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8일
전국적으로 최강한파가 시작된다는 날 제주를 걷는다.
예전보다 훨씬 짧아진 6코스 11km
두 세시간 남짓이면 걸을 수 있는 거리라 생각하니 아침부터 느긋하다.
12월이면 뭐니뭐니해도 제주 동백을 빼놓을 수 없으니 동백을 보고 출발해야지
동백포레스트를 갈까 동백수목원을 갈까 망설이다 동백포레스트로
어라, 작년에 왔던 곳이다.
이렇게 기억에서 까맣게 지워질 수 있을까
나이 먹어감이 실감난다.
예서 그다지 멀지 않은 동백수목원으로 다시 고고~
8천원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선 수목원
훌쩍 큰 동백나무들이 빨간 꽃잎을 달고, 제 자리 역시 빨갛게 물들인 채 우리를 맞이한다.
동백포레스트에서는 나랑 키가 엇비슷한 나무들이 많았다면, 여긴 모두가 나보다 두 세배 큰 나무들이다.
12월 중순이 제 철인가 보다
나무 가지 가지에 꽃잎이 풍성하고 주변으로는 떨어진 빨간 꽃잎들이 멋스럽게 펼쳐져 있다.
이건 사진을 찍어야만 하는 각이지
꽃잎들이랑 함께 사진을 찍는다.
꽤 널찍하다.
이리 크고 많은 동백나무들이 누군가의 손길에서 자라나고 있었다니 놀랍다.
얼마나 감춰져 있다 사람들에게 선보인 걸까
몇 해 전 5코스를 걸었을 땐 마을 길따라 동백군락만 보았는데..
그 안에서 이렇게 많은 동백들이 키를 키우고 꽃잎을 틔우고 있었나 보다
쇠소깍 다리에서 시작하는 제주 올레 6코스
너른 바다를 곁으로 두며 걷는다.
길이 참 좋다.
첨 걸었던 때보다 깨끗해지고 길도 잘 가꾸어져 있다.
올레지기들의 수고가 느껴진다.
게우지코지 카페가 보인다.
제주를 올 때면 일부러 찾는 카페다.
시원한 바다랑 그 사이 띠처럼 자리한 지귀도가 눈 앞에 보인다.
카페 안 풍경도 아기 자기, 정성들인 쥔장의 마음결이 느껴진다.
고소하고 맛난 카페라떼, 백퍼 충전~
바닷길을 걷다 살짝 돌아 제지기오름에 오른다.
한파 걱정하며 단단히 준비했던 옷가지들이 하나씩 벗겨진다.
정상은 나무들에 가려 시원한 풍광을 보여주지 않는다.
마을 주민들을 위한 운동기구들만이 몇 구 보이고
별로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인가 보다
내려 가는 길 놓여진 망원경
건너편 섬의 뾰족한 바위들, 위태롭게 서서 낚시질하는 낚시꾼이 보인다.
오름을 내려 오니 살짝 접어들었던 길이 겨우 10여 미터쯤
오름 한 바퀴 제대로 돌았다.
다시 바다와 함께
해녀들의 쉼터 벽화가 멋있다. 솜씨좋은 화가가 그렸나 보다.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찰칵~
구두미 포구에서 소천지로 가는 길
바로 옆으로 도로가 놓여져 있음에도 전혀 알아차릴 수 없게 오솔길 같은 숲길을 만들어 놓았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들과 소나무 잎들이 발걸음을 포근하게 만든다.
소천지
예전엔 그냥 지나쳤더랬다
어찌 그런 몹쓸 짓을 했는지
천지를 작게 빚어놓은 곳, 맞다
잿빛 하늘임에도 물색이 옥빛이다. 제법 깊다. 물고기 한 마리가 살짝 튀어 올랐단다.
오늘따라 보목하수처리장 냄새가 진하다.
마스크를 코 위로 눌러 쓴다
구름이 내려앉은 날씨에는 냄새가 더 심해지나 보다.
맑은 날 걸었을 때는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검은여를 지나고 칼호텔 정원과 허니문 하우스 산책길을 지난다.
그래서 인지 길들이 이쁘다
바라보는 즐거움에 콧노래가 나온다.
사유지를 기꺼이 내놓은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는다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
모름지기 서로 돕고 배려하며 사는 게 인간다운 삶이지
특히 기업들은 말할 나위 없는 일
안타깝게도 눈꼽만큼만 내어 놓고 다 내놓은 양 거들먹거리는 기업이 많아 탈이지
소정방폭포를 지나고 정방폭포로 쏟아지는 물길을 보며 지난다
서복전시관이 무료라는데 월요일이라 휴관이다.
왈종 미술관, 이중섭 미술관 모두ㅜㅜ
서귀포에 있는 미술관을 감상할 수 있는 코스가 6코스인 걸
아쉽게도 하나도 누리지 못하고 6코스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그저 걷는 것만으로 가슴 가득 뿌듯함이 채워지는 고마운 길
내게 제주는 걷는 것이 답이다.
첫댓글 어째 조용하다 했더니 제주에 가셨군요.
하필 올겨울 제일 춥다는 요즘에 그것도 바닷바람 맞으면 더욱 괴로울 건데요.
이번에도 스위스 멤버 4명이 함께 했나요.
아뭏든 추운날 조심하시고요. 언제 돌아오나요.
어제 집에 왔어요
3박 4일 여정으로 올레 두 곳을 걸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