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하트를 보고》
진재근 사무국장
(한국웰다잉교육문화연구원)
【행복한 삶과 죽음 배움터】강춘근 원장님의 초청으로 영화공간 주안에서 <사일런트 하트>를 감상했습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감독 빌 어거스트 감독이 전하는 특별한 주말 여행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날 사랑하는 엄마와 마지막 주말을 보내기 위해 한 가족이 모입니다. 두 딸들은 엄마를 보낼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지만,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을 수 없지요.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첫째 딸 하이디, 밝게 웃는 큰 딸 하이디의 웃음이 이토록 쓸쓸해 보이는 건 진정으로 엄마를 사랑하기에, 엄마의 뜻을 따라주기 위해 웃을 수밖에 없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과연 이 영화가 우리에게 의미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가족의 아픈 손가락 둘째 딸 산느와 사고뭉치 남자친구 데니스, 가끔은 사고뭉치가 더 따뜻하기에 더 매력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데니스를 통해 하기도 합니다. 오늘만큼은 웃으며 행복한 저녁을 보내기로 하는데...
사일런트 하트를 보는 내내 어머니(에스더)의 입장에서도, 딸들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저 역시 자식들에게, 배우자에게 짐이 되는 존재로 살아가다 사랑하는 이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싶지 않은 1인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닥칠 죽음을 생각할 때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건강하게 살다가 떠나야겠기에 건강을 더욱 챙겨야겠다고 마음 먹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미리 크리스마스'파티 다시는 마주하지 못할 이 순간을 즐기는 가족들 하지만 아직 닥쳐오지도 않은 상황에서의 안락사나 존엄사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가슴 속으로 외치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처음엔 둘째 딸 산느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표현하지 못하고 웃을 수밖에 없는 큰 딸 하이디가 더 괴로울 거라는 것도 압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닥터로서의 신뢰도 인정합니다. 그래서 엄마를 떠나보내기 위해, 엄마의 뜻대로 즐거운 파티를 보내는 그 마음도... 저 순간, 모두의 감정이 어떠했을까???
다음 날 아침, 엄마는 어제와 달리 가족과의 이별을 담담히 준비하고 다음날 엄마의 증세가 더욱 심해진 모습을 보았을 땐, 그들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겠구나. 떠날 때까지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게 엄마의 모습이자. 아내의 모습일 수 있겠구나.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좀 흐트러지고, 때로는 자식에게 짐이 되더라도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견뎌주실 순 없었을까?라는 감정이 자꾸 이성을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식물인간이 된 가족을 보듬고 보살피며, 비록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존재 자체로 감사하며 살아가는 가족도 많지 않은가?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요. 엄마의 이별 예고에 동의하지 못하는 산느는 하이디와 갈등하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첫째 딸 하이디의 이성적인 행동에 놀랐지만 그녀의 가슴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기에 산느의 행동이 충분히 이해되면서도 산느는 너무 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거 아닌가?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수밖에 없음을 곧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엄마를 보내는 아픔을 그렇게 표현하고 또 그렇게 견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큰 딸 하이디는 우연히 부모님의 비밀을 알게 되고, 엄마의 선택을 의심하는데... 닥터이신 아버지의 신뢰도가 한순간 와르르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전문가인 닥터이니 가능하지 않았는지도 모를 일. 하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 아니 일부러 사랑하는 남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말하는 어머니... 물론 이 부분에서 명확하게 아버지의 다른 의도는 아니었다 해도, 우리의 정서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죽음을 결심한 사람이기에 남편과 친구의 사랑을 용납,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두 사람이 그렇게 살아가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까요?~
죽음을 결심한 사람이기에 초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제 정서로는 그런 부탁을 하는 어머니도, 또 정말 어머니의 친구와 사랑을 나누는 아버지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사일런트 하트 다른건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 있어도 이 부분은 제 정서로는 ... 우리나라와 다른 덴마크의 정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에게 짐을 지어주지 않고 행복한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려는 어머니의 마음은 이해할 수 없지만 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선택에 옳다 그르다를 감히 말할 수 없는 여행길... 부디 행복하시길 맘으로 빌었습니다.
영화 사일런트 하트는 살짝 무거운 감은 있지만, 산느(둘째딸)의 남친인 데니스로 인해 중간중간 웃기도 하고, 가족을 위해 떠나는 마음과 또 떠나보내는 것을 감당해내는 뭉클한 이야기였습니다. 웰다잉을 공부하고 이제 수료하는 시점에 보는 영화로 엄마의 삶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주는 것으로 결론을 내는 마음에 와닿는 스토리를 소화하기에는 더욱 성장해야겠는 마음이었습니다.
2015년 12월에 작성자 길동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