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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글은 다문화가정(부-대한민국, 모-베트남) 형제에게 우연히 한글을 가르친 일지이다. (2018. 06.18 ~ 2018. 07. 17)
형(4학년)은 외부 강사가 난독증이라 한 학생이었다.
받침없는 단어 일부 읽고 자음 변별, 모음 변별이 확실히 안 되었고 받침도 외운 것 몇 개 정도(이름) 알고 있었다.
훈민정음 자음 순서 (ㄱ ㅋ, ㄴ ㄷ ㅌ , ㅁ ㅂ ㅍ , ㅅ ㅈ ㅊ, ㅇ ㅎ ,ㄹ), 모음 순서 (ㅡ ㅣ ㅗ ㅏ ㅜ ㅓ)부터 가르쳤다.
동생(3학년)은 받침 없는 글자는 거의 알고 받침도 절반 정도는 읽어 내었다.
쓰면서 한글을 깨쳐 알고 있는 글자는 읽을 줄도 알고 쓸 줄도 알았다.
훈민정음 자음 순서 (ㄱ ㅋ, ㄴ ㄷ ㅌ , ㅁ ㅂ ㅍ , ㅅ ㅈ ㅊ, ㅇ ㅎ ,ㄹ), 모음 순서 (ㅡ ㅣ ㅗ ㅏ ㅜ ㅓ)를 가르칠 필요가 없었다.
받침 읽는 법만 가르쳤다. (가 응, 가응, 강)
형을 5회 먼저 가르친 후 동생을 함께 가르쳤다.
둘다 다른 학년 학생이었으며 가르친 시간은 점심시간 (12:45~13:05) 20분 정도였다.
한글 모르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어 보호자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며 방과 후에는 지역아동센터에 가서 생활하였다.
둘 다 1학년 때부터 학교(기초학력향상반), 지역사회(다문화 센터, 시청 )에서 전문 한글 강사에게 한글 교육을 받았으며 우리 교실에 올 때에도 수업 받는 중이었다.
<맨 아래부터 읽기>
형 20일째 180717 화요일(점심시간) - 교과서 읽기
동생 15일째 180717 화요일(점심시간) - 교과서 읽기
아래 두 영상은 한글을 훈민정음 창제원리대로 가르쳐야 하는 이유를 한눈에 보여준다.
3학년 수학 시험지를 풀렸을 때 둘 다 2개 틀렸다. 동생은 3학년, 형은 4학년이다.
읽기 자료는 2학년 교과서 내용이다. 꼬마 선생님이 한 번 읽어주고 따라 읽고, 혼자 한번 연습해보고 읽은 것이다.
똑같은 시간을 투자하여 가르쳤는데 아는 글자 별로 없어 훈민정음 상형, 가획원리부터 가르친 형이 훨씬 한글을 잘 읽게 되었다.
무엇보다 형은 ㄱ ㄴ ㅁ ㅅ ㅇ 기본으로 가획 확실히 모르면 그 비슷하게 읽으며 글자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데 동생은 적어보지 않은 외우지 못한 모르는 글자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못하겠다며 포기하려 한다는 게다.
동생
형
형 동생
<한글 몰라도 되는 3학년 수학 학습지>
형 19일째 180716 월요일(점심시간) - 교과서 읽기, 따라쓰기
동생 14일째 180716 월요일(점심시간) - 교과서 읽기, 따라쓰기
다시 교과서로 돌아갔다. 토 일 책 읽기를 하지 않았는지 둘 다 실력 뒤로! 더듬거린다.
우리 반 애들도 쉬고 놀고 온 월요일은 껄렁하다.
여기가 집인지 학교인지 바다인지 계곡인지 풀어져 있다.
점심시간에 무슨 위원 무슨 회의가 있다하여 따라 쓰기 꼬마 선생님한테 맡기고 갔다 왔더니 글씨가 멋대로 기어간다.
폭염에 축축 늘어진 시든 이파리 형상이다.
이 학생들 이제 졸업시킨다고 담임 선생님께도 메시지 드리고 애들에게도 전달하셨다는데 밥 먹는 동안 부리나케 책 챙겨 올라가 버린다고 하셨다.
공부하겠다는 애 거절하지 못하고 계속 진도 나간다.
내가 연구한 것은 한글 깨치는 데 까지이다.
한글 깨친 후 한국어 교육은 머릿속으로도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았고 다른 반 애 데려다 가르친다는 건 능력 밖의 일이다.
일반적인 부진아 지도용 기존 국어 자료는 많아 어느 누구라고 가르치면 된다.
꾸꾸 http://www.basics.re.kr/eduClass/view.do?eduBoard=28&eduSeq=174&s=kucu&m=010206#downData - 자료제공
더듬거리는 2학년 학생 하나 봐 주기로 했는데 2학년 담임께는 자료만 보내 드렸다.
형 18일째 180713 금요일(점심시간) - 글쓰기
동생 13일째 180713 금요일(점심시간) - 글쓰기
자음 모음을 무조건 암기하며 한글을 익힌 동생과 (이미 받침 어느 정도까지 배워와 가획 원리 가르칠 필요가 없었음)
아는 글자 많지 않아 상형과 가획 원리로 처음부터 시작하며 한글을 깨친 형은 점점 차이가 난다.
