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
窟巖居士序 굴암거사 서문
天之生萬物 盖欲其有用乎 無用乎 欲其無用 則何以有生 欲其有用 則何以不用夫
하늘이 만물을 내었는데 어찌 쓰고자 함인가 쓰지 않고자 함인가? 쓰지 않고자 하였다면 어찌 내었으며, 쓰고자 하였다면 어찌 쓰지 않는가?
※窟巖居士: 作家의 五代祖(埴公)의 兄 墢公(20世孫,1724년∼1793년), 字는 聖一이며, 雲稷公의 生曾祖父임. 墢갈 발 / 일굴 벌.
天生之人必用之 金銀珠玉之寶 必待良工 而後收用 松柏梓㯃之良 須得善匠 然後不棄 若有不然 則或埋沒塵土 不售其重價 或朽落空山 未盡其材用
하늘이 낸 사람이 반드시 쓰이길, 金銀珠玉의 보물이 재주 있는 匠人을 기다린 다음에 쓰이듯 하며, 松柏梓㯃(송백재칠)의 좋은 木材가 모름지기 훌륭한 장인의 손질을 거친 후 버려지지 않듯 한다. 만일 그러하지 않으면 진흙 속에 묻혀 비싼 가격으로 팔리지 않거나, 혹은 텅 빈 산속에 낡고 썩어서 못 쓰게 되어 材木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梓가래나무 재. 㯃옻 칠, 桼•漆과 同字. 朽落(후락): 낡고 썩어서 못 쓰게 됨. 오래 되어서 빛깔이 變하고 구지레하게 됨. 頹落(퇴락). <구지레하다: 상태나 언행 따위가 더럽고 지저분하다, 더럽다, 지저분하다.> 朽썩을 후
況人之賢哲睿知者 非聖德之君厚幣之禮 豈敢容易致用哉 是以河濱之賢 巖穴之士 終身不見用於世 而無悶自樂者 往往有之矣
하물며 사람이 賢哲叡智(현철예지)한 데도 훌륭한 임금께서 厚한 幣帛(폐백)의 禮가 없다면 어찌 감히 쉬이 쓰임에 나아가겠는가? 이는 河濱(하빈)의 賢人(그릇 굽는 순임금)이 바로 巖穴(암혈, 바위 틈)에 사는 선비로 終身토록 세상에 쓰이지 못하였으나, 아무런 근심도 없이 스스로 즐기던 자가 예전에 있었다.
※睿知(睿智): 마음이 밝고 생각이 뛰어나게 지혜로움. 叡智(睿智): 뛰어난 깊은 智慧(知慧), 智慧(知慧)롭고 밝은 마음과 생각, 認識하는 能力. 칸트(Kant)에 依하면, 感覺的으로 주어지지 않는 것을 主觀的으로 表象할 수 있는 힘. 睿슬기 예, 叡밝을 예. 河濱: 黃河의 물가임.
※河濱之陶者, 器不苦窳(하빈에서 만든 질그릇은, 그릇이 엉성하지 않아 깨지지 않았다, 新序·雜事一), 舜耕歷山, 漁雷澤, 陶河濱, 作什器於壽丘, 就時於負夏(순임금은 역산에서 밭 갈고, 뇌택에서 고기 잡고, 황하 가에서 그릇을 굽고, 수구에서 집기를 만들었는데, 때맞추어 負夏에 가서 장사하였다. 史記·五帝本紀). 窳이지러질 유(불쾌한 감정 따위로 얼굴이 일그러지다), 弱해지다, 衰弱(쇠약)해지다, 게으르다, 懶怠(나태)하다.
歲乙酉孟夏之月 一二同志 遊賞于白城北窟巖村 屛巖之間 巖之上有銘曰 窟巖居士柳某某 卽余之傍 五代祖學生公也
때는 乙酉년(1885) 초여름(음 4월)에 한두 명의 (작가의) 친구들이 안성 북쪽 굴암 촌을 놀러 와 구경하며, 병풍 같은 바위 사이의 바위 위에 새겨진 글에서, 굴암거사 柳某(유모)라 하였는데, 某는 바로 나의 傍系(방계)인 五代祖 學生公이다.
※遊賞: 노닐며 구경함. ※安城의 名稱 由來: 詩篇 ‘登迦葉廢寺’ 참조
生而學之 學而不見用於世 故遺號曰居士 吾謂居士之名 貴於三公也
세상에 나오셔서 공부하시고, 공부하셨으나 세상에 쓰이지 아니하셨으나 남겨진 雅號(아호)가 居士라 하는데, 내가 이르길, 居士라 불리는 것은 三政丞(삼정승)보다 더 貴하다. 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