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書樓記 독서루 이야기
癸未四月望 余自涼泉山中 到白城龜巖 此吾世居地也 某山某水 皆所慣目 愴然翹首 而望有前日 所未見一間小樓 屹立半空
癸未(1883년) 4월 보름에 나는 涼泉山에서 안성의 九來(龜巖, 窟巖)로 왔는데, 이곳은 우리 집안 자손들이 자리 잡고 사는 世居地이다. 무슨 산, 무슨 물줄기는 모두 늘 보던 것인데, 창연히 머리 들어 앞을 보니 지난날 보지 못했던 것이 있는데, 바라보니 한 칸짜리 樓閣이 있었다. 산처럼 높이 솟아 虛空에 서 있다.
※讀書樓: 책을 읽기 위하여 지은 누각으로, 松石亭記에서의 松石亭으로 추정됨. 涼泉山: 충북 진천군 문백면 평산리․은탄리․사양리 소재. 愴然: 슬퍼하는 모양. 翹首: 懇切히 願함. 翹꼬리 긴 깃털 교, 꼬리, 날개. 屹立: 산이 깎아 세운 듯이 높이 솟아 있음. 屹산이 우뚝 솟을 흘.
初謂苽幕 而疑其非時 進謁叔父 招問從弟 則是乃渠讀書所也 余蹶然興起 緣梯登高 叙嘯而
처음에는 원두막(園頭幕)이라 말하였는데 때가 아니기에 의아하게 여겼다. 叔父님께 나아가 아뢰고, 사촌 동생을 불러서 물으니, 이것은 곧 책을 읽는 곳이다! 내가 벌떡 일어나 사다리를 밟고 높이 올라 천천히 읊조리길,
※苽幕(고막): 원두막(?). 苽줄(볏과의 여러해살이풀) 고, 眞菰(≒줄), 山水菊(범의귓과의 낙엽 관목), 菰와 同字. 渠개천 거, 도랑, 우두머리, 깊고 넓은 모양, 그(3인칭 대명사). 蹶然: 갑자기 뛰어 일어남. 벌떡 일어남. 蹶넘어질 궐. 嘯휘파람 불 소
東望有一面 石佛儼然 而立似得乎 靜境圓覺之意 又有劍巖焉 高及千尺 勢出雲霄 宛若之氣 又有窟巖上盤 如簷四圍
東쪽을 보니, 하나의 石佛이 莊嚴(장엄)하게 서 있는 것이 마치 조용히 깨우친다는 뜻을 얻은 듯하구나! 또 칼바위가 있구나! 높이가 3백 미터나 되고 그 氣勢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 구름을 낼 듯하게 宛然(완연)하고, 또 굴 바위 위쪽 반석 주위 네 곳이 처마 같구나!
※儼然: 겉 模樣이 莊嚴하고 嚴肅한 模樣. 아무리 해도 움직일 수 없는 模樣. 現象이 뚜렷하여 누구도 敢히 否認할 수 없음. 靜境: 조용한 場所. 圓覺: 釋迦如來의 覺性. 圓滿 周備하여 조금도 缺減(결감)이 없는 宇宙의 神靈스러운 깨침. 雲霄: 구름 낀 하늘. 높은 地位를 比喩的으로 이르는 말. 霄하늘 소. 宛: 宛然(아주 뚜렷하다)할 완, 굽다. /고을 이름 원 /쌓일 온 /맺힐 울. 簷처마 첨.
如壁其下劈 居陰陽分析 兩途深廣 且大奄 有千間廣廈 大庇之勢 其餘立立之巖面面 有堅確 不拔之志 箇箇可觀
壁 아래가 갈라진 것은 마치 陰地와 陽地로 나뉜 듯하네! 양편으로 길이 나서 깊고도 넓고 또 크게 덮여있고, 또 천 칸이나 되니 넓고도 크게 덮은 기세라네! 나머지 서 있는 바위 면마다 굳고 확실하게 서 있어, 변하지 않는 의지를 낱낱이 볼 수가 있다네!
※劈쪼갤 벽. 奄가릴 엄, 문득. 庇덮을 비. 堅忍不拔: 굳게 참고 견디어 마음을 빼앗기지 아니함. 뜻을 變치 아니함(마음이 흔들리지 않음). 不拔: 뽑히지 않다 또는 변하지 않다.
又西望 則大小德山羅立 貢揖奄 如成德君子向人 勸善之態 南北所望 亦有所可誇者 多矣
또 서쪽을 바라보니! 크고 작은 德스런 山이 줄지어 섰는데, 모두 揖(읍)하며 가리듯 한 게, 마치 成德君子가 사람들을 향해서 勸善하는 자태를 보이고, 南北으로 보이는 것 역시 자랑할 것이 많구나!
※揖읍할 읍/모을 집. 誇자랑할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