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전설로 남을 뻔한 시계 브랜드
165 Years-Homage to F.A.Lange Collection Lange 1 Tourbillon. 2010년 창립 165년을 기념한 스페셜 에디션으로 투르보그라프 “푸르 르 메리트”, 랑게 1 투르비용, 1815 문페이즈 3개의 시계를 소개했다. 사진은 랑게 1에 투르비용을 장착한 모델로 케이스, 핸즈, 투르비용 브릿지를 허니 골드 컬러로 제작했고, 72시간 파워 리저브되는 L961.2 핸드 와인딩 무브먼트를 장착, 150개 한정 생산했다.
2000년 스위스 시계 그룹 리치몬트 소속의 회사가 되었지만, 아 랑게 운트 죄네는 독일 시계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독일의 시계 생산지는 여러 곳이 있지만 지금은 은, 구리, 납, 철을 캐내는 산지로 잘 알려진 글라슈테가 유명하다. ‘북쪽의 피렌체’라 불리며 독일 바로크 시대 전성기를 구가한 삭소니 지역의 수도 드레스덴에서 멀지 않은 글라슈테. 그곳에 시계 제작을 전수한 사람은 JC. 프리드리히 구트카에스(Joh.Chr.Friedrich Gutkaes)였다.
아 랑게 운트 죄네는 그의 제자 페르디난트 아돌프 랑게(Ferdinand Adolph Lange, 1815~1875)가 1845년 창립한 회사다. 그 후 아들 리카르트 랑게(Richard Lange, 1845~1932), 프리드리히 에밀 랑게(Friedrich Emil Lange, 1849~1922), 손자 오토 랑게(Otto Lange, 1878~1971) 등 대를 이은 가족 기업으로 독일 특유의 정확성과 예술성을 표현한 시계로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을 겪고 아 랑게 운트 죄네를 포함해 노모스 글라슈테 등 동독 지역에 있는 시계 브랜드가 국가 기관인 글라슈테시계회사(GUB: Glashütte Uhrenbetriebe)로 흡수됐다.
역사 속 전설로 남을 뻔한 이 브랜드는 40년 뒤 독일이 통일되자 창립자의 증손자 발터 랑게(Walter Lange, 1924~)에 의해 되살아난다. 서독에서 시계 판매상을 했던 그는 당시 IWC, 예거 르쿨트르를 보유한 LMH의 지원을 받아 1990년 글라슈테로 가서 시계 장인들을 모으고 선대의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그 결과 1994년 랑게 원(Lange 1)을 비롯해 삭소니아(Saxonia), 아르카데(Arkade), 투르비용 “푸르 르 메리트”(Tourbillon “Pour le Mérite”) 등의 첫번째 시계를 내놓았고, 그것들은 기대를 뛰어 넘는 놀라운 것들이었다.
1997년 제로리셋 매커니즘으로 특허 받은 랑게마틱(Landgematik), 2001년 점핑 미닛 카운터를 가진 하이엔드 크로노그래프인 다토그라프(Datograph), 2003년 자사 밸런스 스프링 개발, 2004년 플라이백 기능을 갖춘 라트라판테 크로노그래프인 더블스피릿(Double Spirit), 2005년 스탑 세컨드 기능의 투르비용, 2007년 콘스탄스 폴스 이스케이프먼트로 31일간 파워 리저브되는 랑게31(Lange 31), 아라비아 숫자의 점핑 아워, 미닛 시스템으로 시간을 표시하는 랑게 자이트베르크(Zeitwerk), 2010년 창립 165주년을 기념하는 F.A.랑게 스페셜 컬렉션, 2011년에는 브랜드 최초의 미닛 리피터, 자이트베르크 스트라이킹 타임(Zeitwerk Striking Time)까지 아 랑게 운트 죄네의 행보는 독자적이다.
독일 시계 제작 기술의 자존심
루비와 블루 스크루로 장식된 아 랑게 운트 죄네의 무브먼트.
아 랑게 운트 죄네의 특징적인 요소를 살펴보자. 우선 아 랑게 운트 죄네의 시계는 모두 골드와 플래티넘으로 제작된다. 스위스산 무브먼트가 대부분 로듐 도금의 동 소재인데 반해, 이 브랜드의 무브먼트는 저먼 실버(German Silver)라 부르는 도금 처리 하지 않은 동, 아연, 니켈 합금으로 제작되는 것이 특징이다. 무브먼트를 고정하는 브릿지는 3/4 크기로 크고, 그 위에는 기능적·미적 요소로서 루비와 블루 스크루가 자리하는데, 루비 주변을 골드 차톤(gold chaton)이란 링으로 감싼 후 블루 스크루 2~3개로 고정한 것도 특징적이다. 3/4 플레이트 외 나머지 1/4 부분은 이스케이프먼트 부분을 그대로 드러내는데, 백조의 목을 닮아 스완넥(swan neck)이라 부르는 미세 조정 레귤레이터 장치와 손으로 문양을 조각한 밸런스 콕(balance cock)을 부착해 무브먼트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시계 품질 유지를 위해 자체 시계 제작 학교를 두었으며 본사 건물도 몇 년간 복원해 2001년 완공한 아 랑게 운트 죄네. 아 랑게 운트 죄네는 1990년 이래 총 35개의 자사 제작 무브먼트를 소개했고, 연간 4천~5천 개의 시계만을 생산한다. 전 세계 230여 개의 판매처와 드레스덴, 상하이, 도쿄에 이어 2010년 말 오픈한 서울까지 총 4개의 단독 부티크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