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나들이, 참 오랜만이다.
강진 병영에는 연탄돼지불고기 거리가 있다.
예전 모임에서 먹어 본 설성식당의 불맛이 생각나 예서 점심 해결을 하기로 한다.
유홍준 작가님도 강진을 올 때면 이곳에서 제자들과 어울려 끼니를 해결했다지.
점심 시간 되기도 전 일찍 왔음에도 주차장엔 차가 여러 대다.
온돌 바닥에 자리 잡고 앉아 있으면 두 명의 종업원이 상을 들고 나타난다.
상 위는 음식들로 가득하다.
맛은 볼 것 있나
역시 일품이다.
불향을 품은 돼지 불고기, 도톰한 양념 게장, 갓 담은 배추김치, 작지만 맛좋은 조기, 시골 맛 느껴지는 양념 두부, 시래기 된장국...
잔칫상에 올린다는 알싸한 홍어까지.
이런 상차림이 2인 기준 26000원 가성비 갑이다
넘쳐나는 반찬들로 배불리 먹는다.
남기는 게 아까워 몇 젓가락 더 했더니 위장이 삿대질해대는 것 같다.
2분여 거리에 있는 병영성에 오른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한파 끝자락이어선지 산책하는 사람은 우리 둘 뿐.
한창 공사중이다.
성 둘레가 훤히 보인다.
약 2km 남짓 하려나
부른 배를 가라앉혀 줄 적당한 거리다.
커다란 고목이 성 안에 자리하고 지나는 세월을 지켜보고 있다.
성벽에도 덩쿨 줄기가 뿌리내려 있다.
꽤나 널찍한 성 내부는 공사 도구들과 진행 중인 건축 자재가 어지럽게 놓여 있다.
국궁장도 있다. 걱정하지 말고 산책하라는 안내판까지.
동,서,남,북 성문들도 위풍당당하다.
특히 2층으로 된 진남루는 무척이나 큰 소나무 한 그루가 곁을 든든하게 지켜준다.
전부 완성된다면 참 시원하고 멋진 병영성이 재탄생할 것 같다.
강진만 생태공원으로 향한다.
처음 가는 곳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는 안내문이 보인다.
신나서 갔는데 엥? 문이 잠겨 있다.
너른 바다와 갈대를 볼랬는데 기대했던 장면은 나타나지 않고 휑하다.
전망대처럼 보이는 곳으로 갔더니 바람개비 윙윙
위로 올랐더니 우와, 뻘 가득 담은 바다가 흐르고, 양쪽으로 갈대들이 쭉 뻗어 있다.
그 사이로 철새들 무리
사람 별로 무서워 하지 않는 원앙들과 왜가리, 청둥오리들이 뻘밭을 헤집으며 먹이 사냥을 하고 있다.
고니 조형물이 여기 저기 많다.
건너는 다리도 고니를 닮았다.
큰고니들이 쉬러 오는 쉼터란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걸
겨우 한 마리 발견한다.
에이, 고니 쉼터가 아니라 원앙이랑 청둥오리 쉼터라 해야겠다.
멸종 위기 동물 수달, 붉은발말똥게, 알락꼬리마도요, 삵도 있다는데 아무래도 사람들 피해 숨죽이고 있나보다.
갈대밭 사이로 데크들이 요리 조리 곡선을 그리며 놓여져 있다.
양껏 걷는다.
쭉 더 뻗어나간 곳까지 가고 싶지만 다음을 위해 남겨두기로 한다.
지는 해를 보고 싶었는데 구름이 두툼하게 하늘을 덮고 있다.
아쉽지만 차라리 어두워지기 전 집으로 가야겠다.
따뜻한 봄날 영랑생가며 백련사 남미륵사까지 다녀와야지
첫댓글 참 멋지세요.
지난주에는 제주 올레길 다녀오더니 이번에는 강진을 가셨네요.
강진에 저런 석성과 성루가 있었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 봅니다.
지방자치제가 된 이후로 역사를 창작하는 지자체가 하도 많아서 헷갈릴 지경입니다 ㅉㅉ
당일치기 여행으로 딱 맞춤인 곳이에요
병영성은 조선시대 제주와 전라의 군사권을 총괄하는 육군 총지휘부가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모든 시설물이 없어졌다네요
사적으로 지정된 후 복원 중이래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복원은 역사를 기억하게 하지만 역사를 왜곡하는 창작은 지양해야겠지요.
구별할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것이 숙제일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