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창수의 어린 날들의 소망
어린 시 전체 모음
(전창수가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쓴 시들을 모았습니다)
신통한 다이어리의 실명은 전창수입니다.
꽃들에게
오늘밤은 일기를 쓰자.
모든 사랑을 너에게 띄우며
아낌없는 마음을 담아
연필을 낭비하자.
영원은 아니지만
너를 잊지 않기를 원했다며,
새들의 쪽지를 “잡아”
멀리 창공.
멀리 우주보다 더 멀리
날려버리고 싶었다고.
그러한 사연을 담아
너의 모습을 그려
오늘 밤은 일기를 쓰자.
결심
아롱히 새겨지는
초롱초롱한 눈동자와의 사귐.
하루하루 새겨지는
청춘이 퇴폐해져 버린 느낌.
잊고
달빛에
하루를 넘기는
허공에 띄운 세월.
언젠가 내리는 비
나를 씻게 해 줄까.
죽음에 대한 명상록
얼마 전 그녀가 죽었다.
그 소식에,
민수는 반응 없고
칠뜨기는 징징 짜대고
땡칠이는 멍멍 울어댄다.
영수는
하나밖에 없는 애인이 죽었다며
너무너무 슬퍼하고
여자애들은
저마다 소곤댄다
재수없는 애가 잘 죽었다고…….
하늘 아래
내일을 바라는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본다.
하늘 아래 파아란 들판이
보이는 그곳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내일도 꿀 수밖에 없는
이 어린 가슴
기다림
누구에게나 기다리는데
너만은
기다리는 이가 없다.
강제 묵비권
우리가
우리들의 입장을 잃었을 때
우리는 고민하고,
갈등하고
슬퍼한다.
시작과 끝
시작은 즐거웠고,
사랑할 동안은 너와 살아갔고,
끝은 늘 어렵다.
가을
이슬이 청순한 열매를 맺고,
벼는 재주껏 고개 숙이고,
바람도 한껏 사랑을 몰고,
파도도 어느 덧 잠을 자는데,
태양은 마지막,
희망에 뜨네.
노을
서편 산으로
노오란 동그라미가
뉘엿뉘엿 져간다.
구름은
살금살금 그의 곁으로 다가와
감싸안는다.
머언 산
이별로
날은 어두워진다.
우리가 태어나서
만약 우리가 태어나서
생각하고
말하고
걸을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갈까.
만약 우리가 어렸을 때
글을 읽을 줄 알고
힘은 세고
공부도 잘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찬란할ᄁᆞ.
만약 우리가 자랄 때
생각을 깊이 할 수 있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우리가 늙어서 소멸된다면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허무한 것이 될까.
1989년 9월 10일 일요일
방황하는 새
푸른 하늘 높다란 기둥 사이로
나의 잇글은 두둥실 떠가다
한여름 머금은 미소를 띠고
두근거림에 숨을 죽인다.
1989년 9월 11일 월요일
개
깨갱, 깨갱.
그는 개를 인정사정없이
구타했읍니다.
사람들은
결코
그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단지.
개가 흘리는 피에
만족스런 웃음을 보일 뿐,
아무도 다가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개미는 미쳤으니까요.
1989년 9월 11일 월요일
추석의 변명 – 학생 -
모두들 슬퍼해야 할 때
사람들은 즐거워하고
우리들은 왜
더욱 바빠져야 하나
1989년 9월 12일 화요일
잃어버린 너 – 냐의 영혼의 친구를 꿈꾸며
꽃들은 세상을 덮고
그는 나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와
손을 맞잡읍니다.
향기가 느껴지는
花밭은
우리들의 마음을
싱그러운 숨결로
촉촉이 적셔줍니다.
우리들은 꽃밭에 쓰러지고
꽃들이 무너지는 아픔을 안고
그는 다시 떠나갑니다.
1989년 9월 12일 (화)
三 位 一 體 (삼위일체) – 학생 -
학교에선 무조건 주장하고
집에선 무조건 요구하고
나는 무조건 반항한다.
학교에선 시키기만 하고
집에선 지키기만 하고
나는 자율을 갈망한다.
샛길은
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존재하는 것.
나는 갈등한다.
외로움을 즐기면
외로움을 즐기면 슬을 마시면 된다?
웃기고 있네.
담배를 먹으면 된다?
완전히 골까네.
오락실에 눌러 앉는다?
미치고 자빠지겠네
외로움을 즐기면
그대로 앉아 웃어버리면 되네.
1989년 9월 14일 (목)
비 내리는 너
너와 비가
한데 어우러져
아리ᄄᆞ운 머리가 헝클어진다.
비 내리는 토요일
너의 비는
나의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데,
너는 아무 표정 없이.
스쳐가는 나의 미소엔
서늘함을 느끼고…….
나와 비가
한데 어우러져
어두운 미소가 지나친다.
1989년 9월 16일 (토)
추억
때론 그대들과
한 방에서
웃고 떠들고 춤도 추며
때론 그대들과
들판을
가로지르며 노래도 했지.
때론 그대들과
저녁빛이 지는 들판에서
헤어짐을
슬퍼하기도 했찌.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슬픔조차 사라지고 있네.
1989년 9월 17일 : 비 (일)
눈물 흘리기 전에 – 어느 죄수 -
내가 지금
가족들을 사랑하지 않기를
원하는 것은
언젠가 떨어져 갈
그 어느 날을 위해서다.
9월 20일 (수)
좌절, 희망
- 나의 피맺힌 생명혼을 다하여 그대들에게 띄우는 시 -
1. 사나이는 발걸음도 당당하게
황막한 사막을 가로지르고 있다.
하늘은 흰구름, 햇볕은 뜨겁게
그의 등을 비춘다.
가도가도 끝없는 사막.
그의 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답답함을 느낀다.
물조차 떨어지고
사막 한복판,
사나이가 쓰러진다.
2. 온몸은 피투성이,
얼굴은 눈물로 흠뻑 적신
소년이
가시밭을 말없이 걷고 있따.
때로는 그 위로 뒹굴면서
때론 머리를 쥐어뜯으며
아픔을 안으로만 삼키고
걸음을 옮긴다.
감각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심을 다하여
밭을 빠져 나오려
애를 쓴다.
