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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생 라팔 탑승기"
-- 거꾸로 매달린 채 본 地中海는 壯觀… 9G 걸리자 「욱」 소리만… 목 꺾이고 언저리 실핏줄이 터졌다
이스트르 기지로 복귀하는 길에 나는 에릭씨에게 라팔을 조종해 보고 싶다고 요청했다.『Sure. You take』(좋아, 이제 네가 조종한다)그의 대답은 내가 들은 가장 기분 좋은 말 중의 하나였다. 조종 콘트롤이 전방석에서 내가 앉아 있는 후방석으로 넘어왔다. 나는 4G를 견디면서 구름 위에서 360도 공중회전했다. 짜릿한 스릴과 해방감, 강렬한 햇살이 온 몸을 휘감았다. 내 人生 최고의 순간이었다[편집자 注] 고려대 영문과 3학년 李元翼(이원익·25)씨가 프랑스 다쏘항공이 개발한 최신예 전투기 라팔에 1시간 30분 동안 탑승했다. 李씨를 태운 라팔은 프랑스 이스트르 공군기지를 이륙, 프랑스 남부 상공을 지나 지중해와 알프스 상공을 비행했다. 이 비행에서 李씨는 라팔에 장착된 크루즈 미사일을 모의 발사하고, 프랑스의 미라주 전투기 2대와 가상 공중전도 펼쳤다, 전투기 조종사 李松浩(이송호·空士 19기)씨의 장남인 李씨는 비행장에서 나고 자랐다. 그는 어려서부터 F-4, F-5, F-14, F-15, F-16 전투기의 조종석에 앉아보았고, 조종사들의 세계를 보고 들으며 자랐다. 세스나 경비행기 운행 경험도 있다.
라팔 탑승 前, 李씨는 코냑으로 유명한 코냑 지방의 항공生理연구
소에서 원심분리기 안에 들어가 중력가속도를 견뎌내는 훈련과 5시간에 걸친 초정밀 전신 신체검사, 그리고 조종술 습득을 위한 시뮬레이터(가상 조종장치) 훈련과 비상 탈출훈련을 받았다. 그는 라팔 탑승에서 전투기 조종사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중력가속도 9G를 경험했다.
1976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난 李씨는 주한 美 2사단에서 카투사로 근무했다. 제대 후엔 대학생 신분으로 항공 전문잡지 「월간 항공」에 2년 동안 군용기에 관한 글을 써왔다. 1998년 서울 국제 에어쇼에서 영어담당 통역을 했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취재기자로 활약했다. 영어 실력도 뛰어나 2000년 4월 토익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 그의 체험記를 소개한다.李元翼 고려대 영문과 3년(f-4fantom@hanmail.net)주요내용비행기냐 로켓이냐 / 할 일 없는 조종사스위치와 버튼이 사라진 조종실 / 최강의 적 「G」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하다 /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놀란 시스템개싸움(Dogfight) / 경비행기보다 쉬운 조종9G를 견디다 / 세계 최고의 행운아
1. 비행기냐 로켓이냐 / 할 일 없는 조종사6월22일 14시17분. 프랑스 남부 이스트르 공군 기지.『Cleared for take-off. Break Release. A/B now』(이륙준비 완료, 브레이크 해제, 애프터 버너 점화)베테랑 시험비행 조종사 에릭 제러드(Eric Gerard)씨는 나직한 목소리로 관제탑과 교신했다. 그런 후 그는 장딴지에 쥐가 나도록 밟고 있던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동시에 스로틀(엔진추력 조절장치) 레버를 앞으로 끝까지 밀어 최대 출력 상태로 애프터 버너(터보엔진의 후기 연소장치)를 점화했다.내 왼쪽 다리 옆에 위치한 스로틀이 스르륵 움직였다. 전방에서 조종하는 에릭氏가 스로틀을 작동하면 후방석의 스로틀도 같이 움직이는 것이다. 기체가 부르르 떨렸다. 「두둥」 하는 형용할 수 없는 장중한 진동이 항공기 뒤편에서부터 전해지며 뱃속 깊숙이 울리기 시작했다. 랜딩기어(착륙바퀴)가 활주로를 벗어나자마자 프랑스 최신예 전투기 라팔은 지축을 뒤흔드는 시뻘건 불기둥을 뒤로 하고 수직 상승했다. 무서운 가속도에 온 몸이 뒤로 제쳐지며 좌석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Hey, Eric, this is fairly smoking, Hoo Ah!』(에릭씨, 진짜 끝내줍니다. 우와)형용할 수 없는 스릴과 경이감에 압도된 감탄사만이 강렬한 햇살과 함께 창공에 흩어졌다. 라팔 전투기의 엔진 推力(추력)은 엄청났다. 추력이란 항공기 엔진이 내는 힘을 말하는데, 라팔의 경우에는 중량 대비 推力이 1을 훨씬 넘는다고 한다.
