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오디오북 윌라를 다시 시작했다.
2주간의 무료기간을 거쳐 매월 결재하는 방식인데 6개월은 30% 할인.
한 사람을 초대해 들을 수 있으니 반값인 셈.
분량은 많지 않지만 전자북도 개시해 딸아이를 초대했다.
자신이 원하는 책은 하나도 없다고 투덜거리긴 하지만 읽고 안 읽는 건 제 몫이니까..
처음 윌라를 들을땐 딸아이가 듣게 해 줬은데 제대로 활용을 못했다.
그때 들은 책으론 셜록 홈즈 시리즈, 몇몇 신간, 김진명 소설 몇권, 자연에 관한 책등을 읽었다.
그리고 일 년 만에 다시 윌라를 듣게 된 계기는 올해 목표를 위해서다. 김진명 소설 다 읽기.
사실 집에서 활자로 된 책을 읽으며 녹음을 병행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한 달에 한 권 정도 읽는 걸로 그쳐야 하는데
좀 더 빡세게 독서를 하고 싶기도 하고
여러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독서도 좋지만 나만을 위한 독서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출간되어 있는 김진명의 소설을 다 읽기로 계획은 세웠는데 책값도 책값이지만
하루를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시간을 계산해 봐도 허투루 낭비하는 시간이 많아서 책 읽을 시간이 충분치 않다.
8시간 자고 8시간 일하고 8시간이 남는데
남는 8시간 중 2시간은 출퇴근으로 2,3시간은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집안일하고 2시간은 책을 읽고 녹음하고
나머지 어영부영 버리는 1,2시간은?
일단 출퇴근 시간과 잠들기전, 거기에 하루 1시간 자투리 시간을 윌라로?
전에 윌라로 김진명 소설을 몇 편들었는데 그 생동감이라니 완전 장난 아니었다.
몰입해서 들을 수밖에 없다.
텔레비젼을 보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
다시 듣기 시작한 첫날 자기 전에 조금만 듣고 자야지 했다가 새벽3시가 다 되도록 듣게 됐다.
이어폰으로 들으니 집중이 잘 되는 탓도 있고 점점 정신이 또렸해져서 이러다 밤 새겠다 싶어 중간에 멈추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어릴 적 저녁마다 시간 맞춰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기분?
녹음을 하며 책을 읽는 입장이어서 그런지 성우들이 어쩌면 그렇게 책을 잘 읽는지...
정확한 발음과 적당한 띄어 읽기, 일인 다역 성대모사... 게다가 효과음까지...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 싶다. 나는 한참 멀었구나..
나는 몇 푼이라도 싸면 중고서적을 우선시한다.
중고서적이라 해서 책 상태가 나쁜 건 아니다.
새 책과 다름없다.
요즘 사람들은 책을 읽고 다시 팔기 위해 깨끗이 읽는다. 우리 딸만 봐도 그러니까.
그런 것에 비하면 나는 맘에 드는 구절 있으면 밑줄 그어가며 즐기는 편?
물론 책을 읽다 단상 혹은 아이디어를 책에 적으며 적극 활용하는 분에 비하면 고작 밑줄 긋기가 전부지만..
그래서 다시 팔 생각은 못해봤다.
그런데 이렇게 책을 수집? 하다 보니
이 책 나 죽으면 어떻게 하지?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묘안이 없다.
다만 한달에 한번 책 친구들과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와 책을 서로 빌려 주는 모임을 만들어보고 싶지만 이제 우리 나이가
책과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어진거 같다. 이런 저런 핑게로 말이다.
한편 책을 살때마다 드는 생각이
이렇게 책을 자꾸 사는 것이 나무들에게 너무 미안한 거 아냐?
나는 소비밖에 못하는 사람인 거 아냐?
지구와 나무들한테 너무 미안해.
이렇게 살다 정말 지구를 버려야 하는 사태가 생길지도 모르겠네.
우린 너무 나만 생각하고 살고 있어.
내 자식들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그들이 살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잖아.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아. 이젠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고...
매일 내가 쓰는 플라스틱들 좀 봐. 물휴지, 포장용기, 빨대, 음식물 등등...
사고 나서 보면 결국 안사도 될 물건과 옷을 사고 또 사고... 버리고 또 버리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세련되어 보인다는 이유로...
사실 세월이 지나면 유행이 지나면 무지 촌스러워 보이는데...
이런 여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검소하다는 것 단순하게 산다는 것
지구를 생각한다는 것 참 힘든 일임이 분명하다.
올해 어쩌면 윌라에 나와 있는 김진명씨 소설을 다 읽고
조정래, 박경리의 대하소설까지 손을 대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간간히 화제가 되는 구미가 당기는 책도 섞어가며...
어제부터 김진명 씨 소설 <제3의 시나리오>를 듣기 시작했다.
오세영 씨 소설 <자산어보>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