방식과 이미지를 버렸다.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 물감과 붓으로 표현하는 일반적인 재료들을 버리는 과정이 이번 전시를 만들었다. 선입견 없이는 이해도 불가능하다. 우리는 모두 나름의 선이해를 가지고 사물을 보고 작품을 대한다. 하나의 작품을 보는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개의 이미지가 있고, 100개의 다른 작품 이해가 있게 된다. 같은 경험이나 대상 이미지라도 각자에게 다르게 인지되기 때문에 똑같은 작품을 보아도 저마다 감상이 다르다.
작품이 나의 손을 떠나는 순간, 관람자들에 으해 새롭게 시작하게 된다. 이번 작품들은 각자 자신의 감각과 선이해로 상상할 수 있고, 작품을 볼 때마다 다르게 보일 공백이 있으며, 그간 알고 있던 규칙에 의문을 던질 만큼 자유롭다. 나의 희망은 이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게 보다'와 볼 때마다 '다르게 보다.'작품을 보여줌으로서 나는 작품을 떠난다. 관람자들에 의해 재창조되기를 바란다. 매번 나를 벗어나서 출발하고 또 출발이 나의 작업이다. 일상과 변주, 끝없는 탈출의 여정, 이렇게 작업에서도 탈주는 계속되는 것이다. -이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