1을 넘는다는 것은 전투기가 날개에서 얻는 양력의 도움없이 엔진의 힘만으로 지구 중력을 뿌리치고 날아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정지상태에서 창공으로 마치 로켓처럼 치솟는 데 라팔은 9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똑바로 앉아 있다가 9초 만에 「두 다리를 하늘로 향한 채 공중에 누운」 것은 경이로운 체험이었다. 마치 휴스턴의 美 항공우주국(NASA)에서 로켓을 탄 것 같은 느낌이었다.할 일 없는 조종사라팔은 속도를 줄이고 수평비행에 들어갔다. 전투기 조종석은 캐노피(Canopy)라 부르는 유리로 덮여 있었다. 라팔엔 물방울 모양의 버블 캐노피가 장착돼 있는데, 이 캐노피가 조종사의 허리 부분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좌우 시야가 아주 넓었다. 여객기의 작은 창문을 통해 보는 것과 달리, 주변의 모든 방향을 볼 수 있었다. 전투기의 기술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조종석에는 실시간에 제공되는 비행정보가 일목요연하게 홀로그래픽 화면에 시현되고 있었다.나의 아버지는 空士 19기의 전투기 조종사다. 원익(元翼)이라는 내 이름도 최고의 날개, 즉 「탑건」이라는 뜻으로 직접 지어 주셨다. 비행장에서 나고 자란 나는 한국 공군이 보유중인 F-4, F-5, F-16 전투기의 조종석 계기판 구조는 외울 정도로 익숙하다. 친구인 미군 조종사 덕택에 오산 비행장에서 美 공군의 최신예기인 F-15 전투기 조종석에 앉아 보았고, 美항공모함 인디펜던스號가 부산에 왔을 때는 F-14와 F/A-18 조종석도 구경했다.라팔 조종석을 처음 보았을 때의 인상은 「조종사가 할 일이 별로 없겠다」는 것이었다. 기존의 아날로그 계기는 하나도 없고, 컴퓨터 스크린같이 생긴 세 개의 MFD(Multi-Function Display)라고 하는 多기능 디스플레이에 모든 정보가 표시되었다. 「제4세대」 전투기란 명성대로 라팔 조종석엔 혁명적인 개념과 첨단기술이 집약되어 있었다.조종사 에릭氏에게 『당신이 할 일은 거의 없겠다』라고 하자, 『슈퍼 에텐다르 전폭기를 탈 때에 비교하면 앉아서 노는 셈이다』라고 응답했다. 에릭氏는 원래 프랑스 해군 항공단의 함재기 파일럿 출신으로 항공모함 근무 중 테스트 파일럿(시험비행 조종사)으로 선발되었다. 그는 최초로 슈퍼 에텐다르 전폭기의 항공모함 착함을 성공시키고 해군형 라팔 M02를 최초 비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나와 에릭 사이의 교신은 헬멧 내부에 부착된 헤드셋과 산소 마스크의 마이크를 통해 이뤄졌다.조종석 정면에는 작은 유리판같이 생긴 비행정보 표시창인 허드(HUD;Head-Up Display)가 있는데, 조종사는 허드를 통해 비행과 사격 정보를 얻었다. 1~2분 사이에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현대의 공중전에서 조종사가 조종석 아래의 계기판을 보기 위해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 순간은 무방비 상태와 같다. 1~2초에 불과한 이 순간에 敵機(적기)를 놓치거나 공격을 받을 수가 있다. 실제로 많은 전투기들이 이렇게 「한 눈 파는」 사이에 격추되었다. 허드는 조종사로 하여금 시선을 외부에 둔 상태에서도 각종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여 방어력과 공격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2. 스위치와 버튼이 사라진 조종실 / 최강의 적 「G」
MFD와 허드를 갖춘 라팔의 조종석은 글래스 칵핏(Glass Cockpit;유리조종석)이라 부른다. 모든 비행정보가 유리와 같은 화면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공중전의 핵심이자 승리의 열쇠는 상황인식(Situation Awareness)이다. 敵機가 어디에 얼마나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지, 敵 편대의 현재 속도와 고도는 얼마인지, 그리고 나의 비행상황과 무장상태는 어떠한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신속하고 정확하게 敵을 알고 나를 알 수 있는 능력을 배가시켜주는 이 글래스 칵핏 개념은 전투기 제작기술의 혁명이었다. 그러나 글래스 칵핏은 F-15, F-16 같은 제3세대 전투기에 처음 적용된, 30년이 다 된 舊式 기술이다. 