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808.7m) 기행
2007년 3월 11일(일) 감일산우회 월출산 산행하는 날.., 부산에서 4시간여 달린 베스타관광버스에 몸을 실었었다.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와 호남정맥이 남해로 빠져 나가기 전 크게 용틀임을 하고 멈춰선 곳이 호남의 금강으로 불리는 월출산이라고, 산세가 험해 산꾼들에겐 암벽의 메카로 사랑을 받고 있다며 산행 대장은 설명한다.
그는 마치 교과서 콘사이스를 모두 외워 머리속에 넣은 것처럼 전국의 산세의 족보를 꾀어 차 그의 손바닥 안에 그림이 그려 있는 것만 같았다.
꽉찬 버스안의 회원들은 아예 숨소리까지 들리지 않을 정도다 그의 명해설에 이끌리며 산행도 하기전에 반해 버렸으니.., 양자암, 힌덕바위, 희서리바위, 공알바위, 쌀바위 등 저마다 전설과 사연을 지닌 바위가 많다며, 이곳 주민들에게는 신앙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단다.
하산 중에 경포대 아래로 흐르는 맑은 물에 발을 담그려 등산화를 벗었더니 군데 군데 양초를 불태운 자리가 눈에 띄었다.
명산의 아랫자락에서 어떤 소원에 무슨 꿈을 꾸었을까. 족욕을 하게 만들어 놓은 장소에 연인쌍쌍 둘러앉은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여름철이면 수많은 텐트족들 때문에 관리하는 데 많은 애로가 있나보다 특히 취사 금지 플래카드가 산 입구를 어지럽게 한다. 산행때마다 훼손 되어가는 금수강산이 버려지는데 눈살을 찌푸렸었는데.,
지금의 영암靈岩은 동국여지승람에 쓰여진 운무봉과 도갑 및 용암 아래에 있던 3개의 신령스런 바위와 관련된 전설 때문에 이름이 붙여진 곳이란다.
연방 디카로 이곳저곳의 절경을 담다가도 산사나이 산행대장 감래님은 회원들 대열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익살스런 해학들을 쏟아낸다.
"아! 산세가 넘좋아 몸을 풀었다"며 너스래를 떠니 여회원님들은 박장대소하며 맞장구를 친다.
"모야? 해산달두 아니 되었는데"
천황봉809m을 중심으로 산 전체가 수석의 전시장이라 할 만큼 기암 괴석으로 이루어져 산객들은 여기 저기서 탄성이 흘러 나오고..,
일행이 영암에 도착하여 산행대장으로부터 유의사항과 인삿말을 하던중에 마치 우리를 반겨주기라도 하듯이 새하얀 눈발이 내렸다.
지난 겨울 부산땅에서 눈구경 한번 못했던 부산사람들.., 귀갓길 버스를 탈 때에도 눈은 내리며 우릴 전송이나 하듯 하늘은 하얗게 변했다. 이 산객도 덩달아 넉살을 떨었다.
"눈이 더 많이 내려 부산 가는 버스가 여기서 멈췄으면 좋겠다"며 ㅎㅎ
한눈 팔다 넘어져 발목을 다친 여회원(타산악회)의 찡그리는 표정에두 행복한 미소가 담겨있었다.
남정네들은 서로 부축하려고 힘들어함을 아끼지 않는 광경도 보았다.
산을 빙둘러 삼라만상의 형상을 닮은 듯한 기암괴석들. 시인이 아니라도 저절로 싯귀가 넘쳐 나리라. 웅장한 바위산의 신비를 옛님들은 이렇게 노랠 불렀었단다.
매월당 김시습은
"남쪽에 제일가는 그림같은 산이 있으니, 청천에 솟아있는 월출산이 여기로다라고 읊었고, "
윤선도는 "산중신곡에서 구름 걸친 월출산을 선경"이라고 표현했단다.
이곳 월출산이 도사리고 있는 영암땅에서 옛 백제의 왕인박사와 신라말 도선국사의 탄생지란다.
호남의 소금강산.., 백제 때는 월나산, 고려 때는 월생산으로 불리며 달의 전설을 간직했는지 이곳엔 영암엔 월남리, 월하리등 월자를 앞세운 지역이름이 많이 눈에 띄인다.
경칩이 지났는데도 매서운 찬바람이 귀밥을 때린다. 가파른 철 사다리가 많아 진땀을 모두들 흘린다. 봄이 이미 와 있는 정상까지 오르내리는 산객들의 인간 띠는 계속 이어지고..,
같은 지역 부산서도 일년 내내 얼굴 한번 대하지 못했던 부산다대포(통일산악회)의 윤일현(여 63)여사님을 만나 포옹까지 하며 헤어졌다. 인연의 끈들은 이렇게 만났다가 헤어지나 보다.
월출산의 최고봉 정상 300여명이 앉을 수 있다는 평평한 암반.., 봄을 시샘하는 차거운 바람이 불어 우린 흩어져서 바람막이 바위틈새에서 여기 저기 도시락을 열었다. 맛있는 찬을 서로 권커니 하면서., 달기(배종희)님은 구름다리를 건너며 산세에 이미 취해버렸는지 구름다리 난간을 흔들어 대며 춤을 추었다는 얘기로 꽃을 피웠다.
구름다리는 높이가 120미터, 길이 52m, 폭 0.6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구름다리란다.
산 중턱 여기저기 물이 흘러내리다가 얼어붙은 얼음덩이가 많이 눈에 띄인다.
여름철이면 계곡에서는 폭포수가 무려 일곱차례나 연거푸 떨어지는 칠치폭포의 장관을 볼 수 있으며, 도갑사와 무위사로 내려가는 길목에 펼쳐진 미왕재의 갈대밭은 가을이 되면 황홀한 절경도 볼수 있단다.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서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몰풍경은 운도 따라야만 볼 수 있다니.., 산객두 이번까지 네번 산행 중에 두번은 중도에 하산했었던 기억이 있다.
악천후를 만났고 한번은 진눈개비가 눈앞을 가려 중도에 포기했던.., 봄에는 진달래, 겨울엔 설경, 사시사철 산객 및 관광객들이 모여 든단다.
맑디 맑은 영암호를 내려다보면서 하춘화의 영암아리랑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산행을 마쳤다.
영암아리랑..
달이 뜬다 달이 뜬다
영암 고을에 둥근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달이 뜬다
둥근 둥근 달이 뜬다
월출산 천왕봉에 보름달이 뜬다
아리랑 동동 쓰리랑 동동
에헤야 데헤야 어서와 데야
달을 보는 아리랑 임 보는 아리랑
풍년이 온다 풍년이 온다
지화자자 좋구나
서호강 몽햇들에 풍년이 온다
아리랑 동동 쓰리랑 동동
에헤야 데헤야 어서와 데야
달 보는 아리랑 임 보는 아리랑
흥타령 부네 흥타령 부네
목화짐 지고 흥타령 부네
용칠 도령 목화짐은 장가 밑천이라네
아리랑 동동 쓰리랑 동동
에헤야 데헤야 어서와 데야
달 보는 아리랑 임 보는 아리랑
월출산 메아리는 이 노래를 들었을까, 산객들의 기쁜 함성을 들었을까.
이제 가면 언제 또 다시 올 수 있을지..,
산악회가 마련한 뒷풀이 수제비국으로 허기를 때우고 맥주한잔의 목축임으로 피로를 풀었다.
버스에 몸을 실은 산객이 창밖을 내다 보니
눈발은 이미 간데없고 서산 저녁노을이 어깨 위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