접해보지 않은 낯선 단어 읽기나 글쓰기 할 때 확연히 표시가 난다.
과학적인 제자원리로 한글을 가르쳐야 하는 이유이다.
훈민정음 창제원리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훈민정음 해례본 정인지 서문의 문구 때문이었다.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게 된다'
아침나절까지는 꿈꾸지도 않았고 열흘이란 기간이 귀에 쏙 들어왔다.
중도입국 학생에게는 한글을 빨리 배우는 게 제일 중요한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열흘이라 적혀있으니 넉넉잡고 스무날 ~ 한 달이면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열흘이라는 기간에 끌려 연구하였는데 훈민정음 제자원리로 가르쳐보니 한글을 깨치는 과정에서 과학적인 사고를 하게 되며 학생이 추론 하게 된다.
글자 익히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학습능력을 익히게 되는 것이다.
암기로 한글을 깨친 동생은 새로운 내용의 책을 읽을 때 제대로 읽었나 본인도 미심쩍어 꼭 누군가 붙어서 맞게 읽었는 지 알려주어야 하는데
형은 겁 없이 원리 계산해가며 읽는다.
자기 주도학습도 가능한 게다.
형 17일째 180712 목요일(점심시간) - 동요 가사 읽기
동생 12일째 180712 목요일(점심시간) - 동요 가사 읽기
교과서 내용 어려워하여 다시 동요로 돌아왔다. 외국인들이 K팝을 통하여 한글을 배우는 이유를 알겠다.
화면으로 귀로 익숙한 노래를 글자로 읽으니 절로 글 읽다 노래 부르고 표정이 환해지고 웃음 만발해졌다.
음악이 세계 공통어이다.
동생이 우리 교실에 처음 왔을 때 표정이 굳어있고 경계하며 의심의 눈초리 가득하였는데 얼마나 재미있고 흥겨운 아이인지 모른다.
전에 1학년 할 때 한글 모르는 다문화 여학생이 있었다. 고개 푹 숙이고 표정도 없고 도대체 대답도 안 하고 말도 없던 애.
한글 깨치고 난 뒤 보니 참새처럼 쉼 없이 조잘대는 명랑한 여학생이었다.
학습 부진을 해소하면 정서 행동에도 변화가 온다.
입학하고 담임이 애들 파악하기도 전에 이미 애들은 누구 글 모르고 누가 싸움 잘하는지 파악 다 되어 있었다.
물론 좁은 동네 사니 이미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과정을 거치며 아이들 조합만 바뀌었을 뿐이다.
무시할 애는 무시하고 붙어야 할 애에게는 찰싹 붙는다. 놀라운 생존술이다. 본능적이다.
교육이란 그 본능을 거슬러 배려를 화합을 가르치는 것이라 생각한다.
쓰기 3~4회 쓰는 학습지 주었더니 지겨워해 1번만 따라 쓰는 학습지 준비하였다.
동생
형 16일째 180711 수요일(점심시간) - 교과서 읽기
동생 11일째 180711 수요일(점심시간) - 교과서 읽기
이제 우리 교실에서 졸업할 때가 서서히 다가와 교과서 글을 준비해 보았다. 글자 읽어내느라 애쓴다.
꼬마 선생님이 한 문장 끝까지 한번 읽어주고 따라 읽게 하였는데 힘들어하고 포기하려 한다.
문장도 길고 모르는 낱말이 많아 힘들 게다.
이 학생들에게는 2 ~3어절 정도 문장이 적당하다.
책을 많이 읽어야 어휘력도 늘고 주변 지식도 늘고 교과서 내용도 이해할 텐데 그건 담임 선생님, 본인 몫이다.
손에 들여주며 3번씩 읽고 오라고 숙제 내 주었다.
"이제 우리 교실 졸업할 때가 되었어요. 도서관 가서 책 많이 빌려 읽으면 다 알게 돼요."
형이 날 빤히 쳐다보았다.
동생 10일째 180710 화요일(점심시간) - 단어, 문장 읽기,글쓰기
형: ..토요일 일요일 같이 논다. 밥을 먹는다. 동생: .....우리는 1마리 키운다
두 꼬마 선생님이 한 아이씩 맡았다.
남 꼬마 선생님에게 오늘은 밥 먹기 전부터 부탁했더니 밖에 안 나갔다.
여 꼬마 선생님은 4학년을 맡았는데 노래 불러주며 잘 가르친다.
학교 오기 전엔 어린이집에도 다녔는데 의태어는 대부분이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하였다.
동요도 잘 몰랐다.
4학년, 3학년이 되도록 교과서에서도 언급이 되었을 텐데 일상용어가 아니니 새겨지지 않은 것 같다.
한국 엄마 같으면 어릴 때부터 동요 틀어주고 동화 읽어주고 하여 한 번쯤은 다 들어 본 말일 텐데 의태어를 설명해줘야 했다.
여 꼬마 선생님 나보다도 더 잘 설명해 준다.
"선생님, 동요 읽기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한글도 배우고 동요도 배우고 좋아요." 전문가스러운 의견도 내놓는다.
표정도 밝아졌고 어깨에 힘도 들어가고 뭔가 도움 되는 일을 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
남 꼬마 선생님 목소리 이제 좀 알겠다. 입 다물고 있어 입안에 거미줄 안 처져 있었나 모르겠다. 웃기도 한다.
