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金丹)의 비밀(태을금화종지) - 오쇼 라즈니쉬 강의
김 현 배 역
태을금화종지(太乙金華宗旨)는 그 내용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그 전래 또한 신비스럽기만 하다. 서양으로 건너가 번역 소개된 이 책은 원래 중국 선도(仙道)의 고전으로서 오랜 세월동안 구전되어 오다가 나중에 가서야 문자로 정착된 것이다.
이 책의 유래는 중국의 유명한 8선 중의 한 사람인 당대(8선)의 여동빈(呂洞賓)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여동빈 자신은 그것을 노자(老子)가 『도덕경』을 써 주었다는 관윤희(關尹喜)에게로 돌리고 있어 이 책의 기원은 그대로 중국 선도의 교조(敎祖)라고 하는 노자에게까지 소급된다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구전되어 오다가 필사본으로 정착된 이 책의 최초 목판본이 나오게 된 것은 17세기이며 활자로 인쇄가 된 것은 18세기 청나라 권륜 황제 시대이다.
원본의 편저자인 혜진자(慧眞子)라는 도인에 의하면 이 책의 일부는 고서점가에서 발견되었고 나중에 친구가 소장하고 있는 책자를 통하여 빠진 부분의 원문까지 완전히 복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책은 순수하게 「태을금화종지」의 내용만이 실린 단일본이었으나, 1920년 북경에서 1천부가 간행될 당시 여기에 류화양 선사의 「혜명경 (慧命經)」이 합본 형태로 묶이게 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책자의 형태가 갖추어진 것이다.
서양으로 건너가 많은 저명한 학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이 책은 선도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그들의 머리를 온통 수수께끼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으나, 기(氣)라든가 신선(神仙)과 같은 선도 용어에 친숙해져 있던 옛 동양인들에겐 오히려 친근감이 느껴지는 간결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거의 서양화되어 버린 현대의 동양인들에게 있어 이 책은, 이제 그것을 최초로 접했을 때의 서양인들과 마찬가지로 신비롭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기에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중국 선도의 맥락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도교에서 말하는 무량수(無量壽), 즉 영원한 생명을 목표로 하는 선도는 그 발생지가 중국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시기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 전설에 의하면 우주의 주재자인 원시천존(原始天尊)이 복희(伏羲)에게 전한 것이 최초라고 한다. 태양신을 숭배했거나 또는 태양신 그 자체로 알려져 있는 복희는 주역의 팔괘를 만든 존재로서 신농(神農)이라는 신선에게 그의 도를 전했다고 한다.
신농은 자신의 몸을 생체 실험의 도구로 삼아 초목을 먹어가며 하루에도 80여회나 중독에 걸리면서 각종 약초를 발굴해낸 존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선도를 광성자(廣成子)라는 선인에게 전했으며, 광성자는 천이백 세에 도를 찾아 나선 중국 최고(最古)의 황제인 황제(黃帝)에게 그 비법을 전수해 주었다고 한다. 황제는 침구 의학의 고전으로 알려져 있는 『황제내경(黃帝內經)』에 나오는 전설상의 인물로서 그로부터 도를 이어받은 것이 바로 선도의 교조(敎祖)로 일컬어지는 노자인 것이다.
중국 춘추시대의 인물인 노자는 성은 이(李)요, 이름이 담이다. 전설에 의하면 모친이 잉태한지 70년 만에 오얏나무 밑에서 낳았다고 하여 성을 이씨로 하였다고 한다. 노자는 원시천존 또는 영보천존(靈寶天尊)이라고도 하는데 당 황제가 봉한 태상노군(太上老君)이란 도호가 일반적으로 그를 존칭해서 부르는 칭호이다.
노자는 그의 도를 소양제군(小陽帝君) 왕현보에게 전하고 왕현보는 정양제군 종리권에게 전했다. 중국 8선 중의 한 사람인 후한의 종리권(鍾離權)은 그의 나이 오백 세, 당나라 즉천무후 시대에 역시 8선의 하나가 된 제자 여동빈에게 도를 전해 주었다. 여동빈은 이 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어있는 인물로서 경문의 첫 구절에 등장하는 '조사(祖師)'란 여조사(呂祖師), 즉 여동빈을 가리킨다. 여동빈이란 신선은 송, 원, 명, 청의 각 시대에 나타난 유명한 선인들에게 선법을 전수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까지도 대만에 나타난 적이 있다고 하는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그의 이름은 암이요, 자는 동빈인데 당나라 때 인물로서 처음에는 선도에 크게 통하였고 나중에는 불도에 입문하여 역시 크게 통하였으므로 여조사(呂祖師)로 불리게 되었다.
