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르르르
전창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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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안경 따라
XX 백화점 스카이파크. 에서는.
햇살이 무섭게 쏟아지는 날에 – 꿈
낯선(?)수술
허무에 대하여
핸드폰 안에는 그 사람들이 있었다
햇살이 무섭게 쏟아지는 날에 - 졸림
올라가는 안경 따라
빌딩 고층 위 올라가는 그대 따라
나도 한번 올라가볼까 보이지 않는
심연(深淵)의 통로 쨍그랑 무너지는 소리
들리지 않는다 너무 멀리 왔다 내가
돌아갈 길은 엘리베이터 99층이란
기나긴 시간 거칠 여유 없이 올라간
그대 쫓아 희미한 기억으로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미 무너진
투명한 연못 깨어진 기억 무엇으로
다시 짜 맞출 수 있을까 그대
올라가는 그 시간 동안 악몽의 기억
떠올랐을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소리가 들렸을 거라는
착각 그 거짓의 시간 동안 바래진
추억 되새겼을까 그대 따라
나도 올라가 그대 흩어진 조각 따라
조각난 세상 비추는 조각난 거울 되었으면
99층이란 기나긴 시간 거치지 않고
끝없이 한(恨)없이 올라가 보았으면.
XX 백화점 스카이파크. 에서는.
아이들 뛰논다 뛰놀다 지치지도
않는지 아이들 가끔은 숨바꼭질
얼굴엔 미소를 띄우고 숨으면은
술래된 아이는 술래가 아니라고
어쩌다 우기면 아이들 마지못해
그러마 그러마 그러자고 양보를
하기도 하고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아이들 머리 위로 해는 피고지고
오늘도 어머니 잔소리는 계속되고
아이들 놀고 싶어요 더 놀고 싶어요
떼쓰고 떼써도 소용없는 어린 시절,
햇살은 계속해서 따갑게 비추고
아이들 뛰노는 위험한 옥상에서
그래도 여기가 안전한 곳이라고
자꾸만 아이들 뛰놀라고 부추기는
햇살이 무섭게 쏟아지는 날에 - 꿈
1
바람에 밀려난 바람이 춤을 추는 새벽, 허탈하게 웃어제끼는 호탕한 남자에게선 세월에 절절 쩔은 냄새가 난다. 그의 주위엔 듬성듬성하게 잡초가 자라고 또 하늘에 떠가는 구름도 듬성듬성하다. 누군가 함께 있기 싫어서일까 그의 수염도 머리카락도 듬성듬성하다.
2
제멋대로의 광기(狂氣)만이 불어 제끼는 오후, 그의 주위는 온통 오후의 빛깔이다. 비라곤 내리지 않을 것만 같은 벌판, 강렬한 햇살이 벌판을 뒤덮고 꿈을 꾸는 그에게는 단 한 방울의 이슬도 맺히지 않는다. 당연한 오후지만, 사라지지 않는 오후. 그는 새가 되는 꿈을 꾼다. 벌판을 나는 꿈. 오후를 탈출하는 꿈. 다시는, 깨지 않는 꿈.
3
듬성듬성하게 기억나는 그의 지난 일들은 이제 완전히 사라져가고 있다 짓밟힐 그 무엇조차 없어 황량한, 어둠까지도 잃어 빛의 절망만이 가득한 허허들판. 함께 있기 싫어서일까 저 들판 저 빛조차 그의 꿈을 먹어치운다
낯선(?)수술
그때. 나를 벗기던 칼들의 횡포
중심 둘러 탈출 갈구하던 껍데기
요염(妖艶)한 비명을 지르며 횡사하고 있었다
무감각의 구멍 뚫어 영혼 갉아먹는 주사기
흰색 가운 걸친 정복자 명령 따라 이미 무너진
살갗 뚫고 중심에서 주변으로
정오의 햇살 아래 은밀하게 진행된다 비로소 벗겨지는
껍데기 스스로 탈출할 수 없음을 탄식하며
주인의 농도 높은 쾌락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닿는 순간 폭발할 듯한 모든 근심들
오르가즘 타고 지구 끝까지 날아간다 칼들의 횡포
우주의 원형인 지구 위로 폭발한다
그 때.
나를 짓누르는 중심의 횡포.