그 끝없는 – 아니, 언젠가는 끝나 버릴
가시밭에서…….
1989년 9월 24일 일요일
초원의 영혼
이제, 나의 썩은 영혼을 지워 버리고 싶다.
방랑의 늪을 지나니보다, 헤어나지 못하 갈대숲보다
그 모든 그림을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싶다.
솟은 태양에 그림을 드리우고,
떨어지는 단풍잎에 바람을 날리우며,
내일의 여물로 가려 별을 쏘아본다.
비록, 영혼은 썩었을지라도 샘물은 썩지 않고,
비록, 그림은 지웠을지라도 씨앗은 지우지 않는다.
이제 나의 썩은 영혼을 지워버리고 싶다.
하다 못한 방탕이 시기였더라도, 그 모두를 깨끗이
씻어 버리고, 하얀 구름을 따라가고 싶다.
그것이 헛되이 끝나 버릴지라도,
꿈을 먹으며 살고 싶다.
한 송이 구름꽃을 피우며
영혼의 꽃을 피우며, 나의 썩은 영혼을
영원히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다.
끝내버리고 싶다.
이제, 나의 썩은 영혼을 태워버리고 싶다.
영원히…
시인의 장난감
창문을 마주 앉고 비 오는 세계를 그리는
여기 이 집에 한 시인이 있다.
시인은 아득한 상상을 그리워하며
건조한 공기의 신선함을 맛보고 있다
처량한 여인의 장난감을 생각해 본다
태엽을 돌리는 소리가 빗줄기를 타고
오는 것 같다. 그는 소리를 듣고 있다.
시인은 일어선다, 여인의 장난감처럼
그는 빗길을 뚫고, 여인의 집으로 ‘삐그덕’거리면서 달려갔다.
그녀를 안는다. 장난감은 소리도 없이 돌더니
그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시인은 여인과 마주 앉는다.
동경의 세계를 찬양하는 마음으로
그녀는 태엽을 감는다. 장난감은 또다시 그에게 인사를 한다.
마치, 시인의 장난감처럼
나그네의 호소
1. 그것은 감정에 호소하는 눈물이었습니다.
호소할 곳이 없어 헤메이는 애처로운
나그네의 눈물이었읍니다.
바람 속을 가르는 한 줄기의 빗방울은 덜어지고,
꽃들의 휘파람 소리는 들려옵니다.
눈물은 폭풍우 속을 헤쳐 나가는 비바람
2. 그것이 나그네가 가야 할 눈물의 인생이었읍니다.
내가 호소할 곳은 인생의 문이여야 합니다.
나그네의 눈물은,
회의를 느끼는 인생의 비가 되어 버립니다.
나이 푸른 나무는 끝도 없이 흘러가는 구름 아래,
한 송이의 가시가 돋힌 꽃이 되어 버립니다.
3. 호소해야 할 그 곳은 가시가 달린
꽃이 되어버린 나무의 그늘이었습니다
꽃이 되어버린 나무
이제 가야 할 곳은 배를 타고,
어디론가 흘러가야 하는 것이었읍니다.
토동토동 통통배를 타고 가야만 합니다.
4. 낙엽지듯 흘러가는 배에 실려가는
불행인이 노래는 호소할 곳 없는 나그네
세상을 등진 나그네
파도에 물결치는 바다로 흘러가는
배에 돛을 달고, 가을은 지렵니다.
이것이 나그네의 길인가……
5. 이젠 계절은 모두 지나가고 공허한
느낌만이 나의 주위를 맴돌고 있읍니다.
호소할 곳 없는 나그네의 끝없는 바다
나그네의 등진 태양
담배꽁초
거리앤 사람들이 분주하다
담배꽁초는 찔끔 눈물을 흘리며
길거리 한복판에 서 있다
그 누구도 집을 찾아주지 않는다
바람이 거리를 휩쓴다
담배꽁초는 숨도 못 쉬고
그냥 거기서 애처로운 눈물을 흘리며 누워 있다
그냥 거기 서 누워 있다
그 누구도 그를 보지 못한다.
하얀 눈이 거리를 덮는다.
담배꽁초는 보이지 않게 파묻혀
영영 돌아오지 않는 곳으로 가 버린다.
그 누구도 그를 동정하지 않는다.
오렌지
터져 나오는 눈물이
톡톡 쏘대는 설움이
찌릿 내리는 고통이
오렌지 씨의 간막이로
오렌지 껍질의 판막이로
사방 막힌 밀실
재가 되는 감정
그것이 되어……
밤
가로등 사이로
별의 그림자
칠흑의 밤을
일으키려나
꺼지려는 등
창문 너머로,
그리운 미소짓는
하얀 쟁반
밤
꺼진 가로등
별의 그림자
칠흑의 밤을
일으키려나
별의 요정
눈물짓에
미소짓는
새벽.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나는 가리라
빗 속을 뚫고 나는 가리라
눈물은 볼을 적시고
지독한 고독은 나의 마음에 물결쳐와도
비 오는 날, 나는 가리라.
하늘 같은 분노는 비의 방울로 씻어 버리고
바다 같은 설움은 한 움큼 숨소리로 닦아 버리고
비 오는 날, 나는 가리라.
욕망의 경치
나의 욕망은
밤에 켜진 불빛이 되었다
갑자기, 주위의 모든 것이
고독으로 나의 가슴에 와 닿고,
마치, 바다의 폭풍을 겪는 듯한
권태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파도를 무너뜨릴 듯한
가슴깊이 새겨 있는 욕망은
나를 애처로운 세계로만 끌어들였다.
나의 머리는 거미줄이 엉켜있는 듯
혼란 속으로 빠져 들지만, 그럴수록 욕마은
불에 타는 듯이 더해 갔다.
나의 욕망은 그렇듯 그렇듯 채우지는 못하고
다만 더운 밤, 구경을 할 뿐이었다
압지
비를 가려도
자신의 마음을 억제할 길은 없다
해를 가려도
쑤셔 오는 이마는 자제할 수가 없다.
압지로
번지려는 마음을 눌러 보지만
1초의 공간 속에 한 키의 마음이 커졌다.
그리고,
쓸모 없는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제 5 세계
바람이 나의 볼을 스쳤다.
