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국기(桓國紀)
태초(太初)에 상·하 사방이 일찍이 어둡고 캄캄하여 보이지 않았으며 옛날은 가고 지금이 오도록 다만 하나의 광명 뿐이었다. 하늘에는 삼신(三神)이 있었는데 곧 하나뿐인 상제로서 주체는 하나의 신이나 각각 신이 있는 것이 아니며 작용하는 것은 곧 삼신인 것이다. 이에 삼신이 만물을 끌어내어 온 세계를 통치하니 천하 오제(五帝)의 사명을 주관하여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이 되고, 지하 오령(五靈)의 성효(成效)를 주관하여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이 되었다.
인류의 조상을 나반(那般)이라 한다. 처음에 아만(阿曼)과 만난 곳을 아이사타(阿耳斯 )(1)라 한다. 꿈에 천신(天神)의 가르침을 얻어 스스로 혼례를 치루었으니 곧 9환(桓) 64민(民)은 모두 그 자손이다.
옛날에 환국(桓國)이 있었는데 백성들이 부유하고 또 수가 많았다. 처음에 환인(桓仁)(2)이 천산(天山)(3)에 살면서 도를 얻어 장생하였는데 몸에는 병이 없었다. 또는 안파견(安巴堅)(4)이라고도한다. 하늘을 대신하여 사람을 교화하여 싸움이 없게 하고 사람들은 스스로 힘을 내어 일을 함으로서 굶주림과 추운 일이 없었다. 혁서환인(赫胥桓仁), 고시리환인(古是利桓仁), 주우양환인(朱于襄桓仁), 석제임환인(釋提壬桓仁), 구을리환인(邱乙利桓仁)으로 이어져 지위리환인(智爲利桓仁)에 이르니 7세를 이어 그역년이 모두 3301년(5)이었다. 이를 혹은 단인(檀仁)이라고도 한다.
삼성기(三聖紀)에 말하기를
"파내류산(波奈留山) 아래에 환인씨(桓仁氏)의 나라가 있었으니 천해(天海)의 동쪽 땅을 또한 파내류국(波奈留國)(6)이라 하였다. 그 땅의 넓이는 남북이 5만리, 동서가 2만 여리인데 이것을 모두 환국(桓國)이라고 하였다(7). 이것을 나누어 말하면 곧 비리국(卑離國)(8), 양운국(養雲國)(9),구막한국(寇莫汗國)(10), 구다천국(句茶川國)(11), 일군국(一群國)(12), 우루국(虞婁國)(13), 객현한국(客賢汗國)(14), 구모액국(句牟額國)(15), 매구여국(賣句餘國)(16), 사납아국(斯納阿國)(17), 선비국(鮮卑國)(18), 수밀이국(須密爾國)(19)이 합쳐서 열두나라이다. 천해는 지금의 북해(20)를 말한다."
1) 아이사타(阿耳斯 ) : 사타여아(斯 麗阿) 라고도 함.(태백일사)
이 천산(天山) 줄기 중에서 알타이 산맥은 전설 속의 나반과 아만이 만난 아이사타(阿耳斯陀)의 전음으로 추정된다. 즉 알타이산맥은 구석기 시대의 바이칼 문명과 그 남쪽의 중앙아시아 문명이 만나는 곳이자 경계 지역으로 보이는 것이다. 아이사타(阿耳斯陀)는 바로 단군의 수도 아사달(阿斯達)의 고어로 고려한다. 아사달은 "높은 땅, 즉 신성한 땅"이라는 뜻이다.
2) 환인(桓仁) : 삼성기 전편에서는 桓仁을 桓因으로 표기하고 규원사화에서도 " '환(桓)'이라 함은 밝은 빛을 말하는 것이니 곧 근본 바탕을 모양으로 나타낸 것이며, '인(因)'이라 함은 말미암은 바를 말하는 것이니 곧 만물이 이로 말미암아 생겨났음을 나타낸 것이다."라하여 환인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생각하기로는 桓仁은 역사적 인물로서의 색체가 강하며 桓因은 신화적 요소가 가미된 인물로 생각되어진다.