제4세대 전투기인 라팔에는 더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대형 허드와 함께 화면 위에 손가락를 대는 것만으로 조작이 가능한 터치스크린 MFD가 장착돼 있었다.제3세대 전투기에는 MFD 화면 주위에 여러 개의 버튼이 있어 이것을 눌러 원하는 화면을 선택해야 했으나 라팔은 이 한계를 뛰어넘어 허드 바로 아래에 손가락을 대면 작동하는 대형 MFD를 설치했다. 총천연색의 큼직한 MFD 화면에는 지도, 목표물 영상 등 각종 정보가 표시되었다.몇 초의 순간에 죽느냐, 사느냐가 결정나는 공중전에서 고개를 들었다가 숙였다 하는 조종사들의 불편을 수렴한 게 라팔 조정석이었다. 라팔의 계기판에는 세 개의 MFD만 남고 모든 스위치와 버튼이 완전히 사라졌다. 라팔을 비행하는 조종사는 좌석에 앉아서 슈퍼 컴퓨터로 통합된 각종 시스템이 제공하는 다양한 영상과 정보를 받은 다음, 상황인식과 의사결정 후 무기 발사버튼만 누르면 된다.최강의 적 「G」이번 비행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것은 단순한 수평비행이 아닌 전투비행을 했다는 점이다. 전투비행을 요청한 것은 라팔의 성능을 확인하고 싶은 동기에서였다. 그러나 나는 그 값을 호되게 치러야 했다. 전투비행을 하면 중력가속도에 온 몸을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전투기가 고속으로 급기동을 하게 되면 조종사는 중력가속도에 의한 하중을 받게 된다. 이를 「G(Gravity)」라고 하는데,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상태의 중력가속도가 1G이며, 롤러 코스터를 타고 급회전시 느끼는 압박감이 2G정도다. 전투기가 전투기동을 할 때는 최대 9G까지 걸린다. 9G가 걸리면 몸무게가 70kg인 조종사는 자기 몸무게의 9배인 630kg의 하중을 견뎌야 한다.G에는 +G와 -G 두 가지 종류가 있다. +G는 사람이 서 있는 상태에서 중력이 머리에서 발 방향으로 작용하는 가속도이고, -G는 그 반대이다. 0G는 무중력 상태를 의미한다. 높은 G가 걸리면 인체의 심혈기관과 평형기관 및 폐 기능에 심한 장애를 받게 되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신체 생리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G의 경우에는 신체에 작용하는 하중으로 머리 쪽의 혈류가 다리 쪽으로 몰리게 된다.+4G 단계에 가면 시야가 흐려지고, 자기 체중의 4배를 견뎌야 하므로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게 되어 팔이나 고개도 들 수가 없게 된다. +4G 후반에 들어서면 2~3초 간 주변 시야가 보이지 않으며 그후 1~2초 후에는 시야가 캄캄해지며 「눈 뜬 장님」이 되는 블랙아웃(Black-Out)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때 G의 힘이 풀리면 머리 부분에 혈압이 증가하며 2~3초 후부터 서서히 시력이 정상으로 회복된다.+5G에 들어서면 급격한 뇌혈류량 감소로 현실감각이 마비되고 실신하게 되는 G-LOC (Gravity-Loss Of Consciousness;중력가속도에 의한 의식 상실)에 돌입하게 된다. 일반인의 경우는 최대 4~5G까지 아주 잠깐 견딜 수 있으나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G-LOC에 빠져 의식을 잃게 된다. 고도로 단련된 전투조종사의 경우 개인차가 있지만 최대 9G까지 견딘다. 그러나 오래 지속하지는 못한다.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이다.한국 공군의 한 위관급 조종사는 9G 상태를 「발에 밟힌 개구리 신세」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종사들은 -G가 더욱 견디기 힘들다고 말한다. 지구상의 생물체가 +G에 더 강하게 길들여져 살아왔기 때문이다. 롤러 코스터를 타고 급강하 할 때 느껴지는 「불쾌감」이 -G에서 나타나는 생리현상의 예이다. -G에서는 하체의 혈류가 머리 쪽으로 몰려 눈앞이 온통 빨갛게 보이는 레드아웃(Red-Out) 현상이 나타나며 무중력 상태 이하이므로 온 몸은 물론 조종석 바닥에 있는 흙먼지까지 둥둥 떠다니게 된다.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두 번의 경험을 통해 「G의 무서움」을 깨달았다. 아버지가 전투비행대대 비행대장으로 재직중일 때 「가족안전회의」라는 행사가 있었다. 