동시에, 나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 올랐다.
또 하나의 폭우는
나의 머리카락 사이로 세차게 스며든다.
돌멩이가 나의 머리를 스친다
머리카락 사이로 또도독 떨어지는 빗방울에
빨간 물감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세계로 나의 몸은 비틀거린다.
비틀거림은 저 아래 구석의 세계에서
혓바닥에까지, 머리 꼭대기까지 뻗쳐온다.
손으로 얼굴을 맛졌더니, 붉은 손이 되어버리고
나는 눈을 감는다.
다시 눈을 떠 보니, 여기는 천국.
나의 작은 순간
나의 순간순간을
영혼의 푸른 빛으로
말끔히 닦아 버리고
그리운 산을 뒤로 하고 떠나고 싶다.
비에 젖은
헝클어진 머릿결을
단 한순간만아리도, 깨끗이 정정하고
또박하게 거울을 마주하고 싶다
순간순간을
바람보다 진한, 저 서편 너머의
그을림으로
다시금 기억하고 싶다.
미숙하기만 한
나의 작은 가슴에 손을 얹어도
순간의 자그마한 기억들은
어디론가 사라지는가보다
사구
붉게 타오르는 하늘을 보고도
울지 않는 이는 감정이 없는 도깨비
푸르게 헤어지는 땅을 보고도
서럽지 않는 이 걱정이 없는 벚꽃들
부푼 마음을 억지로 눌러 참고
이진 바람을 가르며 달려 가는
땅 위에 짓눌려진 흩모래
낙 엽 아 래
낙엽이 떨어지는 나무 아래
한 사나이가 쓰러져 있읍니다
얼굴은 피로해서 그런지,
무척 야위어져 있읍니다.
사나이를 안고 벼원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숨이 끊어진 후였읍니다
그리고 다시, 사나이가 쓰러져 있던 나무 아래
나 또한 쓰러져 가고 있읍니다.
사 구
붉게 타오르는 하늘을 보고도
울지 않는 이는 감정이 없는 도깨비
푸르게 헤어지는 땅을 보고도
서럽지 않는 이 걱정이 없는 벚꽃들
부푼, 마음을 억지로 눌러참고,
서재의 꿈
천장엔 어둠침침한 전등이
벽무늬를 타고 바닥으로 내려온다.
꽃이 만발한 벽지를 바라보며
서재는 꿈을 꾼다.
어느 책이 말을 한다.
“오늘 그가 올까?”
재떨이가 대답을 한다
“나를 목욕시킨 걸 보니, 오지 않을 거야”
그러자, 펜이 반박을 한다.
“아니야, 이렇게 원고지가 널려 있는 것을 보니
오늘 밤에 올 걸.“
원고지들이 동의를 하며, 난리를 친다.
벽지가 이들을 말린다.
책꽂이가 말한다
“우리 이렇게 싸울 것이 아니라, 실컷 놀기나 하자.”
서재 안의 이들은 손에 손 잡고 합창을 한다.
서재는 꿈을 깬다.
어스름히 사람의 그림자가
불줄기 아래로 보인다
허연 연기가 아롱아롱
천정을 그을린다
그는 왼손으로 담배를 피워물고
오른손으로 펜의 대를 쥐고 있다.
“빌어먹을 오늘도 끝났어, 끝났다구.”
사람은 스위치를 내리고,
그의 그림자는 사라져간다.
그리고 서재는
오래고 깊은, 아늑한 잠으로 빠져든다.
기둥 위의 프로펠러
기둥 위에 프로펠러가 돈다.
세상을 살 듯 프로펠러가 돈다.
그 아래, 두 꼬마남매가
프로펠러를 따라서 돈다.
“누나, 저게 프로펠러야? 그런데, 왜 돌아가지?”
“응, 그것은 바람이 불기 때문이야.”
꼬마남매는 무척이나 다정한가보다.
기둥 위의 프로펠러는
꼬마담배의 꿈을 키워주듯
‘씽씽’ 돌다가
바람과 함께 멈춘다.
“누나, 저게 왜 멈췄지?”
“저건 바람이 멈췄기 때문이야”
두 남매의 대화는,
너무나도 다정하다.
바람은 밤중의 무등을 타고
또다시 불고
바람을 따라 또다시 프로펠러가 돈다.
기둥 위의 프로펠러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살 듯
그렇게 돈다.
소녀의 희망
나는 소녀를 보았다.
긴 머리에,
짧은 치마.
일렁이는 얼굴
나는 소녀를 보았다.
나는 소녀의 눈을 보았다.
초롱한 눈.
사랑스런 빛.
그러나 마주치면.
내가 먼저 고개를 돌려 버리는
나는 소녀의 눈을 보았다.
나는 소녀를 상상해 보았따.
언젠가 서로를 알게 되면,
비둘기가 새겨 있는
하얀 종이 쪽지를 넘겨 주는
나는 소녀를 상상해 보았다.
나는 소녀를 보았다.
긴 머리에
짧은 치마,
일렁이는 얼굴,
나는 소녀를 보았다.
먼 지
거리엔 수북하게 먼지가 쌓인다.
이 먼지는 어디에서부터 흘러오는 걸까
나는 가만히 가슴에 손을 얹는다.
먼지는 자동차들의 머리를 적시고,
거리에 바람처럼, 휩싸여간다.
누가 먼지를 더럽다고 했는가
오랫날을 겪고 겪어서
오늘날의 먼지인 것을
또 다시 상념을 해보지만,
먼지는 먼지
바보같은 생각은 마자.
거리엔 수북하게 먼지가 쌓인다.
이 먼지는 어디에서부터 흘러오는 걸까
나는 가만히 가슴의 손을 버린다.
삐친 새
‘퍼더덕’ 거리며 새가 날아갔다.
그는 토라졌다.
바보는 잘 삐친다지
하얀 새는
푸른 창공을 소리없이 날아다녔다
그는 토라진 새
그가 아닌
그녀가 된다 해도
새는 토라졌다. 아니, 삐쳤다.
단단히 <삐친 새>는
어느 날인가,
푸르렀던 창공을
영원히 떠나버렸다.