처음에는 우물우물 설명하더니 여 꼬마 선생님이 재미있게 목소리 크게 설명하니 덩달아 설명하기 시작한다.
4분 정도 남은 시간에 글쓰기를 하여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 하였다.
종쳐서 교실 들어온 아이들 글씨 보고 눈이 동그래진다.
"우와~ 나보다도 더 잘 쓴다." 큰 애가 글씨를 잘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형 그림>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린다. 교실에서 그려와서 자랑스레 내게 보여준 그림이다.
재작년에 2학년 다른 학년 애 가르칠 때도 그 학생이 그림 그린 걸 가지고 와 나에게 자랑을 하였다.
'글자는 몰라도 그림은 잘 그립니다.' 자랑하고 싶은 게다.
형 14일째 180709 월요일(점심시간) - 단어, 문장 읽기
동생 9일째 180709 월요일(점심시간) - 단어, 문장 읽기
밥 먹고 부리나케 달아나는 보조 선생님을 잡지 못하고 새 보조 선생님을 임명하였다.
책상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 아예 엎드려 자는 '잠자는 교실 공주 ' ** 이다.
동생 공부를 얼마나 잘 봐 주는지 모른다.
본문 시범으로 읽어주고 따라 읽게 하고 혼자 읽을 때 발음 잡아주는 역할이다.
전에 쓴 글에서 떠난 아빠, 죽은 강아지는 사랑한다면서 제일 가까이 있는 동고동락하는 형에 대한 말이 없어
<나는 형 말을 잘들어요>문장 만들었더니 형 안 좋아하고 형 말 듣기 싫다고 한다.
솔직해서 좋긴 하다만 형 마음 아프게한 벌로 몇 번이나 읽었다.
형 만한 아우 없다더니 한 학년 많은 4학년짜리 형은 의젓하고 포용력이 있고 보호자 역할을 한다.
문장은 애들에게 좋아하는 걸 물어 만들었더니 줄줄줄 읽는다.
단어는 앞쪽은 대한민국과 베트남 간단 소개. 애들 엄마는 베트남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해 주셨는지 하노이, 다낭도 처음 들어본다 하였다.
다음으로 애들에게 어려운 감이 있지만 학교생활 하려면 알아야 하는 필수 단어들을 적어 보았다.
엄마가 한글 모르신다니 앞으로도 큰 애가 알아서 해야 할 것 같다. 하나하나 설명하니 다 알아들었다.
일상적인 말이 아니라 한자어가 되어 읽기도 어눌하고 단어 보고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전 학교에서 1학년 할 때다.
주민등록등본을 받아야 나이스 기록을 하고 스쿨뱅킹 통장 번호를 알아야 우윳값 체험학습비를 거둘 수 있는데 유치원 선생님에게 물은 전화번호로 겨우 통화가 된 엄마는 담임이 하는 말 무슨 말인지 몰랐다.
시집온 지 8년이건만 통화도 옆 사람을 바꾸어 주었다.
한국말을 못알아 듣는 게다. 같은 나라 다문화끼리 어울리고 일하는 곳도 같았다.
한국말 배울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았다.
결혼이주민 다문화가정의 엄마가 한국어 한글 모를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의 몫이 된다.
알림장, 교과서 내용, 숙제 봐 주지를 못한다. 아빠가 봐주는, 봐줄수 있는 집은 극히 일부이다.
쓰기도 해야 하는데 두 장 두 번 읽기 전에 종을 쳤다. 둘이 진도를 같이 나가고 보조 교사 있으니 훨씬 수월해졌다.
얘들 오고 처음으로 점심시간에 양치질하러 갔다왔다.
형 13일째 180706 금요일(점심시간) - 단어, 문장 읽기
동생 8일째 180706 금요일(점심시간) - 단어, 문장 읽기
오늘부터는 보조 선생님을 임명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옆에 붙어 제대로 읽나 보고 잘못 읽는 것 고쳐 주라고 하였다.
보조 선생님은 아침까지 늦잠 자느라 수업 빼먹고, 공부 시간에는 먼 산 보고 테스트 해보면 최하 점수 나오고 문장제는 손도 못되는,
말도 없고, 의욕도 없는 착하기 그지 없는, 순하디 순한 00 이다. 중간에 도망 가기도 했는데 임무 수행을 잘하였다.
칭찬해주고 싶어도 칭찬해줄 게 없었는데 폭풍 칭찬을 해주고 스티커도 주었다. 형제를 통하여 이 애가 변화되었으면 좋겠다.
형제는 잘 읽는다. 단어는 태양 빼고 다 알고 문장도 읽어 주면 뜻 다 알고 있었다.
급식미실시는 뜻을 몰라 종업식, 개학식에는 학교에서 밥 안주는데 급식 안주는 걸 급식미실시 라고 한다 했다.
학습지 파일을 보니 <10일 한글 읽기> 다 뗀 기념으로 준 상장을 맨 앞에 두고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있었다.
단어와 간단 문장도 주먹구구식으로 후다닥 만들 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꾸자꾸 할 일이 생겨나고 일을 만들고 있다. 여기까지만 여기까지만 하건만 여기는 엿가락 늘어지듯 늘어나기만 한다.
