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대표적인 산이라면 앞산과 팔공산을 들 수 있습니다. 팔공산은 높이가 해발 1,200여미터에 이르고 동화사를 비롯하여 수많은 사찰과 수능철 특히 그 명성이 자자한 갓바위 부처님 등이 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산입니다. 그러나 앞산은 그 가치에 비해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높이도 660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고, 대구 시내에 바로 인접해 있어서 산행처로서는 큰 매력을 느낄 수 없는 산이랄 수 있습니다.
▲ 앞산 정상에서 바라본 대구 달서구의 모습, 뒤로 낙동강이 유유히 흘러간다
그러나 이 산은 오래 전부터 대구를 품어오던 산으로 대구 선조들의 발자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산이고, 세 개의 산이 이어져 있어서 산행하는 재미도 솔솔한 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며칠 전 다녀온 이 앞산 문화재 답사길을 바탕으로 하여 이 산에 서린 우리 선조들의 흔적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눈 때문에 길이 미끄러워서 사진을 못 찍은 곳은 편의상 이전에 찍어둔 사진으로 대처합니다.)
요즘 제주도 올레길이 폭발적인 명성을 날리는 덕에 지리산 둘레길을 비롯하여 각 지차제마다 앞다투어 무슨 무슨 길을 만든다고 분주합니다.
그 유행의 대열에 뒤질세라 대구시도 앞산에 '앞산 자락길'이란 것을 지금 조성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경쟁력이 없어 보입니다. '앞산 자락길'보다는 '앞산 문화재 순례길'(주로 선사시대인들의 유적들이라 답사보다는 순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해서....)을 조성해서 이것을 바탕으로 대구를 전국 방방곡곡에 알리는 홍보수단으로 삼는 것이 더 경쟁력이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암튼 이럴 정도로 대구 앞산 주변에는 우리 선조들의 문화유적들이 널리 분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앞산 바로 옆을 흐르는 신천과 더불어 이 일대를 역사문화탐방코스로 개발해보는 것은 제주 올레길 못지 않은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제주 올레길 못지 않은, '앞산 문화재 순례길'
자, 그럼 지금부터 앞산에 산재한 문화유적들을 살펴 보러 앞산 문화재 탐사를 떠나보겠습니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대구의 5,000년~10,000년의 역사가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하여간 함께 잘 살펴보시고, 앞서 이야기한 '앞산 문화재 순례길'의 가치를 판단해주시길 바랍니다.
이 탐사길은 신천의 '공룡발자국 발견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앞산의 신천좌안도로변과 앞산 중턱 그리고 인근 파동까지 이어지는데요. 오늘은 편의상 앞산의 선사시대유적에서부터 시작해서 앞산을 중심으로 한 탐사길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 지난 가을의 "앞산 문화재 순례길"에서
바위그늘(집) 유적
우선 '장암사'란 작은 사찰의 입구에서 길은 시작됩니다. 이곳에서 앞산 용두골 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맨 먼저 만나는 것이 이미 국립대구박물관에서 발굴한 '파동 암음(巖陰) 유적'(rock shelter, 일명 바위그늘 유적으로 선사인들의 거주지로서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고 합니다)입니다. 이 '파동 바위그늘 유적'은 이 일대에서 청동기시대와 삼국시대 유적들이 발견된 귀중한 선사인들의 거주지입니다.
이 바위그늘집 바로 앞에는 하천도 흐르고 뒤로는 거대한 바위산이 버티고 있으니 자연재해나 동물들로부터도 비교적 안전한 그런 곳이라서 선사인들의 주거지로는 안성마춤인 그런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일대는 비슷한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런 바위그늘집이 신천을 따라 길게 늘어선 바위산을 따라 죽 이어져 있습니다. 하나 하나 살펴보면서 가겠습니다.
▲ 바위그늘 유적 추정지, 명확히 (영남문화재 연구원에 의하면) 바위그늘로 보이는 이곳을 대구시가 아직 문화재 등록을 하지 않고 방치를 해두어서, 무속인들의 기도터로 계속 활용되고 있다.
이것 역시 바위그늘집입니다. 앞에서 본 바위그늘집보다 인간이 거주하기가 더욱 용이해 보이지요. 거의 동굴에 가까운 곳이기에 선사인들이 주거지로는 제격일 것입니다. 아늑한 느낌까지 주는 그런 선사인들의 주거지가 되겠습니다.