그림자의 고독
거리 모서리, 모서리마다
짙은 어둠을 늘인다
나는 모서리에 걸터 앉아,
쪽빛 하늘을 멍청하게 쳐다본다
하늘에도 시커먼 그림자가
늘어진다.
빛줄기가 ‘쏴아악’ 쏟아진다
아마도, 슬픈 소식인가 보다
고독의 그림자는 어느덧,
거리에 늘인 그림자의 고독으로 바뀌어가고
나는 힘없이 일어나,
거리의 모서리를 밟는다.
아득한 사랑
“꿈을 기억하세요, 오랫된 꿈 말이예요.”
여신은 바람처럼 나에게 속삭였다.
아득한 사랑으로
가슴 깊은 곳에 들어 있던 여신은
아직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오래고 진실한 사랑은 기억에 오래 남는대요”
또다시, 여신의 목소리가 귓가에 스쳤다.
아 이것은 영혼의 소리겟지
그래, 아득한 삶의 일깨움일거야
나는 진실을 꿈꾸듯
아득한 사람의 추억을 생각한다.
마지막 바람
창가에 바람이 부딪히면,
누군가의 노크 소리가 되는 듯 하다.
‘또도독’소리가 창가에 들리면,
누군가가 방문을 하나보다.
이런날, 누군가 찾아올거야.
바보같은 생각에 빠져본다.
하루가 10년이라 생각말고,
10년을 하루라 생각하자.
아마도, 그리움을 배웠나 보다.
현실에 부딪혀 본다.
허무함은 현실에만 존재한다는 걸
이제야 깨닫나 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진리를 얻는다.
바람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희 몽 (希夢)
슬며시 전해져 오는
그운 봄밭에
고독의 그림자를 외로이 날리우며,
메어지는 슬픔을
푸른 창공의 새들 높이 떠나 보낸다.
가지꺾인 수풀의 나무소리는
봄이 오는
행복한 꿈의 소식을 알려 준다.
구름 속에 몰래 숨어 있는
새들의 아름다운 소리는
소리없는 아픔을 더욱 더
깊이 깊이 묻어 준다
나의 꿈은 이제…·
애애(愛愛)
어두운 거리가 비에 촉촉이 적실 때
그대의 사랑, 유람선에 태워 보낸다.
겉으로 나타난 슬픔은 마음 속에 간직한 채
어둠이 깃들 무렵, 그대를 떠나 보낸다.
사랑도 해야 하기에, 어찌 슬픔 없으리요.
태양이 떠오르는 날, 유람선은 떠나간다.
애애 – 타오르는 사랑은 마음 속에 간직한 채
태양이 져갈 무렵, 사랑은 떠나간다.
거미줄
거미줄이 나의 머리를 갉아 먹고
소녀와의 만남을 아득히 상상할 때
쓸쓿나 비는 거리를 담고 있어라.
무어라 말을 하고 싶지만,
상상의 날개는 거울에 비추어진 내 마음을 볼 때
말없이 돌아가고 있어라.
허전한 마음을 잠 재우고
흐린 구름을 끝없이 바라보면서
슬픈 눈에는 빗방울을 마셔라.
소녀와의 만날 수 없는 꿈을 상상할 때,
고독의 거미줄은 또다시 나의 머리를 갉아먹는다.
당 황
갈매기 울던 곳
추억에 지쳐버린 파란 티셔츠
기러기 나는 곳
추억을 찾아가는 푸른 스커트
미래를 헤매이는 파란 티셔츠
미래를 사랑하는 푸른 스커트
당황하는 사람들
증오하는 사랑 굿
바삭하나는 연인들의 차가운 미소
증오하는 연인들의 뜨거운 눈물
헤메이다 찾아가는 연인의 동굴
찾았다가 헤메이는 연인의 빗속
그들은 모두 당황하는 사람들.
슬픔과 기쁨
그는 말없이 멀어져가야만 하는
한 쌍의 슬픈 구름이었읍니다.
애처로와야만 하는 그의 고독한 모습은
소리내어 흘러가는 냇물같이
등을 들썩이지도 않고 돌아섰읍니다.
그는, 한 송이의 장미와
한 줌의 모래와
한 겨울의 추위와
떨어지는 낙엽의
계절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읍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재산도 아니요,
명예도 아니요,
위로도 아니요,
지위도 아니었읍니다.
세상 사람들의 발랄한 행복 뿐
오늘밤 사연
오늘밤은 웬지 씁쓸하다
아픔을 이야기하던
그 숱한 방황의 나날
이젠 끝일까.
차라리 오늘밤은
모든 이야기를 잊고
시원한 웃음을 아낌없이 마셔버리고 싶다.
허탈해 할 수도 없는
나의 마음은
천장 안의 사연을 캐묻고 싶은,
비밀로만 싸여있다.
오늘밤은 찬장 속의 사연을 들여다보며
얼굴없는 친구와 함께 밤을 지새우자.
해 지기 전
긴 머리는 출렁입니다.
귀밋 머리에 예쁜 꽃이 꽂혀 있습니다.
눈동자는 반짝이고, 탐혹스런 이마는 눈썹과 잘 어울립니다
고운 손, 만져도 만져도 자꾸 만지고 싶을 것 같습니다.
안아주고 싶습니다.
뽀뽀도 해 줄까요?
살짝 웃는 입술 사이로 하얀 이가 드러납니다
분홍색 스웨터와 파란 스커트가 보기에도 좋습니다.
젖비린내 나는 향수가 꿈 속으로 빨려들게 합니다
이대로 마주앉아 영원히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그녀도 떠나기 싫어합니다
그러나, 어느 덧 주름진 하늘이 서편으로 널리 퍼져 있습니다.
슬픈 고민
울적한 가슴에
또 하나의 추억이 밀려오면
나는 과연 어떻게 되는 걸까
머리 발의 양끝까지
수혈을 하지도 않았는데 불평을 또 해대면
나는 과연 어찌하여야 할까
바람도 부른데
소나기가 내리면
나는 과연 감기가 들까
여러 고민을 하고 있는데
또 하나의 고민이 쌓이면
나는 정말 어찌하여야만 할까
애악 (愛樂) - 연합고사를 마치고
이제 나는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 있어요
즐거움의 노래도
마음껏 부를 수가 있어요
허전한 마음이
구석진 곳에는
아직도 남아있겠지만
상관치 않을래요
푸르른 하늘
아니, 어쩌면 거무른 하늘을
보며
사랑의 노래를 부를래요
이제 나는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 있어요
허전한 나무
허전함 속으로 빨려들어가자
동그란 광택 속에 나의 영혼이 아른거리고
구석진 창문 한 구석을 깨끗이 닦아 놓자.
