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 - 거해스님 편역본]
편역자의 말
[법구경 - 거해스님 편역본]
1
법구경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많은 경전 가운데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 중의 하나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부처님께서 마하빠리닙바나(入滅;입멸)에 드신 직후
마하까싸빠(마하가섭)와
아난다(아난) 마하테라(장로 빅쿠)를 중심으로
당시 생존해 있었던 5백 명의 아라한들에 의해
결집(結集) 합송(合誦)되어 후대에 전해 졌는데,
그것이
남전(南傳)에서는 니까야 또는 아가마,
북전(北傳)에서는
아함(阿含)이라는 경전군(經典群)으로
기록되어 남겨져 있다.
법구경은 그중 남전에서는
니까야 5부(部) 가운데 쿳다까 니까야에,
북전에서는
아함부(阿含部)에 속하는 경전의 하나이다.
특히 법구경은
자따까(本生經;본생경)
우다나(自說經;자설경)
숫따-니빠따(經集;경집) 등의 경전과 더불어
5부 니까야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경전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런만큼 이 경에는
부처님 당시의
승단의 분위기와 진실성이 생생하게 살아있고,
또 가르치고 있는 바 내용에 있어서도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신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아 낼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2
법구경은
그 동안 국내에서도 그 귀중성이 인정되어서,
한역(漢譯)법구경
한역의 우리말 번역 법구경
일역(日譯)을 통한 중역 법구경
영역(英譯)을 통한 중역 법구경 등
많은 법구경이 소개되어 왔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직접 쓰셨던 언어로 알려져 있는
빠알리어로 부터의 직접 번역은
이번 편역자의 역본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부처님의 생생한 육성과,
후대의 학자나 논자(論者)들의 가감 왜곡이 없는
직접적이고 확실한 불교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빠알리어 본 불경 텍스트의 귀중성과 가치는
더 이상 논의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이는 불교를 다루는
세계의 모든 승려와 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따라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빠알리어 텍스트에서부터
출발하여 이해할 때에만
개인의 관념이나 선입견 등의 숲을 헤쳐 나올 수 있고,
그럼으로써
불교 이해에 착오가 적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때
빠알리어 불경으로부터의 우리말 번역이
아직까지 출발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음은
실로 애석한 일이라 하겠고,
그런 가운데 늦게나마
방대한 빠알리어 경전 군(群) 가운데
우선 법구경이 번역되어
우리나라에 선보이게 된 것은 큰 다행이라 여겨진다.
이는 인류의 가장 고상하고 드높은 이상(理想)인
깨달음의 크나큰 물줄기를 열어 나가는
첫번째 물방울이요,
작지만 매우 깨끗한 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3
법구경의 빠알리어 경명(經名)은'담마빠다'이다.
'담마빠다'는
두 단어를 합친 말로서,
'담마'는 진리, '빠다'는 길을 뜻한다.
이 경은 본래부터 지금의 체제로 되어 있었으며,
그 배경 이야기는,
후대에 편찬된 것으로 여겨지며,
서기 5세기경에
인도의 훌륭한 불교 학자였던 '붇다고사'가
주석을 붙임으로써 더욱 유명해졌다.
붇다고사는
남방불교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장 잘 선양(宣揚)한
논사(論師) 가운데 한 분으로 인정하는
승려이며 대학자인데, 많은 주석서를 남겼고,
그중에서도
법구경의 주석과
청정도론(淸淨道論)
자따까 주석 등이 유명하다.
편역자 또한
붇다고사의 권위를 인정하는
전통적인 견해를 받아들여
편역에 있어서
붇다고사의 주석을 주본(主本)으로 삼고,
여기에
미얀마(옛 버마)의 도우
미야 틴(Daw Mya Tin) 번역서와
타일랜드의 번역본
빠알리어 원전의 타일랜드 표기본
빠알리어 원전의 로만(Roman) 표기본
스리랑카의 나라다(Narada) 테라의 번역본
말레이시아의
담마난다(Dhammananda) 테라의 번역본
오스트레일리아의
칸터팔로(Khantipalo) 빅쿠의 번역본
영국의
빠알리 경전회(Pali Text Society) 번역본 등을
참조하여 번역하였고,
이것들을 다시 적절히 배합하였다.
