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경산 지역에는 눈 보기 쉽지 않은 지역이다. 함박눈 쌓이는 광경은 더 어렵다. 첫눈 오는 날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음은 나만 일일까. 눈이 내리면 옛날의 기억을 새기곤 한다. 겨울의 멋을 다 포옹하는 것 같다. 백치의 풍경에 황홀한 눈시울 감상에 푹 적는다. 추위를 떨칠 만큼 흰 눈의 세상이 좋다. 시끄러움을 싹 다 덮어 버리는 신기를 알고 있다. 조용한 파문이 눈발을 살금 흔들면 가끔 옛일 감상에 그리운 곡차 잔을 찾곤 한다.
대구 파크 호텔 뒤 포장마차라는 카페도 아닌 술집 같은 곳이 있었다. 남녀 친구들 몇이 만나곤 하면서 일 잔주 걸치고 혈기의 기분을 발휘하곤 할 때다. 물론 이곳 장소에서만 아니지만. 이 장소를 추억하게 된 동기가 첫눈이다. 일 잔주 하면서 도취된 분위기 서로의 감정이 통했으리라. 이날도 눈이 내렸다. 불쑥 우리 첫눈 오는 날 여기서 만나자. 언제 어디에 있던 첫눈 오는 날은 이 장소에서 꼭 만나자고 내가 제안했다.
기분이 같이 흥건한 친구들 흔쾌히 약속을 했다. 추가된 일 잔주에 그 순간 이기 투합한 마음은 뒷전이 되었고. 뭉기적 그날의 약속은 추억이 되었다. 무시로 얼굴 보고 한 순배씩은 늘이었으니. 그 시간 약속 세월 다박다박가도 꼭 지킬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또 일 년 이 지나면서 눈이 내려도 나가지 못했다. 각기 눈을 보는 시간이 달랐다. 누구는 경산, 누구는 대구, 누는 서울 출장. 눈 구경을 동시에 볼 수 없는 한계점을 맞은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평상의 일과로 다른 일정 소화를 했다. 한 두해 더하면서 스멀스멀 이 되었다.
몇 타스의 색처럼 시간이 지난 후에 이번에는 다른 친구들이랑 그 장소에서 만남을 가졌다. 직장 동료이며 친한 여자 친구들도 포함이다. 눈은 오지도 않았다. 일전의 첫눈 사건을 설명을 하고 또 제안한다. 매년 첫눈 오는 날 여기서 일 잔 하자라고. 다 같이 웃으면서 동참하기로 한다. 여자분들이 더 좋아한다. 눈이 오긴 왔다. 몇 개의 꽃잎 날리듯. 첫눈이라고 해야 하나 무시해야 하나. 판단이 애매한 눈이다. 내가 본 첫눈은 그런 첫눈이었다. 그 장소에 가지 않았다. 아무도 연락이 없다. 그 장소에 간 이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며칠 후 진짜 눈이 왔다. 그 장소에 갔다 30여 분간 일 잔 한다. 혼자 다. 어느 날은 첫눈이라며 전화를 받았다. 그 장소는 아니었고. 실행해 보지 못한 지움의 언약이 되었다. 다음 해 만남의 장소인 그 장소는 없어졌다. 그 약속 세월 속으로 사라졌다.
각자 다른 일과 직장 변동이 있었고 나 홀로 직장에 남았다. 한 번씩 전화 통화하면서 첫눈 오는 날 이야기를 하곤 했다. 또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렇게 나에게는 지나간 이야깃거리 되었다. 한 번도 실행해 보지 못한 허공의 악속. 이제는 아주 옛날 소설 같은 얘기로 그 친구들 지금 어디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5여 년 전까지는 문자 교신은 하곤 했는데. 직장 폐쇄와 형편 어려움으로 내가 몽탕 내려놓은 후 이제는 알 수가 없다. 첫눈은 허당이란 의미를 남겼다. 하지만 하얀 그 속의 마음 순수함이 있었다.
세월의 유수에 사람이 빈배의 물처럼 가는 물건 같아 참 안타깝다. 모든 게 내 탓이 먼저고 내 잘못이 더 크다. 첫눈 오는 날의 약속처럼 쉬운 약속은 조심해야 할까? 지금 시간을 핑계되며 즉흥적인 말의 의미를 돌아본다. 빈 말 술잔처럼 돌리기. 그래도 그때 만남이 좋은 인연이었음이리라. 회자된 추억에 가슴 설렌다. 그때의 세월에 그때의 인연이 그리워 눈 오는 날이면 웃음 짓곤 한다. 한 번쯤은 볼 수 있다면 해 보면서. 눈 오는 날 흰머리 카락이 살짝 미워지는 건 죄일까?
첫눈 오는 날 /초고
눈 오는 날 며치 일 잔을 하면서 그때 첫눈 오는 날 그날 저녁에 여기서 만나자라고 약속을 했는데 그날 이후 그 약속은 허공로만 기록되었다~~~ 며칠 전 서울에서 그때의 한 친구가 전화가 왔다 첫눈이 온다고 옛날 그 당시 직원 동료와 만나 일 잔을 하면서 그 친구로부터 전화번호를 받아서~~~ 어제저녁 경산에서도 눈이 살포시 왔다 파크 호텔 뒤 포장마차라는 가게가 아직 있는지는 모르겠고 거짓말이 되어 버린 약속은 떠올려 보면서 오늘 밀양 문상을 가야 하는 핑계로 안주 거리로 회자를 한다~~~ 오늘도 다음에는 꼭 첫눈 오는 날 그 약속을 실행해 봐야지 하면서 이 글을 써 본다 그때 그 친구들 다들 잘 지내는지? 가끔은 몇 날 달 간격으로 때로는 몇 년으로 귀전으로 듣곤 하지만 만남은 쉬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울 친구처럼 십여 년을 불통하다가 갑자기 전화가 오고 연결되어 안부 전화를 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람~~~ 하지만 다 내 탓 몇 군데만 전화만 하면 다 찾을 수 있는데 또 그 약속을 만남의 자리를 만들려고 했다면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은 나~~~ 첫눈 온 날 또다시 그때를 그때와 같이 회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