누군가 찾을 EO까지
바람 속으로 달려가자
시퍼런 들판 안에 얼굴들이 보이고
그 속에 우뚝 솟아 있는 나무 한 그루
그것은 허전함
우뚝 솟은 나무
아른거리는 영혼.
누군가 찾을 때까지
창문을 닦자
바람 속으로 달려가면
시퍼런 곳
우뚝 솟은 나무 한 그루
기다림
- 누군가를 만남은 기다리는 것보다 어렵다 -
는 진리를 믿는 나였기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기다림은 끝이 없다.
나는 나 자신을 기다리니까
바보의 잇점
바보는 욕을 하지 않아도 좋다
욕을 한다는 것은 사람이 죽는 것일 테니까
그리고, 남은 영혼은 그대로 간직해도 좋다
살아 있는 것만큼 죽은 사랑은
되살지 않지만
영혼이 있다면 죽은 사람도 부활될테지
예수님이 부활하셨듯이 바보는 참 좋겠다
분 노
주먹을 쥐고, 그것을 바라본다
그리고, 시멘트로 된 벽을 힘껏 쳐 본다
으스러지는 아픔을 참으며
떨어지는 방울로 주먹을 적신다
모든 것이 끝이다
라는 순간 어디선가 혜성이 떨어진다
꿈이다.
생각하며 뒤편으론 현실을 바래야
눈물을 눈물일 수밖에
다시 한번 아픔을 참으며
아스팔트 도로에 나의 주먹을 지인다
피가 나오는 손을 이끌고,
나의 분이 더하기 전에
그녀에게로 달려가 상처를 씻는다.
마음 깊숙한 또 하나의 마음
어디선가는
새해축제가 익어가고
나는 나의 시를 읽히고 있다
소리의 마음보단
감정의 마음이 아파지고
나는 나의 글을 찢기고 있다.
시를 익히고
글을 찢긴다는
소박한 아픔을
나는 나의 마음으로 간직하고 있다.
밤의 병사
별이 생긴다, 하나, 둘 ……
밤의 병사등이다. 아내들은
칠흑의 밤을 지우기라도 하듯 병사의 몸을 씻긴다.
그리운 풍경이다. 하고파도 할 수 없는
한낮 설움이 되어……
<시>
당신은 시를 쓰오?
아마, 형식적으로 쓰겠지. 그러지 마시오
개성은 없더라도
마음으로 쓰는 것이라면
내가 받아주겠오
작가지망생이 연극대본을 연습하는 중이다.
자연의 이치 – 1986년 -
스쳐지나가는 찬바람
하늘과 땅을 스쳐 저 멀리 사라지는 찬바람.
산 넘고 바다 건너
떠돌이가 되는 찬바람
찬 바람은 한 마리의 새처럼
쓸쓸히 멀어져 가는데,
나는 폭우되어 찬바람을 동반한다.
모두 어지러워지는, 어지러운 이 세상
새는 폭우에 휩쓸리고, 폭우는 절벽에 부딪쳐 되돌아 가지
맑은 이 세상
나른한 날에 (1989. 1. 16)
어둠의 생존 교훈
“정복하지 않는 자는 정복 당한다.”
나른한 날,
어디선가 들리는 이 소리에 몸을 움찔한다.
누군가 자살을 기도하며,
성스러움을 가득 안은 체,
자신의 가슴에 칼을 꽂는다.
나른한 곳에.
아득한 밤이 정막으로 져가는
나른한 날, 나른한 곳에
깊은 생각에 빠져든다.
오늘도 소중한
생명의 씨앗들이
우수히 흐르며
떨어지누나……
바보처럼
난 그저 바보처럼
시간을 앗아가버린 더러운 씨앗을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파도가 몰아치는
언덕바위 위에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꼿꼿하게 서 있다
그저 바보처럼……
꽃잎 지는 황혼의 계절 (1989. 1. 16)
오늘도 황혼이 지려 합니다.
백날을 그렇듯 아무런 변화가 없읍니다.
그리고, 나 또한 평범한 사람입니다.
날은 흘러 갔읍니다.
어느새, 꽃잎지는 황혼의 계절이 찾아 오고
나는 멋드러진 치장을 하는 멋쟁이가 되었읍니다.
하지만, 이 놈의 복장은 왜 이리 갑갑한 지……
태양이 지는 수평선을 사랑하며
이미 꽃잎이라는 옷을 벗어 던진 꽃밭에
나는 쓸쓸한 미소를 보내고 있읍니다.
하루의 사랑
쓸데없는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진 말자.
인생이 그렇듯, 현실에만 충실하고
허위를 꿈꾸지는 말자.
많은 날을 상념하며 얻은
절실한 결론을
하루의 사랑으로 얻으려 하자.
결코 내세울 수 없는 날들이
앞길을 수없이 막고 있어도
사랑을 키워나가야지.
지나온 날들은 모두 사랑,
인생은 그렇듯 사랑으로만 흘러가지만,
나는 쓸 데 없는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진 말자.
어린 명제
마음이 내키면 내키는 데로
이 밤은 홀로 지나갈지 모르며,
어리다는 하나의 강박관념에
사랑을 못한다는 명제로 남는다.
오늘밤 사연
오늘밤은 웬지 씁쓸하다
아픔을 이야기하던
그 숱한 방황의 나날
이젠 끝일까.
차라리 오늘밤은
모든 이야기를 잊고
시원한 웃음을 아낌없이 마셔버리고 싶다.
허탈해 할 수도 없는
나의 마음은
천장 안의 사연을 캐묻고 싶은,
비밀로만 싸여있다.
오늘밤은 찬장 속의 사연을 들여다보며
얼굴없는 친구와 함께 밤을 지새우자.
해 지기 전
긴 머리는 출렁입니다.
귀밋 머리에 예쁜 꽃이 꽂혀 있습니다.
