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나이
황보림
나이테는
나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산모롱이 웅크린
저수지에도 새겨진다
그러나 누구도
그의 나이를 알 수는 없었다.
이따금 누군가 그의 가슴팍을
퐁당, 하고 건드리면
그제야 살아온 날들을 풀어놓고
징처럼 울었다
모난 돌멩이 던졌다고
거친 파문으로 응답하지 않는 그
산 그림자, 쏟아지는 빗방울
망울망울 삭혀내었을 그에게선
겹겹의 물비린내가 뿜어져 나왔다
쉬 임 없는 바람에 물 주름 찰랑거려도
늘 푸르게 일렁이는
그의 품 속
오늘도 크고 작은 물길,
묵묵히 받아들이며
헤아릴 수 없는 나이테
새겼다 지워내는 속울음
하늘이 들어와도 넘치지 않을
천 년의 그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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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자작 시
물의 나이 / 황보림
황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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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
24.10.04 06:5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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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언제 읽어 보아도 좋습니다.
물의 시인인 황보림 시인님.^^
10년이 훨씬 넘은 시인데 ............
이 가을 저도 오랜만에 꺼내 읽어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