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문제는 이겨먹으려는 것이다. 인간은 언제라도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에 머무르려고 한다. 그러려면 방해자를 제거해야 한다. 상대를 이기고, 환경을 이기고, 자신을 이겨야 한다. 그러다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오로지 이기려고만 한다.
의사결정권을 가지려면 주도권이 있어야 한다. 돌아가는 판도 전체를 장악해야 한다. 힘이 받쳐줘야 한다. 권력을 틀어쥐어야 한다. 믿음이 있어야 한다. 서로 연동되어야 한다. 톱니가 맞물려야 한다. 도구가 필요하다. 정보가 전달되는 라인에 속해야 한다.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개는 주변을 감시할 수 있는 위치에 가서 선다. 자동차는 시동이 걸려 있어야 한다. 말은 서서 잠을 잔다. 언제든 달릴 수 있어야 하니까. 사람은 깨어 있어야 한다. 의사결정할 수 있는 상태다. 그것이 가짜라도 그런척 해야 대접받는다. 다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연기하고 있다.
숨은 플러스 A가 있어야 한다. 나만의 카드를 쥐려고 한다. 필살기가 필요하다. 허전한 상태로는 곤란하다. 빈손으로 있을 수는 없다. 다들 헬창이 되고, 캣맘이 되고, 비건이 되고, 결벽증에, 강박증에, 괴력난신에, 초능력에, 환빠에, 사차원에, 지구평면설까지 아낌없이 삽질한다.
상대가 잘난 척 하며 맨스플레인을 시도하면 나도 맞장떠야 한다. '혹시 환빠에 관심이 있으세요?' 하고 맞불을 질러준다. 가스라이팅 당하지 않으려면 먼저 가스라이팅해야 한다. 맞대응 해야 한다. 기싸움에 밀리지 말아야 한다. 패거리 모아야 한다. 종교와 주술과 뻘짓이 먹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