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같잖은 게
전창수 지음
개 같은, 같잖은 게
개 같은, 같잖은
쓰레기통 버려진 소파 뒤에 숨어
있던 개가 놀라, 펄쩍
개 같은, 같잖은
인생 같은 게
그렇다고 쓰레기통 말고 쓰레기통은
어디에도 없는 데
개 같은, 같잖은 게
날 놀라게 하고 있어 발길질 한 번
바람 날아와, 바람과 함께
펀치 한번 날리고
개 같은, 같잖은 게
놀란 눈끼리 서로 마주쳐
놀란 눈끼리 경계를 하고
놀란 숨 죽여 서로를 노려보면
개 같은, 같잖은 게
그래도 살겠다고
소파 뒤로 숨어버리는
개 같은, 같잖은 게
극장에서 – 무심 (無心)
- 팝콘을 몰래 감추던 그들의 엉킨 몸매는 아름답다 -
1. 상영 시작
서서히 점등이 시작된다, 어둠 속으로 깊이깊이 잠든 후에 엉키던 나의 뜨끔한 맛. 나는 그들 뒤로 몰래 다가가 슬며시 콜라를 붓는다. 히히덕거리는 그들의 몸매가 허걱거리는 나의 숨소리에 묻힌 순간, 극장 안은 갑자기 울려퍼지는 총성소리와 함께 긴장감에 파묻혔다. 나도 너도 우리도 뒤엉켜버린,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 나뒹굴며 치고받는 사람들이 난무하는 극장 안.
2. 상영 중
멍든 눈을 문지르며 비상구를 내려온다, 그녀는 내 손을 자꾸 끌고 있었다, 뿌리쳐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호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골목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녀의 입술이 갑작스럽게 내 입술을 덮쳐왔다, 나의 눈이 그녀의 얼굴 언저리를 뱅뱅 돌고 있었다, 그녀의 따스한 입김이 혀끝으로 전해져 왔다, 나는 눈을 감는다, 그 순간.
3. 상영 끝
아주 뜨거운 햇살이, 살갗 구석구석을 콕콕 찔러댄다 흘러내린 팝콘을 몰래 감추던 그들의 엉킨 몸매는 내가 부어버린 콜라와 뒤범벅되어 엉망이 되어 버리고 엉켜버린 몸매를 탓하는 대신 영화가 재미없었다며 투덜거리던 그들의 아침이 행복해 보인다.
극장에서
1. 잠
코 고는 소리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슬금슬금 그 녀석의 앞으로 간다
그녀석의 뒤통수가 “빡”하는 순간,
“번쩍”하는 굉음소리와 함께 나는 잠에서 깬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꿈.
2. 핸드폰
어디선가 울리는 “띠리리리”
나 몰라라 전화기를 받는 그녀석의
뒤통수가 “빡”하는 순간
“번쩍”하는 굉음소리와 함께 나는 잠에서 깬다
사람들의 시선, 울리는 전화벨.
3. 수다
어디선가 들리는 소곤소곤
그 녀석들의 머리가 “번쩍”하는 순간
“빡”하는 굉음소리와 함께 나는 잠에서 깬다
옆자리에 앉은 남자의 조심스런 속삭임
“잠꼬대 좀 그만하세요”
4. 햇빛 속으로
뜨거운 햇살이
어두운 극장 안을 들여다보고 싶어
안간힘을 쓰면서 햇살을 내려보내고 있다
그 햇살 아래 검은 외투를 어깨에 걸친 한 남정네가
숨을 크게 한번 들이쉬고는 미소 가득 머금은 얼굴로
사연이 가득했던 극장을 내팽개친 후,
또 다른 극장을 향해 터벅터벅 걷기 시작한다
이상한 교수님
이상한 교수님은
그래요, 그만해요, 됐어요, 라는 어눌한 말투로
내 기억 속에 존재한다 아차!
교수님은 외래교수였지 아니지 외래교수님은 시인이셨지 아니야 아니야
출판사를 경영하는 사장이라셨지? 그분이 누구더라?
