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쾌감은 악덕이라는 주장에 대한 당신은 견해는 무엇입니까?
"당신은 불쾌감을 악덕이라고 하셨는데, 그건 좀 지나친 말씀인 것 같이 생각되는군요."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과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 모두에게 괴로움을 끼치는 일이 죄악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서로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한다는 그것만으로도 죄악이라 하기에 충분한데, 우리 각자에게 허용된 기쁨까지 서로 빼앗아야만 할 까달기 어디 있습니까? 자기 자신은 불쾌하지만 혼자 견디어 내며 남들에게 그것을 나타내지 않고, 주위 사람들의 즐거운 기분을 망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그분이 누군지 알고 싶습니다. 불쾌감이란 오히려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마음속의 울분, 자신에 대한 불만, 그리고 그것들과 결부된 어리석은 허영심에 의하여 북돋워진 질투가 아닐까요? 행복한 사람을 보고서도, 그 사람이 자기로 인해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불쾌해하고, 그것 때문에 비위가 상하는 거지요."
로테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네. 프리데리케의 눈에는 눈물이 어려 있었네. 거기서 용기를 얻어 나는 말을 계속했지.
"어떤 사람의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 처지에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단순하 기쁨마저도 빼앗아 버리려 하는 사람은 저주스러운 존재입니다. 어떤 훌륭한 선물이나 호의도 자기에게 주어진 기쁨의 한순간이 그런 폭군의 질투 섞인 불쾌감으로 인하여 망쳐진 것을 보상할 수는 없는 겁니다."
(82) 자살에 관하여
그녀는 세상에서 버림을 받고, 완전히 외톨이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눈 앞이 캄캄해지고, 견디기 어려운 마음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연못에 몸을 내던집니다. 자기를 감싸 줄 죽음 속에서 모든 고뇌를 잠 재워 버리려고 말입니다. 알베르트 씨, 이것은 흔히 있는 인간의 이야기가 아닙니까? 한 병자의 경우와 이치는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서로 얽히며 싸우는 갖가지 힘의 미궁 속에서 생명의 탈출구를 찾아 내지 못하면 결국 죽음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거랍니다. 이것을 곁에서 보고 '못난 여자로군! 기다리고 있으면 될 텐데. 시간이 흐르면 절망도 진정될 것이요, 그녀를 위로해 줄 다른 남자도 나타날 텐데 말이야.' 이런 소리를 하는 자는 저주를 받아 마땅할 거요. 그것은 '그 녀석은 바보야, 열병으로 죽다니! 체력이 회복되고 정력이 되살아나서, 피가 제대로 돌아갈 때를 기다렸다면 만사가 다 호전되고, 지금까지도 살아 있을 텐데 말야'하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알베르트는 이 비유도 납득할 수 없는 모양으로, 여전히 몇 마디 반론을 제기했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말을 했네. 즉, 내가 말한 것은 한낱 무지한 여자의 이야기로, 만일 그렇게 외곬로만 치달리지 말고 좀더 넓게 생각하는 분별력을 가졌던들 그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말일세.
(85) 행복에 관하여
인간이 행복해지고자 하는 그 자체가 도리어 인간을 비참하게 만드는 원천이 됨은 이것 또한 불가피한 법칙이란 말인가? 내 마음속에 충만해 있는 생동하는 자연에 대한 열렬한 감정은, 나로 하여금 기쁨에 넘치도록 하면서 나를 감싸고 있는 세계를 낙원으로 변모시켜 주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지금은 가혹한 박해자인 동시에 고뇌의 정령이 되어 어디를 가나 내게 달라붙어 다니며 괴롭힌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