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문제로다!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Wild Problems)>, 러셀 로버츠, 세계사, 2024)
저자 Russell Roberts는 미국의 경제학자로, 현재 예루살렘에 위치한 살렘 칼리지의 총장이자 스탠포드대학교 후버연구소의 연구원이다. 저자는 시카고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스탠포드대학교와 UCLA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대표적인 저서로는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것들] [가격의 비밀] [보이지 않는 마음] 등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나의 선택이 ‘나’라는 사람을 규정하고, 앞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렇게 인생에서 선택해야 할 문제들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답이 있는 문제’와 ‘답이 없는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답이 없는 문제’들은 주관적이기에 매뉴얼도, 지도도, 레시피도, 알고리즘도 없는 것들로서, 결혼하느냐 마느냐, 누구와 결혼하느냐, 자녀를 가질 것인가 말 것인가, 어떤 커리어를 추구할 것인가, 또는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윤리적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의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이다.
그리고 이런 ‘답이 없는 문제’에 직면해서 그 문제를 대처했던 한 과학자를 소개하는데, 바로 진화론자 찰스 다윈이다. 찰스 다윈은 30세에 그의 일기장에 이렇게 기록했다. ‘이것이 문제로다’ 이 문구는 [햄릿]에 나오는“사느냐 죽느냐-이것이 문제로다” 라는 유명한 구절에서 따온 것인데, 당시 다윈에게 있어서의 문제는 ‘결혼하느냐 마느냐-이것이 문제로다’라는 고민이었던 것이다.
결혼을 하게 되면 인생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면 결국 어떻게 될 것인지 두 개의 세상이 펼쳐질 수 있는 것들을 각각 비교해서 두 개의 표로 정리를 했고, 결혼을 했을 경우 장점과 단점 목록을 두 개의 표로 작성해서 서로 비교했는데, 이 비교에 의하면 결혼을하는 것은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장점과 단점을 비교해 수치로 합리적인 판단을 해서 선택을 하는 과학자 다윈이 정작 결정을 내리고 선택한 것은 결혼한다-결혼한다-결혼한다 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이와같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 때에는 물질적 이익이나 육체적 편리라는 측면과 비록 고통이 따르지만 인생의 의미나 기쁨이라는 양면성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한다. 어쩌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이것은 답이 없는 문제이다.
만족한 돼지보다는 불만족한 소크라테스를 택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일상적 만족보다는 인간적 성장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비용이나 효과보다는 목적과 의미에 중점을 두고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 전에 가졌던 ‘기대 행복’과 선택 후에 가지게 되는 ‘실제 행복’은 크게 다를 수 있다.
이런 말이 있다.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멀리 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 이 원칙은 결혼 생활뿐만 아니라 일을 할 때, 자원봉사를 할 때도 적용이 된다. 남들과 잘 지내는 것(좋은 친구, 배우자, 동료가 되는 것)은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답이 없는 문제이다. 이 답이 없는 문제도 나의 만족과 주위 사람들의 만족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전해오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한 노인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 안에 두 마리의 개가 살고 있다. 한 마리는 비열하고 사악하다. 다른 한 마리는 착하다. 비열한 놈이 착한 놈에게 늘 싸움을 건다.” 이 둘 중에 어느 개가 이기냐고 묻자, 이렇게 답을 한다. “내가 밥을 많이 주는 놈이 이기지.”
우리 삶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이 두 개의 다른 욕망이 서로 충돌한다. 우리 안에는 못된 개와 착한 개가 함께 있고, 둘은 늘 싸움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누구에게 밥을 주어야 할까? 결국 밥을 많이 주어 기회를 많이 주는 개가 이기게 될 것이다.
인생에서 답이 없는 문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하고 맛보고 음미해야 할 미스터리다.
김환중 목사 (에벤에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