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갖고
김견남
입만 갖고 평생을 산다
밥 줘, 물 줘, 셔츠 다려줘
나는 습관처럼 듣고 움직였던 것 같다.
언제부턴가 그 말들이 거슬리고
어느 순간 듣기도 싫어졌다
'평생을 입만 갖고 산다'고
툭 내뱉은 말이 나도 모르게 쌓여갔다
그 후
집안은 조용히 바뀌었다
청소도 강아지 밥도
내가 눈뜨기 전에 이미 끝난 일들
남편의 일이 된 집안의 작은 일들
이젠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먼저 척척~
그렇게 지나간 시간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입이 가벼워졌나
이거 안 했네 저거도 안 했네 그건 언제해
남편도 참다가 한 말일까?
"당신은 입만 갖고 사냐"고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러다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누가 처음 그런 말을 했던가
입으로만 살던 우리
"힘들면 말해 친구처럼
말하기 어려우면 친구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
"아 정말?"
서로의 마음을 닮아가는 우리는
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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