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로
전창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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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감옥
- 성인 같은 아이가 웃고 있다 -
1.
어린 소년의 가슴 속에
자신을 감시하는 조그만 창문이
방문에 양쪽으로 매달려 있다
그리고 그 창문 너머엔
자신을 감시하는 괴물이
24시간 대기하고 있다
가끔, 그 괴물은 창문으로 소년을 쳐다보다
위협적인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
마음에 안 들면, 문을 부수고 들어가
소년의 가슴을 파먹기도 한다
그리고, 괴물은 소년의 가슴에
이 한 마디를 새겨놓은 채 사라지곤 한다.
“smile”
2.
괴물이 창조한 창문 너머
성인이 된 아이가 헤- 웃고 있다.
회귀 (回 歸)
나는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프다
나보다 더 슬프고 외로운 사람들은 내 기억 속에서 모두 죽었다 이 모든 것들이 두 평도 되지 않는 내 방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나는 한번도
그 방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그 방의 문을 열면 세월에 찌든 퀴퀴한 냄새가 난다 방향제를 뿌려도 그 방의 오래된 낡은 관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처음 문을 열던 날 이곳은 텅빈, 바람소리로 가득한 황무지였다 개간된 그곳은 이제, 쓰레기로 가득찬 폐허다
철저하게 방음된 방,
어느 곳에서도 바람은 불어오지 않았고
모래사막으로 불리는, 온몸이 부딪힌 곳엔
음주와 흡연, 그리고 섹스
무엇 하나 이루어지지 않은
도시(都市)와 도시(都市) 사이
미친 듯 부르짖는 그 방의 광기(狂氣)가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외로운 마지막 한 사람을
아주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기로 한다
태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태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트라우스의 성장 – 윤회설(輪回說)
아이가 맞고 있어요 이유도 없이 아아
이유를 물었어요 시(詩)는
쓰는 게 아니래요, 시(詩)는
노래하는 것이라고 네가 노래를 할 줄
아냐며 이유도 없이 아이가
맞고 있어요, 턱시도에 번쩍이는 구두를
쫘악 빼 입고 아이는 어른들을 맞이해요. 엉엉엉, 낯선 사람들
앞에서 아이는 낯설어서 울며불며 매달려 보지만 또
맞았어요. 어? 아이가
결혼을 하네요. 우리나라에서 미성년자는 법적으로
결혼이 금지되어 있는데, 아이가
결혼을 한대요, 결혼을 한다고 아이를
때리던 어르신들이 덩더쿵
춤을 추네요.
그래요 전 아주 행복한 아이에요 절 길러주시던 어머님 아버님 저에게 성(性)을 알게 해준 나의 배우자님, 모두모두 감사드려요 그래요 전 아주 행복한 아이에요 시(詩)를 노래하던
어느 날,
아이는 실컷 두들겨 맞고
더 이상 노래하지 않았어요 아아 이유도 없이 노래하지 않았어요 아아 이유도 없이 결혼을 하고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희미한 기억은 하나씩 지워
져 가는 것이라며 아이는 과거를 지워
나가고 있어요. 과거가 그를 덮치기 전에 그가 먼저 과거를 덮
고 있어요. 아이가 우네요 난 너무 행복한 아이라고 아
이가 우네요. 과거에 있는 그가 현재로 날
아오네요. 미래로 날
아가네요. 아
름다운 날
들이네
요. 흑
흑.
노래도 없이.
이유도 없이.
아이가 날아가네요 아이가
아기를 낳았어요 아이가
아기를 아이가
아기를.
세상은 돌
고 돈대요, 세상은 돌
고 돈대요 시(詩)란 참
아름다운 것이래두요.
벽돌쌓기 - 기다림
그대와 내가 벽돌을 쌓는다
벽돌은 점점 더 견고해지고 있다.
흔들어도 흔들려지지 않을 만큼,
벽돌이 쌓였을 때 그것은 이미
빠져나갈 수 없을 높이만큼의
벽이 되어 있었다.
문 좀 만들어줘요!
저 너머로, 희미한 대답이 들려왔다.
아직 안돼!
점점 더 쌓아져 가는 벽돌만큼 숨이 막혀왔다.
발로 두드려봤지만, 저 너머에서는 오직
텅텅 빈 메아리만이 되돌아오고 있었다.
밀폐된 벽돌 안,
막막한 하루를 지탱하는 목소리 하나,
구원의 손길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