형 12일째 180705 목요일(점심시간) - 글읽기
동생 7일째 180705 목요일(점심시간) - 글읽기
동화책 마음에 안들어 직접 읽기 자료 제작해보았다.
앞장 흔히 쓰는 단어는 읽고 알겠는데 뒷장은 1문장(형), 4문장(동생) 무슨 말인지 알겠다고 했다.
앞장 단어는 당장 생활에 필요한 단어, 뒷장은 교과서 지문 그대로 옮겼다.
숙제로 어린이 잡지 보고 오라며 우리 교실에 있던 책 챙겨주었더니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라 했다.
예상대로였다. 두 학생은 학습부진아가 아니었다. 단지 한글을 모를 뿐이다.
보조교사 활용하였다.
점심시간에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둘 지목하여 봐 줄 것 알려 주고 나갔더니 우르르 주위에 몰려 임무수행 잘 하고 있었다.
점수채점도 맡겼더니 좋아라 하며 도와준다.
점심시간 밥 먹고는 100% 다 나가 놀다 왔는데 이 아이들 오고는 교실 남아 지켜 보는 이 몇 생겼다.
아는 척도 해주고 잘한 것 보여주면 박수도 쳐주고 한다.
형 11일째 180704 수요일(점심시간) - 동화책 읽기, 글쓰기
동생 6일째 180704 수요일(점심시간) - 동화책 읽기, 글쓰기
어제는 이렇게 읽었는데 발전을 했다. 글자 음가 알고 몇 번 반복해 읽으면 금방 씩씩하게 줄줄 읽어낸다.
[파일:3]
동생 쓰기이다.
(코코는 키웠던 개 이름이다.)
통역: 내 꿈은 건축가가 되고싶다.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동생은 우리 교실에 왔을 때 받침 없는 글자를 읽었고 받침 있는 글자도 어느 정도 읽었다.
책 많이 읽히고 숙달만 시키면 되겠다 생각했다.
동생은 받침없는 글자를 많이 알고있어 가획원리를 가르치지 않았다. 받침 읽을 때 [가응] [강] 이 정도 가르쳤다.
글을 읽을 때 자꾸 손가락으로 꼬물거리며 읽는 버릇이 있다.
글을 쓰면서 글자를 외우며 한글 공부한 것 같다.
칸 공책 주고 쓰면서 외우라 하면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제일 편하다.
글 따라 쓰느라 조용하고 그 시간 다른 애 볼 수도 있고 해당 단어 정확히 알고 학습 결과물도 잘 나온다.
이곳은 복지가 잘되어 있고 도시 외곽도 아니고 다문화도 그렇게 많지 않아 이 두 학생은 이미 수많은 교육기회를 제공 받았다.
학교에서는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1주일에 2회씩 1회 2시간씩 수업 받아 왔고 학교 끝나고는
지역 아동센터에서 저녁밥까지 먹고 저녁 8시 경에 집에 간다.
지역아동센터에서도 한글 수업 받는다고 하였다.
학교에서도 담임이 끼고 가르친 애들이었다.
외부강사는 형을 난독증으로 진단하였다. 동생은 또 어디 한군데서 수업 더 받는다고 하였다.
그렇게 4학년이 되고 3학년이 되었다. 가나다~ 아가~ 앞부분만 마르고 닳도록 공부하였다.
써보지 못한 글자는 손을 못대었다. 배우지 않은 글자는 읽어내지 못하였다.
상형과 가획원리로 읽기를 가르쳐야 안배운 글자 읽기,쓰기가 가능한 게다.
배운 글자 쓸 줄 알고 안배운 글자 못 쓰면 한자와 다를 게 뭐가 있는가.
원리는 안가르치고 서당 천자문 공부하듯이 따라 읽고 따라 쓰고..
그 많은 글자를 언제 다 외우고 쓴단 말인가.
이러나 저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면 물론 알게 되겠지만
학교 수업진도는 점점 나가는데 한글에서 막히니 부진아로 머물고 애들에게 놀림 당하고 부적응자가 되는 것이다.
위 글은 <10일 한글 읽기> 책을 뒤져가며 쓴 글이다. 교재를 사전 삼아 글자를 찾는다. 배운 건 찾아서 금방 따라 적었다.
동생은 가르쳐보니 영리하였다.
형 읽기이다.
새로운 동화책이다.
형 쓰기이다.
통역: 치킨, 국, 카레라이스,밥, 무 먹었다, 맛있었다. 피자, 콜라 좋아한다. 양파, 마늘, 파, 싫어한다.
형은 받침없는 글읽기도 잘 안되어 상형원리, 가획원리부터 차근차근 가르쳤다.
모르는 글자가 나올 때 ㅁ ㅂ ㅍ 하면 그걸 생각하며 자음을 써 나갔다.
'콜' 글자 어떻게 써야할 지 모르나 '그오'라고 하면 고를 적고 [고 코 ] 하면 줄 하나 긋고 [코을] 하면 ㄹ 받침을 적으며 '콜'을 썼다.
형은 책 보지 않고 가획원리 설명 들으며 혼자 쓴 글이다.
글을 좀 읽을 줄 알게되니 군기가 빠져 둘 다 숙제를 안해온다. 숙제 봐 줄 사람도 없으니 형제의 내적 힘에만 의지한다.
