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 111년 9월 21일 월요일
제목: 병문안
일하러 가다가 사다리에서 추락하여 병원에 다녀왔다. 약속이 있던 사람들에게 다쳤다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여러 사람이 내가 다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동창 한 분이 문병을 왔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겠지만 자고 나면 여기저기가 아플 것이라며 원쌍탕을 내놓았다. 감기약이지만 몸살에도 좋으니 먹어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별생각 없이 “우리 교당에서도 원쌍탕을 파는데, 그걸 가져오셨느냐”고 말했다.
한참 후 동창이 돌아가고 나서야 내가 한 말이 마음에 걸렸다.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와 준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요즘은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안부를 묻는 사람도 많지 않고, 더구나 직접 찾아와 위로해 주는 사람은 더욱 귀하다. 내가 다쳤다는 말을 듣고 바로 찾아와 준 동창이 고마웠다. 그 동창은 빈손으로 오기가 마음에 걸렸는지, 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몸살에 좋다는 원쌍탕을 챙겨 왔다. 비록 원쌍탕이 우리 교당에서도 파는 것이고 다친 데 크게 효과가 없다고 할지라도, 물건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마음이 더 소중한 것이었다.
그런데 내가 “우리 교당에서도 파는 것”이라고 말한 것은 상대에게 ‘별것 아닌 것을 가져왔다’는 뜻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는 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가져왔는데 나는 그 마음보다 물건을 먼저 보았다. 남이 주는 물건은 크고 작고, 비싸고 싸고를 떠나 그 안에 담긴 정성을 먼저 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무심코 말을 내놓은 것이 잘못이었다.
이번 일을 통해 물건의 가치는 물건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건네는 사람의 마음과 정성에도 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 누군가가 무엇을 주거나 도움을 베풀 때에는 먼저 그 마음을 살펴보고 감사히 받아야겠다. 설령 나에게 이미 있는 물건이거나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일어나더라도 그 생각을 그대로 말로 내놓지 않고, 상대방의 정성과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겠다. “다쳤다는 말을 듣고 찾아와 준 것만도 고마운데, 뭐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이렇게까지 챙겨오셨구나.”이 마음으로 받았다면 나도 기쁘고 상대도 기뻤을 것이다. 문병을 와 준 동창이 참 고맙고 감사하다. 그가 가져온 원쌍탕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나를 염려하고 위하는 마음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앞으로는 물건보다 그 속에 담긴 마음을 먼저 보고, 그 마음을 감사히 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