눈동자는 반짝이고, 탐혹스런 이마는 눈썹과 잘 어울립니다
고운 손, 만져도 만져도 자꾸 만지고 싶을 것 같습니다.
안아주고 싶습니다.
뽀뽀도 해 줄까요?
살짝 웃는 입술 사이로 하얀 이가 드러납니다
분홍색 스웨터와 파란 스커트가 보기에도 좋습니다.
젖비린내 나는 향수가 꿈 속으로 빨려들게 합니다
이대로 마주앉아 영원히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그녀도 떠나기 싫어합니다
그러나, 어느 덧 주름진 하늘이 서편으로 널리 퍼져 있습니다.
슬픈 고민
울적한 가슴에
또 하나의 추억이 밀려오면
나는 과연 어떻게 되는 걸까
머리 발의 양끝까지
수혈을 하지도 않았는데 불평을 또 해대면
나는 과연 어찌하여야 할까
바람도 부른데
소나기가 내리면
나는 과연 감기가 들까
여러 고민을 하고 있는데
또 하나의 고민이 쌓이면
나는 정말 어찌하여야만 할까
애악 (愛樂) - 연합고사를 마치고
이제 나는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 있어요
즐거움의 노래도
마음껏 부를 수가 있어요
허전한 마음이
구석진 곳에는
아직도 남아있겠지만
상관치 않을래요
푸르른 하늘
아니, 어쩌면 거무른 하늘을
보며
사랑의 노래를 부를래요
이제 나는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 있어요
허전한 나무
허전함 속으로 빨려들어가자
동그란 광택 속에 나의 영혼이 아른거리고
구석진 창문 한 구석을 깨끗이 닦아 놓자.
누군가 찾을 EO까지
바람 속으로 달려가자
시퍼런 들판 안에 얼굴들이 보이고
그 속에 우뚝 솟아 있는 나무 한 그루
그것은 허전함
우뚝 솟은 나무
아른거리는 영혼.
누군가 찾을 때까지
창문을 닦자
바람 속으로 달려가면
시퍼런 곳
우뚝 솟은 나무 한 그루
기다림
- 누군가를 만남은 기다리는 것보다 어렵다 -
는 진리를 믿는 나였기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으나
기다림은 끝이 없다.
나는 나 자신을 기다리니까
바보의 잇점
바보는 욕을 하지 않아도 좋다
욕을 한다는 것은 사람이 죽는 것일 테니까
그리고, 남은 영혼은 그대로 간직해도 좋다
살아 있는 것만큼 죽은 사랑은
되살지 않지만
영혼이 있다면 죽은 사람도 부활될테지
예수님이 부활하셨듯이 바보는 참 좋겠다
분 노
주먹을 쥐고, 그것을 바라본다
그리고, 시멘트로 된 벽을 힘껏 쳐 본다
으스러지는 아픔을 참으며
떨어지는 방울로 주먹을 적신다
모든 것이 끝이다
라는 순간 어디선가 혜성이 떨어진다
꿈이다.
생각하며 뒤편으론 현실을 바래야
눈물을 눈물일 수밖에
다시 한번 아픔을 참으며
아스팔트 도로에 나의 주먹을 지인다
피가 나오는 손을 이끌고,
나의 분이 더하기 전에
그녀에게로 달려가 상처를 씻는다.
마음 깊숙한 또 하나의 마음
어디선가는
새해축제가 익어가고
나는 나의 시를 읽히고 있다
소리의 마음보단
감정의 마음이 아파지고
나는 나의 글을 찢기고 있다.
시를 익히고
글을 찢긴다는
소박한 아픔을
나는 나의 마음으로 간직하고 있다.
밤의 병사
별이 생긴다, 하나, 둘 ……
밤의 병사등이다. 아내들은
칠흑의 밤을 지우기라도 하듯 병사의 몸을 씻긴다.
그리운 풍경이다. 하고파도 할 수 없는
한낮 설움이 되어……
<시>
당신은 시를 쓰오?
아마, 형식적으로 쓰겠지. 그러지 마시오
개성은 없더라도
마음으로 쓰는 것이라면
내가 받아주겠오
작가지망생이 연극대본을 연습하는 중이다.
자연의 이치 – 1986년 -
스쳐지나가는 찬바람
하늘과 땅을 스쳐 저 멀리 사라지는 찬바람.
산 넘고 바다 건너
떠돌이가 되는 찬바람
찬 바람은 한 마리의 새처럼
쓸쓸히 멀어져 가는데,
나는 폭우되어 찬바람을 동반한다.
모두 어지러워지는, 어지러운 이 세상
새는 폭우에 휩쓸리고, 폭우는 절벽에 부딪쳐 되돌아 가지
맑은 이 세상
나른한 날에 (1989. 1. 16)
어둠의 생존 교훈
“정복하지 않는 자는 정복 당한다.”
나른한 날,
어디선가 들리는 이 소리에 몸을 움찔한다.
누군가 자살을 기도하며,
성스러움을 가득 안은 체,
자신의 가슴에 칼을 꽂는다.
나른한 곳에.
아득한 밤이 정막으로 져가는
나른한 날, 나른한 곳에
깊은 생각에 빠져든다.
오늘도 소중한
생명의 씨앗들이
우수히 흐르며
떨어지누나……
바보처럼
난 그저 바보처럼
시간을 앗아가버린 더러운 씨앗을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파도가 몰아치는
언덕바위 위에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꼿꼿하게 서 있다
그저 바보처럼……
꽃잎 지는 황혼의 계절 (1989. 1. 16)
오늘도 황혼이 지려 합니다.
백날을 그렇듯 아무런 변화가 없읍니다.
그리고, 나 또한 평범한 사람입니다.
날은 흘러 갔읍니다.
어느새, 꽃잎지는 황혼의 계절이 찾아 오고
나는 멋드러진 치장을 하는 멋쟁이가 되었읍니다.
하지만, 이 놈의 복장은 왜 이리 갑갑한 지……
태양이 지는 수평선을 사랑하며
이미 꽃잎이라는 옷을 벗어 던진 꽃밭에
나는 쓸쓸한 미소를 보내고 있읍니다.
하루의 사랑
쓸데없는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진 말자.
