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학생들은 자율학습이란 걸 하기도 하죠.
군인들은 개인정비란 걸 합니다.
공무원은 휴가 사유를 적을 때 가사정리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셋 다 아닌 사람은 자아성찰이라는 말을 써야 할까요?
메르스로 인해 저희 병원의 환자가 많이 줄어든 후, 저는 다른 일들을 많이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다른 일이란 것은 제가 주말에 하는 일... 군인교회 말씀사역에 관한 일이었습니다.
금년 상반기 때 계속 해오던 내년도 설교 작업을 예정보다 조금 당겨서 마무리했습니다.
2016년 설교문과 PPT 초안을 제가 만들어 놓은 다움 카페 [교회력에 의한 성서일과 탐구](http://cafe.daum.net/lectionarysermon)에 올렸습니다.
물론 이것은 초안이고, 지속적으로 다듬어 나가야 합니다.
저는 설교를 할 때 교회력에 의한 성서일과의 본문들을 가지고 설교를 합니다.
구약시대 때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은 절기별로 함께 낭독하는 성경말씀들이 있었죠.
그것이 초대교회와 중세, 그리고 종교개혁을 거쳐 지금까지도 전해 내려오면서 교회의 전통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성서일과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매주 구약, 복음서, 서신서, 시편 등의 말씀들을 선정하여 봉독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A, B, C 로 해서 3년을 주기로 반복되는데, 여기에 맞춰 바흐나 북스테후데 같은 작곡가들이 교회음악을 작곡하기도 했죠.
일반적으로 교회력에 의한 성서일과 본문을 가지고 설교를 할 때는, 네 종류의 성구 중에서 하나를 가지고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성서일과의 본문을 한 설교에서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군인교회에서 일주일에 한 번만 예배를 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요 예배나 새벽기도회 같은 게 없어요.
그러다 보니 저희 교회 교인들께 성서일과의 모든 성구들을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모든 본문을 가지고 하나의 설교를 엮게 되었습니다.
경동교회 홈페이지를 보시면 박종화목사님께서도 여러 개의 성구를 가지고 하시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성서일과의 본문을 한 설교에서 모두 다루는 또 하나의 이유로는, 3년에 걸쳐 제시된 성서일과의 본문들을 모두 공부해 보고 싶어서입니다.
나중에 이것을 출판을 해 보고 싶은 꿈도 가지고 있습니다.
교회력에 의한 성서일과의 본문을 모두 다루려면 설교 한 편에서 성구가 적게는 30~40절, 많게는 100절 가까이도 됩니다.
너무 많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단 한 절을 가지고도 몇 주를 연속해서 시리즈로 설교할 수도 있고, 한 장 전체를 가지고도 10분 만에 큐티를 끝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본문의 분량과 설교의 시간은 어느 정도는 상관관계가 있겠지만, 그게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설교본문의 분량은 숫자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한편으로는, 저는 3년을 주기로 비슷한 설교를 반복하게 됩니다.
본문이 같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듣는 분들은 2년 정도면 교회를 떠납니다.. ^^;;
2011년 말에 군인교회 말씀사역을 시작한 이후로 처음 3년은 개역개정을 가지고 했고, 두 번째 3년은 새번역 성경을 가지고 하고 있습니다.
바뀐 텍스트로 설교문 업데이트 하고 PPT 수정하는데, 그래도 한 편 당 거의 다섯 시간씩은 걸리는 것 같습니다.
2018년 부터는 한 편당 한 시간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본문이 정해져 있다 보니 저는 52주치를 한꺼번에 단계적으로 합니다.
문서 파일 52개를 만든 후 본문을 입력하고, 또다시 본문공부를 52주치를 한꺼번에 단계적으로 하고, 그 다음 단계로 개요 작성을 52개를 하는 식입니다.
PPT 도 52개의 파일 이름 정리하고 52개를 한꺼번에 틀을 만든 후 내용들을 채워 나가는 식으로 합니다.
진료 끝나고 병원에 남아서 하기도 하고 경동대 도서관에 가서 거기의 컴퓨터로 하기도 합니다.
일주일에 2~3일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는데, 이렇게 해서 한 단 계를 하는데 한 달씩 걸리기도 합니다.
중간에 어느 과정에서는 단순반복적인 것도 있는데, 그런 것은 저희 병원 직원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단순한 문서 편집과 인터넷에 파일 첨부하는 것 등의 업무 말이죠.
덕분에 일손이 많이 덜어지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이 일은 제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기도 합니다.
처음 3년간은 한 해 설교 준비하는데 500시간 정도씩 걸렸고, 그다음 3년은 한 해에 250시간 정도씩 걸렸는데, 누가 이런 걸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설교하는 분이 아니면 교회력에 의한 성서일과 3년치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있을 수가 없기도 하죠.
교회에서 목회자 청빙 광고 나가면 100분 이상이 지원을 합니다.
그런데, 군인교회는 사역자가 부족해서 한 분이 두 세 교회를 담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저도 하다 보니 세 군데 군인교회를 섬기고 있네요...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은혜가 너무 커서 무보수로 제 돈 들여가며 기쁜 마음으로 합니다.
아무튼 큰 일 하나 끝냈으니 다시 병원 일에 충실하고 밀린 책들도 읽고 집안일에도 더 신경 쓰고 해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