참 엄마가 글을 모른다고 하셨지. 어제 가져간 최초로 써낸 사랑의 편지는 읽을 줄 모르니 소용이 없었겠구나 싶었는데 읽어 드렸단다.
형은 센스도 있어요.
쓰기 숙제를 둘다 안해와 (읽기는 숙제 했다고 하는데 확인 방법이 없다) 글쓰기 시킨 후
"왜 글 따라 적기 열심히 해야 하는 지 알겠지요." 라고 했더니 둘 다 "네." 대답은 잘한다.
새 동화책 1권씩 읽기, 쓰기 숙제 내 주었다.
180704 수요일 아침
도서실 가서 책을 빌렸다. 그림 동화책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고 쉬운 책은 더더욱 고르기 힘들다.
4권 빌렸다. 한국 동화작가 책 고르는데 안보인다. 온통 외국 동화 번역이다.
10일째 180703 화요일 (점심시간)
5일째 180703 화요일 (점심시간)
형 - 글쓰기 시작
< 한글 깨치고 최초로 쓴 글-형>
통역: 사죽삭 - 사육사
(사랑해요) 교재에 나와 읽고 쓴 단어
(내 꿈) (고마워요)같은 단어는 언급하지 않았는데도 잘 적는다.
놀랍다. 이 땅에서 살아온 미해득자는 한글 깨치면 바로 내 생각을 표현해 낸다. 물론 맞춤법 등은 아직 멀었지만 말이다.
<어리석은 백성이 니르고자 할 바 있어도 제 뜻을 실어펴지 못함을 어여삐 여겨~>
세종대왕님, 저는 수백년 후 대왕님 뜻이 실현되고 있는 그 생생한 현장에 있습니다.
"어머니께 갖다 드리세요." 손에 들려 보냈다.
새로운 동화책 읽기 숙제 내 주었다.
쓰기는 1학년 1학기 바른글씨 10~20 쪽 거의 안해와서 마저 다 해 오게 하였다.
숙제 많다고 툴툴거렸다.
'아니 때가 어느 때인데 숙제 많다고 해. 4학년 진도 따라 잡으려면 밤잠도 줄여야 하겠고만' 머릿속에서만 말하였다.
동생 - 동화책 읽기 시작
쓰기 시작
형이 읽었던 동화책 읽기 시작하였다. 형과 마찬가지로 글자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읽어내는데 집중한다.
내용 놓칠 것 같아 한번 읽어 주고 따라 읽게 하고 다시 혼자 읽게 하였다.
읽은 후에는 무슨 내용인 지 물었더니 다 이해하고 있었다.
머리가 아프다는 애 처방을 해줘야겠지. 읽기 책 다 뗀 기념이라며 쵸코파이 선물로 주었더니 입이 찢어졌다.
우리반 6월에 온라인 영어 동화책 읽기, 도서실 도서 대출권수 모두 1등을 하여 선물로 쵸코파이 사가 자축연을 벌였는데
더 많이 준비하여 형제 몫을 남겨 놓았다.
보상은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버릇이 되면 "이거 하면 뭐해 줄거예요?" "보상이 뭐예요?" 제보다 젯밥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스스로 알아가는 기쁨을 체험해야 학습이 일어난다. 보상은 활력소로 그치고 약처럼 써야 한다.
9일째 180702 월요일 (점심시간)
4일째 180702 월요일 (점심시간) - 받침있는 단어 읽기
50분이 되어도 안와서 형에게 왜 늦을까 햇더니 아침에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한다.
우리반 회장에게 반 가서 데리고 오라했더니 오고 있더라며 데리고 와 자리에 앉았다.
와서는 큰 소리로 쉬지 않고 읽는데 말이다.
동생 <10일 한글 읽기> 책을 다 떼어 상장을 주었다.
형은 그림 동화책 1권을 다 읽었다.
혼자 읽게 하면 글씨 읽어내는데 집중하다 내용을 이해 못할 것 같아 한번 읽어주고 따라 읽게 한 뒤 혼자 읽게 하였다.
읽고난 후 무슨 내용인 지 물었더니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
180629 금요일 아침
<따라쓰기 자료>
[파일:4]
[파일:5]
[파일:6]
아침에 출근하면서 도서관 들러 읽을 책 3권을 빌렸다.
매번 생각하는 것이지만 한글 깨친 후 읽을 마땅한 책이 없다. 문장 길고, 받침 많이 나오고, 어려운 낱말 나오고..
그나마 글씨도 좀 크고 줄 수 적고 내용 쉬운 책 후다닥 골랐다.
8일째 180629 금요일 (점심시간)
3일째 180629 금요일(점심시간) - 받침있는 단어 읽기
형 동화책 읽기이다.
[파일:7]
- 이렇게 읽던 아이가 7회 수업 만에~
형은 가획원리를 확실히 했다.
형은 숙제를 잘 해 주니 진도가 빠르다.
1학년 1학기 프린트물 1~10쪽 까지 쓰기, 동화책 앞 3장 3번씩 읽기 숙제 내 주었다.(인디스쿨에서 구한 자료임)
동생은 숙제 잘 안해온다.
그래도 숙제 내 주었다.
61~86쪽 3번 읽기
오늘은 형에 집중하였다. 하고자는 의욕이 있는 학생에게 교사의 손길이 갈 수 밖에 없다.
