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작사 손로원, 작곡 박시춘)는 1953년 「백설희」가
6.25 전쟁 중, 대구 '유니버설 레코드사'를 통해 발표한 그녀의
데뷔 곡이자 대표적인 노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봄날은 간다』는 '손로원' 선생이 부산으로 피난(避難) 가서
'판자촌'에 살 때, '연분홍 치마'를 입은 어머니의 사진이 화재(火災)로
불에 타 없어진 것을 보고, 그 안타까움에 가사를 지었다고 하는데요.
젊은 나이에 홀로 된 어머니가 장롱 속 깊이 간직한 연분홍 치마
한복을 아들 '손로원'의 결혼식에 입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사실을
6.25전쟁 시대 상황과 함께 떠올리며 지었다고 합니다.
『봄날은 간다』는 당시 무명이였던 「백설희」를 인기 가수로 만든
노래로서, 멜로디를 배제하고 읽으면 시(詩)로 여겨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가사가 특징인데, 사실 이 노래에는 화사한 봄 날의 이미지
와는 거리가 먼 슬픔 · 퇴폐 · 절망의 정서(情緖)가 뒤엉켜 있습니다.
하지만, "이만큼 한국 여인의 한(恨)을 잘 표현한 작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슬퍼서 더욱 아름다운 노래"이기도 합니다.
"알뜰한 맹세가 실없는 기약이 되고, 끝내 얄궂은 노래"가 되듯,
봄날의 끝자락에 발표한 이 노래는 슬픔과 종말(終末)의 감정을 거쳐
새로운 희망을 품게 만드는 곡 입니다.
2000년 계간(季刊)《시인 세계》잡지에서는 현역 시인(詩人) 100명
에게 "시인(詩人) 들이 좋아하는 대중가요 노랫말"을 조사해 결과를
발표했는데, 여러 시인(詩人)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1위에 오른 노래가
바로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 였습니다.
이 노래는 '이미자', '배 호', '조용필', '나훈아', '장사익', '최백호',
'한영애', '주현미' 등 기라성같은 가수들이 '리메이크' 하기도
했었습니다. 오늘은 1999년 발매된 「한영애」가 리메이크 한
버젼으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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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 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 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 날은 간다.
열 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 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