여동빈은 두 제자를 두었는데 해섬제군(海蟾帝君) 유성종(劉成宗)에게는 방중술을 위주로 하는 쾌락형의 선법을 전수했고, 전진교(全眞敎)의 창시자인 중양진인(重陽眞人) 왕덕위(王德威)에게는 금욕적인 선법을 전했다. 그리하여 유해섬으로부터는 장백서(張伯瑞) 석행림(石畜林) 설자현(薛紫賢) 진리환(陣泥丸) 백자청(白紫淸) 팽학림(彭鶴林)에게 법맥이 이어지고, 왕중양으로부터는 마단양(馬丹陽) 송피운 이태허(李太虛) 장자경(張紫瓊) 조녹독(趙綠督) 진상양(陣上陽)에게 이어져 이 두 줄기가 중국 선도의 근간을 이루게 되었던 것이다.
원래 선도라고 하는 것은 흔히 세간에서 알고 있듯이 단순히 수명이나 연장하여 불로장생을 꿈꾸는 그런 비술이 아니라 인간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나온 본래 성품인 단을 회복하고자 하는 반환의 도이다. 그래서 선도를 단도(丹道)라고 하기도 하고 또 그 단의 낳고 죽음 없는 심원한 성품으로 인하여 금단도(金丹道)라고 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잃어 버린 본래의 단을 회복하여 불로불사의 금단을 이룬 사람을 가리켜 신선(神仙)이라고 하는 것이다.
선도는 이 단(丹)을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따라 크게 천단법(天丹法), 지단법(地丹法), 인단법(人丹法)의 세 가지로 구분이 된다. 천단법은 천지의 기를 흡입하여 다지는 것을 본체로 삼고, 지단법은 각종 약초와 약물의 복용을 본체로 삼으며, 인단법은 남녀의 성관계를 본체로 삼는 방중술 선법을 가리킨다. 중국의 선도는 이 세 가지 선법을 다양하게 수용하고 나름대로 배합해 가는 가운데 여러 가지 파로 갈라지게 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분파들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북 파 : 중국 북부에서 성행. 내단파 또는 단정파라고도 하며, 천단법을 위주로 하여 불로불사의 금단을 이루고자 함. 전진교, 오류파, 용문파 등이 여기에 속함.
남 파 : 화남 일대에서 번성. 인단법 위주. 삼봉파도 여기에 속함. 이순도, 황원길이 창시한 파. 유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유가 선도 다른 파와는 달리 단을 만들지 않고 직접 몸에 특수한 파장을 걸어 체질을 바꾸어 몸을 기화시켜 가는 신비한 파.
외단파 : 지단법을 위주로 하여 약초와 약물을 조제 복용.
부주파 : 부적과 주문을 사용해서 천지의 기운을 부리고 도술을 사용하는 파.
점험파 : 역경을 위주로 하여 천지 자연의 기의 흐름과 인간의 운명이 어떻게 어우러지는가를 탐구.
무공파 : 무술 단련에 기를 운용하여 강력한 힘을 만들어 내는 파.
적선파 : 원료범이라는 선인이 창시. 선한 일을 하여 공을 쌓아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 가고자 함.
이와 같이 다양한 파들이 존재하는데 중국의 영향을 받은 국내에도 여러 선도의 맥이 존재한다. 이들 선법은 궁극적으로는 우화등선(羽化登仙) 또는 백일승천(白日昇天)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우화등선이란 보라빛 또는 백색의 빛이 감도는 가운데 몸이 기로 화하여 허공으로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모든 선도의 수행자들은 그 보랏빛 자하(紫霞)를 꿈꾸며 완성된 신선들이 모여 산다는 그 자하도 내지는 무룽도원을 이상향으로 갈구하였던 것이다.
요즈음 국내에서도 선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참선이나 호흡 수련에 몰두하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우화등선까지 가기에는 요원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더군다나 이렇다 할 만한 선도의 해설서도 제대로 나와있지 않아 옛 성현들의 선지식이 끊긴 상태이니 어려움은 더욱 크다 하겠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선도에서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태을금화종지』의 현대적인 해설서를 번역 소개하게 되니 용맹정진하고 있는 많은 구도자들에게 커다란 선물이 될 것임에 대단히 감회가 깊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1992년 봄 역자 씀
<<목차>>
1. 음(隆)과 양(陽)
2. 제 3의 눈
3. 빛의 회전
4. 도(道)의 씨앗을 잇태하고
5. 하늘같이 넓고 바다같이 깊게
6. 코 끝에 감추어진 비밀
7. 마음으로 듣다
8. 영혼의 새벽을 향하여
부록 1부
혜명경(慧命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