형 담임 선생님은 수업 종 칠 때 쯤 우리 교실 오셔서 뭐 도와줄 일 없냐며 만면 웃음 가득이시다.
어제 상장 받아 너무 너무 좋아 하더랜다.
애도 좋아하고 담임도 좋아하시니 나도 곱으로 즐겁다.
7일째 180628 목요일(점심시간) - 쓰기
2일째 180627 목요일(점심시간) - 받침없는 단어 읽기
동생은 읽기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어제 배운 내용을 복습 하였다.
형은 쓰기 숙제를 해왔다.
둘 다 수업 끝나고 성당에서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에 간다고 하였다.
ㅇ 을 쓰는데 시계 도는 방향으로 동그라미를 그린다.
이전에 연필을 처음 쥐어 본 특수아도 동그라미를 시계 도는 방향으로 그렸다.
ㅂ ㅌ 쓰는 순서가 자꾸 틀린다. 1학년 가르칠 때도 ㅂ ㅌ순서 틀리게 썼다.
자연 상태의 애들이 틀리는 그 획순은 자연스럽지 않고 인위적이라는 뜻 아닐까.
형에게 <10일 한글 읽기>책을 다 읽은 기념으로 상장을 만들어 주었다.
준비 종 쳐서 일찍 교실에 들어온 우리반 애들이 환호성 지르며 박수 치며 축하해 주었다.
[파일:8]
집에 와서 내일 따라 쓰기할 자료 찾아 챙겨 놓았다.
ㅂ ㅌ 쓰는 순서, 교과서 문장 따라쓰기이다.
6일째 180627 수요일(점심시간) - 쓰기
1일째 180627 수요일(점심시간) - 받침없는 단어 읽기
동생이 합류하였다. 3학년 남학생이었다.
형보다도 더 많이 알고 있었다.
받침도 많이 알고 있고 읽기도 어눌하지 않다.
받침없는 글자부터 시작하였다. 동생은 된소리가 거의 안되었다. 이제까지 쓰면서 글자공부를 해서인 지 긴가민가 할 때
손가락으로 쓰는 연습하며 기억해 내려고 했다.
형은 쓰기 들어갔다. 대한민국 땅에서 자라나 한국어를 알아듣고 말할 줄 아는 학습부진학생 경우는 공부시간 책상 위에 펼친 교과서 글자를 읽어 내는 게 제일 급하다. 더듬더듬 읽는 학생에게 뭔 내용인 지 물으면 답을 한다. 글자 모르는 학생 옆에서 문제 읽어주면 답 찾아내기도 한다. 읽기부터 깨쳐 글자를 읽어내는 기쁨을 맛보게 한 뒤 쓰는 법 가르친다.
한글은 읽기 쓰기를 함께 지도하는 게 바람직하나 시간이 급하다.
한글도 한국어도 처음 접하는 중도입국학생은 읽기와 쓰기를 함께 또박또박 진도를 나가며 글자의 뜻은 그림으로 보여주며 가르친다.
"선생님, 저 상장 주셔야죠." 형이 말하였다.
책 뒤에 있는 수료증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어, 읽기 책 동생이 공부해야 하는데.
짬 내어 진짜 상장 용지에 수료증 하나 프린트 해야겠구먼.'
"형님이 동생 가르쳐 주세요."
형은 동생이 오고 기가 살고 얼굴 표정이 달라졌다.
물론 동생은 처음 왔음에도 불구하고 형이 있으니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한다. 형제는 용감하다.
앞자리에 책상 두 개 빼내어 나란히 두고 가운데에 내 의자 두고 오른쪽 보다 왼쪽 보다 바빠졌다.
둘 다 숙제 많이 내 주었다.
5교시 수업 끝나고 둘이 가방 메고 우리 교실 문 앞 기웃거리더니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하며 말하고 집으로 갔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5일째 180626 화요일(점심시간) - 간단한 문장. 책 진도 다 나감
오늘도 40분에 올라왔다.
우리반 4교시에 바느질 하느라 늦게 밥먹어 애들 다 앉아 있었다. 읽다가 시선이 느껴지는 지 힐끔 쳐다본다.
A4파일로 가려 애들 시선 차단시켜 주었다.
못읽는 글자는 <튤>립, 공<예>였다.
ㄱ 받침, ㄷ 받침이 단번에 되지 않고 다른 글자는 다 읽었다.
숙제검사에는 93줄이 그어져 있었다. 3번씩 읽었으니 31쪽을 읽은 게다.
집에서 봐줄 사람이 없을텐데. 누가 봐주었냐고 물었더니 혼자 읽었다고 하였다.
4일째180625 월요일 (점심시간) - 받침, 복잡한 모음
전담시간인 4교시에 6학년 교실로 보결 들어갔는데 국어 시간이었고 진도는 훈민정음과 간송 전형필이었다.
남의 학년, 남의 반 애 데리고 1시간 동안 열강을 하였다.
처음에는 건들건들 농담 따먹으려 하더니 이야기에 빠져들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딴짓 하나 안하고 듣는다.
밥값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좀 놀아가며 여유 부리며 살고 싶은데 한글은 거부할 수 없는 내 삶의 일부가 되어 버렸나 보다.
내 가는 곳에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ㅎ
점심시간, 학생은 40분에 올라왔다.
난 아직 밥도 다 먹지 못했는데 말이다.
