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를 쓰는 마음
다음은 어느 시인의 말을 인용한 글입니다.
"나는 시를 쓸 줄 모른다. 나는 시인이 되려고 하였던 것은 아니다. 지천명(知天命)을 앞두고 지금까지 세상을 살면서 내가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을 내 자신이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아끼고 독에 소금 절이듯이 담아온 것을, 이제 퍼내어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면 나누어주고 뿌려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한 때는 연애편지를 쓰는 것처럼, 소리 없이 탐스럽게 내리는 눈을 보고 비 오는 날 창가에서 싸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보며 턱을 괴고 아름다운 시상이 떠올랐던 적도 있었다. 시를 쓴다는 것은 결국 내 안의 나를 정리하고 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현재를 과거에 투영시켜 지금의 삶을 풀어 가는 작업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의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끊임없는 번뇌와 고민을 역사의식으로 바라보아 나만의 시를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다. 詩人이란 그저 詩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가슴속이 생명의 기운으로 충만한 이들이다.
발가벗은 그대로의 세상을, 세계를 발견하고, 동시대인과의 공동체 의식을 밑바탕으로 한 진실하고 치열한 삶을 위한 참여와 신뢰와 사랑, 삶을 노래하는 詩의 정신이다. 詩로서 혁명을 할 수도 없고, 총 칼이 될 수도 없지만, 나는 나의 길을 갈 것이다. 이제 눈빛이 깊은 사람이라는 곡간(穀間)을 하나 마련하였다.
농부가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내 땀흘려 농사를 짓고 가을에 추수를 하면 곡간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눈빛이 깊은 사람은 세상의 인기나 독자의 수를 중요 시 하지 않고 단 한 명의 영혼에 양식이 되더라도 존재의 이유가 있다. 민들레꽃 하나가 수많은 홀씨를 날려보내듯이 시인이여, 그대는 이 시대의 진정한 삶이며, 세월의 시련을 끝내 극복해 왔노라.
시인이여, 언젠가 그대는 우리네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게 되리라.
그대의 가시관을 자세히 보라, 시인이여. 그 속에 감추어진 월계수 화환이 지금 막 움트고 있음을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