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 똑똑 빼꼼
전창수 지음
슬쩍 똑똑 빼꼼·1
내 마음이 슬쩍 비껴가면
똑똑한 누군가는 빼꼼 고개 내밀어
내게 살아가라 하지요
나는 그에게
살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라고 묻고
그는 내게
알아서 하지, 라고 하네요
내 마음이 슬쩍 비껴가면
똑똑한 누군가는 뺴꼼 고개 내밀어
그냥 살아가라 하지요
오늘도 그냥 산 인생이 고개 내밀어
슬픔 한줌 삼켜보며 말합니다
나도 똑똑한 인생 한번 빼꼼 내밀고 싶다고요
나도 슬쩍 한번 고개 한번 올리고 싶다, 라고요
내 마음이 슬쩍 비껴가면
빼꼼 내민 인생이 슬쩍 고개 내밀어 쳐다보네요
오늘도 그냥 살아가라 하지요
슬쩍 똑똑 빼꼼·2
슬쩍 사라져 봅니다
누군가 똑똑 문을 두드리네요
빼꼼히 문을 여니
슬쩍한 슬쩍이
똑똑한 척 하는 누군가에게
빼꼼 문을 열어주네요
슬쩍 마음이 시리면
누군가의 똑똑한 사랑이
빼꼼히 알아요
슬쩍 어딘가로
똑똑 두드린 오늘이
빼꼼 빼꼼 빼꼼
슬쩍 똑똑 빼꼼·3
오늘도 슬쩍 마음에 들어가려 합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래도라며 했던 마음이
누군가의 똑똑한 빼꼼에 살며시 손을 내밀면
오늘도 살아가라 글을 쓰지요
오늘도 행복하단 숨을 쉬지요
어제는 몰랐던 오늘이 내일은 알겠다며 내미는
언젠가의 기억들이 슬며시 올라오면서
세상은 슬쩍
마음은 똑똑
그리고 나는 어느덧 뺴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