받침, 받침 있는 단어, 복잡한 모음 까지 나갔다.
<10일 한글 읽기>교재에 일반책 보다 쉬운 글자가 나오긴 하지만 거의 다 읽는다.
받침공부 이틀째, 원리 깨치고 읽어낸다.
<리>가 자꾸 틀리고 <ㅓ>모음 잘 안되었다.
복잡한 모음까지 넘어갔는데 이중모음은 더 잘 되었다.
오후에는 한글교육에 관심있는 선생님 몇 모시고
준비해간 커피의 눈물이라 불리우는 더치 커피 마시며 잠시 향기로운 시간을 가졌다.
180622 금요일
체험학습 가고 연수 가고 수업 못하였다.
3일째 180621 목요일 - 67쪽 까지 읽기 (아침자습, 점심시간) 받침 - 숙제 67쪽 까지 3회 읽기
아침에 혼자서 우리 교실에 올라왔다.
<10일 한글 읽기> 책을 들고 씩씩하게.
우리 반 애들이 하나둘 교실에 들어오건만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9시까지 받침 없는 글자 읽고 받침 읽는 원리 가르쳤다.
받침 없는 글자 더듬더듬 ㄷ ㅈ ㅊ ㅍ 자음 틀리고
더듬거리는 글자는 외운 글자를 기억하려 하니 다른 글자로 읽더니
자음 모음 떼어 읽다 붙여 읽는 원리 깨치고
3번씩 읽어오기 숙제를 잘해서인 지 오늘은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더듬거리는 현상도 줄어들었다.
하고 싶어 하는 의지가 있는 아이라 진도가 더 빠른 것 같다.
우리 반 애들은 배려심이 있다.
교사 자리 옆에 앉은 덩치 큰 애가 한글 공부하는 걸 알면서 평소에는 그리도 말 많고 간섭 좋아하건만 누구냐, 뭐하냐 묻지 않는다.
눈치 주고받을 뿐이다.
밥 후딱 먹고 애 기다리는데 약속한 12시 45분에 안 올라와 애 내려보냈다. 좀 있다 올라오더니
"선생님, 늦어 죄송합니다." 인사를 꾸벅한다.
성격도 좋아요. 예의범절도 있어요.
죽죽 읽어 나갔다.
한글을 아예 모를 때는 계단 오르듯 하나하나 가르치는데 이렇게 글자를 좀 알고 있는 학생은 무조건 많이 자주 접하게 한다.
모르는 글자 기어이 가르친다기 보다 모르는 건 한 번만 짚어주고 죽죽 읽어 나간다.
기어이 가르쳐 오늘 알아도 내일 물어보면 또 모른다.
반복과 지속이 되어야 한다.
오카리나 선생님도 우리 수업하실 때 그렇게 하신다.
한 곡 반복 연습이 아니라 계속 다른 곡 죽죽 불러보기로 연습시키신다.
일단 변화가 있어 지겹지 않고 잘 못해도 즐겁고 재미있다. 다음 곡은 뭘까 기대도 된다.
이 아이가 그런 것 같다.
다음 장에 뭐가 나오는지 뒷장을 힐끔 보기도 한다.
아침에 이어 받침 읽는 원리를 가르쳤다.
진도 중
<오 은 오은 오은 온 온> 읽었는데 갑자기
온온사, 온온사 라고 하였다.
온온사는 학교 울타리 길 하나 건너에 있는 경기도 유적지이다.
우리 학교 애 아니면 어느 누가 <온> 글자를 배우며 온온사를 떠올릴 수 있겠는가.
글자 예를 들때에는 반드시 주변의 익숙한 것을 활용 할 것. 확인하였다.
준비 종이 치고 우리 반 애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불편할까 봐 이제 그만하고 교실 갈까라고 했더니 아니란다 더 읽고 가겠단다.
이렇게도 적극적인 애가 왜 한글을 깨치지 못했을까.
가르쳐보니 금방 알아듣는 아이인데 말이다.
글 몰라 불편하고 배워야겠다는 의지는 강한데 제대로 된 방법을 못 만나 한글이 안 배워졌고,
내 교실에 글 모르는 제자가 앉아 있는데 측은지심을 가지지 않는 교사가 세상에 어디에 있는가.
행사, 공문서, 잡무, 생활지도, 계획서 보고서...... 어느 학교 할 것 없이 도대체 수업준비할 시간 없이 매일매일 정신없이 돌아가는 학교 현장.
마음은 있지만 이 한 아이에게 매달릴 수 없고 가르치는 방법, 마땅한 자료가 없었을 뿐이다.
5교시 수업 끝났는데 책 들고 교실 문 앞을 기웃거린다.
"저 수업 끝났는데요."
"선생님 6교시라 아직 수업 안 끝났어요. 내일 체험학습 갔다 와서 오세요."
"네."하고 간다.
교실에서 얼마나 답답했을까?
점심시간 1번 약속했는데 3번을 올라와 2번 공부 했다.
다문화 부진 학생은 일반 기초학력 부진학생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
기회, 주변 환경이 충족되지 않아서 그렇지 가르쳐보면 영리한 아이가 종종 있다.
180620 수요일
종일 정보과학도서관에 현장체험학습 다녀왔더니 점심시간에 왔다 갔는 지 책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한 쪽 읽을 때마다 빗금 하나씩 치라고 했는데 빗금이 78개다. 세상에.
