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문화원
#직조동아리
2018. 9. 11
평소에 함께 하고 싶었던 직조동아리에서 연령제한으로 직조를 배우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담당자 선생님의 권유로 어르신 문화 예술 직조 동아리팀과 함께 부여 자온길 탐방을 함께 했다.
자온길을 걷노라니 80년대 학창시절에 교복입고 읍내길을 걷는 착각이 들 정도로 오랜 세월의 흔적이 거리와 건물들 사이사이 골목길에 켜켜이 쌓여 있어 아련한 추억에 잠기게 된다. 자온이란 말처럼 마음이 '스스로 따뜻해지'는 치유의 마을 길이다.
규암면은 수운교통의 요충지로 큰 마을을 이루며 백제의 수도 부여와 함께 최전성기를 누리던 곳이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규암마을의 역사와 명성을 80년대 흑백사진처럼 아련하게 골방에 켜켜이 쌓여있던 풍경이 자온길 프로젝트를 만나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우리 일행들에게 드러내며 추억여행을 선물한다.
정갈한 촌부의 모습으로 반갑게 맞아 주시는 이진향 작가가 일행을 책방 세:간으로 안내했다.
시간이 멈춰버린 규암마을 골목길에 세바람이 불고 있다. 골목골목마다 오래된 마을을 살리려 숨바꼭질 하듯이 찾아든 젊은 예술가들이 새록 새록 둥지를 튼 까닭이다.
자온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끄는 박경아 대표는 부여전통문화대학에서 미술공예를 전공한 뒤 서울 삼청동 , 인사동 파주 헤이리 등에서 13년째 작가들과 전통공예 살림살이를 선보이는 숍을 운영 하고 있다고 한다. 높은 임대료에 여기저기로 내몰리다 보니 다른작가들과 함께 작업에 집중하며 대중과의 교류 할수 있는 공간을 갖는게 자그마한 소망이었다고 한다.
그때 기억저편에 숨어있던 장소가 떠올랐다. 대학시절 민속조사를 위해 찾아갔던 규암마을이었다 한다.
한옥과 적산가옥 유서깊은 건축물들이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어 7~80년대 드라마 세트장처럼 박대표와 다른작가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꿈의 무대로 안성맞춤이었다고 한다.
해상길이 요충지였던 규암마을 전성기에 호텔로 쓰이던 건물이라고 한다
자온 프로젝트 작가들의 작업공간으로 사용하려고 매입한 건물이다.
자온길을 만드는 프로젝트는 또 다른 도전이자 꿈이었다. 막연한 바람으로 시작한 꿈이 현실이 되기까지 뜻이 통하는 투자자들을 만나 맘속에 품었던 꿈의 씨앗을 틔웠다. 도시재생 사업에서 항상 걸림돌이 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예방하기 위해 임대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매입해 사업을 추진 했다 한다.
약 2년에 걸쳐 세월의 풍파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16채의 근대식 건축물들을 매입하며 자온길에 켜켜이 쌓여 숨죽이고 있던 따뜻한 추억과 역사를 되살려 내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천연염색을 해서 만든 개량식 한복들
어렸을 적에 엄마가 사용하시던 가정용 재봉틀을 자온길에서 만났다. 집안에 보물 일 호로 깨끗한 광목천에 수를 놓아 소중하게 보관해 놓았었다. 명절날이 가까워 오면 재봉틀을 꺼내 헌옷을 금방 새옷으로 바꿔주시곤 했었다.
쇼룸에서는 세간과 함께하는 여러 작가들의 다양한 공예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대문으로 쓰이던 나무의 결과 옹이와 바람이 드나들던 틈새를 살려내려 닦고 칠하고 손질해 회의용 탁자로 변신중이다
옛 우체국을 리모델링해 커피숍으로 꾸며지고 있었다.
자온길을 찾는 여행객을 위한 민박집으로 단장한 백년한옥 마당에는 어릴 적 외갓집에서 보던 우물이 자리잡고 있다.
백년의 세월이 밝고 지나간 마루바닥은 나무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방명록을 새겨 놓은 것 처럼 사람냄새가 물씬 풍겼다.
벽장엔 손님 맞이 이불이 가지런히 개여 있다.
부억에서 안방으로 찬을 들이기 위해 만들어놓은 쪽문.
다락방의 서까래를 고스란히 살려 한껏 운치를 더했다.
벽면의 거친 느낌도 고스란히 살려 마치 유화 물감을 투박하게 덧칠해 놓은 느낌을 주고 있다.
퇴계 이황 선생의 마지막 유언 '매화나무에 물주거라' 라는 이름의 한식집으로 한참 리모델중이다.
옛날에 목욕을 하던 욕조라고 한다.
여성을 형상화한 구조물
버려진 자개장 문짝을 화장실 문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백년 된 매화나무에서 한식집의 요리 재료로 쓰일 매실열매를 매년 넉넉하게 내어준다 한다
사월에 문을 연 천연염색공방 '웃-집'은 '집위에 집을 얹는다'라는 의미로 자온길 프로젝트의 첫번째 결과물이라 한다. 리노베이션을 진행한 박현희 작가가 최대한 원형을 살려 간단하게 진행하려 했으나 막상 철거 작업에 들어가니 제멋대로 뻗은 벽체와 아슬아슬하게 지붕을 받치고 있는 구조재가 불안하면서도 애틋한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웃집 안쪽에는 두개의 방이 자리하고 있으며 계단 위 다락을 천이나 소품 자재를 넣어두는 보물창고로 사용한다고 한다.
요정이었던 수월옥과 옆의 주막은 박현희 디자이너의 손을 통해 소곡주 전문점과 찻집으로 변신 준비중이다.
자온 프로젝트는 가을까지 16채의 건물 재생프로젝트를 완료하고 3년간 추가 확장할 계획이라 한다. 스러져가던 마을과 소통하며 생기를 불어 넣고 온기를 채워 넣는 쉽지 않은 길을 걷는 이들이 있었기에 백제의 마지막 수도였던 부여의 불씨는 아직도 꺼지지 않고 찬란한 꽃을 피우려 기지개를 켜고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