조종사 부인들을 관제탑에 초대해 비행중인 남편과 무전 교신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였다. 관제탑 안은 비행중 G와 싸우느라 거친 호흡과 함께 신음을 내뱉는 조종사들의 교신소리로 가득했다. 모든 조종사 부인들은 남편과 대화하면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필자의 어머니도 절박하리만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비행하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비행을 마치고 전투기에서 내리는 아버지에게 달려가 『왜 그리 힘들어하느냐』고 물었더니 『전투기를 타다 보면 엄청난 압력을 받아서 숨도 잘 안 쉬어지고 피도 잘 안 통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그 압력의 정체를 눈으로 확인한 것은 며칠 후였다. 하루는 비행장 내에 있는 조종사 목욕탕에 갔는데 마침 팀스피리트 훈련기간이어서 미군과의 합동 비행훈련을 마친 조종사들이 많았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몇몇 조종사들의 등과 팔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미군이랑 훈련하면서 맞은 게 아니냐』는 내 질문에 조종사들은 한바탕 폭소를 터뜨렸다. 한 조종사가 『전투기를 타면 상당히 강한 압력을 받는데 오늘은 특히 많이 받아서 핏줄이 터진 것이다』라고 대답해 주었다. 舊形 전투기인 F-4와 F-5를 타고, 이보다 성능이 훨씬 우수한 미군의 F-15, F-16과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격렬한 도그파잇(Dogfight;근접 공중전)을 하느라고 한계를 넘는 높은 G를 견디다 못해 내부 실핏줄이 파열된 것이었다.G는 전투조종사들의 영원한 숙적이다. 그들은 항상 G에 노출되어 있으며 G를 견디지 못하면 격렬한 공중기동에 한계가 있다. 기동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敵機에게 꼬리를 잡히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G를 조금이라도 감소시키기 위해 조종사들은 비행복 위에 G-수트(suit)라는 덧옷을 착용한다. G-수트 내부에는 공기 주머니가 있는데 공기주머니의 호스는 조종석 내의 압축공기 공급장치에 연결된다.G가 가해지면 자동으로 호스를 통해 공기가 주머니에 주입돼 부풀어올라 복부와 다리를 압박하게 된다. 하체로 몰리는 피를 압박해 더 이상 내려오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G-수트도 1.5G 정도밖에 감소시켜 주지 못한다. G에 노출되면 폐도 제대로 기능을 못하므로 호흡도 곤란해진다. 따라서 조종사들은 호흡의 폭을 아주 짧게 하여 조금씩 힘을 주어서 내뱉는 특수 호흡법을 사용한다.3.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하다 /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놀란 시스템『O.K. Let’s Rock and roll, Lee』(자, 이제 슬슬 시작하자고)에릭氏가 신명나게 외쳤다. 비행계획대로 스캘프 크루즈 미사일 발사를 시험해 보자는 나의 제의에 그가 동의한 것이다. 지중해 연안 1500피트 상공을 마하 0.7의 속도로 비행중이었다. 훈련 비행이기 때문에 실탄을 발사하는 것이 아닌 모의발사였다. 스캘프는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처럼 미리 정해진 코스를 따라 은밀히 자체 비행해 들어가 중요 시설을 정확하게 파괴하는 순항 미사일이다. 사정거리가 무려 600km에 달해 국경을 뛰어넘는 장거리 전략공격이 가능하다.라팔은 기체를 살짝 기울여 고도를 1200피트로 낮췄다. 갑자기 배와 다리가 꽉 조여들었다.『어!』 하는 외마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허드를 보니 2G가 걸린 것이었는데 별다른 신체적 압박감이나 변화는 없었다. 작은 중력가속도 변화에도 대단히 신속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G-수트가 인상적이었다. 에릭씨는 내게 발사 절차에 따라 스캘프 미사일 두 발을 발사해 보라고 했다. 탑승 전에 연습을 하기도 했지만 최첨단 조종석 덕분에 무장 발사는 아주 간단했다. 