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대 바다 호수길(바우길 제5코스) 을 걷다.
강릉종합경기장 테니스장 진입로에 핏빛으로 물든 단풍이 누워있다.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이 핏빛 단풍위로 톡톡 구른다. 돌돌돌 말리던 늦가을 한 자락, 아쉬움에 동그랗게 말아서 가슴에 담고 있노라니 경포대 바다 호수길(바우길 제 5코스) 을 걷기위해 빗방울도 아랑곳 않고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한국산악회 회원과 강원도 사투리 카페 회원들이다. 모두가 바우길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기꺼이 동참한 사람들이다.
사천 항에서 출발한 우리 일행을 제일 먼저 반긴 건 비릿한 바다냄새. 냄새나는 항을 따라 걷다보니 그물을 손질하는 아낙들의 모습이 보인다. 아낙들의 빠른 손놀림에 양미리와 도루묵이 붙들려 나온다. 미끈한 양미리와 배가 볼록한 도루묵을 보니 아침을 거른 탓일까 갑자기 허기가 느껴진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도루묵 찌게를 떠올리며 항을 빠져 나오니 단무지 무 작업이 한 참이다. 가을빛에 제 몸 불린 무가 자루가득 숨어 앉아 무청을 이불처럼 덮어쓰고 단무지로의 변신을 꿈꾸며 밭 한가운데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비에 젖은 채 둔탁한 소리를 내고 있는 갈대 군락과 해풍에 밀려 몸을 기울인 채 자란 해송사이를 걸어 사근진 바닷가 백사장으로 나오니 갈매기가 그려놓은 족취가 기형학적인 무늬를 그려놓고 기다리고 있다.
하얀 삿갓 조개껍질과 자개 같은 무지갯빛 조개껍질, 큼직한 돌 조개껍질이 백사장에 보석을 박아 놓은 듯 널려있어 발길을 옮기지 못하고 잠시 아이마냥 제각각 조개껍질을 주웠다.
주머니에 넣어둔 조개껍질에서 바다를 만지작거리며 호수에 이르니 잔잔한 호수에 그림처럼 가을이 잠겨있다. 빗속에 우리들의 이야기도 추억이 되어 하나둘 잠겨든다. 호수 옆 늪지를 지나 솔향 가득한 허난설헌 유적지에 이르니 음식축제가 한창이다. 두부로 만든 갖가지 요리와 특산물이 선보이고 두부 만들기 체험학습에 와룡기, 맷돌이 보인다. 지금은 보기 힘든 정겨운 물건들이다.
한 시대 문학인으로 살다간 난설헌의 문학과 짧은 삶이 빗속에 애잔하게 마음을 울린다.
'나는 문학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송정으로 이어지는 해안 솔밭 길을 걷다보니 청솔모 한 마리 비웃듯이 나무 위를 오르내린다.
금빛 솔 갈비 위로 쌓이는 시간만큼 깊어지는 가을 향을 따라 걸어서 안목해변으로 나오니 앞서 걸었던 선두 일행들이 따뜻한 커피한잔에 마음을 담아 건네준다. 커피향이 서로간의 배려만큼이나 깊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음 주를 기약하며 돌아와 배낭을 열었더니 솔방울 다섯 개가 배낭 속에서 데구르르 웃고 있다.
*경포대 바다 호수길은 사천항에서출발 사근진. 경포호수. 초당 허난설헌 유적지를 통과 강문.송정.안목해변을 거쳐 솔바람교를 건너 남항진에서 끝난다. 오늘은 솔바람교가 공사중이라 안목해변에서 바우길 걷기를 마무리 했다.
*오늘의 유머
아가포 모임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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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들이 가정을 포기하고 모인 모임이라고...ㅋㅋㅋㅋ 어떤분께서... 말씀을 하셨지요.
아마도 제가 해당될것 같아요.ㅎㅎㅎㅎ
사근진 바닷가~~~~
사툴방 소설님께서 주우신 살아있는 조개~~그리고 껍질
자개를 연상케하는 조개 껍질~~~
갈매기가 그려 놓은 한 폭의 그림~~
경포호수 산책로에 늦가을의 단풍이 절정이다.
음식축제가 열리던 초당 솔밭에서 비지를 빼지 않은 고단백 식품 두부~~~
색깔도 곱고 맛도 고소하다.
이샘님께서 바우길 공식 술잔으로 돌 조개 껍질을 명명함^^
공식술잔에 따라 마시는 막걸리~ 그 맛이 일품이었지요.
~~~~~송정 솔밭길~~~~~~~~~~~~~
솔향냄새 가득한 솔방울도 기념으로 몇개 주워서~~~
요렇게 담아주고~~~~
빛깔고운 자두도 하나씩 맛나게~~~~
첫댓글 비에 젖은 솔 향기 전해지는 글, 감사합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바우길이기에 더 없이 즐거운 동행길이었습니다.^^
<솔방울 다섯 개가... 배낭 속에서... 데구르르...... > ^^* 언젠가 제 배낭속에서 데구르르 남아있던 솔방울 두 개가,, 떠올라 웃게 됩니다....... 길을 걷는 사람들의 닮은 습성,, (?) ^^ 감사히 읽었습니다..~
솔방울 .차돌. 잣.가래 .조개껍질~~ 거실 책상위에 있는 것들이 모두 바우길에서 기념으로 가져다 놓은 것들로 하나 둘 늘어나는 재미가 솔솔 합니다.ㅎㅎㅎ
바쁜데도 함께 걷느라 애많이 썼어요. 저녁에 먹은 감자탕도 아주 맛있었구요.
맛나게 드셔주어서 더 감사했습니다.^^ 함께한 시간들 좋은 말씀, 새로운 이야기... 함깨 할때마다 깨우침을 주셔서 더 없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기를~~~
글 잘 읽었습니다. 같이 걸었기에 글 한줄 한줄이 더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대장님께서 고생하셨지요. 저야 그저 따라 다니는 재미에
지난 5일(목) 저도 혼자서 이길을 걸었는데 순포교에서 사근진까지의 길은 좀 지루한것 같더라구요, 바닷가 민박집들을 경포대처럼 철거해서 아름다운 바다를 .... 그리고 차도로 질주하는 자동차의 소음이 옥의 티라고 할까!
다음에는 함께 걸어요. 지루하지도 않고 재미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