외래교수 혹은 시인 혹은 사장 그 중 하나였나? 그 중 하나라면
이상한 씨의 강의를 듣고 있는
나는 누구의 제자가 되지? 시인 아니면 외래교수 혹은 사장님?
존재했던 기억은 나를 떠나고
그럼 이제, 강의를 시작하지요,
다양한 생각들이 이상한 씨의 학교를 벗어나고 있다
KATE MOSS, 라는, 이름을 찾아
그녀를 찾아
산으로 갔지
땀 뻘뻘 흘리며
몇 개의 구덩이를 헤쳐
가로막힌 출입금지
표지를 떼어버리고
겨우겨우 정상에 도달했더니
안개만 자욱하더군
내리막길은 가파르고
그녀를 찾아
산을 내려갔지
강이 있어
강에 빠져들었지
물 속엔
징그러운 물기기도 있더군
강을 건너는 동안
그녀는 잡히지 않았어
축축히 젖은 옷들을 헤치고
그녀를 찾아
강을 건넜지
들판이 보였지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 끝으로
노을이란 놈이 지는 거야
그래서
나는 외쳤찌
에잇!
그녀를 찾아
들판을 건넜지
노을은 사라지고
어둠이 펼쳐진
이곳은 어디인지 몰라
잠이 들었지
그녀를 찾아
꿈 속을 걸어갔지
그녀의
흑백누드사진이 있었지
내 방문 바로 위에
찰싹 달라붙어
내가 가는 곳을
지켜 보고 있었지
그녀의 시선 안에
내가 있었지 나는 놀라
잠을 깬다
에잇!
그녀를 찾아
집으로 갔지
사람들이 북적대고
자동차 경적음이 살아
소음들로 둘러쌓인
도시의 거리를 지나
집으로 갔지
5층의 계단을 건너
현관문을 따고
그녀를 찾아
방문을 열지
나는 놀라
어, 없잖아?
그녀를 찾아
방을 뒤지지
서랍을 떼어내고
장롱을 열어놓고
창문도 열어보고
그녀를 찾아
방을 어지럽혔찌
에잇!
지쳐 쓰러지면
그녀의 사진ㅇ
방문 위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선생님 선생님, 우리우리 선생님.
1. 나란 X
오늘은
당신의 몽둥이가
그리워지는 밤이군요, 선생님.
당신의 몽둥이가
내 뒤를 스쳐가면
내 거시기는 빨갛게 부어올라
아, 이 황홀! 이 젖음!
그리곤, 얘기했죠.
꺼져버렷!
그러다 그러다 내가 죽어
당신에게 집착하면 그러면 그때에
저를 사랑해 주실래요, 선생님.
2. 그 씹XX
그곳에 대고
용서를 빌지 말아요,
그러면 선생님은
더욱 화만 낼 뿐이에요.
한번 그렇게 몽둥이를 들면
그걸고 끝이에요.
1회성 새디스트,
그게 삶이래요.
전, 내 안의 욕구를
선생님 앞에서 토해냈어요.
우웩~!
3. 선생님
학교에서 존경받는
우리우리 선생님
시간가도 변치않는
우리우리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우리우리 선생님
개 같은, 같잖은 게
개 같은, 같잖은
쓰레기통 버려진 소파 뒤에 숨어
있던 개가 놀라, 펄쩍
개 같은, 같잖은
인생 같은 게
그렇다고 쓰레기통 말고 쓰레기통은
어디에도 없는 데
개 같은, 같잖은 게
날 놀라게 하고 있어 발길질 한 번
바람 날아와, 바람과 함께
펀치 한번 날리고
개 같은, 같잖은 게
놀란 눈끼리 서로 마주쳐
놀란 눈끼리 경계를 하고
놀란 숨 죽여 서로를 노려보면
개 같은, 같잖은 게
그래도 살겠다고
소파 뒤로 숨어버리는
개 같은, 같잖은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