3번씩 읽으라고 했으니 27쪽을 읽은 게다.
숙제한 걸 자랑하고 싶었는데 내가 없으니 책을 책상 위에 두고 갔나 보다.
2일째 180619 화요일 - 47쪽 까지 읽기 (점심시간) 받침없는 단어 - 숙제 47쪽 까지 3회 읽기
12시 45분이 되어도 애가 안 올라온다.
내려가 보았더니 오늘 5학년 체험학습 간 줄 알고 안 왔다는 게다.
50분부터 5분까지 15분 공부하였다.
내가 하는 일은 책 순서대로 읽히고 못읽는 글자, 잘못 읽는 글자 잡아주고 옆에서 추임새 열심히 넣는 것이다.
오우, 으응 ,
정말 잘하는구나, 어머나! 이 글자는 어려운 건데, 이리도 열심인 학생은 처음이야, 넌 금방 깨치겠다~~~
된소리 다 읽지 못하고 종쳐서 중간에서 끊었다.
마찬가지로 숙제로 3번 읽기다.
말도 어눌하지 않고 눈치도 빠르고 단지 글을 못 읽을 뿐이다.
성격도 활달하고 긍정적이다.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놀고 들어온 우리 반 애들 쳐다본다.
이런 것도 다 이겨내야지.
내일은 종일 체험학습 가니 아침에 좀 보자고 했다.
아침 일찍이요?
라고 하였다.
집에 갈 때쯤 생각해보니 내일 아침 스포츠클럽으로 아침 8시 30분부터 운동장에 있다 바로 버스 탈 건데 말 잘못했구나 싶었다.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후딱후딱 하고 살자니 실수 투성이다.
1일째 180618 월요일 - 45쪽 까지 읽기 (점심시간) 가획원리 - 숙제 45쪽 까지 3회 읽기 (교재-10일 한글 읽기)
전근 온 학교
선생님들께 <10일 한글 놀이마당>을 나누어 드려야겠다고 생각하여 친목회 간사님을 통하여
25일 잠깐 우리 반 교실에 모셔 한글지도에 관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애써 책을 만들었으니 그다음은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것.
혹시나 이쪽으로 관심을 가지는 후배라도 만나지 않을까 1차, 2차 책 발간 후 뿌리며 기대했지만 책만 챙길 뿐 없었다.
별 기대 하지 않고 나누어드리자는 마음으로 메신저가 뿌려졌다.
바로 메신저 하나 날아왔다.
우리 반 다문화 아이 하나가 글을 못 읽는데 메신저 보고 너무 반가웠다. 어떤 책인지 궁금하다는 내용이었다.
의외였다.
미해득학생을 반에 데리고 있어도 공개를 꺼리거나, 내가 가르치는 방식을 고수하는 게 보통이거늘 나보다 연륜도 많으신 분의 답은 의외였다.
제 교실로 오세요. 퇴근 시간을 넘기고 6시가 넘고 7시가 되도록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인 4학년, 동생인 3학년, 엄마까지 한글 모른다는 게다.
일단 4학년부터 가르쳐보기로 하였다.
월요일부터 점심시간에 우리 교실로 학생을 보내기로 하였다.
그 월요일이 오늘이다.
점심을 일찍 먹고 기다리는데 약속 시간에 올라오지 않아 4학년 교실로 내려가 보았다.
아직 밥 먹고 있는데 밖에서 기다린다는 담임 선생님 말 듣고 수저 움직임이 빨라지는 걸 보니 배우고 싶어 하는 열망이 있는 학생이다.
남학생이었다.
다른 반 미해득 학생을 우리 교실에 데리고 와 가르쳤을 때 모두 적극적이었다.
빠지지 않고 약속 시각을 잘 지켰다.
부진아, 한글 미해득 교육은 다른 학년, 다른 반 선생님이 가르치는 게 더 효과적인 것 같다.
담임은 편해서 긴장도가 떨어지고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으니 새 마음도 안 가져지고 말이다.
모르는 선생님이니 바짝 긴장하고 기대도 하고 새 각오도 하는 것 같다.
진단을 해보니 받침은 안되고 받침 없는 글자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며 모음을 아직 다 알지 못하고 자음도 완전한 변별이 안 되었다.
<10일 한글 읽기> 교재로 가획 원리, 받침 없는 단어까지 1번 읽었다. 오늘 배운데 까지 3번 읽어오라고 숙제를 내 주었다.
첫댓글 4학년 아이 3개월 지도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수업이 중단되었습니다. 연필도 이상하게 잡고 글자는 춤을 추고...읽기는 하는데 쓰기가 안되더군요. 음소단위 소리값부터 찬찬히 지도했는데 어제 수업끝내면서 다시 테스트해보니 도로 아미타불...ㅠ.ㅠ
체계적인 교수법으로 모방과 반복이 답이더군요. 글씨, 글쓰기는 글자 모양, 동화책 따라쓰기를 많이 시키고 읽기도 시범으로 읽어주다 거들다 혼자 읽게하는 순서가 반복되어야 했습니다. 교사가 포기하지 말고 교사도 어제 가르친 건 생각하지 말고 매일 새로 시작해야 해요. ㅏ 와 ㅓ 변별에 두 달 걸린 적도 있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