왼편 터치 스크린에 표시된 미사일 그림을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려 스캘프 미사일을 선택했다. 정면의 대형 디스플레이에 총천연색으로 미사일의 침투 비행경로와 공격가능 영역이 목표물 지역의 지도와 함께 그래픽으로 표시되었다. 시쳇말로 「예술」이었다.『게임방에 앉아 게임을 하는 것 같다』고 중얼거렸더니 에릭氏가 『스타크래프트보다 훨씬 쉽다』라고 말한다. 오른편 터치 스크린에는 미사일 발사 중에 혹시나 있을지 모를 敵機의 공격에 대비, 자동으로 레이더 공중탐지 화면이 떴다. 레이더와 별도로 TV 센서에서도 전방 하늘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이중 경계인 셈이다. 라팔의 레이더(RBE-2)는 발사한 순항 미사일을 유도하면서 동시에 공중을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다시 한 번 왼편 터치 스크린을 건드리자 크루즈 미사일의 INS(관성항법장치)가 작동하고 자동으로 미리 준비된 미사일의 순항 비행경로가 입력되었다. 허드에 「ATTACK(공격)」이라는 빨간 문자가 깜빡거리면서 크루즈 미사일 두 발이 동시에 300km 밖의 목표물을 향해 자동 발사되었다.순간 「헉」 하고 숨이 막히며 온 몸을 짓누르는 압박에 정신이 아찔했다. G-수트가 다리와 배를 사정없이 압박하면서 시야가 뿌옇게 되더니 이내 캄캄해졌다. 약 3초 후 다시 시야가 트였다. 아찔했다. 미사일이 발사되면서 미사일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자동으로 라팔이 급하게 기수를 들면서 상승한 것이었는데 허드에 나타난 G수치는 5G였다. 3~4G와 5G는 확실히 압박하는 강도가 달랐다. 백미러로 잠깐 보이는 내 얼굴은 피부가 밀리며 상당히 늙어 보인다.높은 G에 노출될 때의 느낌은 형용할 수가 없다. 체험해 보지 않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한 번쯤 경험할 만하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는 점에서 군대 훈련소의 가스실과 같다고나 할까.클린트 이스트우드도 놀란 시스템라팔을 비행하면서 항공 저널리스트의 입장에서 정말 놀라웠던 것 중 하나는 DVI(Direct Voice Input;직접 음성 입력)와 DVO(Direct Voice Output;직접 음성 출력)라고 하는 음성장치였다. 조종사가 자기 음성으로 전투기를 조종하면서 각종 정보를 음성으로 통지받는 장치였다. 그것도 아주 예쁜 여자 목소리로.
이로써 조종사는 「코」를 제외한 「온 몸을 바쳐서」 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1980년대 초의 영화 「파이어 폭스」에서 그려진 「꿈의 전투기의 모습」이 2000년대에 와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 영화에는 파이어 폭스 전투기의 조종사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목소리로 전투기를 조종하고 무장을 발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보면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최첨단 항공 우주기술은 「말이 되도록」 만들어 버렸다. 이 장치가 실용화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놀라워했다고 한다.에릭氏에게 TF(Terrain Following;초저고도 지형 회피비행) 모드와 DBS (Doppler Beam Sharpening;레이더 빔 상세 해독) 모드의 시범을 부탁했다. 前者는 敵 레이더의 탐지를 피하기 위하여 레이더를 이용한 자동 지형 파악과 회피를 통해 매우 낮은 超(초)저고도로 비행하는 기능이고, 後者는 레이더로 지형의 정밀한 화상이나 지도를 작성하는 기능이다.OK 사인과 함께 『마음씨 고운 알프스 아가씨를 만나러 가니 기대해도 좋다』는 에릭氏의 들뜬 목소리가 헬멧 헤드셋을 통해 들려왔다. 그 말에 어리둥절하고 있는 사이, 알프스 산맥 상공에 도달한 라팔은 고도를 계속 낮춰 지상 500피트에서 수평비행하기 시작했다. 고도를 낮추면서 허드의 G수치는 0.5~0.3을 기록했다. 무중력 상태 직전인 것인데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아직 녹지 않은 눈이 하얗게 쌓인 알프스 산맥은 보기만 해도 시원했고 아름다운 비행을 연출했다.계곡을 따라 낮게 비행하자 「Low Altitude」(低고도 경고)라며 지상 충돌을 경고하는 예쁜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알프스 아가씨의 정체였다. 