한편, 이 책에서도 보듯이
각각의 게송에는
그 게송의 배경을 이루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는 모두 경전에 보이는 이야기들이다.
이 이야기의 출처들은
장아함, 중아함, 잡아함 등을 비롯하여,
율장, 자따까, 우다나 등이다.
본래 법구경 자체는 이야기가 없이
다만 423편의 게송만으로 구성되어 읽혀 온 것이지만,
게송을 읽을 때에는
그 이야기의 배경을 모르고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에는
하나하나마다
부처님의 위대하심과 자상하심,
자비와 지혜를 두루 갖추신
위없는 스승으로서의 면모가 잘 나타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동안의 법구경들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그 배경 이야기들을 자세하게,
단 한 편도 빼놓지 않고 다 편역했다.
4
편역자는
남방에서 약 30년 간 수행하면서,
이 배경 이야기에서 많은 지혜와 고무를 받았었다.
지금 나에게 다소나마
맑고, 착하고, 본받을 만한 어떤 면이 있다면,
이는 모두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부처님의 거룩하신 깨달음의 공덕을 흠모하고,
이를 통해서 부처님의 바른 뜻을 이해하여
그것을 실천해 온 결과라 해도 좋을 것이다.
나의 이런 마음이
이 법구경 이야기의 가치를
더욱 신뢰하게 하였음은 당연한 일이며,
이 신뢰가 나로 하여금
이 방대한 작업을 착수케 하는 힘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해 놓고 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없을 수 없었다.
무려 5년에 걸친 번역 작업은
수행이 선물해 준 건강과 시간의 여유로
무리없이 진행되어 잘 마무리되었지만,
그 뒤부터 우여곡절이 뒤따랐다.
첫 번째의 원고부분은
어느 스님이 보관하다가 불태워졌고
(화재로 인해),
그리고 모 출판사에 원고를 주었다가
앞부분의 원고를 잃어버려서 새로 번역해야 했고,
다음 출판사에 원고를 넘겼다가
재교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문장의 미숙함이 이유가 되어 해판(解版)을 하고
다시 문장을 정리해야만 하였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으며,
이분들의 공덕은
일일이 다 기억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수행의 벗으로서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 주신
대흥사의 도성(道成) 스님과,
해인사 지족암의 일타스님,
삼정사 삼밀스님,
방대한 원고를 일일이 다시 옮겨가며
완전한 우리말로 다듬어 준
김정빈 씨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김정빈 씨는
이 원고를 7개월 동안 정리하였는데,
새 원고를 살펴보니
근본 불교에 관한 글답게
깨끗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바뀌어져 있으면서도,
원전의 뜻을 손상한 면이 없었고
주석까지 세세하게 잘 정리 되어 있었다.
이는 김정빈 씨가
그 동안 부처님을 향하여
얼마나 진지한 구도 정신으로
접근해 오고 있었는지에 대한
훌륭한 증거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부산 연꽃모임의 협조와
홍콩의 K. L. TOLANY 신자들의 후원이 컸다.
그 뒤 나는 그 원고를 한 번 더 원전과 대조하였으며,
부족함을 조금이라도 덜 남기기 위해
1차 교정을 직접 보기로
출판사 측 및 원고 정리자(整理者)와 약속하였다.
원컨대 이 책을 읽는 분들은
편역자의 지적 경험적 수행적 부족함 때문에
저질러졌을지도 모르는
이 책의 미흡함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그러면서도
편역자는 감히 바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이 책을 통하여 독자 여러분들이
좀더 부처님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이해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인생을 소중히 여겨 달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한 바른 견해를 확립하여,
수행을 통하여
고통과 불만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세우고,
바른 마음 집중을 닦아
올바른 사마디(三昧;삼매)를 성취함으로써,
마침내
가장 순수하고, 가장 자유롭고,
가장 평화로운 닙바나의 길을
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끝으로 이책의 제목은
빠알리어 그대로 '담마빠다'라고 하고 싶었으나
법구경이라는 경명(經名)이
워낙 널리 알려져 있음에 유념하여
'법구경'으로 했다는 것을 밝혀 두며,
십년 만에
새롭게 원문과 함께 재 편집하여
세상에 다시 빛을 보게 하여 준
도서출판 샘이깊은물
출판 담당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일체중생들이
모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를 기원합니다.
삼각산 삼정사
편역자 거 해(巨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