▲ 고인돌 상석 채석장의 추정지, 그대로 들어내면 바로 고인돌 상석으로 놓여 질 듯하다. 대구시는 이곳도 아직 문화재 지정을 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신천을 따라 약간만 이동하면 고인돌 상석 채석장을 만나게 됩니다. 고인돌의 맨 위에 놓이는 돌이 상석인데, 그 바윗돌을 이곳에서 쪼개어서 겨울에 꽁꽁 언 하천을 이용해서 인근지역으로 가지고 가서 고인돌을 쌓았을 것입니다. 실지로 인근지역인 상동과 두산동에는 이런 고인돌 유적들이 여러곳 산재해 있습니다.
▲ 바위그늘 유적 추정지, 전형적인 바위그늘집의 형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 지형은 '하식애'로서 뛰어난 경관미를 자랑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 또한 바위그늘집입니다. 제가 보기에 가장 선사인들의 주거지 형태에 가까운 곳이 이런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큰 바위산이 병풍처럼 둘러처진 곳이고, 산에서 짐승을 사냥해서 바위 아래로 굴러 떨어뜨리면 아래에서 받고, 바로 앞 하천에서는 물고기 등을 잡아먹으면서 살았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거석신앙과 척첨대
그리고 일명 '기도하는 바위'입니다. 거석신앙이 있는 우리 선조들이 큰 바위를 보고 소원을 빌었던 전통이 그대로 이어져 아직까지 전해져 내려옵니다. 인근 파동에서 이곳으로 기도를 하러 다니시는 할머니 등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 앞산 용두골 척첨대(陟瞻臺) 비석
그리고 척첨대 비석입니다. 오를 척(陟)에, 볼 첨(瞻)자로 이루어진 한자 그대로 해석해보면 올라서 저 멀리를 조망하는 곳이란 뜻입니다. 그러니까 산 입구에서부터 좀 올라온 위치인 이곳에서 저 멀리를 조망하며 망을 보거나 하는 전망대 역활을 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는 이곳에 마을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실지로 70년대까진 이 인근엔 사람이 살았다고 하고(새마을운동 때 거의 다 쫓겨났다고 합니다), 아직도 위쪽에 집이 한채 남아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일대가 선조들이 많이 살았던 곳이란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고로 이 부근을 발굴해보면 문화재들이 나올 수 있겠지요.
▲ 앞산 용두골 능선에서 발견된 마애불로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관련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이야기하지만, 대구시는 2010년 1월 현재까지 이 마애불을 문화재로 등록조차 않고 있다. 이유는 바로 앞산터널 때문으로 추정한다. 이 마애불이 공사반경 500미터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앞산 마애불
앞산 용두골에서 오른쪽 능선을 따라 오르면서 맨처음 만나는 큰 바위가 있는데, 그 거대한 바위의 거의 남동향에 부처님이 한분 앉아계십니다. 바로 '앞산 마애불'입니다.
이 마애불은 2008년 겨울 제가 발견했고, 함께 동행한 분이 문화재 신고를 했는데요, 조선후기 작으로 추정을 하는데 아직 그 정확한 연원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타 마애불에 비해서 비례와 조형미가 뛰어난 마애불로, 이런 마애불이 앞산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대구시민들도 거의 모르는 새로운 사실이었습니다.
이 마애불은 거의 남동향으로 앉아계신데, 마애불이 있는 곳에서 조망을 해보면 아래 파동이 한눈에 다 들어옵니다.
이 파동길은 옛부터 남쪽(청도)에서 대구로 넘어오는 대로로서 교통의 요충지였습니다.
그래서 한 향토사학자의 설명에 의하면 조선이 그 지독한 임진왜란 등을 겪고선 이곳에 부처님을 모셔서, 부처님이 위에서 내려다보시면서 대구로 드는 이 길목을 지켜주십사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마애불을 조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주 그럴 듯한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그런 이야길 듣고 보니 정말 딱 맞는 해석이다 싶은 느낌이 들더군요.
그리고 이 앞산은 예로부터 성불산(成佛山)으로 불렸다고 하는데, 왜 성불산인지가 이 마애불로서 증명이 된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성혈(星穴)(?)과 동굴
▲ 성혈(星穴)이 새겨진 거대한 바위와 바위 아래에 있는 동굴, 그리고 아래 사진은 성혈로 추정하는 두개의 둥근 구멍 모습(아래 사진)
그리고 마애불의 그 온화한 미소를 뒤로 하고 다시 그 능선을 되짚어 오다보면 아직 그 용도가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닌데, 큰 바위에 둥근 구멍 두개가 나 있고 그 아래는 사람이 들어앉을 수 있는 동굴이 하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수도하기 딱 좋은 그런 장소인데, 하여간 상기의 그 향토사학자에 의하면 아마 이곳에 별자리를 관찰하는 시설물이 있지 않았을까 하더군요.