超저고도 비행에 들어가자 라팔의 오토 파일럿(자동 조종장치)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레이더와 컴퓨터로 라팔이 스스로 비행하는 것이다. 라팔은 알프스 지형에 익숙한 등산객처럼 산맥과 언덕, 계곡에 스칠 듯 바짝 붙어 비행했다. 超저고도를 고속으로 비행하니 스릴 만점이었지만 지형에 따라 요동이 심해 「점심 때 뭘 먹었는지 다시 꺼내어 확인해야 할 것」 같은 울렁거림이 일었다.중앙 디스플레이에 있는 지도에는 라팔이 비행하는 경로가 자세하게 표시되고 있었다. 지도에 목표물 위치 정보를 입력하면 라팔은 그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 敵의 레이더와 미사일을 피해 超저공을 고속으로 침투하는 것이다. 비행 중 공격을 받으면 「스펙트라」라고 하는 자체 방어장치가 全자동으로 기체를 보호하게 된다. 우리의 가상 목표물이었던 송전소까지 단숨에 도달한 라팔은 두 발의 유도폭탄을 投下(투하)하고 급상승했다. 공격을 마친 후에는 자동으로 지정해 둔 위치로 회피하도록 되어 있다.어느 새 DBS 모드는 중앙 디스플레이에 정밀한 알프스 지도를 작성해 둔 상태였다. 책에서만 보았던 이러한 기능은 실제 체험해 보니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것이었다. 라팔은 그 자체가 고도의 슈퍼 컴퓨터였다.4. 개싸움(Dogfight) / 경비행기보다 쉬운 조종「부웅」하는 진동음이 들리며 엔진추력이 높아졌다.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며 약간의 현기증이 났다. 라팔은 순식간에 3만피트까지 급상승했다. 귀가 찢어질 듯 아팠다. 이것은 항공생리의 일종으로 기압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內耳(내이)와 外耳(외이)의 기압차로 고막이 눌리며 일어나는 현상이다. 아버지가 알려 준 처치법은 코를 쥐고 입을 다문 상태에서 공기를 내뿜는 것이었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라팔은 기수를 서쪽으로 돌렸다. 가상 敵機 역할을 할 프랑스 공군의 미라주 2000-5 전투기 두 대가 레이더에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F-16에 필적하는 우수한 성능의 미라주 전투기들은 전방 약 100km에서 우리를 향해 정면 접근 중이었다. 왼편 터치 스크린에 敵機를 표시하는 2개의 붉은 점이 중거리 요격용 미사일 「미카」의 사정거리 내로 들어오는 상황이 레이더 화면에 나타났다. 가까운 간격을 두고 나란히 비행하던 미라주 전투기들은 좌우로 흩어져서 파상공격을 해 왔다. 에릭氏는 라팔이 복수 목표를 동시에 공격하는 능력을 보여 주겠다며 좌선회했다.그리고 지나가던 여객기 한 대도 가상 敵機로 삼아 미라주를 포함한 세 대의 항공기를 레이더로 조준했다. 미라주는 라팔의 정면에 위치했고, 여객기는 거의 우측에 위치해 각도가 상당히 넓었는데 탐색 각도가 광범위한 라팔의 전자식 레이더는 아무 문제없이 조준했다. 기존의 전투기 레이더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라팔의 레이더는 40대의 목표물을 포착, 추적해 이 중 가장 위협이 될 만한 여덟 대를 선별해 이 중 여섯 대를 동시 공격할 수 있다고 한다. 오른편의 터치 스크린에는 레이더와 연동되어 추적을 시작한 前方 탐지 센서가 이미 미라주의 뚜렷한 영상을 제공하고 있었다. 에릭氏는 세 대의 항공기를 향해 세 발의 미사일을 모의 발사했다. 50km 밖에 위치해 있던 항공기 두 대는 격추되었다.가상 미사일 공격을 피했던 한 대의 미라주가 총알 같은 속도로 라팔의 바로 옆을 날카롭게 지나쳐 갔다. 진동과 폭음으로 기체가 흔들렸다. 미라주는 급선회해서 라팔의 뒤를 노려 열추적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때 라팔의 자체 방어장치인 스펙트라가 경고음을 내며 플레어(고온의 열을 내어 열추적 미사일을 기만하는 장치)를 자동 발사했다. 기체 후미에서 불덩어리 서너 개가 튀어 올랐다. 밝은 빛이 조종석까지 환하게 비추었다. 장관이었다. 에릭氏는 우선회해서 미라주 후방으로 진입, 열추적 미사일인 「매직」을 발사해 격추했다.상대방을 볼 수 있는 지근 거리에서 벌어지는 공중전을 일명 개싸움(Dogfight)이라고 한다. 적외선 미사일이나 기총을 발사하기 위해 상대방의 후방을 선점하려는 전투기동이 그만큼 치열하고 격렬하기 때문이다.