내 영혼 갉아먹던 주사기의 병정들
더 이상 갉아먹을 영혼 없는 듯 내게서 멀어져간다
그들이 쓸고 간 빈 자리 메울 곳 없어 그들 그리다
아침이면 찾아오는 고통의 신음소리 한번은 거쳐야 할
이제는 폐허된 수많은 영혼들
칼들이 훑고 간 돌이킬 수 없는 상처 더듬으며 사라져간
쓸모없던 껍질들 회유(懷柔)하는
그 때.
나를 자극하는 영혼의 칼부림,
스르르르.......
허무에 대하여
바람 속으로 들어가라
가서, 너의 눈물을 보고
세월이 앗아가버린
아픔에 대해서 이야기하라
후회는 침묵에서 오는 것
수많은 상처들에 둘러쌓인
절정의 고비에서
이제는 돌아오지 않는
헤어짐의 나날, 속물처럼
빼앗겨버린 명예와
실추된 너의 앞날에 대해서
아픔으로 이야기하라
이별만이 슬픔은 아니듯
웃음과 울음 사이에
가장 큰 아픔이 있음을
너의 눈으로 말하라
눈빛의 강한 열기가 너를 붙들 것이다
이제, 눈으로 들어가라
가서
너의 열정에 대해서 말하라.
돌아오지 않는 것들은 내일에 있다
바람처럼 빼앗겨버린 날들에 대해
슬픔으로 이야기하지 마라, 눈빛으로
점점 더 슬퍼하지 않는 눈빛으로 끌려가는 곳
이별은 더 이상 슬픔이 아니니, 어둠에 서라.
어둠에 서서 빛을 보라, 빛을 보고 다시
어둠을 보라, 그 속에서
너를 보라, 네가 보일 때까지
네가 보일 때까지.
핸드폰 안에는 그 사람들이 있었다
수갑을 채우고
수갑을 푸르고
수갑을 지르고
수갑이 채워진 그 사람은 소리질렀다
수갑이 말한다고
수갑이 슬프다고
수갑이 둘이라고
핸드폰 밖에는 그 사람들이 없었다
수갑 때문에
수갑 덕분에
수갑 그녀석
햇살이 무섭게 쏟아지는 날에 - 졸림
1
쏟아지는
쏟아지는 별빛
처럼 쏟아지는 잠이 나의
배고픔 누르고 주문을
왼다 고픈 배 사라지는
낮 또 밤 또
아침 쏟아지는 잠이
저 뜨거운 햇살처럼 쏟아지는
잠이 마구 퍼붓는 소나기처럼
갑작스런 첫 키스 그리고
이슬처럼 수십번 먹어치운 립스틱 나를
사랑하는 또 너를 또
우리를 사랑하는 배고픔처럼 쏟아지는
잠이 나의 배고픔 누르고 사랑으로
무궁무진한 사랑으로 변하여 혹은
별빛으로 태양으로 소나기로 때론
이슬처럼 쏟아지는 잠이.
2
그리고……햇살이 무섭게 쏟아지는 오후.
그녀가 또 다른 여자와 길을 걷는다 나는 그녀를 본다 나는 그녀와 그 여자의 사이로 들어가 하늘 향해 양팔 벌린 나무가 된다 나는 그녀와 그 여자를 하늘 높이 칭송하고 축복한다 나는 그녀가 된다 나는 그녀가
되어 버린다 하늘 향해 양팔 벌린 동상이 되어 나는 그녀 안으로 들어간다 그녀 안으로 들어가 그녀의 여자와 길을 걷는다 그녀의 여자가 웃는다 그녀의 여자는 내가 있어 기쁘다 그녀의 여자는 내가 된다 내가 되어 그녀와 길을 걷는다 나는 그녀와 길을 걷는다 나는 그녀의 남자친구가 된다 나는 그녀의 애인이 된다 나는 그녀와
결혼을 한다 나는 그녀와 하나가 된다 나는 그녀가 되어 그녀 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그녀의 속으로 들어가 그녀의 아이가 된다 그녀는 나를 위해 웃는다 그녀는 내가 있어 기쁘다 그녀는 내가 된다 그녀는 내가 되어 하늘 향해 두팔 벌린 나무가 된다 두팔 벌린 나무가 되어
그녀와 그 여자를 하늘 높이 칭송하고 축복하는 나와 그녀와 그 여자의 그늘이 되어 준다 햇살이
무섭게 쏟아지는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