인생이 그렇듯, 현실에만 충실하고
허위를 꿈꾸지는 말자.
많은 날을 상념하며 얻은
절실한 결론을
하루의 사랑으로 얻으려 하자.
결코 내세울 수 없는 날들이
앞길을 수없이 막고 있어도
사랑을 키워나가야지.
지나온 날들은 모두 사랑,
인생은 그렇듯 사랑으로만 흘러가지만,
나는 쓸 데 없는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진 말자.
어린 명제
마음이 내키면 내키는 데로
이 밤은 홀로 지나갈지 모르며,
어리다는 하나의 강박관념에
사랑을 못한다는 명제로 남는다.
비가 내린 새벽
어제 새벽은
비가 내리지 않았어요
오늘 아침, 오늘 점심까지만 해도
비는 내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비는,
오늘 밤부터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하네요.
새벽이 되니
우박같은 비가
아침을 몰아내고
어둠을 차지하려는 듯이
내리고 있어요.
누가 이길지 모르는
이 새벽에,
9회말은 보지 못하고
자미 들어
버리는 나.
不 行 人
그는 권투를 하다
팔이 부러졌읍니다.
그는 원래 이ᄈᆞᆯ이 썩어
거의 다 틀니입니다.
그는 또
너무나 열성적인
노력가로써
공부를 하다가
창밖에서
날아오는 공이
유리창을 깨뜨리고
다시
그의 안경에 맞아
눈마저 잃었습니다.
그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안과에 가려다
개천에 빠져,
다리도 잃었고
기어코 그는
정신병에 수용돠었읍니다.
그의 길은
이제
어두운 방 밝히는
가로등,
모두 사라졌읍니다.
1989. 12.2. 土
집 념
오직 너를 향하여
나는 나의 이 방을
아름다운 꽃으로
수 놓으련다.
다만 너를 위하여
이런 고통의 밤에
미래를 꿈꾸며
헤쳐가련다.
오직 하나의 너를
이러헌 고통의 세계에서
내 안에 데려오련다.
희망과 슬픔의 교차로,
태양과 달이 만나는 곳.
바다와 땅이 맞닿은 곳.
하늘과 바람의 다리.
그러한 세계에…….
1989년 12월 9일
고통의 밤
밤은
새벽으로 이어지려
그 기나긴 고통을
참아가며
찬바람의 노래를
한량없이 부른다.
그대가
오지 않은 자리,
촛불만이
기나긴
고통의 밤을 지새우는데,
나의 자리
입김에
초불을 공기에 날려버리고
편안의 한숨을 자네.
찬바람의 노래가
그대의 마음을
나에게 전하기도 전에.
1989년 12월 8일
빗 물
1989년 <12월 8일 23시 ~12월 9일 1시> - 0시
쏟아진다, 쏟아진다.
나의 그리움을 항백담아
사람을 적셔주는 굵은 빗물.
소리없는 빗물의 승천
쏟아지는 빗물에
내맘 적셔,
소리없는 빗물에
살며시 전하고픈
사랑의 빗물.
1989년 12월 30일 토요일
1980년대를 마감하는 마지막 이틀,
내가 지었던
이런 시에서도 자그마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정말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다.
하루하루
시적 능력이 향상되어 가면서
나의 또다른 면을
조금이나마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을
하나의 경이로움이 아니라 할 수 없다.
내가 이루고,
이루려 했던 것.
하루하루 발전을 꾀하며
나의 자아를 발견하는 것.
이러한 모든 것이
오늘, 하나의 추억으로 가슴깊이 와 닿는 건
어찌하는지?
1990년대를 맞이하며
이제 나는 삶의 첫 출발점을 맞이하였다
새로운 맘.
새로운 희망
으로
나의 꿈이 이루어지기 위하여
오늘도 펜을 긁적이며
하루를 지켜간다.
아무쪼록
이 한건의 작품의
결코 헛된 작품이 아니었다는 것을
세계 만방에 떨치기 위해
나의 발걸음을
한시도 멈추지 못하고
자꾸만 재촉해 가며,
내 삶을
보다 의미 있게 살려 한다.
1990년 1월 5일
1월의 아침
신선한 1월의 아침
가만히 눈을 감아
명상의 그림을 그려봐요.
구름도 없는
검푸른 하늘 아래,
기와지붕 한 모퉁이
쌀을 바라듯
참새가 지자귀고
참새들 지저귀는
그 집 앞
눈꺼풀을 뒤집어 쓴
허수아비 한 마리.
아침 햇살을 받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농부 아저씨들의
땀들이
하나의 열매로 모여들어
신선함을 이루네.
바람도 신선한
우리의 전원(田園)에서
가만히 눈을 떠
신선한 겨울의 아침공기를
느껴봐요.
우리모두는.
1월 5일
추상화 115
허이야, 돈다.
술 취한 김
세상살이
글게 돌아가네
목마른 김에
술 한 모금
허이야, 마시고 돈다.
하늘도 동글동글
땅도 동글동글
사랑은 무심도 하지.
주정뱅이는
홀로 남아.
허이야, 돈다
술 취한 김
술 한 모금
더 마시고
허이야, 돈다
1990년 모월 모일
묵주알
한 방울,
건드릴 때마다
터져 버릴 듯
이슬을 닮은 그
더듬더듬
디디는
묵주 하나에
나의 가슴을
내면을
속속 집어 넣어
한 방울 집고
한 방울 건널 때마다
담겨지는
나의 소중함
1월 19일
시나브로
하나 하나
나의 사랑,
차곡 차곡 쌓여 갔고
눈에 틔는 불꽃
정녕 잊지 않았다,
지난 어느 날.
그러나 지금,
경멸의 눈으로
너를 바라본다.
지나간
시간의 씨앗이
분노와
서러움에 겨워
이제는
보상 받으려
너를 욕한다.
붉은 열매가
시나브로
피어 내가 있기까지.
1990년 1월
얕은 연못에서
얕은 연못에
금붕어들이 기웃기웃.
그들은 서로
물을 나누어 숨을 쉰다.
물위엔 종이배가
평화롭게 떠다니고
연못에 비친
너와 나의 모습.
우리는 웃으며
먹이를 뿌린다.