경비행기보다 쉬운 조종
이스트르 기지로 복귀하는 길에 나는 에릭씨에게 라팔을 조종해 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Sure. You take』(좋아, 이제 네가 조종한다)그의 대답은 내가 들은 가장 기분 좋은 말 중의 하나였다. 조종 콘트롤이 전방석에서 내가 앉아 있는 후방석으로 넘어왔다. 라팔의 조종간은 F-16처럼 사이드 스틱이라 하여 조종석의 중앙이 아닌 우측에 있으며, 유압이 아닌 컴퓨터로 통제되는 전기신호로 조종면을 작동하는 시스템을 채택했다. 이 두 장치로 인하여 라팔 조종은 대단히 쉬운 편이었다.스틱의 작은 움직임에도 라팔은 기민하고 정확하게 반응했다. 나는 오산 비행장에서 美 공군 조종사 친구 덕분에 세스나 경비행기를 여러 번 조종해 보았는데 그 때에 비하면 라팔의 조종은 너무나 간단했다. 스틱 조작에 자신이 붙자 비행기와 내가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 에릭氏에게 『조종이 참 쉽다』고 하자, 그는 『자전거 타는 것과 비슷하다. 컴퓨터가 통제하기 때문에 매우 안정된 전투기다. 조종사라면 누구나 금방 능숙하게 비행할 수 있다』라고 했다.나는 4G를 견디면서 구름 위에서 360도 공중회전했다. 회전의 최고점에서 나는 영화 「탑건」의 F-14 파일럿 탐 크루즈가 그랬던 것처럼 『Oh, oh, Great balls of fire!(오오, 위대한 불덩어리여!)』라는 말을 반복해서 외쳤다. 짜릿한 스릴과 해방감, 강렬한 햇살이 온 몸을 휘감았다. 뒤집힌 전투기에 앉은 상태로 공중에 거꾸로 매달린 채 보는 지중해는 장관이었다.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전투기를 뒤집은 상태에서 조종간을 당겨 전투기를 돌리며 橫轉(횡전)시키는 배럴 롤(barrel roll) 기동을 했다. 배럴 롤을 할 때는 회전하면서 하늘과 바다의 위치가 세 번이나 바뀌어 마지막 회전 때는 어디가 위고 아래인지 헷갈리는 비행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창공을 지배하는 독수리가 된 기분이었다.다시 조종간을 넘겨받은 에릭씨에게 나는 엔진의 순발력과 반응성을 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에릭씨는 애프터 버너를 점화해서 급가속했다. 최저 파워에서 최대 파워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놀랍게도 3초에 불과했다. 온 몸이 뒤로 밀렸다. 엔진의 힘을 자랑이라도 하듯 라팔은 순식간에 초음속의 벽을 돌파했다. 마하 1.5, 시속 2000km에 가까운 속도이다. 音速(음속)의 벽을 넘을 때에는 충격파나 진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실망스러울 정도였다. 비행장에서 나고 자란 나는 전투기가 저공에서 음속을 돌파할 때 생기는 폭음과 충격파로 건물의 유리가 깨지는 걸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상당한 진동을 예상했었다.연료 소모가 심한 애프터 버너를 끄고 에릭氏는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G를 경험하고 싶다고 한 나의 요청 때문이었다. -G는 「세상에서 가장 기분 나쁜 것」이었다. -2에 도달하자 속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거북해지더니 조금 후에는 시뻘건 「토끼눈」이 되면서 온몸의 피가 머리로 몰리며 앞이 온통 빨갛게 보이는 레드 아웃(Red-Out)에 들어갔다. 그리고 무중력 이하 상태이기 때문에 조종석 바닥에 있던 먼지와 흙, 죽은 모기까지 둥둥 떠서 눈앞에서 춤을 춘다.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특히 백밀러에 비치던 핏발선 나의 눈은 상당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5. 9G를 견디다 / 세계 최고의 행운아.라팔은 랜딩기어를 내리고 착륙자세에 들어갔다. 시야에 들어온 활주로의 모습이 점점 커지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9G를 경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아까부터 에릭氏에게 『Let us pull some more Gs(G를 좀 더 걸어 봅시다)』라고 계속 졸라왔는데 비행 중 내가 경험한 G의 최대치는 5G 안팎이었다. 한국 공군의 F-16 조종사들에게서 9G 기동 時의 경험담을 많이 들어온 터라 대단히 고통스럽겠지만 꼭 한번 경험해 보고 싶었다. 이제 랜딩기어가 활주로에 닿으면 영원히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릭씨에게 마지막 부탁을 했다.『Let me go through 9G』 (9G를 경험하고 싶다)『You mean it?』(진심인가?)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에릭씨는 엔진 추력을 높였다. 랜딩기어가 활주로에 닿는가 싶더니 라팔은 다시 창공으로 치솟았다. 랜딩기어가 접히는 소리가 들리고 고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욱」하는 외마디와 함께 거의 실신 직전 상태에 빠졌다. 