3) 천산(天山) : 옛 이름은 백산(白山) ·설산(雪山)· 기련산(祁連山), 천산산맥의 동쪽의 한 높은 산.
바이칼 호수 부근에서 환인의 나라, 최초의 천산(天山)은 바이칼 호수의 남쪽 한가이(杭愛) 산맥, 셀렝가(SELENGA) 강 부근으로 추정한다. 현재의 중국 서북쪽 국경 천산산맥(天山山脈)도 당시의 천산(天山)으로 유력하다. 중국 과 키르키즈의 국경을 이루는 천산산맥에는 한텡그리산(汗騰格里峯;6995M)이 알려져 있는데 당시의 천산(天山) 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현재의 천산산맥과 알타이산맥, 한가이산맥이 모두 합쳐서 하나의 중심으로서 당시의 천 산(天山)을 이루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4) 안파견(安巴堅) : 아버지라는 뜻이며 거발환(居發桓) 이라고도 한다. 안파견은 하늘을 계승하여 아버지를 세운 다는 이름이며, 거발환은 천지인(天地人)을 하나로 정한다는 칭호이다.
5) 3301년 : 혹은 63182년이라고도 한다.
6) 파내류국(波奈留國) : 진서(晋書)에 보면 불함산(不咸山) 북쪽에 있는데 동쪽은 큰 바다요, 서쪽은 구만한국 (寇漫汗國)이요, 북쪽은 약수(弱水)의 끝이다.
바이칼 호수에서 동쪽으로 나아가, 천해의 동쪽 파나류산(波奈留山) 밑에 세워진 환국의 중심은 오늘날의 내 몽고자치구의 후륜바얼(呼倫巴爾)지구로 추정한다. 뜻으로 백산(白山)이며, 발음으로 파나류산(波奈留山)이 되는 곳은 오늘날의 바얼산(巴爾山)으로 추정되는데, 후륜바얼(呼倫巴爾)지구는 후륜호(呼倫湖)와 바얼호(巴 爾湖, 몽고와 접경으로서 몽고에서는 부이르 호라고 하고 비류수, 비리국의 어원이다.), 하라하하(哈拉哈河), 하이라얼(海拉爾), 아무구랑(阿穆古郞), 백랑산(白狼山), 아얼산(阿爾山) 등의 지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7) 즉 천산(天山; 바이칼 호변)에 세워진 천제환인의 환국이, 후대 어느 환인 시대인지는 불명하나 하이라얼의 흑수(黑水), 백산(白山)으로 동천한 것으로 추정이 된다.후륜바얼(呼倫巴爾) 지구의 하이라얼(海拉爾)이 배달민족의 배달과 같은 어원를 가진 것으로 고려된다.
8) 비리국(卑離國) : [진서(晉書)]에서는 비리국이 숙신(길림시)에서 서북쪽으로 말을 타고 200일을 간다고 하였다. 이 비리국은 부이르 강변의 후륜바얼(呼倫巴爾)지구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파나류 산으로 추정한 후륜바얼지구가 곧 12연방의 중심인 비리국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9) 양운국(養雲國) : [진서(晉書)]에서 비리국으로부터 말을 타고 50일(산술적 의미는 확실치 않다. 같은 시대 왜인전의 기록에서 거리 표시가 불확실한 것과 마찬가지다.)을 간다고 하였다. 방향은 표시되지 않았다.운(雲)은 현재 우리말로 구름이며 일본어 고어(원시 부여어 추정)로는 구모이다. "구"와 "후"는 몽고족 말과 중국 말에서 호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후륜호의 근원이 되는 강을 몽고어로 케룰렌강이라 하고 중국어로는 헤를렌강으로 병음 표기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바얼호로부터 50일 거리로 기록한 것을 볼 때에 흑룡강성 북 쪽 흑룡강 지류인 후마하(呼瑪河) 부근이 양운국(養雲國)으로 추정된다.
10) 구막한국(寇莫汗國) : [진서(晉書)]에서 양운국으로부터 100일을 더 간다고 하였다. 양운국과의 거리로 보아 흑룡강과 우수리강이 만나는 하바로프스크(伯力) 북쪽으로 추정한다.