몰려드는 금붕어들의
치열한 경쟁과
연못의 흔들림에
너와 나의 얼굴.
그리고
못 속으로 침몰하는
햇살을 가득 안은
배.
비에 젖은 밤길
밤.
그 아득한 암흑을
비추어 가며
나의 길은 서로이 태어나자.
어느날,
기나긴 비바람이
밤을 휩쓸며 지나가도
나의 길은 어둠지 말아야.
혼자만의 방황으로
비에 젖은 밤길은
깊어만 가는데.
2月中
저녁놀 속 영광
저녁놀이 벌겋게
저물어 간
지평선 따라
쓰러지는
나의 길 그림자.
한 번의 실태를 곱씹으며
붉디붉게 물들어 간
하늘 아래
영광을 맞으며 사는 그림자.
유리구슬 속의 방에서
3月 11日 日
봄비는 창밖
발자국,
소리 죽이고
아무런
느낌없는 난
무표정의
얼굴들
창밖에 내던지며
미끈해지는ㄴ
코끝의 찡함을
느껴보는
유리구슬 속
숨소리.
내 방 가득
채우는
구슬꽃 미소.
진실의 꽃방울
1. 5월 28일 월요일
언덕 아래
홀로 남은
꽃을 잃은
가시 넝쿨
2. 6월 8일 금요일
쏟는
비바람에
가시 한 알
꺾이으며
3. 6. 20. 수요일
떨어지는 땅에,
부슬부슬
끓고 있는 빗방울.
소박한 이별
기댄 창
안으로 들이치는 (or 들이쳐오는)
소박한 바람
구름,
어두워져
오는 하늘
멀어져 가는
나의
얼굴
1990년 9월 10일
월요일 날의
괴로운 아침
친구야, 우린 서로를
친구야, 우린 서로
욕만 하고 사나 봐.
사라진 구름
뒤
떠도는
그들의
소리.
친구야, 우린 아직
인간이 되기 위한
머나먼 길은
아직
이르지 않았나 봐.
허공을
가로지른
우리들의
외침은.
10월 1일
월요일
두 파멸
나와 너
어두움 속에
변화하는
깊은 자아
달이 둘
뜨고,
검은 햇살에
파괴되는 빛
집집마다
잠드는 별
사라진 빛으로
더욱 더 괴로운
나의 밤길.
어둠과
어둠의 교차로
매어진
나와 너
나 → 너 → 깊은 자아 어두움 변화 → ¤ → 나
발전 방향 : 고독 → 아픔 → 사랑
이상
나의 맘
떠나는 나그네.
바람에 떠밀린
허앾한 구름
굴절된 빛
깊은 물
바람에 흔들린
일관의
파도
내 마음의 파라다이스
난,
후회하지 않습니다.
나의 아름다운 섬을
찾아 헤맨 것을.
한때는 회의도 해 보았지만.
난,
사랑합니다.
내 마음의 섬을.
이제는 쉴 자리를
찾아 헤메이는
나의 마지막 삶을.
죽은후에야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내 마음의
파라다이스를……
1991. 12. 3
너로
나
너로
다가선다
너로
나
돌아선다
나 이제
나로
돌이켠다
다만 너로
아픈 상처
감싼 채
나의 나로
나의 너로
이제야
다가선다
1991. 11.27
둘 다
바다도 푸르고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끝없고
하늘도 끝없고
바다에 돌 던지고
하늘에 침 뱉고
바다는 벙글
하늘은 잠잠
시인의 장난감
창문을 마주 앉고 비 오는 세계를 그리는
여기 이 집에 한 시인이 있다.
시인은 아득한 상상을 그리워하며
건조한 공기의 신선함을 맛보고 있따
처량한 여인의 장난감을 생각해 본다
태엽을 돌리는 소리가 빗줄기를 타고
오는 것 같다. 그는 소리를 듣고 있다.
시인은 일어선다, 여인의 장난감처럼
그는 빗길을 뚫고, 여인의 집으로 ‘삐그덕’거리면서 달려갔다.
그녀를 안는다. 장난감은 소리도 없이 돌더니
그에게 ‘꾸벅’ 인사를 한다.
시인은 여인과 마주 앉는다.
동경의 세계를 찬양하는 마음으로
그녀는 태엽을 감는다. 장난감은 또다시 그에게 인사를 한다.
마치, 시인의 장난감처럼
왜
밤은 왜
그리움
반짝이는 별
사람들의 허무
가슴 스미는
차가운 바람
잠드는 도시
밤은 왜
서러움
홀로 선 달빛
비추인 골목
마음 스미는
꺼진 가로등
고독한 밤
밤은
왜
외로움.
1991. 12. 2..
잃어버린 파라다이스
나는 내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사랑했다
그러나, 신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삶과 죽음
그것은
죽은 후에야
의미를 갖는다
나는
나에게로 접근해야 한다
오직!
나의 잃어버린
파라다이스-
그것을 위하여…
젊은 시인
백발에는 백발의 바람
젊은 시인은
저편 기슭에서 나를 부른다
하지만 이미 나는
응답할 수 없었다.
나의 음성은
내면으로 되돌아오고
어쩔 수 없이 나도
흔들리고 있었다
펭귄
뒤로 막은
거대한 얼음덩이
앞은 출렁이는
푸르름
끝내
녹지 않는
바닥 위에 존재한
나의 一日.
문득
흔들리는 고개에
동무들 지나가고
하늘을 우러르는
나의 一讀.
조금
조금
나아가는
나의 걸음은
뒤뚱이기만 하고.
1991. 11. 28. 목요일
비 둘 기
자유를 바라며
날으는
새우리 안의
비둘기.
누군가,
열은 문을
차고 나오려는
날개짓.
푸른 허공
문 사이
흩어지는 그들의
한 맺힌
지저귐.
먹구름 몰려들어
그들을 버린
하늘.
마 음
맑은 하늘,
눈이 내리고
그 안에
떨어지는 나라면
흐린 하늘,
눈이 내렸고
그 속에 묻혀 사는
그것도 나.
바람 부는 허공.
우뚝 선 눈사람.
거기에
떨고 있는 나라면
밝은 햇살,
시간의 눈빛에
침묵으로 사라지는
그것조차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