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의왕시에 살게 된 이유는 우연이라면 참 우연의 일이다.
지금부터 8년 전 나는 하던 잡지사와 출판사 일도 접은 채 집에서 들어오는 잡스런 원고나 쓰면서 소일하고 있었다. 당시 방배동에 살던 나의 건강은 운동부족으로 체중은 83킬로나 나가고, 그 여파로 당뇨나 혈압이 계속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나는 아내와 의논하여 산이 있는 곳으로 이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떠올린 곳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의왕시 내손동이다. 물론 당시에는 내손동이라는 지명도 몰랐고 ,의왕시라는 이름 조차 생소했다. 다만 나는 이곳에 외곽순환도로가 나기 전 포일성당이 있는 곳으로 약수를 뜨러 다닌 기억이 있다.
우리 부부는 인덕원까지 와서는 택시를 타고 성당이 있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어디 성당이냐고 묻는 택시기사의 말에 산 밑에 있는 성당이라고 대답했고, 택시가사는 우리 부부를 내손동에 내려 주었다. 그리고 처음 부동산에 소개받은 집이 지금 내가 사는 집이다.
내가 의왕시에 집을 사기로 결정하며 아내에게 한 말이 지금 생각하면 웃긴다. 산이 지척에 있어 산에 다니기 좋고 더 돌아다녀야 다리만 아플 것이고, 그리고 도시 이름 중에 왕자가 들어 간 도시가 어디있소? 그것도 의로운 왕이라는 의왕이 아니오.
물론 한자나 글의 어원 모두가 다르다. 그냥 집을 구하러 다니다가 더 좋은 집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바람에 실려가는 말처럼 한 말이다, 그런데 내 집이 되려고 그랬는지 처음 본 집을 사서 이사했고, 참 잘했다는 생각으로 감사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잘 이사했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서울에서 오래 살다 보니 서울에 나가는 교통이 불편했고, 자동차의 번호판을 경기도로 바꿀때는 이제는 진짜로 경기도 촌놈이 되는가 싶어 마음에 공연이 이사왔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살면서 타향도 정들면 고향이라는 대중가요의 가사가 아니더라도 차츰 정이 들기 시작했고, 자연주의자 루소의 "인간들이여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빌리지 않아도 시의 90프로가 그린벨트인 주체 못할만큼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친환경 도시이고, 네 영혼이 고독하거든 산으로 가라는 말을 인용헐 필요없이 주변에 산들이 호위병처럼 자리하고 있다.
산을 말하자면 내가 매일처럼 오르는 해발 385미터의 모락산, 567미터의 백운산.428미터의 바라산, 540미터의 청계산 국사봉에 행정구역상 우리 의왕시는 아니지만 청계산, 관악산, 수리산 등이 호위장군처럼 우리 의왕시를 지키고 있다.
산만 있는 게 아니다. 백운호수, 왕송저수지에 도시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게 크고 작은 호수와 못들이 생활의 윤기를 더해준다, 거기다가 청계산을 발원지로 해서 흐르는 학의천과 백운산에서 흘러 내리는 오전천은 안양천의 주류이고 1급수에서 만 사는 참게와 버들치가 사는 맑은 물이다. 이런 사실은 내가 사는 의왕시가 그 만큼 청정지역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사느냐는 참 중요하다. 지난 해 열린 세계 선진국 정상들의 G20회의에서도 지구의 온난화와 환경문제가 다루어질 정도로 환경은 이제 우리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환경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하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일본의 구슈에 작은 어촌 미나니타가 있다. 작은 어촌이다 보니 자연 생업은 고기잡는 일이었다. 그런데 쥐라는 놈들이 인간의 생명줄인 그물을 갈아 먹는 것이었다. 어민들은 쥐를 잡기 위하어 쥐의 천적인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쥐를 잘 잡던 고양이에게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쥐를 잡는 게 아니라 침을 질질 흘리며 빙글빙글 돌다가 몸이 뻣뻣하게 굳어 버린 채 죽고 마는 것이었다. 어민들은 오래 살다 보니 고양이 간질을 다 본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희안한 일이 이번에는 사람에게 생겼다. 어린이들이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가 하면 손과 발이 마비되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산모가 아기를 낳으면 상상하기 조차 싫은 기형아가 태어나기도 했다.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다. 풍토병이라고도 했고, 귀신의 장난이라고도 했다. 급기야 중앙정부에서 원인 규명에 나섰고, 원인은 근처에 있는 질소비료 공장에서 폐수가 원인임을 알아 냈다. 그 폐수 속에는 신경을 마비 시키는 수은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었던 것이다.
1950년 대의 일이다. 인간에게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하는 사건이다. 인간에게 환경이 이렇게 중요한데 내가 사는 의왕에는 맑은 물 뿐만이 아니고 인간의 허파 역을 하는 숲들이 많다, 숲의 나무와 풀들은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페르틴이라는 물질을 발산한다. 이 속에는 피톤치드가 함유되어 있는데 항암.뇌기능 강화, 아토피. 혈압강하 등에 좋다고 한다, 그리고 숲에는 도시보다 열 배 정도 산소가 많다고 한다,
이런 생각만해도 행복하다, 이런 행복한 마음으로 매일 아침 모락산에 오른다. 모락산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나무가 많아서 여름이면 모자가 필요없다, 나무가 많고 열매가 많다 보니 다람쥐나 까치 등 온갖 동물과 조류들이 많이 산다. 나는 모락산 처럼 다람쥐나 까치가 많은 산은 본적이 없다. 산에서 내려와 창을 열고 있노라면 접동새 우는 소리가 창을 너머 들어 온다.
그러다 보니 나의 체중은 70킬로를 넘지 않고, 혈압도 정상이다. 푸른 새벽 눈을 뜨고 창을 열면 사계절 마다 다르게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은 따로 풍경화를 걸어 놓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나는 의왕시에 살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하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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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 다 썼다 요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