오렌지 즙을 짜 내듯이 온 몸의 피를 「쥐어짜는」 듯한 참을 수 없는 고통과 함께 숨이 탁 막히며 눈앞이 캄캄해졌다. G가 많이 걸리면 호흡이 곤란해지기 때문에 숨을 짧게 끊어 힘을 주어 조금씩 내쉬는 특별한 호흡법이 있는데 9G에서는 거의 실신상태에 직면하기 때문에 전혀 생각할 겨를이 없다.9G에 돌입한 것을 안 것도 비행 후 디-브리핑을 통해 비행을 녹화한 비디오를 통해서였다. 9G는 언어로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경지이기 때문에 긴 설명은 피하겠다. 「이대로 죽는구나」라는 생각만 들 뿐이다. 예고없이 갑자기 걸린 하중에 나는 목이 심하게 옆으로 꺾였는데 목 언저리의 실핏줄이 다 터져 보름이 지나도 목의 통증과 결림이 가시지 않았다. 착륙은 미동도 못 느낄 정도로 부드럽게 이루어졌다. 착륙 후 라팔이 前세대 전투기의 결점을 보완한 차세대 전투기임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게 한 것은 「세이프티 모드(Safety Mode)」라는 기능이었다. 지상에 계류 중인 前세대의 전투기들은 예외없이 항공기 각 부위에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핀이 꽂혀 있다. 빨간색 리본이 달린 핀을 기체 곳곳에 달고 있는 전투기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이 안전핀을 비행 때마다 일일이 점검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번거로움이 드는 일이다.라팔은 십여 개의 안전핀 대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세이프티 모드에 들어가 컴퓨터가 자동으로 항공기 각 부위의 오작동을 방지한다. 항공기의 운용과 유지가 대단히 수월해진 것이다. 기술의 진보가 인간에게 선사하는 혜택이 아닐 수 없다. 한 시간 반 가량의 비행을 끝내고 나를 배웅하는 에릭氏가 살짝 윙크를 하며 『서울에서 보자』고 한다. 오는 10월 서울 국제 에어쇼에서 라팔 시범비행을 담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엔 서울에서 한라산까지 전투비행을 해 보자』라고 화답하며 이스트르 기지를 떠났다.세계 최고의 행운아
이스트르 기지는 프랑스의 중요 공군기지 중 하나다. 이곳에는 핵 공격을 담당하는 프랑스 공군의 전략 전폭기 미라주 2000N이 배치되어 있었다. 美 공군의 KC-135 공중 급유기와 U-2 전략 정찰기도 배치돼 나토 공군의 지원기지 역할을 수행했다. 이 기지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항공기 제작업체인 「다쏘 항공」의 시험비행센터와 테스트 파일럿 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라팔은 다쏘 항공의 걸작품이다. 시험비행센터는 다쏘社가 개발하는 모든 항공기의 시험 비행과 기술 테스트, 항공 엔지니어의 교육과 양성을 담당한다. 55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시험비행기관인 이곳을 거쳐간 조종사는 24개국 1700여 명이었다.
내가 라팔을 타게 된 것은 우연이자 행운이었다. 몇 달 前, 프랑스 다쏘 항공사의 국내 관계자가 군사 전문잡지 「月刊 항공」에서 군용기에 관해 쓴 나의 글을 읽었다고 하면서 6월 말 파리에서 열리는 에어쇼에 나를 초청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 관계자에게 내 욕심을 이야기했다.근 2년 동안 라팔에 대해 지속적이고도 집중적인 연구를 해 왔다. 한국의 젊은 항공 저널리스트로서 최신예 전투기인 라팔의 성능을 몸으로 부딪쳐 확인해 보고 싶다. 어렵겠지만 프랑스의 자존심 라팔에 직접 탑승해 평가할 기회를 달라』며칠 후 다쏘 관계자는 『워낙 많은 예산과 정부의 까다로운 승인 절차가 걸려 있는 문제라 불가능하다』라며 난색을 표했다. 그후 한 달 정도의 기간을 두고 나는 세 차례에 걸쳐 라팔 탑승의 목적과 계획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다시 한 달이 지난 후, 비행 탑승 통보를 받았다. 파리 에어쇼 출국을 불과 일주일 앞둔 상태였다.6월19일 파리에 도착한 나는 라팔 탑승을 앞두고 까다롭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코냑으로 유명한 코냑 지방의 「항공 生理연구소」에서 원심분리기 안에 들어가 중력가속도를 견뎌내는 훈련과 5시간에 걸친 초정밀 전신 신체검사, 그리고 조종술 습득을 위한 시뮬레이터(가상 조종장치) 훈련과 비상탈출 훈련을 받았다. 6월21일 아침 7시, 나는 팰컨 2000 비즈니스 제트기를 타고 파리 국제 에어쇼가 한창인 부르제 공항을 떠났다. 라팔 전투기가 있는 프랑스 남부 이스트르 기지까지는 약 1시간이 소요됐다. 이스트르 시험비행센터에서 가장 먼저 받은 교육은 조종석 적응훈련인데 교관이 에릭氏였다.
● 우리의 F-50의 독자개발을 바라며............이정도 성능을 가진 기체 개발이 우리 또한 가능할지 ........
월간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