그래서 이 동굴과 위 두 구멍을 이용한 작은 구조물 같은 것이 있어서 이곳이 천문을 읽을 곳으로 사용되지 않았을까 하는 설명을 하십니다. 실지로 동굴 앞에서 내려다 보면 대구시가지가 훤히 조망이 되기 때문에 이곳에서 달구벌의 하늘을 바라보면서 천문을 읽었을성 싶습니다.
암괴류와 주상절리
▲ 아래로 내려가면서 모두 바위 조각들인데, 눈이 내려 쌓여서그 모습들이 세세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거대 바윗돌 군락이다
이 아담한 동굴을 뒤로 하고는 '장암사'로 하산해 다시 순례길의 시작점으로 내려와 오솔길 바로 윗길로 올라보면 특이한 지형들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암괴류'와 '주상절리'입니다. 암괴류는 '토루'라고도 하는데, 거대한 바위가 위에서부터 무너져 흘러내린 지형을 말하는 것으로서 가톨릭대 전영권 교수(지리교육과)에 의하면 "지질학적으로 이런 암괴류는 지층을 관찰하는, 지질학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지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타나는 것이 주상절리층입니다. 주상절리(柱狀節理) 것은 암석이 육각형 내지는 삼각형 모양의 긴 기둥모양을 하고 있는 절리(금)를 말합니다. 역시 전영권 교수에 의하면 "이 주상절리층이 앞산에는 달비골에서만 발견되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곳에 주상절리가 있을 줄은 몰랐다"고 하며 "이 또한 지질학적으로 상당한 가치가 있는 지형이"라 하십니다.
자, 이렇게 주상절리층을 끝으로 순례길은 끝이 납니다.
그리고 이 순례길을 좀더 길게 잡으면 앞 마을인 파동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는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설명을 하기로 하겠습니다. 자, 이렇게 앞산을 기반으로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았습니다. 대략 2시간 정도 소요되는 길인데요. 산 둘레를 시작으로 산등성까지 올랐다 내려오는 길이라서 제법 등산하는 맛도 있는 이 "앞산 문화재 순례길" 어떻습니까?멋지지 않습니까?
▲ 바위그늘 유적 추정지, 이곳 역시 무속인들의 기도터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바위그늘 유적이 중요한 것은 이곳들의 주변을 발굴해보면 다양한 선사시대 유적들이 출토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상으로 "앞산 문화재 순례길" 소개를 마칩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아직 이 길은 대구사회에서 공식화된 길은 아니고요.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 발굴되어 '앞산 문화재 트레킹'이란 이름으로 즐겨 걷는 탐사길입니다. 저와 '앞산꼭지' 회원 몇분들이 이 유물들을 거의 발견을 해서 문화재과에 신고를 해둔 상태이고요, 아마도 곧 문화재로 지정될 것이고 해서, 앞으로의 바람을 담아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여간 이 순례길을 통해 우리고장 대구를 그리고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멋진 시간들이어서 앞으로도 자주 이 길을 걸을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제주 올레길 부럽지 않지요? 대구시는 어서 이 멋진 길을 대구시민들을 상대로 아니 전국민들을 상대로 홍보할 일입니다.
▲ 앞산 바위그늘 유적지에서 바라본 신천스케이트장의 모습, 전날 내린 눈이 쌓여서 눈썰매장이 되버렸다.
자, 이상으로 앞산 문화재 순례길 1부를 마칩니다. 다음 2부에선 신천의 공룡발자국 발견지에서부터 파동과 상동 고인돌 유적들까지를 아우르는 좀더 긴 순례길을 소개해보겠습니다. 또한 이 멋진 순례길을 대구시가 왜 방치(?)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이상으로 1부 소개를 마치고 2부를 기대해 주시길........
그리고 걸었던 길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파동 '장암사' 입구 --> '파동 바위그늘' 유적지 --> 바위그늘 추정지 --> 고인돌 상석 채석장 --> 기복 바위(여기서부터는 용두골) --> 척첨대 --> 앞산 마애불(능선을 따라 올라가서) --> 성혈과 동굴 --> 장암사 --> 암괴류 --> 주상절리
이런 순입니다. 참고하십시오......^^.
▲ 이날의 "앞산 문화재 순례길"의 맨 처음 시작 장면, 내린 눈이 쌓여서 신비스런 분위기가 느껴진다.