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적도를 다녀와서>>
- 인왕
아침 출근에 붐비는 8시 정각 영등포역 인천행 2번홈 3번열차에 중늙은이들이 눈사람같은 복장에 배낭 하나씩을 메고 집결,
공용지갑까지 준비한 세계최강 경리 윤동환에게 회비관리를 위탁하고 인천역을 거처 연안부두에 도착, 매표원 아가씨의
배려로 누군지 모르는 경로우대표 한 장을 포함해준 덕에 일행중 1명은 65세이상으로 진짜늙은이 행세가 시작되고 .
덕적도행 프린세스호 2층에 테이블이 딸린 마주보는 특등석을 차지하기가 무섭게 1.8리틀 작약뿌리술부터 작살을 내기시작하니 막토 섬사모의 술실력 발휘가 시작되고, 안주로 월남 오징어를 씹다보니 서로 말꼬리 씹기도 시작되고, 방어벽을 치지 않으면 어느 순간에 강력 말펀치가 날아와 술이 깨니 또 술을 축내게 되고, 시속80km의 쾌속선은 호수와 같은 바다를 갈러 덕적도
도우 선착장에 일행을 내려 놓으니.
선창에 마중 나온 서포비치 주인장 차에 짐을 맡기고 소야도 종선에 건너타서 본격적인 섬돌이의 시작, 종선 아줌마에게 전기가 통한 정현조는 여행내내 '못잊어'를 되뇌이고...
뗏부루 해수욕장에서 가물가물 멀어져 간 정현조/ 김수영을 찾아 나서니 물 빠진 바위 틈새에서 굴을 까먹고 있는 것이 마치
섬 소년 둘이 바위가 되어 정을 나누고 있는 듯 하고. 스산하고 찬 겨울바다를 예상했으나 파도는 잠자고 하늘은 푸르고 봄날과 같은 포근함에 젖어 맑은 공기를 마음껏 먹으며 모처럼 각인 각색으로 반나절을 흐느적 거려 보고.
서포비치 주인장의 관광안내를 받으며 도우-진리를 거처 서포리에 여장을 푸니 이제까지 섬여행에서 잠자리에 고생을하던 수영/ 동환의 얼굴이 밝아지며 술판을 벌여 수영이가 아끼던 일본초특급소주 베트남소주 주인아줌마의 선심소주가 어울려 잠자리가 술집으로 변하고 막토회원들은 안주거리가 되어 씹히니 타 숙박객이 없는 여관은 막토 섬사모의 난장이 멈추지를 않고....
언제 잠들었는지 조차 모른채 쓰러졌다 깨어보니 현조가 잠결에 중얼중얼하더니 잠고대로 노래를 부르다 일어나 현관 옆을 지날 때 마다 센서 작동으로 불이 점멸을 하자 이불을 뒤척이며 뒤짚어쓰고 모두들 곤한 잠결로 빠져들어 가고.
아침산책을 하고 돌아오니 이불 개키며 먼지 피웠다는 것과 귀에 거슬린 아침샤워를 때밀이 여행으로 이름짓고 부재자를 횟감으로 도마에 올려 이빨 다듬기로 또 하루를 시작 ...
순박한 노부부의 정갈스럽고 맛갈스러운 가정집 식사로 뒤틀린 속을 풀고 하루 늦은 강희만을 마중하러 선착장행 젊은이 강희만이 도착하자 붐비는 부두에서 전원집합기념 사진 한장 박고 비용과다라는 이유로 해양호승선 예정을 변경 능동자갈마당행 버스를 타니 학생들이 우루루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자 씁쓸한 수영이는 계속 서서 가기를 고집하고 북리에서 하차하여 아늑한 시골정취의 섬같지 않은 섬속을 말소리를 줄이며 걷는 모습이 일탈을 느끼게 하며.
소리없이 섬돌목을 돌아 덮쳐오는 바닷물안개가 앞섬을 보이다 가리다 하는 모습을 보며 자갈마당 한자락에 누군가 버려둔 다리없는 원판 식탁 주위에 둘러앉아 소주와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니 지나던 객이 부러워 기웃거리고...
점심해주겠다던 노인의 식당을 찾으니 젊은 아낙이 막강한 가격의 꽃게탕을 지껄이는 바람에 북리로 넘어와 찬이 없어 라면으로 대신하라는 나이든 아낙의 식당에서 배를 불리고.
본격적으로 발품 팔며 둘 셋이 되어, 계속이어지는 현조의 '무작정 걷고 싶어'를 들으며 송골송골 땀흘리며 파아란 하늘 때문에 능선의 솔잎마져 선명히 보이는 고갯길을 넘는데 MBC의 수목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촬영팀의 출현으로 정적이 깨어지자 수영이의 볼멘소리 한마디
'들어누워 TV보는 아줌마들을 위해 이많은 사람들이 비생산적인 짓거리를 해야하나'
8km를 걸은 후 도우의 회나라에서 이번여행의 최악이었던 우럭건작탕(음력설과 기상악화로 출항을 못해 횟감이 없다는 여시같은 주인여자의 추천을 받은)으로 저녁을 때우고.
서둘러 서포리 낙조(섬여행에서 처음보는 확실한)를 보고 맘씨좋은 숙소보살님의 무료제공 안주로 저녁술판을 벌이니 이빨의 대왕자리는 현조에서 희만이에게로 넘어가고 수영이의 반생경력소개, 희만이의 IT이야기, 동환이의 영화 이야기, 현조의 태양열 주택이야기 등이 꼬리를 무니 좀처럼 끝날 것같지 않았는데 내일을 위해 잠자리로...
빈방을 차지하겠다던 희만이는 MBC팀 때문에 발치에서 부실한 이부자리로 추웠다고 투덜거리며 막차로 기상.
8개의 유인도와 34개의 무인도인 덕적면의 해상관광의 유혹을 접을수 없어 최강경리가 해양호 선장과 흥정을 해 선임을 반값으로 깍아내고 특실을 배정받아 이번 여행의 백미를 장식하게되니 문갑도-지도-울도-백아도-굴업도를 거처가는 동안 이름도 모르는 섬들과 친구되어 사진도 박고, 수려한 섬모양에 다음을 약속하고 초면의 섬사람들과 말을 트고, 여행을 사양하던 현조는 10일예정으로 재방문을 청하게 되니, 마음을 움직인 덕적에 감사를 하고. 아쉬움을 남기고 도우선창으로 돌아와 막토를 위한 굴 한보따리를 챙겨 귀환선에 오르니 사무장이 악수를 나누며 구면을 알아주고 연안부두에 도착 막토참석을 위해 희만이가 배려한 승용차로 강구물 횟집에 닿으니 이번 여행도 마감.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3월 여행에 다시 보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