11) 구다국(句茶國) : 평안북도 위원과, 압록강 건너 마주보는 길림성 통화시 지방에 살다가 독로국에 패하여 장춘시(長春市) 동북쪽 구대시(九臺市)에 옮겨 있었다고 추정된다. 따라서 일찍이 발해(길림시 중심)에 복속된 것이다.
12) 일군국(一群國) : [진서]에서 구막한국으로부터 150일을 말을 타고 간다고 하였다. 숙신으로부터는 대충 50000리라고 하였다. 러시아 알단(ALDAN)강 유역의 한디가(KHANDYGA) 부근으로 추정한다.
13) 우루국(虞婁國 또는 畢那國) : [진서]에서 숙신국과 동일한 곳으로 취급하였다. 길림의 숙신국과 구별하면 러시아 접경의 우수리강 유역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진서]의 우루국은 후대의 우루국이고 본래의 우루국은 요동반도 북부에 있었다.
14) 객현한국(客賢汗國) : < 광개토왕 비문>의 객현한(客賢韓)으로 본다. 객현은 중국 발음으로 케산(k xi n)이며 이는 우리말 계산(鷄山)과 비슷하므로 오늘날의 계관산(鷄冠山)으로 추정하는데, < 광개토왕비문>의 여러 지명과 관련하여 와방점시(瓦房店市) 안파진(安波鎭), 험탕진(險湯鎭) 부근으로 추정한다.
15) 구모액국(句牟額國) : <광개토왕 비문>의 구모객두(句牟客頭)로 추정하여 평안북도 운전군(雲田郡) 가산면(嘉山面)의 봉두산성(鳳頭山城)으로 추정한다. 일본말로 구모는 구름이다. 구모액국에서 <광개토왕비문>에 기록된 구모성, 구모객두가 비롯된다.
16) 매구여국(賣句餘國) : 혹은 직구다국(稷臼多國)이라고도 함. 독로국에게 패하여 금산(金山)으로 옮겨갔다고 전하는데, 이는 구대시(九臺市)로 옮겨간 것이다. 구대시는 금주(錦州)라고도 하였다.[삼국사기]<고구려본기> 대무신왕편에 등장한 매구곡(買溝谷)으로 추정되는 최초의 매구여국은 <광개토왕 비 문>에도 소개되었는데 오늘날의 길림시 매하구(梅河口) 지방으로 추정한다.
17) 사나아국(斯納阿國) : 사와라(斯瓦羅) 환웅과 관련되며, 시라무렌강(西喇木倫河) 상류, 즉 거란 상경임황부(上京臨潢府; 今 巴林左旗) 서쪽인 파린우기(巴林右旗) 부근으로 추정한다.
18) 선비국(鮮卑國) : 혹은 시위국(豕韋國) 또는 통고아국(通告斯國)이라고도 함. 선비산(鮮卑山) 부근으로 알려졌는데 알 수 없는 곳이다. 시위(豕韋)는 먼저 [한서지리지] 요동군 실위산(室僞山)과 관련지으면 요령성 부신시이다.
19) 수밀이국(須密爾國) : 훗날 우수국(牛首國), 우수주 등으로 불리었다. 우수하(牛水河)는 오늘날의 내몽고자치구 노하하(老哈河)로 추정된다. 적봉시(赤峯市)를 지나는 노하하의 서쪽 지류에 소소하(召蘇河)와 관련된다.
20) 12환국의 기원은 환인의 시대부터인지 확신할 수 없으나 환웅 시대, 단군 시대를 거쳐 발해 초기까지 그 명맥을 이은 것은 틀림없다. 따라서 12 민족이 결성한 연합 환국이 있었는데, 개개의 12민족이 살던 그 고유 영역에 있어서는 수천년간에 걸쳐 많은 이동이 있었을 것이므로 개개 민족의 영역을 고정 지역으로 보지 말고 역동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예를 들면 바이칼 호수변, 천산(天山)의 환인으로부터 환웅의 청구국과 배달국이 이동해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동이족의 역사 지리는 이렇게 역동적(力動的; dynamic)으로 해석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