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지 않는 외로운 잎
전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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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녀는 책을 읽었읍니다.
그녀는 읽다가 잠이 들었읍니다.
“내가 어디까지 읽었지?”
그녀는 책을 어디까지 읽었는지 몰라
아까운 몇 분간을 소비했답니다.
기획
여보시오, 연출자
그것은 너무 갑작스럽지 않소
실연 배우가 힘없는 나무에게 한 말이었다.
여름
아주머니 물 좀 줘요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겠지요?
어느 땅꼬마가 낙타에게 한 소리였다
하늘과 땅
언제나 당신을 보며 입맞춤을 기다립니다.
당신은 푸른색으로 치장을 하지만
그 옷이 축축할 때 당신의 향수가 스밉니다.
오늘은 당신이 오시는 날
그러나, 당신은 약속을 어기시는군요
저의 몸을 적셔주시지 않겠습니까
오늘은 유난히 하얀 점무늬가 많네요
아니, 도망가는 걸 보니 양떼를 모시는군요.
그 양떼는 언제 다 몹니까
당신은 나에게 올 수 있지만,
나는 왜 당신에게 못 갈까요?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공기야, 신선한 공기야!
나의 편지를 허공에 띄워보내주지 않을래?
기다리다 지친 자상이 전하는 말을
어느 날 답장이 왔습니다
.. 나는 지금 휴식 중이니까,
다음에 만나자“
지상은 이말을 듣고 어리둥절해 했다
여름밤
노을은 이미 서산으로 사라지고
초롱의 별들이 얼굴을 내민다
어느 캠프, 축축한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까 놓고
밤이슬을 맞으며
나는 아늑한 잠을 이룬다.
마지막 잎새
전창수
한 잎, 한 잎 날리우는 잎새
구름에 휘나릿결 떠오르는 아득한 슬픔의 현상
모두 날아가고 외로운 마지막 잎새
늘 슬기롭고, 아름다운
마지막 잎새
떨지 않는 외로운 잎
가지 끝에 슬픈 노을의 초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